How to Shine Normally RAW novel - Chapter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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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우리의 빛 – 4. 확장
“무슨 어디 꿈 속 세상에서 살다 왔나, 소꼽놀이하고 처 자빠졌구만.”
무티히는 순간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레이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지만 곧 편안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눈에는.
뭔가 재밌어하는 것이 보였다.
역시, 레이씨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야. 무티히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씨익 미소를 그렸다.
“세상이 그렇게 동화같이 돌아가나, 뭐? 다 같이? 장사는 뺏고 뺏는 게 당연한 세상이여! 내 손자 첸한테도 나는 그런 동화같은 얘기는 하지도 않았어!”
아그폴티스는 계속 투덜거렸다. 심술궂게 씰룩이는 입꼬리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나오는 그녀 특유의 표정이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마음에 들 때 나오는 표정이기도 했다. 마음에 들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 그 때의 표정이었다.
다른 네 명은 그녀의 말에도 각자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칼립스는 아그폴티스에게 뭐라도 한마디 하고 싶은지 입가를 씰룩렸다. 그가 입을 열려던 순간.
“칭찬 감사합니다.”
레이가 씨익 웃으며 아그폴티스를 바라봤다. 칼립스를 입을 다시 다물었고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무릎을 탁 쳤다. 이 놈! 한 성깔 하는 구만!
“저 동화 좋아합니다.”
“뭐, 뭐?”
아그폴티스는 오랜만에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지만 레이는 이에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말을 이어나갔다. 조용히 차를 마시던 나타샤는 움직임을 멈추고는 레이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아이들한테 동화를 왜 들려줍니까?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닙니까? 전 그 세상의 아름다움을 좋아해서 동화를 좋아합니다. 그러니, 어르신, 칭찬 감사합니다.”
“푸하하하하하-”
칼립스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가만히 있던 크시우프가 돌연 벌떡 일어나더니, 레이에게로 두 팔을 펼치며 말했다.
“오, 소년! 자네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뭔지를 아는구만! 이 늙은 레이디는 세상의 어둠에 물들어 찬란한 햇살을 외면하려고 하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거든! 오,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오, 여성, 레이디!”
레이는 다시 외면하려고 했지만 곧 이어지는 말에 크시우프와 시선을 마주했다.
“동화는 아주 훌륭한 거라네!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이런 각박한 세상에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삶은 아직 갈라진 땅과 달리, 새로운 생명체를 품에 안을 수 있는 부드럽고 포근한 땅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네! 오, 아름다워! 하지만-”
크시우프의 연극적인 어조와 과장된 표정 속에서 그의 눈은 진지했다.
“너무 어려운 길이야. 너무 어려워! 오, 고뇌와 괴로움의 길! 우리의 이름이 가진 잔인함도 곧 깨닫게 되겠지, 오, 소년의 앞이 밝게 빛나길 바라오, 나의 찬란한 태양이여!”
레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 노스, 켄트릭과 대화를 하면서 느꼈던 마음. 그 마음에 대해서 크시우프는 말하고 있는 것이리라.
칼립스는 꼴도 보기 싫다는 듯이 크시우프의 옆구리를 세게 치더니 소리쳤다.
“그만 좀 나대! 진짜 보기 싫게 하네. 야, 꼬맹이!”
레이와 시선이 마주친 그는 아주 마음에 든다는 듯이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아주 마음에 들어! 그냥 마음에 들어! 저 아그폴티스 할망구, 한 방 먹이는 거 보니까, 너 무조건 성공한다! 내가 장담한다!”
“허이구- 한 방 먹었기는 누가 한 방 먹었다는 거야?”
아그폴티스가 투덜거렸지만 칼립스는 무시하며 연신 레이에게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레이는 하지만 아그폴티스를 보며 물었다.
“어르신, 그런데 뭐가 동화같은지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궁금합니다.”
