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hine Normally RAW novel - Chapter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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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우리의 빛 – 12. 금빛
“확실히 이 건물이 좋구나. 위치도 조용한 곳이고.”
“그렇죠?”
“그래, 바쁠텐데 좋은 곳 알아봤구나.”
노스가 건네는 말에 레이는 씨익 웃어보였다. 두 사람은 오늘 이음새 협회를 위한 공간으로 쓰일 작은 건물을 보고 왔다. 제 2 상업지구의 외곽에 단층의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위치나 가격, 건물의 내용 등을 살폈을 때, 알맞다 싶어 계약은 아직 하지 않았지만 꽤 마음에 드는 둘이었다.
“그럼, 울빛에 가느냐?”
“네. 오늘 심사위원들 모이기로 해서요.”
인사를 나눈 레이는 노스와 헤어져 울빛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9월의 중순이라 그런지 확실히 낮이어도 그렇게까지 덥지는 않았다. 물론 여전히 땀이 조금 날 정도로 덥기는 하지만, 8월의 땡볕보다는 나았다.
“팀. 나 울빛 갔다가 올게. 장부 정리 다른 분들이랑 같이 해놔줘. 갖다와서 확인하게.”
“네, 형!”
가는 길에 달꿈에 들러 레이는 회계 업무를 담당하게 된 이들 중 한명인 팀에게 말을 전하고 다시 울빛으로 향했다.
작년 9월 말에서 10월 초 쯤에 진행하던 면접을 올해부터는 앞당겨서 중순의 끝 쯤에 시작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울빛 신청은 이미 끝이났고 지금은 다음 주에 있을 면접 준비로 울빛은 바빴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접수대의 여직원과 인사를 나눈 레이는 울빛의 제일 윗층에 있는 회의실을 향해 걸어갔다. 신청이 끝났음에도 울빛을 찾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어딘가 조용하면서도 시끌시끌한 분위기에 레이는 작게 미소를 그렸다.
“안녕하세요- 제가 제일 늦은 건가요?”
레이는 회의실 문을 열며 보이는 풍경에 미소를 더 짙게 그렸다.
“그래! 늦었다! 빨리 빨리 다녀야지!”
“하하, 아닙니다. 아직 약속 시간도 안 됐습니다.”
작년 심사위원이자 요리 장인 쿠크스의 괄괄한 목소리와 뒤 이은 아킬란 교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이, 그래도 한 10분 전에 와서 있어야지!”
“흐음, 어르신은 레이 오기 한 이분 전에 도착하신 것 같은데-”
“크흠, 큼! 아킬란 교수가 잘못 기억하고 있구만.”
딱딱하기 보다는 유쾌한 분위기가 회의실을 채우고 있었다.
작년 심사위원이었던 쿠크스를 비롯해 관리인 저스티스가 와 있었고 전 심사위원인 아이즌을 대신해 아킬란 교수가 새로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회의실 중앙에는 슈멜츠가 있었다.
“요즘 바쁘셔서 오늘 못 오신다고 들었는데, 오셨네요.”
레이는 법무부 수장 저스티스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저스티스는 평소의 그 사람 좋은 표정을 지은 채로 입을 열었다.
“원래 바쁠 예정이었는데, 잠시동안 시간을 냈네. 아무래도 오늘 이후로는 더 바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는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레이를 비롯한 다른 이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 중 슈멜츠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다음 주 면접 때 나 대신에 다른 관리를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네. 슈멜츠 사장과 한번 만나봐서 슈멜츠 사장은 알겠지만, 나보다 더 고지식한 사람이라, 이런 일에 아주 제격이야.”
“고지식하시지는 않았지만 좋은 분이시더군요.”
저스티스의 말을 뒤따른 슈멜츠의 말에 다들 조금씩 아쉬운 표정을 드러내면서도 수긍했다. 사실 다른 이도 아닌 수장 격인 저스티스가 심사위원을 위해 오랫동안 자리에서 빠지는게 이제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웬만하면 내가 참석하겠네. 난 이 면접이 좋거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전한 말에 다른 이들도 말을 내뱉었다.
“하긴. 나도 그래서 부주방장한테 맡기고 면접을 하려고 하는 거지. 이게 할 때는 기분이 나쁜데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뭔가 이상해.”
“기분이 왜 나빠지십니까?”
아킬란이 의아하다는 듯이 쿠크스를 바라봤고 그 시신에 쿠크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마 교수도 겪어보면 알걸세. 아마 면접하는 첫날 저녁 먹을 때 쯤에 입맛이 없을 걸? 생각도 갑갑하고 마음도 갑갑하고. 내 생각에 아킬란 교수는 특히 더 그럴 것 같네. 그렇지 않나, 레이?”
쿠크스가 건네는 말에 레이는 아킬란을 바라봤고 아킬란은 여전히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슈멜츠의 말에 따르면 좋은 일에 참여한다고 들떠있던 아킬란 교수라고 했는데-
아마 겪어보면 알리라. 꼭 좋은 일이라고 해서 기분 좋고 편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으음, 조금요? 그래도 어르신보다는 덜 하실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가장 감수성이 많으신 분이 쿠크스 어르신이잖습니까?”
