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hine Normally RAW novel - Chapter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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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우리의 빛 – 9. 우기
비 때문에 장사가 안 되더라도 우기가 시작된 초기에는 정신이 없었다. 늘 우기가 시작되기 전 쯤 준비를 해도 막상 그 순간이 닥치면 조금씩이라도 사건 사고가 나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저녁 때 쯤이 되어야 사람들은 시간이 났다. 그렇다고 해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어둠의 7일. 그 일주일 동안은 여유가 있을래도 있을 수가 없었다. 다만, 혹시 있을 위험 때문에 저녁이 되면 한 곳에 머물러 웅크리고 있었기에 시간이 많을 뿐.
“뭘 그리 빨리 빨리 가?”
아이즌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투박한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 담긴 섭섭함을 모를 아이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모른 체하며 입을 열었다.
“바쁩니다.”
“.. 못난 놈.”
곧바로 들려오는 욕에도 아이즌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그 표정에 더 화가 난 데커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요즘 뭘 그리 바빠가지고 매일 와서 그 얼어붙은 낯짝만 슬쩍 보이고 가냔 이 말이야! 계속 밖에 돌아다니는 거 보니까, 계약이 많이 늘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저녁 한 끼 같이 할 시간도 없냐? 이 놈아!”
“그래, 그래. 아이즌, 저녁은 하고 가.”
“오랜만에 우리끼리 모였잖냐, 그냥 먹고 가.”
“야! 저 늙은이 투정부리는 것 안 보이냐? 먹고 가!”
데커의 말을 이어받아 미디엄시 시장 모임의 몇몇이 아이즌에게 도로 앉아라고 손짓했다. 데커의 집에 모인 이들은 시장 모임의 모두는 아니었지만 핵심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처음 이 모임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던 이들.
그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는 날이 오늘이었다.
아이즌은 그들의 부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데커를 바라봤다. 데커는 마주친 시선으로 연신 입술을 씰룩이고 눈썹을 위로 훽 올린 것이 도로 앉아서 저녁을 먹자고 무언의 협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냉한 얼굴의 아이즌은 입을 열었다.
“그럴 시간 없습니다.”
“허어- 밥도 안 처먹고 다른 거 할 시간이 어딨다고! 그래, 가라, 가!”
데커는 결국 폭발해서 문을 가리키며 아이즌에게 외쳤고 다른 이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아이즌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보이곤 데커가 가리킨 그 문으로 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이즌에 의해 열려진 문 사이로 들렸던 세찬 빗소리는-
쿵. 그가 문을 닫음으로써 다시 사라졌고 데커는 얼굴을 벌겋게 물들였다.
“저, 저, 저! 저 놈이 진짜로 가?”
“아이고, 형님. 아이즌은 가라고 하면 가는 놈인 걸 모릅니까?”
“그러니까요. 어르신은 매일 당하면서도 모르십니다.”
데커는 다른 이들의 말을 들으며 의자에 덜썩 앉았다. 그는 영 요즘의 아이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같이 밥을 먹어주지 않아서 때문이 아니었다.
아무리 바빠도 제 몸 관리는 제대로 하는 놈인데, 이상하게 요즘 들어 얼굴에 피곤이 보이는 것이 체격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제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데커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휴, 도대체 뭘 한다고 그리 바쁜지.”
한숨과 함께 튀어나온 데커의 말에 다른 이들도 연달아 한숨 혹은 걱정을 담아 말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이즌 저 놈이 아무리 냉한 얼굴이라고 혈색은 좋았는데, 요새 영 푸르죽죽한 것이-”
“형님이 보시기에도 그렇습니까? 제가 보기에도 요즘 영 안색이 안 좋더라구요. 근데 또 눈빛은 생기가 넘치다못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아서 안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지도 않고.”
회원 중 한명의 말에 데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답답하다 이 말이야! 뭔 일을 하기에 눈에는 힘을 팍 주면서 혈색은 어디 수프 하나 못 얻어먹은 놈처럼 해 다니는지!”
그의 큰목소리에 회원들은 늘 겪었던 일처럼 허허 웃으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 보냈다. 데커 역시 다른 이들이 들어주기를 원했던 것이 아닌지 연신 불평을 쏟아내었다.