“호오-”
가만히 있던 하크만에게서 처음으로 반응이 나왔다. 그는 허허 웃으며 기분 좋게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아그폴티스는 자신을 향한 레이의 잔잔한 미소에 처음으로 느꼈다. 이 놈 장난 아니구나라고.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린 애가 저렇게 나오는데 체면 떨어지게 굴기는 싫은 그녀였다. 하지만 나오는 말투는 여전히 투박했다.
“내가 다른 게 마음에 안 든게 아니고, 나도 좋은 얘기가 좋은 줄은 알어! 그런데 말이다, 너네 나중에 커지면 어쩌려고 그러냐? 내가 왜 뺏고 빼앗기는 게 장사라고 한 줄 알아? 너희 협회 덩치가 커지지? 하이고, 그리 되보면 비슷한 가게들이 많이 들어올 걸? 걔들이 다 양보할 줄 알아? 절대 안 그래. 상인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뭐냐? 응? 자기 이익이야, 내 몫이 제일 중요하지. 남은 안 봐!”
“이 할망구가 많이 당했거든. 양보해주다가.”
칼립스는 아그폴티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덧붙였고 순간 그 말에 아그폴티스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녀는 얼굴이 벌게져서 칼립스를 향해 외쳤다.
“야! 이, 할배가 치매가 걸렸나! 무슨 헛소리야!”
“헛소리는 무슨, 사실이구만. 젊었을 때 다 뺏겨 먹어서 속이 좁아져서 그래!”
“속이 좁기는! 걱정이 되니까-”
순간 레이가 씨익 웃었고 칼립스도 씨익 웃었다. 그 두 미소에 아그폴티스는 더 얼굴이 벌게져서 외쳤다.
“이, 이! 어쨋든! 너네는 양보를 기반으로 해서 안 돼! 일처리에서 제일 중요한 건 자기 이익이 먼저가 되어야 해! 그게 장사야! 협회 안에서도 치고 박으면서 내 걸 지켜야 한다고!”
그리고는 몸을 옆으로 훽 돌려 씩씩 댔다. 가만히 듣고 있던 하크만이 허허 거리며 레이를 향해 말했다.
“허허. 아마 지금은 상인협회라는 하나의 적이 있으니까 자네들이 한데 모여서 약간의 손해나 양보, 혹은 자신의 노력을 보태는 것에 망설임이 없지만. 그 이후를 걱정해서 아그폴티스가 하는 말일 걸세. 우리도 한번 된통 겪었거든. 그러니 너무 맘 상하지 말고 듣게.”
“네. 압니다.”
레이는 아그폴티스를 향해 잔잔하게 웃어보였고 아그폴티스는 연신 궁시렁댔다.
“아니, 바락바락 대드는 무티히나 첸 같은 놈이 낫지. 저 놈은 뭘 해도 실실 웃어대니, 원 뭐라고 할 수가 있어야지! 에이!”
하크만은 한 번 허허 웃더니 말했다.
“지금 모두가 조금 손해를 감수할 마음이 있는 상태일 때 정확한 규칙을 제정해야 할 걸세. 그 시기를 놓치고 자신들의 이익에 눈이 뜨일 때쯤이 되면 힘들어져. 사람 욕심이라는 게 편안해질수록 더 커지거든. 우리가 그것 때문에 고생했고 말일세.”
“아-”
레이는 이음새 협회에 따로 아직 규칙이나 정관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하크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보았다. 아그폴티스가 몸을 훽 돌린 채로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그 때 칼립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생했기는. 저 놈의 철주먹 한 번이면 다 끝났구만.”
“허허-”
“말 안 듣는 놈한테는 다 그 철주먹을 내밀면서-”
쾅!
하크만은 테이블을 내리친 주먹을 들어올렸고 칼립스는 입을 다물었다. 레이는 이를 외면했다. 하크만은 옆집 할아버지 같은 푸근함이 담긴 미소를 지은 채로 규칙 제정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규칙을 제정할 때는 처음부터 너무 꼼꼼하게 할 필요 없어. 단체가 커지려는 순간에는 융통성이 필요하니까. 특히 자네들은 상인들에만 범위를 좁힌 게 아니라 무한정 늘어날 수 있는 협회니까. 더 주의해야 할 거야.”
