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hine Normally RAW novel - Chapter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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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우리의 빛 – 8. 자리
“사장님, 이제 일주일 뒤죠?”
“네. 베어씨.”
칼스퍼와 다른 직원 두명이 떠나고 유일하게 남은 직원 베어와 함께 레이는 눈 앞의 건물을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사장님. 정말 좋네요.”
“그렇죠? 배정된 인물도 꽤 되고.”
“작년에도 이랬습니까?”
“으음, 작년에는-”
레이는 방금 전에 보고 나온 건물과 작년에 지냈던 건물을 떠올렸다. 그의 입가에 미소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미소가 걸려졌다.
“작년에는, 이렇게 좋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작년 개국제에 참가하기 위해 수도에 올라왔을 때, 배정받은 숙소에 비하면 훨씬 더 크고 좋은 건물에 레이는 씁쓸함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물론 올해 인원이 더 늘어나서 더 큰 건물을 배정하다보니 그럴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달라진 대우가 주는 느낌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오! 그렇군요. 역시 작년에 잘해서 올해는 좋게 주나 봅니다!”
“하하, 그렇겠죠.”
베어는 숙소가 마음에 든 것인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호든의 부탁으로 미리 몇가지 일을 하게 된 레이는 그런 베어를 향해 말했다.
“저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베어씨는 남아서 제가 부탁한 일들 처리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얼른 왔으면 좋겠네요. 오랜만에 다들 보게요.”
“그러게요. 일주일이니까 금방 가지 않을까요.”
레이는 베어와 인사를 나누곤 걸음을 옮겼다. 북부 게파이트 국의 사절단이 떠나고 난 이후, 남은 뒷처리로 정신없이 보낸 한달이었다. 통계 시스템으로 곳곳의 판매 현황과 공장의 생산 현황을 확인해야 했고, 새로운 계약에 대한 물량 확보를 위해 어떻게 일을 배정해야 할지도 생각해야 했다.
‘통계 시스템이라도 있어 다행이었지. 진짜 인터넷이나 전화가 있으면 좋겠네.’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더 힘들었던 일처리를 떠올리며 레이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언뜻 마법지부 카우츠로부터 온 편지를 보아선 이 생각이 가능할 것도 같았지만.
‘앞으로 10년! 10년만 달꿈에서 더 투자를 많이 해주면 안될까? 그러면 내가 적은 것들 다 될 것 같은데! 지금 1년 째니까 9년만 더 투자해라!’
편지의 절반을 채우던 카우츠의 투자 제안에 레이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번 개국제 크론영지 대표단에 코티앙이 마법 협회에 들리기 위해 같이 올라 온다던데. 그 때 만나면 이야기를 나눠봐야 겠다고 레이는 생각했다.
광장에 도착해서 헬 찻집을 들리지 않고 지나치며 레이는 평소와 달리 다른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축제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축제 기간동안 특산품 시장이 될 곳은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흐음, 어디지-”
레이는 어제 특산품 시장 담당 관리로부터 받은 지도를 펼쳤다. 오늘 그는 크론영지의 자리를 한번 살펴보기 위해 이 곳을 찾아왔다.
한창 준비 중인 특산품 시장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레이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이 나타났다. 감탄인지 혹은 웃음인지 모를 것들이 말이다. 물론 비웃음이 아닌 어떤 흥미가 담긴 웃음이었다.
아직 많은 영지들이 도착하지 않아 그 수가 적었지만 대부분이 작년에도 참가한 곳들인지 이름이 꽤 레이에게 익숙하였다. 그런데 그들의 대부분이-
자신의 자리를 꾸미고 있었다.
‘확실히 작년과는 다르네.’
하나의 새로운 기준이 생겼기 때문이었을까.
‘작년 크론 느낌인데?’
어디선가 본 듯한 천막의 디자인. 완전히 똑같은 색도 똑같은 모양도 아니었지만 준비한 정도가 작년 크론 자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레이는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레이의 입가에 즐거운 미소가 지어졌다.
경쟁을 떠나 올해 특산품 시장이 한층 더 좋아질 것 같았고 발전할 것 같았기에.
“어?”
순간 레이는 눈 앞에 보이는 한 영지의 자리를 보고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그의 눈이 커졌고 곧-
“하하, 큽, 크흠.”