“꼬맹이, 레이 그 놈은 아예 밖으로 나가서 돌아오지를 않지! 슈멜츠, 그래! 그 놈도 아이즌처럼 무슨 수프 하나 못 얻어먹은 놈 같이 다니지, 아니, 그 놈은 집도 잘 사는 놈이 왜 그래 다니냐 이 말이야! 거기다가 그 놈은 어디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고 눈은 뭘 그리 칙칙하게 해 다니는지. 젊은 놈들이 다 문제야, 문제!”
회원들은 데커의 불평이라고 쓰고 걱정이라고 읽은 말을 들으며 고개를 절레 절레 가로저었다. 그리고 아이즌이 빠진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둠의 7일. 그 중반을 넘어가는 날. 저녁에서 밤으로 흘러가는 시간에 데커의 집은 환한 빛과 많은 소리들을 비 속으로 흘러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 속을 걸어가고 있는 이. 아이즌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 창문으로 환한 빛을 뿜어내는 데커의 집을 가만히 바라봤다. 정기적으로 가지는 저 저녁식사는 아이즌 그에게도 꽤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모르고 당하냐, 아니면 알고서 당하냐 그것의 차이이기에 이렇게 미리 알려드립니다. 이미 2월 말 때 쯤, 봄부터 놓여진 덫이고 뒤늦게 우리가 알아챘기 때문에 아무 피해 없이 끝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두 달 전 쯤 들었던 슈멜츠의 말이 아이즌의 귓가에 맴돌았고, 그 목소리 덕에 아이즌은 데커의 집에서 나오는 그 빛을 외면한 채 등을 돌릴 수가 있었다.
그는 다시 빗속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한 달 전 다시 긴밀히 만나게 되었을 때, 슈멜츠는 아이즌에게 양피지를 하나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보시면 알겠지만. 이어져있는 선들이 다른 곳들보다 남부에서만큼은 견고한 편입니다. 이걸 이용하면 저쪽에 피해를 입히는 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리만 피해를 입을 수 없지 않습니까?’
레이로부터 받았다던 이음새 협회와 비슷한 적을 가진 모임들의 연락망. 그 목록을 건네던 슈멜츠의 표정은 이전의 그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냉정함과 어떤 결심이 담겨져 있었다. 자신의 성격과 다른 결심을 하게 된 이들이 지을 수 있는 그런 쓰라림이 담긴 눈빛이었다.
그 목록을 받아들고 나서 아이즌은 밖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지도 않은 과거. 3차 회원의 가입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심사위원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이유로 만났던 슈멜츠는 그 만남에서 말했다.
‘우기가 끝날 때 쯤. 마음의 준비를 해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아이즌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리고 데커 어르신과 다른 분들께도 미리 알려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아이즌은 답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슈멜츠의 의문이 담긴 표정을 무시하며 더 이상의 답을 아이즌은 하지 않았다. 말보다는 결과로 보여주는 것을 아이즌은 좋아했으니까.
그리고 정말로 그럴 필요가 없었다.
상인협회에서 꾸미는 짓이 그들의 영지 별 상인협회의 끈을 이용해서, 미디엄시의 상인들 각각이 하는 거래가 한 과정으로, 일부분으로 포함된 그 순환의 고리 자체를 망가뜨리고자 하는 것일지라도.
작은 시장모임 하나를 피해입히기 위해 연관된 많은 이들을 먼저 망가뜨리고자 하는 무지막지한 짓일지라도.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이즌은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있음에도 얼굴에 부딪치는 빗방울을 손으로 털어내었다.
‘미디엄 시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걸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현재 미디엄시 상인들의 거래 중 그 거래의 최종 목적지가 외부, 영지 밖으로 닿는 경우를 뽑아 봤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정보로는 이 외부로 향한, 여기에 적힌 목록들 중에 크론영지와 타 영지 상인협회의 개입이 있을 수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슈멜츠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디엄시 상인의 거래가 일부분이 되어 여러 단계를 거쳐 그 상품의 최종 목적지가 외부로 향하는 경우를 목록으로 뽑아서 주었다.
‘확실하게 크론 지부 상인협회가 외부 영지 상인 협회와 거래를 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애초에 증거를 그들이 만들지도 않았겠지만. 이게 참. 이음새 협회로서는 손 쓸 도리가 없더군요. 저도, 저희 가문도 그렇고.’
