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hine Normally RAW novel - Chapter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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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우리의 빛 – 13. 시작
레이는 또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눈을 떴지만, 더 자고 싶어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때문에 잠이 다 깨고 말았다.
이제 남은 건 두 가지.
네번째 ‘나의 세상’과 다섯번째 ‘넓어진 우리’.
“읏차!”
레이는 결국 떠오르는 생각들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시스템 창을 켜서 두 퀘스트의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다섯번째 ‘넓어진 우리’의 진행은 현재 97.7% 였고,
그리고 네번째 ‘나의 세상’은 여전히 91% 였다.
‘네번째는 분명 동기화와 관련되어 있어. 나와 이 세상. 저거는 단박에 진행율이 올라가는 거니까 하나 실마리만 잡으면 급속도로 늘텐데.’
곰곰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레이는 네번째 퀘스트 창을 바라봤다. 다른 것들은 레이 자신의 행동과 말, 그리고 그 이후의 결과로 진행이 되었다면 이 네번째는 그렇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걱정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레이는 입가에 미소를 씨익 그렸다.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 계속 걸어가다보면 실수든 혹은 행운이든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조급하게 너무 앞만 보고 한가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한 이상, 레이는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축제를 이틀 후로 남겨둔 아침. 꽤 상쾌한 기분으로 레이는 하루를 시작했다.
레이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다 틀어졌습니다.”
그 모습을 칼스퍼는 조용히 한쪽 켠에 앉아서 숨죽인 채 바라봤다. 담담하게 사죄의 말을 건네는 레이를 보는 칼스퍼의 눈동자는 여러가지 감정들로 흔들리고 있었다.
레이의 맞은 편, 그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던 부사장이자 끝마을 촌장인 조지는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레이.”
그를 사장님이 아닌 레이라고 부를 때는 조지가 부사장이 아닌 마을 어른으로서 레이에게 말을 건넬 때였다. 그는 담담하게 자신을 보지만 미안함을 가득 담은 레이의 눈동자를 향해 말했다.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것 아니다. 넌 이제 큰 사업의 장이야. 직원들한테 사과를 막 해서는 안돼.”
칼스퍼는 조지의 말에 속으로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레이는 그런 조지를 향해 말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죠. 미안한 건 미안한 일이지 않습니까. 촌장님 말씀대로 전 한 사업의 장이고 그러면 그 행동에 대한 책임과 미안함을 가질 줄 아는 건 당연한 자세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 경우는 ‘막’이 아닙니다.”
그 말을 가만히 듣던 칼스퍼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도 맞았다.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고. 다 맞는 말이구만.
그리고 조지 역시 칼스퍼와 같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그것도 맞는 말이지.”
고개를 한번 끄덕인 조지는 촌장이 아닌 다시 부사장의 자리로 돌아와 레이를 향해 말했다.
“어찌되었든 간에 일이 아주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이거 위약금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계약을 하신 것 같던데.”
“그렇죠.”
“지금 회계와 재무 쪽은 난리가 났습니다, 난.리.”
이번에야 말로 레이는 찔리는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밑으로 숙였다.
조지는 그런 레이를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의 서신을 받자마자 각 공장의 감독관들을 부르고 회의를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의견이 규합되자마자 이 다 늙은 나이에 미친듯이 말을 타고 이 레인시 달꿈 판매점까지 왔다. 레이를 만나기 위해.
정말로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답답하고 갑갑하고 화도 났다. 굴러들어온 복을, 아니 자기가 고생해서 얻어온 복을 그대로 걷어차다 못해 그 복에다가 돈주머니까지 안겨서 걷어차야 할 판이니.
당장에라도 사장이지만 레이에게 뭐라고 말이라도 하고 싶은 조지였다. 하지만.
“뭐, 어찌되었든.”
조지는 한숨을 얼굴에서 지우고 미소를 씨익 지어보이며 레이를 향해 말했다.
“열심히 해결해봅시다, 사장님.”
하지만, 조지는 지금의 이 복덩이를 걷어차는게 어쩌면 나중에 더 큰 복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생각하기에 달꿈에는 더 이상 더 큰 복이 필요치 않으며 이대로 천천히 조금씩 나아가면 된다고 보았다. 물론 지금은 복덩이를 걷어차면서 큰 손해를 입고 어려움을 겪겠지만. 그래도 그 어려움이 어디 달꿈이 생기기 전의 마을들 어려움만 할까.
모든 공장의 마을 감독관들은 그리고 비중있는 직위를 차지한 직원들은 조지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생각을 했고 그렇기에 그들은 밤새 회의를 했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있는 지식 없는 지식 다 털어가면서.
조지는 레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말을 타고 오는 내내 예상했었다. 레이의 저 눈 가득 미안함을 담고 있으리라는 건. 그럼에도 자신의 결정을 바꾸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렇기에 조지는 레이를 향해 말해주고 싶었다.
