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hine Normally RAW novel - Chapter 295
0295 ==============================================
3부 우리의 빛 – 8. 자리
똑똑똑.
분명 잭은 서류를 정리하다가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들어오라는 말을 건넸고. 그리고 지금-
“레이. 무슨 일이지?”
의외의 인물이 방문하여 의아했다. 이 시간 쯤이라면 한창 크론영지 판매장은 물론이거니와 달꿈도 바쁜 시간일텐데. 잭은 축제 기간 내내 잠깐씩 판매장에서 얼굴을 본 것을 제외하면 본 적이 없는 이가 자신의 방을 찾아오자 반가우면서도 궁금했다.
그리고 또한 레이의 얼굴에서 은근히 나타나는 기분 좋음의 이유도 궁금했다.
“다름이 아니라, 한가지 여쭤볼 것이 있어서 찾아 뵈었습니다. 시간 되시면 잠깐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되네. 안 그래도 조금 쉬려고 했어. 여기 앉아서 말해보게.”
레이는 잭이 가리키는 곳에 앉은 뒤, 생각을 정리하는 듯 심호흡을 몇번했다. 잭은 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기다렸다. 분명 이런 반응으로 보아 작은 일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조청이 현재 영지에서는 사치품이지 않습니까?”
예상 외의 물음이 튀어나오자 잭은 의아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지.”
“그래서 현재 영지 안에서는 사치품으로 세금이 더 붙잖습니까?”
“그렇지. 사치품 항목이니 당연히 부과되는 율이 더 높지.”
“그런데 그건 현재 저희 영지에서만의 기준이잖습니까?”
“으음, 그렇지? 왕국이나 다른 영지에서 아직 조청이 판매되지 않-”
아무 생각 없이 말을 이어가던 잭은 저도 모르게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레이를 바라봤다. 지금 자신이 하는 생각이 맞냐는 의미를 담아 잭은 레이를 바라봤고 그 시선에 레이는 미소로 답했다.
“저희 영지 안에서만의 기준이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지.”
이거, 이거. 뭘 물으러 왔나 싶었더니. 잭은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일이었지만 눈동자 가득 흥미를 담아 레이를 바라봤다. 답을 하는 잭의 입가에도 미소가 서서히 지어졌다.
레이는 이어 말했다.
“제가 알아본 바로, 10년전부터 왕국 안에서의 모든 영지 간의 거래에 있어 세금은 그 물건이 소비되는 영지를 기준으로 매겨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건이 만들어져서 밖으로 나가는 시작점이 되는 영지에서는 무세이구요.”
“그렇지.”
잭은 더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은 채 이어 말했다.
“그걸 소비영지 원칙이라고 하지. 그에 관한 칼펜왕국 법도 있네.”
레이의 입가에 미소도 더 짙어졌다. 더 이상 물을 것이 없다는 듯 레이의 입이 더 이상 열리지 않자, 이번에는 잭의 입이 먼저 열렸다.
“큰 건을 하나 했나보군. 맞나?”
그 물음에 레이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무어라 답했고 잭은 그 답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레이답다 싶었다.
레이는 잭의 웃음이 그칠 때까지 함께 하다가 슬슬 나갈 채비를 했고 잭은 그런 레이에게 잘 가라 손을 흔들어 보였다. 레이는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다가 문을 열고 나가기 바로 전, 등을 돌려 여전히 자신을 보는 잭을 향해 말했다.
“보좌관님.”
“그래.”
“잘 부탁드립니다.”
“뭘 부탁하는지 말하지 않았는데 내가 알 것 같나?”
잭은 레이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네. 분명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이는 뒤따른 잭의 답이 들려오지 않자 다시 등을 돌려 문과 마주봤다. 레이는 문 너머로 향하기 위해 문고리를 돌렸고 문이 열리기 바로 전.
“비밀로 해두지.”
들려오는 잭의 답에.
“감사합니다.”
인사를 남기고선 열려진 문 밖으로 향했다.
탁. 작은 소리와 함께 문이 다시 닫혔다. 남겨진 잭은 여전히 그 닫혀진 문을 혹은 그 너머의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부러 나한테 먼저 찾아왔군. 아니-”
일부러 나한테만 말하러 온 것이겠지. 새어 나가면 안되니까.
물어본 것들은 이미 다 알아보고 확신을 한 채 온 것들이면서 또 묻는다라. 잭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를 통해 보고하면 혹여 정보가 새어나가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르고 이익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 굳이 문서가 아닌 직접 찾아와서 보고한 것이겠지.
잭은 아까 전 자신의 질문에 레이가 했던 답을 떠올렸다.
‘큰 건을 하나 했나보군. 맞나?’
그 물음에 레이는 덤덤하게 답했다. 미소마저 지운 채.
‘아뇨. 지금은 손해입니다.’
잭은 예상치 못한 대답과 레이의 분위기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이마 사이에 주름이 지기 시작했을 때, 레이는 이어 말했다.
‘미래에는 큰 득이 되겠지만요.’