그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꾹 참아내며 연신 헛기침을 내뱉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이 없었는지 마주치는 시선이 없었고 레이는 다시 몇번 헛기침을 한 뒤 마음을 편히 가라앉히고 고개를 들어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크흠, 진짜. 이건 대박이네.”
레이는 눈 앞 꾸며진 자리를 보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러다가 영지의 이름을 보았고,
“아!”
작년 호든에게서 꽤 많이 들은 영지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때 레이의 귓가로 들려왔다.
“에헤이! 그렇게 하면 안되지! 바짝 신경 써서 해야 돼! 올해는 우리가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예예, 지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어휴, 진짜, 내가 이딴 것 때문에 이렇게 일찍 와서 준비해야 해?”
레이는 들려오는 말들에 귀를 기울이다가 관리에게서 받은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이 영지의 이름을 찾았고 그 자리를 보자, 결국-
“하하하하, 이거 진짜, 하하하-”
웃음을 참지 못했다.
누가 들을까 싶어 소리를 낮추며 레이는 지도로 얼굴을 가린 채 한참동안 웃어댔다.
“후아- 진짜 오랜만에 제대로 웃었네.”
레이는 얼굴을 가린 지도를 천천히 내리며 다시 눈 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어쩐지 익숙하더라 싶더니-
“자리와 겉모습까지-”
모두 똑같네.
작년 크론 영지에서 했던, 그 최악의 자리에서 최고의 자리가 되어버린 자리에 작년 크론 영지와 흡사한 흰색과 붉은 색으로 꾸며진, 레이가 정확하게 기억하지 않았지만, 그 모습이 올해 다시 눈 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크론 영지 사람들이 오면 이것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레이는 다시 한번 천막 앞에 적혀진 이름을 바라봤다.
‘웨스코 영지.’
칼펜 왕국 서쪽에 위치한 영지인 웨스코 영지. 작년에는 크론영지의 맞은편에 있던 영지였다.
‘흐음, 그때 호든 형이 조잔이라고 했던가? 그 관리에 대해서 말했던 영지 같은데.’
레이는 다시 천막 안을 바라봤다.
“똑바로 못해? 이것부터 치우고! 뭘 하던 좀 치우면서 해! 그리고 어디 앉을 자리 없어? 어?”
“조잔님.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의자는 또 뭐 이리 낡았어? 아, 진짜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네!”
궁금하네.
조잔이라는 관리의 모습과 웨스코영지의 자리, 그 겉모습들을 보며 레이는 생각했다.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과연 이 자리는 작년에 새로이 얻게 된 최고의 자리라는 그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갈 수 있을까.
작년의 크론을 떠올리는 모습을 보며 떠오른 레이의 생각들이 올해 크론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지도 모를 생각임에도 레이의 입가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크론은 기대해도 좋을거야.’
호든에게서 일을 부탁받으며 덧붙여진 글들을 레이는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작년과는 다른, 훨씬 더 나아진 모습일테니까.’
작년과 다른 올해의 크론.
작년의 크론을 떠올리게 하는 웨스코 영지의 모습.
이번 개국제에 기대하지 않았던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생길 것 같다는 생각에 레이의 눈이 빛났고 그는 웨스코 영지, 작년 크론의 자리에서 벗어나 올해 크론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인원을 늘리고 자리의 넓이를 확대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서 대신에 자리 위치 자체는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어. 알다시피 우리가 다른 뒷돈을 주는 것도 아니니까 좋은 자리를 기대하기는 애초에 어렵겠다 싶었거든. 물론-‘
지도를 따라 걸음을 옮길수록 레이의 입가에 미소가 점차 사라졌고 크론의 자리에 서게 된 레이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호든이, 크론 영지에서 조금 걱정이라며 덧붙였던 말은 틀린 생각이 아니었던 듯 싶었다.
‘물론, 다른 영지에서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 좋지 않은 자리를 배정하게 할 수 있지만. 그런 쪽에까지 신경 쓰고 돈을 낭비할 멍청한 영지가 있겠어?’
“있네.”
레이는 가만히 서서 눈 앞의 자리를 바라봤다.
작년보다 훨씬 더 넓은 자리였지만.
너무 구석인데?