“저는, 그리고 저희 모두는 사장님의 의견에 다 동의합니다. 사장님의 결정을 믿습니다.”
그 말에 레이는 가만히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답했다.
“저 역시 믿습니다, 제 결정을.”
고맙다는 말보다는 확신을 던져주는 레이에게 조지는 미소로 답했다. 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레이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러면 북쪽 거래 문제는 후에 부사장님과 논의를 시작하기로 하고. 칼스퍼씨.”
“네.”
칼스퍼는 레이의 부름에 답하며 자신의 앞쪽에 펼쳐두었던 지도를 레이와 조지 앞쪽으로 내밀었다. 미리 어느 정도 조지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이 있었기에 조지는 다른 의문 없이 달꿈 지도를 바라봤다.
“흐음, 대략 선정지는 4곳이군요. 그 중에서 2곳을 하는 겁니까?”
“네. 우선 1차적으로 2곳에 먼저 계약을 추진해볼까 싶습니다. 물론, 상대 쪽에서 원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2곳 모두 거절할 것 같지 않아서 1차로 선정했습니다.”
레이가 조지의 말에 대답을 하고 나자 칼스퍼가 나서서 뒤의 말을 이었다. 그는 지도를 짚으며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현재 조청차가 입점한 지역이 크론영지와 수도니까. 그 중간 지점인 케인스시가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첫번째로 선정했고 무엇보다도 부유한 상인들은 물론 학생, 마법사 등등 여유를 즐길만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수요가 확실하다고 보았습니다.”
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번째로 선정한 윈드인 영지는 저희 영지와의 친선 관계로 인해 발생한 세금 감면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야, 사치품이 아니니 세금 걱정을 안해도 되지만 분명 꿀 판매상들에 의해 조청이 팔리기 시작하면 곧 왕국 자체에서 사치품으로 등록을 할 것이니까, 이 점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또한 합당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조지는 레이를 향해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케인스시는 그래도 가까운 곳이니 이해를 한다지만. 멀리 있는 윈드인 영지는 세금 감면이 이유가 아니라, 선정하기 위해서 세금 감면을 이유로 한 것 같군요.”
조지는 달꿈 지도 위에 가장 크게 가장 진하게 붉은 색 원을 그린 윈드인 영지와 자잘한 붉은색 반점들로 이루어진 케인스 시를 하나하나 손으로 짚으며 말을 이었다.
“이것들이 이유가 맞지요?”
그 물음에 레이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단호히 답했다.
“둘 다 입니다. 앞에 칼스퍼씨가 말한 이유. 그리고 지금 부사장님이 말한 이유. 둘 다 중시보았습니다.”
수익과 기부. 둘 다 보았다는 레이의 말에 조지는 진하게 미소를 그렸다. 확실히 뭔가 레이가 못 본 새에 성장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예전보다 말수는 줄어들었지만, 생각이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았다.
레이는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조지를 마주봤고 조지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멋진 계획입니다, 사장님. 이대로 계약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칼스퍼를 향해 말했다.
“그러면 계약의 전반적인 일은 부사장님이 맡아서 하시고, 그 서신의 전달이나 실질적인 직무 수행은 칼스퍼씨와 이번에 함께하셨던 달꿈 지도 담당 2분이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칼스퍼의 깔끔한 답이 이어졌고. 레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조지와 칼스퍼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면 우선 조청차와 그에 따른 기부지 선정 1차 회의는 마친 걸로 하고, 축제가 끝난 후 본격적인 일의 진행과 논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레이는 테이블 위에 있던 작은 조각을 집어들었다.
“이로서 조청차 찻집이-”
레이는 두 개의 조각을 하나 하나 천천히 지도 위에 올려두었다.
“두 곳 더 늘어나겠군요.”
케인스 시와 윈드인 영지.
붉은 원들이 자리하고 있는 그 지역 위에 레이는 두 개의 조각. 달 모양의 조각을 올려두었다.
달꿈 지도를 따라 달꿈이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레이는 자신과 같은 미소를 짓는 칼스퍼와 조지를 보며 더 미소를 짙게 그렸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달꿈과 달꿈 지도. 그리고 달꿈이 그리는 목표. 이를 위해 지금부터 움직여야 했다.
이 순간, 레이의 귓가로 들려왔다.
[메인 퀘스트 다섯번째 ‘넓어진 우리’를 99.9% 진행하셨습니다.]그리고 레이의 눈이 반짝하고 순간적으로 빛났다.
[보상 획득을 위한 다섯가지 퀘스트 중 다섯번째 퀘스트 진행율을 달성하셨습니다. 그에 따라 다섯번째 키워드가 공개됩니다.] [다섯번째 키워드는 ‘료’입니다.] 시, 스, 템, 그리고 료.
아직 네번째 키워드가 나오지 않았지만.