그리고는 씨익 미소를 지어보이는 레이의 모습에 잭은 허탈함과 같은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잭은 레이가 오기 전까지 정리하고 있던 서류를 다시 집어들었다. 그러면서도 한켠에 떠오르는 생각에 피식하는 바람 빠지는 웃음이 자꾸만 흘러나왔다.
“조청을 이제 밖에도 파나보군.”
창 밖으로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지만 여전히 조용한 방에서 잭은 서류를 집어들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축제는 축제구만. 여러모로.
“어? 사장님! 오셨습니까?”
레이는 크론 영지 판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인사를 건네는 직원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힘이 든지 지쳐보였지만 밝은 표정의 직원들과 마주하자 절로 표정이 밝아지는 레이였다.
“네. 시식회는 마무리 하셨습니까?”
“그럼요. 오늘 마법협회 분들 왔다 가셨습니다.”
“아, 그래요?”
쿠온이 신이 나서 하는 말에 레이는 얼마 전 코티앙이 전한 편지를 떠올렸다.
‘중앙마법협회에 보고를 했고 권리 관계에 대한 귀속과 사후 방안에 대해서 명확히 정리를 해두었습니다. 최종 결제가 나오고 서류로 작성되면 바로 전해드리죠.’
코티앙을 닮은 정갈하고 짧은 편지.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속뜻은 꽤 엄청난 것들이었다.
“네! 오셔서 엄청 사가셨어요! 그것도 특품으로 말입니다. 사장님, 정말 오늘 큰 건 하나 한 것 같습니다.”
쿠온의 입에서 큰 건이라는 말이 다시 나오자 레이는 잭이 떠올라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레이는 새로이 진열된 특품 조청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의 시선은 점점 옆으로 진열된 조청통들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면 특품은 이제 거의 없겠군요.”
“네. 딱 알맞게 다 팔릴 것 같습니다. 상품도 그렇구요. 중품은-”
창고를 떠올리며 쿠온은 말꼬리를 흐렸다. 그 흐려진 말꼬리를 레이가 이어 받았다.
“중품도 곧 다 팔리겠군요.”
“…예?”
“새 중품 말입니다.”
“정말 입니까?”
레이의 입에서 나온 새 중품이라는 말에 쿠온은 창고 안에 있는 짐마차들을 떠올렸다. 기존의 중품과는 다른, 겨울 내내 통을 만들고 준비했던 조청들 중 하나.
쿠온의 얼굴이 걱정에서 놀라움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레이는 입가에 미소를 드리웠다.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닙니다. 사장님.”
“못 팔릴 줄 아셨습니까?”
“그, 그게 아무래도-”
쿠온은 아무 답도 못하고 우물쭈물거렸다. 그 사이 레이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한창 바쁜 판매장의 구석. 수많은 소리들에 묻힐 만큼 작은 레이의 목소리가 쿠온의 귀에만 오직 닿았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여러번 말해왔듯이.”
레이와 쿠온의 시선이 마주쳤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이니까요.”
쿠온은 짐마차들 안에 있을 새 중품 조청을 떠올렸다. 그 중품 조청을 원래의 것과 비교하기 위해 달꿈에서는 ‘두번째 중품 조청’이라고 불렀다.
기존의 것에 비하면 크기도 줄어들었고 새로이 단장한 중품 조청의 디자인이 아닌 이전의 디자인이라 조금 더 촌스러웠다.
두번째라는 이름이 단순히 두번째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뜻 뿐만 아니라 그 겉모습도 첫번째보다는 떨어져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했다. 그래서 만드는 내내 잘 팔릴 수 있을까 조금 걱정했었는데.
레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쿠온을 향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우리는 팔기는 다 팔았지만.”
만족스러움이 담긴 미소가 레이의 입가에 지어졌다.
“아직 팔린 것은 또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쿠온의 시선을 모른 체하며 레이는 들뜨는 기분을 맘껏 즐겼다.
중품 조청을 살리기 위한 두번째. ‘희소성을 줄이자.’
그러기 위해 기존의 중품 조청보다 떨어지는 두번째 조청을 만들었고 이를-
‘계약 했지.’
다른 등급은 아직 할 수 없다고 못 박았으며 오직 두번째 조청과 한정판으로 만들어진 조청에 대해서만 새로운 거래처를 만들어 공급하기로 했다.
‘한정판을 같이 한 게 좋은 수였어.’
아름다운 외양과 더불어 서로 좋은 번호를 얻어가고 싶어했으니까. 아무래도 의미있는 번호를 가져가야 잘 팔리지 않겠나.
축제가 끝나고 나면 그 뒤부터는 또 다시 오직 크론영지에서만 팔릴 조청이었다. 특품과 상품이 좋다지만 그 아래인 중품 조청을. 그것도 꿀 중품보다 낮은 가격에 팔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도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을 것이다.
‘물론 두번째 조청이라도 아직 물량에 한계를 두었지만.’