주위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리고 몇 곳 미리 온 영지들이 보였고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던 레이는 황급히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이 자리가 구석인 것보다 다른 문제가 더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작년 영지 매출 순위들 중 특별한 몇가지를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흐음-”
하지만 그 눈빛에 실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우리한테 말이야. 그런 멍청한 짓을 할 리는 없지. 작년 최고의 자리는 아니더라도 작년 최고의 영지 사람들이 우린데.’
호든의 편지에 담긴 자신감은 단순한 허세가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레이는 조금 고민이 들었을 뿐, 실망도 어떠한 부정적인 감정도 들지 않았다.
다만, 올해는 또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그 답을 생각할 뿐.
“재밌겠네.”
올해마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면. 사람들은 어떤 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어떤 자리든 그 자리를 채운 크론영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지도를 다시 품 안에 넣고 특산품 시장을 벗어나 걸음을 옮기는 레이의 발걸음은 거침 없었다.
*
“호오- 저깁니까?”
호든은 함께 타고가던 마차 안의 관리가 창 밖을 가리키며 묻는 말에 그의 시선을 따라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
나직한 탄성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창 밖의 풍경을 보자 그는 새삼 도착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되었다. 지나가는 길에 들린 케인스시에서 볼보트 교수로부터 받았던 책을 보고 있던 호든은 이를 덮었다.
“네. 저깁니다. 그대로군요.”
“이야, 올해 저도 한번 가보고 싶군요.”
정말인가 싶어 의아함이 담긴 표정으로 호든은 관리를 바라보았고 이번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그는 그 시선에 머쓱하다는 듯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뭐, 그냥 궁금해서요.”
칼펜 왕국 수도 체크란시의 성벽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마차 창 밖으로 보이는 성밖의 마을, 빈민가를 조금 멀리 둔 채 크론 영지 대표단은 지나치고 있었다.
“그 작년 얘기 들어보니까, 그리고 뭐 요새 울빛도 그렇고. 그냥 그런 쪽들이 다 궁금해지더라구요.”
부서는 다르지만 동기이기에 같이 마차를 타게 된 관리를 호든은 처음으로 제대로 바라보았다. 그 관리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에는 어떤 멋쩍음이 담겨져 있었다. 말로는 궁금하다고 했지만 그 어디에도 호기심이라고 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궁금하다는 것이 단순한 흥미의 호기심이 아님을 호든은 알 수 있었다.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올해 저도 한 번 가볼 생각입니다.”
호든은 동기인 관리를 향해 말했다.
“같이 가보죠.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정말 상쾌하게 만드는 곳입니다.”
“네. 호든씨. 윈드인 영지 가기 전에 가보죠! 사실 저번에 레인시 울빛 근처는 몇번 가봤거든요. 근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뭔가 들어가보기 그렇더라구요. 그게, 참.”
멋쩍은 듯이 볼을 긁적이는 모습이 호든은 마음에 들었다. 왜 목적지에 다 와가서야 함께 한 일행의 생각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까 싶어 아쉬운 마음이 일었다.
“여튼 작년 개국제는 참가 못해서 그런지 올해 개국제는 기대되네요! 전 수도도 이번에 처음 오는 거 거든요.”
“전 작년에 온 게 수도 처음 와본 것이었습니다.”
“그래요? 그래도 호든씨가 수도 경험은 선배니까 잘 가르쳐 주십쇼!”
“하하하-”
호든은 동기의 능글맞음에 웃음을 터트렸다. 언제 도착할까 기대하며 기다렸던 곳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조금 긴장했었는데. 그래서 볼보트 교수가 준 책만을 뚫어지게 보고 있던 호든은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그를 향해 한껏 들뜬 표정의 동기가 말했다.
“올해도 그, 잘 되겠죠?”
무슨 그것을 가리키는지 아는 호든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열심히 준비했잖습니까? 열심히 준비하고 열심히 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마차 창 밖에서 숲의 바람이 불어와 호든의 머리를 흔들었다. 그 바람을 한껏 들이 마시며 호든은 이어 말했다.
“작년처럼요.”
호든은 가까워져 오는 수도의 성벽을 보며 기대로 뛰는 심장과 들이마신 바람으로 편안해지는 마음을 느꼈다.
개국제 일주일 전. 크론영지 대표단이 수도에 도착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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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자리를 시작합니다.
오늘도 빛나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