“뭐? 허어- 이 어린 놈이!”
레이의 장난기 어린 말에 쿠크스는 화를 낼 듯 눈썹에 산을 그렸고 다른 이들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다들 레이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안 그런 듯 하지만 가장 눈물이 많고 사람 챙기기를 좋아하는 게 쿠크스였으니까. 작년 울빛 합격자들 식사 초대도 그렇고.
한결 나아진 분위기 속에서 슈멜츠는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심사 방식에서 변동된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작년의 면접이나 그 이후의 심사 과정이 나빴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울빛은 최대한 이를 보완하고자 노력했다. 물론, 면접이라는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수 밖에 없는 과정이었지만 이를 최소화 하고자 했다.
“작년 두리뭉실하게 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평가 항목을 각 분야 별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저희 내부 회의 결과와 심사위원 분들의 의견을 반영한 부분입니다.”
슈멜츠의 말에 따라 심사위원들은 서류를 읽어내려갔다.
“1차적으로 각각 항목 별 점수를 바탕으로 매기고 그 이후 그 자료를 토대로 커트라인을 나눈 후에는 면접관들의 논의를 통해서 최종 합격자를 뽑기로 했습니다. 다들 읽어보시고 혹 추가 수정해야 하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서류 넘기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리고 그 후,
“저는 개인적으로-”
아킬란 교수의 말을 시작으로 논의에 들어갔다. 대부분이 항목에 대한 문제였고 그 평균을 내는 방법과 제한선에 대한 이야기들을 차례로 나누었다.
“그런데 제 생각에 그 자격 요건이나 제한선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규칙과 선들에 너무 얽매이다 보면 놓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그 부분은 동의하네. 사람마다 사연이 다른 법이고, 한 단면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레이는 자신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쿠크스에게 작게 미소를 그려보였다.
“제 생각에는 아무리 이 항목들이 객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한다고 하지만, 결국 우리 사람이 판단함으로서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고 보거든요.”
그 말에 아킬란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른 이들이 더 긍정을 표했다. 작년의 경험이 있었으니까. 다들 합격시키고 싶은 우선순위가 있었고 원하는 이들이 달랐었다.
“그래서 우리가 작년에 그 정하는 데에만 엄청 오랫동안 회의를 하지 않았는가?”
“맞습니다. 어휴, 다들 자기 주장을 엄청나게 펼치시는데.”
저스티스의 말에 슈멜츠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 저었다. 심사위원이면서도 울빛의 일을 주관하는 사람으로서 그는 그 때 각자의 의견을 열성적으로 펼쳤던 심사위원들 덕분에 고된 나날을 보냈어야 했다.
“그래서 면접 후의 심사위원 간의 충분한 논의가 가장 필요하다고 보고, 그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심사위원 분들을 믿지만 외부와의 접촉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구요.”
충분한 논의와 그 과정 상의 공정성이 중요한 문제라고 레이는 보았다. 그렇게 레이의 말이 끝났고, 뒤이어 쿠크스의 입이 열렸다.
“그건- 당연한 것 아닌가?”
뭘 그리 당연한 것을 말하는 것이냐는 어투에 회의실에는 작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레이 역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자, 다들 그만 웃으시고 그럼 마저 진행하죠.”
슈멜츠는 다시 회의를 진행시켰고, 회의는 꽤 늦은 시간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그 회의가 진행되는 순간, 한 곳에서 회의를 마친 이들이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영주 바렌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소파로 향했고 바로 그 자리에 앉고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보좌관 잭을 향해 눈짓했다. 잭은 맞은편에 앉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전 동안 계속 준비한 게 겨우 11월 되어서 제대로 시작할 수 있겠군.”
나직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잭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은 인물들이 많이 뽑혀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바렌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단에서 훈련 일정표는 언제쯤 올려보낸다고 했지?”
“아마 축제 전에는 올릴 것 같습니다. 요즘 워낙 기사단이나 병무부에 일이 많으니까 닥달을 할 수도 없더라구요.”
그간 영주 바렌이 신경 썼던 것 중에 하나가 기사단 인원을 확충하고 양뿐만 아니라 그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인재들을 영입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생각보다 그 인원을 채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때문에 조급하지 않아도 될 일이 괜히 조급하게 느껴져 바렌은 저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이 졌다.
“하긴 그렇지. 어쨋든 본격적인 훈련은 내년 봄부터 한다고?”
“아무래도 갑자기 추워지는 겨울 동안에는 훈련이 어려울 것 같으니 그 동안은 영지에 적응하는 기간으로 두고 그 이후 봄부터는 본격적으로 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잭은 바렌의 미간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다들 수준은 만족할만한 수준이라 다행이었습니다. 특히 기사학교 졸업자들이 많아서 앞으로 꾸준히 성장시키기에는 좋을 것 같습니다.”