원래라면 조청 자체를 더 적게 공급할 생각이었던 레이였다. 하지만 조청 안에서도 그 희소성에 차이가 있음을 깨달은 이상. 그 방편으로-
공급 물량을 늘려서 조청이라는 것의 이름을 더 알리고, 품질 특성이 존재하는 상품과 특품의 희소성을 더 높여서.
기존에 존재하던 희소성의 격차를 더 늘리는 것 또한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 레이는 여겼다.
“저, 사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
여전히 알 수 없다는 듯이 얼굴 가득 의문을 띄운 쿠온을 보며 레이는 미소를 그리며 답했다.
“다 잘 되었다는 말이었습니다.”
다 잘 되었다.
더도 덜도 말고 바랐던 만큼 이루었다.
쿠온은 모든 뜻을 알 수 없었지만 판매장을 보며 미소짓는 레이의 모습에 결국 따라 편안한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두 사람은 축제의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이들이 찾는 판매장의 한 구석에서 이를 바라보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 찬 곳에서 오직 레이의 귓가에만 들려오는 목소리가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왔다.
[메인 퀘스트 첫번째 ‘달콤한 꿈’을 51.3% 진행하셨습니다.]축제의 여섯번째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
그리고 축제의 마지막 날. 그 날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안느! 메리! 둘 다 어디 간거야? 바쁜데!”
“언니, 언니! 저 왔어요!”
헐레벌떡 뛰어온 안느는 연신 헉헉대는 숨을 애써 고르며 똑바로 섰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메리가 뛰어와 안느의 뒤에 섰다. 변명할 여지도 없이 같은 방을 쓰는 두 사람은 늦잠을 잤고 지각을 하였다.
“흐음. 지금은 잔소리 할 시간도 없으니까. 넘어가지만. 다음 번에는 그냥 안 넘어가요?”
“네! 감독관님!”
“네!”
“답은 잘해.”
쥬시는 씩씩하게 답하는 두 사람을 밉지않게 흘겨보고는 일렬로 선 사람들을 바라봤다. 작년이라면 이 일렬로 선 사람들은 모두 여성이었겠지만 올해부터는 남자 직원들도 같이 서 있게 되었다.
빌리는 프릴링 장신구를 제작할 때 여성용 뿐만 아니라 남성용의 장신구도 제작했었다. 그게 의외로 인기가 많았다. 대부분의 평이 깔끔하고 하나 쯤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평들이었다. 물론 여성용에 비하면 턱없이 적게 팔리기는 했지만.
짝.
쥬시의 박수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그녀는 그 시선들을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마지막 날인 것 알고 있죠? 그런만큼 오늘은 다르게 하는 것 또한 알고 있을 거에요.”
그 말과 함께 쥬시는 각자에게 띠를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각자가 맡은 계절의 옷과 장신구를 한 채로 그들은 새로운 띠만을 받아서 새로이 어깨에 둘렀다.
안느는 자신에게 둘러진 띠를 보았다.
‘크론영지 달꿈 마스코바도 마지막 판매!’
그녀는 옆에 있는 메리의 띠를 슬쩍 보았다.
‘크론영지 최고의 자기 장인 코이노트!’
안느는 자신의 문구가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하면서 띠를 살짝 쓰다듬었다. 오늘 그녀가 하루종일 매고 다닐 띠였다.
쥬시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다들 각자가 새로이 받은 크론 영지 판매장의 제품들에 대한 띠를 두른 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늘은 프릴링을 포함한 크론 영지 대표단 모두를 위해 힘을 쓰는 날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우리는-”
쥬시는 양피지 하나를 펼쳐들었다.
마치 군대의 작전 사령관처럼 지도를 짚으며 선을 그리는 그녀의 표정은 비장했다.
“이 빨간 선을 따라 수도의 곳곳을 하루 종일 반복해서 함께! 이동할 예정입니다. 다들 준비되셨죠?”
“네! 감독관님!”
“당연하죠! 오늘 체력 만땅입니다!”
“저 많이 자서 힘이 넘칩니다!”
각자의 씩씩한 답에 쥬시는 마음에 든다는 듯 미소를 지었고 그들은 곧 쥬시의 지시에 따라 일렬로 크론영지 판매장을 나섰다. 제일 앞에 서게 된 남자 직원은 팻말을 높이 치켜 들었다.
“자. 그럼 오늘도 수고하세요! 출발 하세요!”
쥬시의 마지막 말에 선두의 남자부터 시작해 다들 일렬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제일 선두에 선 남자의 팻말.
‘마지막 날, 오늘! 특산품 시장의 하늘을 닮은 곳. 크론영지 판매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그 팻말을 시작으로 일렬로 이어진 크론영지 홍보단이 마지막 날을 제대로 장식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수도 체크란시 곳곳, 아직까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축제의 현장 속으로 들어갔다.
축제의 마지막 날. 크론 영지는 힘차게 그 마지막의 시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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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추천 감사합니다.
쿠폰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가 정말 쉴 새 없이 오네요.
그 때문인지 습도가 높아서 찝찝한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들 상쾌한 하루, 빛나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