아이즌은 그 때 슈멜츠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때는 두 달 전이었고.
한 달 전. 슈멜츠에게 새로운 목록, 이음새 협회를 비롯한 각종 협회와 모임이 적힌 목록을 받게 되었을 때. 생각했었다.
슈멜츠는 자신이 가진 무기를 아직 잘 쓸 줄 모르는 구나.
쏴아아아아-
갑자기 전보다 더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시야는 이미 떨어지는 비로 인해, 어둠으로 인해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즌은 지금 자신의 세계가 잘 분간이 되었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마침내 미소가 지어졌다. 피곤과 힘듦으로 인해 지친 얼굴이었지만 그의 눈빛만은 살아 숨쉬고 있었다. 엄청난 빗소리에 묻힐 작은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애초에 아이즌 자신은 슈멜츠와 달랐고 적어도 그보다 경험은 많았다.
피해를 입을 바에 상대에게도 그 피해를 입혀라?
어리석은 소리.
나에게 피해라는 칼을 들이미는 자가 있다면 그것을 빼앗아 도로 찔러버리는 것이 아이즌의 방식이었다.
같은 적을 둔 자들은 생판 모르는 남일지라도 서로 간에 강한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함께 소망한다.
한방이라도 먹여보자.
빗속 어둠으로 걸음을 옮기는 아이즌의 입가에 미소를 사라지지 않았다. 데커의 집에서 나오는 환한 빛. 그 빛을 지키기 위해 아이즌은 그 빛으로부터 떨어진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끝마을 달꿈 보관소의 창문이 덜컹거렸다. 아무래도 오늘따라 바람이 세게 분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째 보고 왔지만, 오늘은 유독 심했다.
남자, 치드는 저도 모르게 빗속에 묻힐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옆의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이 빗속에 너무 한 거 아니야?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지만. 이건 할 짓이 아닌 것 같다. 차라리 비가 그치고 하면 몰라.”
세찬 비바람으로 인해 잘 들리도 않는 그 투덜거림을 들은 동료는 작게 미소를 그리며 답했다.
“비가 그치면 할 필요가 없는 일이잖아. 못하는 일이기도 하고. 괜히 감독관님한테 안 좋은 소리 듣기 전에 얼른 하자고.”
다른 동료들도 그 동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보관소 주변을 살펴보았다. 치드는 어제까지만 해도 대충 멀찍이서 확인만 하고 넘어가던 것과 달리 오늘은 본격적으로 하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매일 밤마다 이게 뭔 짓인지.
꼼꼼한 동료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대충 대충 하지.
“내가 진짜 돈만 아니면!”
치드는 저 위 지붕 근처의 환기를 위한 창문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비 때문에 다 닫혀진 창문은 덜컹거리기는 했지만 튼튼해서인지 이 정도에는 버틸 만해보였다. 그리고 안에는 나무를 덧대어서 혹시 창이 부서줘도 피해가 없게 한 것이 보였다. 어디 물이 새는 곳도 없고.
보관소 벽 자체도 튼튼해서 무언가에 부딪쳐 망가질 염려도 없어 보였다.
치드는 동료들을 따라 보관소의 외벽을 빙 둘러보며 관찰했다. 특별히 귀하지만 상황 때문에 준다며 전해받은 마법 전등은 비에도 굴하지 않고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
‘지대는 높아도 근처에 산이나 돌덩어리가 없어서 어디 산사태 맞을 염려도 없고. 조금 홀로 떨어진 기분이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진짜 좋지.’
귀중한 물건을 보관하는 보관소로서는 말이다.
치드는 피식 바람 빠지는 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제 앞으로 가볼까?”
이 일을 담당하고 리더 역할을 하기로 한 덩치 큰 남자가 다가와 한 명 한 명에게 말을 건넸다. 워낙에 비 바람이 세서 웬만한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물음에 치드는 드디어! 라는 생각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이들도 비슷한 몸짓으로 긍정을 내비췄다.
덩치 큰 남자는 그 모습들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앞장 서서 걸음을 옮겼고 다른 이들도 걸음을 옮겼다. 이미 며칠 간의 확인으로 이 일은 끝난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치드의 걸음은 경쾌하기 그지 없었다.
이제 오늘만 하면 밤마다 이 고생도 안 하고 쉴 수 있다!
그 사실이 그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윽!”