“신기하군. 보통 만족할만한 수준의 예비 기사 지망생이라면 후원을 받아서 졸업 후에는 정해진 길이 있을텐데. 아-”
말을 하다보니 바렌은 자신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내었다. 그는 잭을 보며 말했다.
“마법사군.”
잭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네. 본래라면 기사들에게 많은 투자를 했을 영지들이 이제는 기사 확충에 예산을 줄이고 마법사들에게 투자를 늘렸죠. 그 덕에 어려워진 평민 출신들이 많아졌고 저희는 득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군.”
“예.”
바렌은 잭의 뒷편으로 보이는 창 밖을 바라봤다.
영지의 예산이 늘어봤자 매년 비슷한 상황일 터. 크게 영지가 성장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러니 당연히 마법 지부나 마법사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 기사를 줄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한동안 계속 될 것이고.
“우리한테 좋은 일이군.”
잭이 씨익 웃어보였다. 그 모습에 바렌은 피식 웃었지만 한가지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쉽군. 영지 출신 기사가 없다는 게 말이야.”
이번에 새로이 들인 기사들 중 남쪽 출신은 꽤 많았으나 크론 영지 출신은 없었다. 기사가 되는 이들 중 평민이 월등히 많아진 상황에서 이전 크론영지의 상황이라면 크론 영지 출신 기사 없는 것이 오히려 맞는 일이었겠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었다.
하지만 곧 그 아쉬움은 조금 사라졌다.
“그래도- 앞으로는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잭이 건네오는 말 덕분에.
“베르 바이스라고 했던가?”
“네. 수도 기사 학교에 차석으로 입학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어릴 적부터 기사가 되기 위해 수련을 한 것이 아니라 이제 2년 정도 하고 그 성적으로 합격을 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 수재군.”
바렌의 답에 잭이 고쳐 답했다.
“적어도 수재 입니다.”
그 말에 바렌은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소파 등받이에 편하게 몸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신기해. 그 집안에는, 아니 그 마을에는 인재가 많군.”
“그것도 보통의 인재들이 아니죠.”
끝마을. 그 곳에 있는 인물들을 바렌은 떠올렸다. 달꿈 사장 레이와 그 직원들. 그리고 외무부의 관리인 호든, 덧붙여 이제 레이의 동생까지.
잭이 약간의 웃음기를 담아서 말했다.
“참 신기합니다. 그렇게 갑자기 한 마을에서 재능있는 이들이 많이 나온다는게요.”
그 말에 바렌은 답하지 않은 채 가만히 창 밖을 바라봤다. 푸른 가을 하늘이 보였다.
“…그 마을에 갑자기 나온 게 아닐 수도 있겠지.”
“예?”
잭이 되물었지만 바렌은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베르 바이스에 대한 보고를 저번에 들어보니 원래는 돈이 없어서 기사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처지여서 그 길을 포기하려고 했었다고 했다.
바렌은 영지의 상징 색을 닮은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기회를 만난 것일지도-
재능이 갑자기 펼쳐진 것이 아니라.
“어찌되었든 영지에 좋은 일들이군.”
“맞습니다.”
바렌의 나직한 말에 잭은 미소와 함께 답했다. 잭은 쿵쿵 떨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자유 기사들이야 관심이 없지만 기사학교 졸업생 출신들은 마스코바도에 대해서 묻더군요.”
“아- 그게 요즘 소문이 돌고 있다지?”
“네.”
바렌과 잭 둘 다 사무실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말에 웃음기를 머금었다. 들리는 소문으로 피나는 훈련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라고 여겨진다는데. 우스우면서도 맞는 이야기 같아 둘은 그 사실이 우스웠다.
바렌은 웃음기를 머금은 그대로 입을 열었다.
“보고 올라온 것이 있는가?”
그 말에 잭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시작했다는 말만 있었습니다.”
바렌은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그 위에 올려진 문서를 바라봤다.
‘영지 전역의 불필요한 비용 감축을 통한 재정 건전화 활성 방안’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감찰부와 재무부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이제 차례로 다른 곳들도 함께 움직여야 할 것이다. 제보에 증인에 증거에. 그리고 법까지. 손에 쥐고 휘두를 것들은 많았다. 그는 잭을 향해 말했다.
“추가 보고가 들어오면 바로 보고하도록.”
지금 쯤 조를 나누어 기사와 병사와 관리들이 함께 크론 영지 곳곳으로 퍼지고 있을 것이다. 많이도 필요 없다. 딱 몇곳만 본보기로 보여줄 생각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게, 조용히- 움직일 생각이기도 했다.
“네. 영주님.”
잭은 답을 한 뒤 영주실을 벗어났다. 혼자 남겨진 바렌은 다시 창 밖을 바라봤다. 푸른 하늘이 꽤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좀 있으면 수확을 시작하겠군.”
푸른 하늘 밑. 성 밖에 펼쳐진 금빛 물결이 그의 마음을 금빛으로 물들어주었다.
============================ 작품 후기 ============================
12장 금빛을 시작합니다.
앞으로 대략 이야기의 끝이 10편이 조금 넘게 남았네요. 🙂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