“아, 네. 감사합니다.”
레이는 감사함을 담아 인사했고 그 때 아그폴티스가 옆에 앉은 하크만을 툭툭치면서 말했다.
“그거 하나 넘겨줘.”
“음?”
“아, 그거!”
“아-”
하크만은 피식 웃고선 입을 열었다. 옆에서 칼립스는 아그폴티스를 보며 낄낄거리며 웃어댔다. 저 할매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자기 손자랑 비슷한 나이대의 애들한테는 잘해주려고 했다. 참 말 좀 곱게 해서 주면 될 것을. 그는 웃으면서도 속으로 혀를 찼다.
“우리 상인모임 규칙 완성본은 줄 수 없지만 그 때 만들려고 참고한 자료들이나 그 이전 수정본들은 몇개 줄 수 있으니 그거 받아가게.”
“아-”
감탄사를 내뱉으며 레이는 눈을 크게 떴다. 별것 아닌 것이라기엔 꽤 모으기 힘든 자료들이었을텐데. 레이의 얼굴에 고마움이 나타났다. 하크만은 이를 보며 푸근하게 웃었다.
“아마 생각보다 도움이 될 걸세. 이런 쪽은 처음에 하려면 힘들거든. 단체의 기준이 될 든든한 지지대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일세. 허허허”
“감사합니다. 어르신들.”
다들 뭐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어댔지만 별 것이라는 것을 레이는 알고 있었다. 무티히는 이를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랐다. 아그폴티스, 저 할매가 사람을 막 챙기는 타입이 아닌데. 레이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싶었다.
“레이군.”
“네!”
나타샤는 단아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정말 멋진 생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조금 걱정이 되는 게 있어요. 너무 우리라는 이름에 얽매여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렇지. 그게 나중에 잘못 변질 될 수도 있지.”
칼립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를 향해 말했다. 뭔가를 느끼고 있었던 듯 나타샤의 말에 살짝 눈썹을 찡그리는 레이를 향해서 말이다.
“꼬맹이. 너 기준을 제대로 잘 잡아야 해.”
언젠가 노스, 켄트릭과 대화를 하며 근심을 드러냈던 부분. 이를 대표들도 말하고 있었다. 우리라는이름으로 시작한 일인데, 결국 다 같이 못 가고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게 될까. 레이는 이 생각으로 마음이 조금 좋지 못 했었다. 물론, 지금이야 우선 지금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지만.
“이건 조금 다른 얘기이기는 한데, 너네 이음새랑 우리는 좀 경우가 다르니까. 꼬맹이, 그냥 들어봐!”
칼립스는 레이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 케인스시 시장 바닥에 상인 모임에 얼마나 가입 했을 것 같냐? 십분의 3도 안돼! 다들 지 갈 길 가는 인간들인거지. 그리고 우리는 그런 인간들 지 갈길 가라고 만든 게 우리다. 아, 그리고 그런 인간들 안에 우리도 포함이 되고. 여튼 각자 이익 알아서 찾아라고 그 밑바탕만 만드는 게 여기 상인모임이야. 너네는 서로 이어져서 같이 간다는 거라 우리랑 좀 다르기는 한데. 어쨋든, 틀에 얽매이지 마라.”
순간 레이의 눈에 이채가 띄었다.
“우리? 그 이름은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어제의 우리와 내일의 우리는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라는 말을 너무 많이 사용하지마. 그건 선을 만드는 거거든. 네 편, 내 편.”
칼립스의 말들 중 하나가 머릿속에 꽉 박혔다.
다들 지 갈 길을 간다.
레이는 생각에 잠긴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댔다. 그리고 떠올렸다. 이음새 지도를. 점점 넓어질 그 지도는 결국 하나의 끊기지 않는 길을 만들어 낼 것이다. 레이는 칼립스를 향해 작게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저희는 선을 만들겁니다.”