순간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에 치드는 눈 안으로 빗방울이 들어와 황급히 손을 눈가로 가져갔다. 갑자기 끝날려는 데 이게 무슨 일인가.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철저히 하라던 감독관의 말이 떠올랐다. 치드는 손으로 마법 전등을 주위로 돌리면서 보관소 밖 어둠을 살펴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에이, 이게 뭐야.
안도의 한숨을 저도 모르게 내쉰 치드는 다른 동료의 손짓을 따라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보관소의 정문 앞에 도착했을 때. 그 걸음을 멈췄다.
튼튼한 문에는 쇠사슬로 문고리를 감아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치드는 동료들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선이 마주친 리더 격의 남자를 향해서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후우-”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리더 격인 남자의 심호흡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제 끝이다! 치드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자물쇠 바로 앞에 선 덩치 큰 남자를 바라봤다.
이 순간만큼은 빗소리보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더 크게 들려왔다.
덩치 큰 남자는 문 앞에 서서 품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가 바로 뺐다. 그리고는,
쾅!
손에 들린 도끼로 자물쇠를 힘껏 내리쳤다.
검술 훈련소를 나왔다가 사고를 쳐 용병 일을 못하게 된 남자의 손 힘은 일반인을 넘어섰다.
쾅! 쾅! 쾅!
몇번이나 도끼와 쇠사슬이 부딪치는 소리가 빗소리를 깨며 들려왔다.
어느 새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어둠의 7일 그 중반을 넘어가는 날.
덩치 큰 남자는 도끼로 자물쇠가 채워진 쇠사슬을 내리쳤다.
치드는 심장이 두근댔다. 매일 저녁 마차를 타고 와 밤이 되면 멀찍이서 살펴보고 몇번에 걸쳐 확인을 했었다. 그리고 오늘 동료들의 염려와 감독관의 지시로 더 세세하게 확인을 했다.
지금 이 시간에는 보관소에 아무도 오지 않는다.
이를 그들은 확신했다.
쾅!
이전에는 듣지 못했던 큰 소리가 들려왔고 쇠사슬은 마침내 도끼에 의해 끊어졌다.
덩치 큰 남자, 리더 격인 남자는 쇠사슬에서 시선을 떼어 주위의 동료들을 한번씩 바라봤고 그들의 눈빛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쇠사슬을 풀었고 무거워보이는 문의 문고리를 쥐었다.
치드는 심장이 크게 쿵쾅댔다.
이것만, 이것만 해결하면!
한몫 단단히 쥘 수 있다!
천천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빗소리조차 지금 이 순간 치드의 귓가에 들려오지 않았다. 살짝 열려진 문 틈 사이로 어둠만이 보였고, 어떠한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문을 열다 만 리더는 동료 4명을 바라봤고 눈빛으로 의견을 주고 받은 그들은 몸에 한껏 힘을 주었다.
리더는 그 모습에 시선을 다시 돌려 보관소 열려진 틈 사이로 보이는 어둠을 주시하다가 힘을 주어 문을 힘차게 열었다. 그들은 다 열린 문 안으로 함께 뛰쳐 들어갔다.
완전히 보관소 안으로 들어선 그 순간, 마법 전등으로 빛에 익숙해졌던 치드의 눈이 어둠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마법 전등을 보관소 속 어둠을 향해 비추기 시작했을 때. 그 때.
화악-
보관소 안, 깊숙한 곳에서부터 먼저 빛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치드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열명의 장정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때 그는 직감했다.
“마, 망했다.”
도망가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려던 치드는 그보다 먼저 쿵 소리를 내며 닫혀지는 문에 눈을 크게 떴다.
열 명보다 더 있었어!
인기척이 없기는, 뭐가 없단 말이야!
도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달꿈 보관소에 몰래 처들어왔던 다섯 명은 저마다의 무기를 손에 쥔 채 자신들을 바라보는 남자들을 보며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치드의 손에 들린 마법 전등이 힘을 잃고 밑으로 떨어졌다.
보관소 밖의 빗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공간 속에서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밤이 길어지겠구만.”
달꿈의 총괄 감독관 세반이 무서우리만치 차가운 표정을 한 채로 입을 열었고, 길어진 밤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댓글, 추천 감사합니다.
쿠폰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가 지나가니 더위가 엄청 나네요.
시원하고 빛나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