“그렇지, 으, 응?”
“그게 저희 장점이거든요. 물론, 네 편 내 편 만들자는 그 선은 아니지만요.”
지 갈 길 가는 사람들끼리 만들어내는 것이 이음새의 선이었고 그 알록달록한 선들이 모여 만드는 것이 길이었고 고리였다.
“하지만 틀에 얽매이지 말라는, 우리에 대한 말씀은 고민해보겠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저희 때문에 누가 피해를 보는 것 같아 고민이었거든요.”
“에이, 내 말은 그 말이 아니지!”
“오우, 레이! 자네가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는가? 도덕적으로 문제있는 행위를 한 건가? 그런게 아니라면 크게 고민할 필요 없다네!”
크시우프가 맹렬하게 고개를 저어댔다. 그는 두 팔을 펼치며 외쳤다. 굉장히 감동에 찬 어조였다.
“세상에 아름다움이 있다면 어둠도 있는 법! 자신이 모두 제어할 수 없는 게 세상 아닌가? 그렇기에 멋진 인생이기도 하지. 오우, 어쨋든 소년이여! 장사는 전쟁이네! 일종의 투쟁이지, 삶이 투쟁이듯이 말이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어~”
멍하니 듣고 있던 레이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모든 일에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레이의 표정이 점점 진지해졌다. 조금 냉정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그래서 레이가 입을 열릴려고 할 때 크시우프는 이어 말했다.
“다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 있다면 그것에서 주저해서는 안되겠지! 만약 주저한다면 아주 깊은 바다 속 움직이는 않는 물처럼 아주 슬프고 잔인한 일이네. 알겠는가, 소년?”
진지하던 표정에 레이는 작게 미소를 그렸다.
“쯧쯧. 그냥, 네가 할 수 있는 능력만큼만 하고 그 외의 것에는 너무 고민하지도 죄책감 갖지도 말라는 말이야. 세상 사 다 마음대로 되고 좋은 일만 있기 힘드니까. 뭐, 고민하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정말 꼴도 보기 싫다는 표정으로 칼립스는 크시우프를 외면했다. 그러나 크시우프는 그에 신경쓰지 않은 채 레이를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답을 바라는 그 눈빛에 레이는 답했다.
“깊이 담아두겠습니다.”
“와우! 역시, 잘 아는 군. 소년의 마음은 오월의 장미처럼 붉고 정열적이구만! 아주, 훌륭해! 아주!”
“하하-”
레이는 영혼없이 웃었고 칼립스는 쯧쯧 혀를 찼다. 그는 이 사람 좋아보이는 어린 놈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싸가지 없이 지 배나 불릴 생각만하는 놈들보다 훨씬 더 나아보였다. 지 배 불리려다가 결국 지 배는 터지고 주위는 쑥대밭으로 만드는 그런 놈들이 천지인 세상이었다. 그는 툭 내뱉었다.
“상인이잖아? 결국 이익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어. 정 없어 보여도 철저하게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게 나중에는 가장 정 있는 행동이 될 수도 있어.”
“허허, 물론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라는 기본 기준이 있어야 하네.”
정 없어 보여도 나중에 그게 가장 정있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는 말. 그 말이 묘하게 레이에게 어떤 깊이 있는 말이 되어 다가왔다. 그리고 왠지 이 말은 이음새 협회에 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하는 말 같았다.
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말.
머릿속으로 다 이해하고 있을 것임에도.
결국 아직은 그것이 마음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이었다.
듣고 있던 무티히는 씨익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그 대답에 칼립스는 눈가를 찡그렸지만 입가는 씰룩였고 결국 웃었다. 다른 네명의 대표들도 꽤 마음에 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투덜대면서 미소를 그렸다.
“손해만 안 보면, 제 직원들 월급만 제대로 받을 수 있으면 그 범위 안에서는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이, 이 놈아! 손해 안 보는 게 제일 힘들어!”
“힘든 게 재밌지 않습니까?
“허!”
아그폴티스는 결국 ‘허!’하고 탄식을 내뱉더니 고개를 저어댔다. 칼립스는 눈물을 흘릴듯이 웃어댔고 나타샤는 레이를 빤히 바라봤고 하크만은 허허 거리며 연신 수염을 쓰다듬어 댔다. 그리고 크시우프는-
“정말이지, 오, 자네는, 오우, 정말이지! 나중에 내 잡화점에 오게나, 내가 자네를 위한 내 마음의 한조각을 담아 전해주고 싶네! 자네가 본다면 느낄 수 있을거야, 우리는 찬란한 태양과 은은한 달의 마음을 아는 이들이니까!”
레이는 한 번 더 크시우프를 외면했다.
나타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칼펜 왕국 서쪽에 웨스코 영지가 있어요. 거기에서 상인협회에 대항하기 위한 상인모임이 생겼어요. 하지만 곧 사라졌지요. 그 이유는-”
뜬금없는 말. 레이는 처음 들어보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무티히 역시 마찬가지였다.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리고 상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도시인 웨스코 영지의 세세한 정보를 그녀가 다 알 리 없었다.
탁.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타샤는 말했다.
“고립. 그 것이에요.”
언젠가 들어본 단어였다. 가이츠로부터 왔던 편지 한켠에 적어있던 언젠가의 단어. 고립.
“케인스시는 상업의 도시에요. 그 때문에 고립될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고립은 나의 적이 커져도 고립이 될 수 있다는 걸 우린 알지요.”
그 말을 하고는 나타샤는 다시 입을 다물었고 하크만은 품 안에서 문서를 하나 꺼내 레이에게 내밀었다. 순간 레이는 그 모습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설마-
하크만은 레이의 눈빛을 보고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동맹 제안서는 아니네.”
“아-”
“허허, 너무 눈에 띄게 실망하는 것 아닌가. 열어보게.”
레이는 하크만의 말에 머쓱한 표정을 짓고는 천천히 양피지를 펼쳤다. 그리고는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그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건-
나타샤가 단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칼펜 왕국 내에 있는 단체들의 이름이에요. 상인협회와 마법 협회를 제외한 단체들이자,”
그녀는 단아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연락망이지요.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 왜냐하면 그 목록의 이들은 다들-”
작게 지어진 미소가 냉정해보였다.
“같은 적을 가지고 있거든요.”
“아-”
감탄사를 내뱉으며 레이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손에 들린 명단을 자세히 살펴봤다. 단체의 이름과 위치, 그리고 규모와 대표들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그리고 명단의 제일 상단에는 올해 2월에 마지막으로 정리되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나타샤는 다시 조용히 차를 마시기 시작했고 나머지 네명은 저마다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아주 지 배만 채울 줄 아는 돼지같은 놈들!”
“아아아- 왜 작은 것마저 빼앗고 밑에 두려는 것인지, 오, 나는 이해할 수 없소!”
“허허, 그런 것들은 부숴야지. 허허”
“마음에 안 드는 놈들!”
순식간에 테이블은 시끄러워졌고 결국 한모금 차를 마신 나타샤가 다시 한 번 주둥이를 닥치라고 하자 때 조용해졌다. 그녀는 레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보니까, 7월에 영지에 돌아간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올해 8월까지.”
마주한 눈빛 속의 당당함을 보며 나타샤는 레이가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명단에 이름을 넣을 것인지 답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가만히 있던 무티히는 테이블 밑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역시 생각대로 제안을 했다. 그녀는 옆의 레이를 바라봤다. 비록 8월이라, 아직 멀었지만. 충분히 이음새 협회에 도움이 되리라. 정식 연합만큼의 큰 유대는 아니지만 분명 도움이 될 터.
“레이군, 좋은 답 기다릴게요.”
나타샤는 미소지었고.
레이도 따라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가 레이는 조금 달랐다.
“네. 답을 드리죠.”
그 미소를 그대로 걸친 채 레이는 말했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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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빛나는 하루가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