눈빛이 반짝임과 동시에 어떤 혼란이 레이의 눈가에 깃들었다.
그의 머릿속으로 보상이 무엇인지 그 답이 나왔다.
‘시스템 종료.’
99.9% 달성 시 얻는 보상은 시스템 종료였다.
그렇다면-
레이는 조지와 칼스퍼를 내보낸 후, 혼자 남겨지자마자 퀘스트 창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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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퀘스트 2 :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당신의 삶에 있어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변한 것은 무엇인가요? 플레이어가 새로이 남긴 다섯가지의 발자취를 따라 이를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달꿈, 우리의 빛, 이음새 협회, 내 주위 가족과 친구, 지인들. 그리고 이 세계까지. 바꾸려고 한 것들과 바꾸어지지 않은 것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바꿔져서 안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스스로 자신만의 답을 내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처음 당신이 말했던 이 삶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점차 키워나갔던 바람이 무엇인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퀘스트,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 임무 : 보상을 획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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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는 보상을 획득하는 것. 그리고-‘
메인 퀘스트 설명의 마지막 문구가 레이의 눈에 담겼다.
‘마지막 퀘스트,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묘한 떨림과 불안이 레이의 마음 속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왜 하필 100%에서 보상을 주지 않고 99.9%. 완수를 목전에 두고 보상을 주는지를.
레이는 네번째 퀘스트 ‘나의 세상’을 떠올렸고 이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기억해냈다. 그것은 캐릭터와 세계에 대한 ‘동기화’. 만약 동기화 100%가 된다면,
“선택할 틈이 없겠지.”
순간 레이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마음이 기뻐서 짓는 미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가지는 마음에 들어서 짓는 미소였다.
어찌되었든 자신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소리였으니까.
어렴풋이 레이는 자신이 할 선택이 무엇인지 짐작이 갔다. 그리고 이 메인퀘스트는 진행율 100%가 되는 것이 중요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택은 이미 예전에 했지만.’
Easy, Normal, Hard. 이렇게 진행이 되면서 그 레벨의 끝이 언제인지 알게 되었을 때부터, 동기화가 무엇인지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레이는 이 순간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두 손을 바라봤다.
두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몇번을 반복하던 레이는 자리에서 일어서 걸음을 옮겼다.
‘선택을 했다면 그대로 가야지.’
주먹을 쥔 채로 레이는 천천히 하지만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오늘 하루 동안 꽤 봐야 할 것들이 많았다. 조금 더 보이는 그대로 눈에 많은 것들을 담아야 했으니까.
“어? 사장님, 나가십니까?”
레이는 문을 나서자마자 자신을 향해 반갑게 인사하는 워릭에게 미소와 함께 장난스럽게 말했다.
“네. 볼 일이 있어서요. 그런데 워릭씨 어제 프로포즈를 했다고 들었는데-”
“큼! 그게 벌써 사장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까?”
귓가를 벌겋게 물들이면서도 기분이 좋아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헤벌쭉하게 웃으며 워릭은 이어 말했다.
“제가 이제 직장도 잡았고, 나이도 찼고. 크흠, 원래 준비를 했었지만, 그래도 프로포즈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축하드립니다.”
레이의 말에 워릭은 밝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다 사장님 덕분입니다!”
“제 덕분은요, 다 워릭씨 자신이 열심히 해서겠죠.”
“그래도 이 열심히 일할 자리를 주신게 사장님이시잖습니까? 그러니 당연히 사장님 덕분이죠.”
덕분이라-
레이는 가만히 그 말을 곱씹다가 워릭을 향해 장난스럽게 말했다.
“결혼 선물 생각해 놓으세요.”
워릭은 그 말에 흐흐 웃으며 눈을 작게 뜨고는 레이를 향해 물었다.
“… 비싸도 됩니까?”
“양심껏!”
바로 칼같이 나온 레이의 답에 워릭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장난기 가득한 레이의 눈빛에 결국 웃음을 터트렸고 레이 역시 웃음을 터트렸다.
레이는 워릭과 인사를 나눈 후 판매점 문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곳곳에서 직원들이 레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레이는 그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다.
핀, 메튜, 팀, 워릭, 쿠온- 많은 이들이 웃으며 레이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 모습을 보며 레이는 ‘됐다.’ 싶었다. 그리고 ‘이거구나.’ 싶었다.
딸랑.
종소리와 함께 달꿈 판매점을 나선 레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곳곳에서 레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이고, 달꿈 사장! 요즘 아침 빼면 얼굴 보기 힘들던데, 많이 바쁜가봐?”
“레이! 노스 어르신한테 가는 길이냐? 가는 길이면 내 말도 좀 전해줄래? 이음새 협회 일인데.”
“참, 내 정신 좀 봐라. 레이, 어제 우리 진열 방식 다 했기는 했는데, 그거 조금 바꿀까 하거든, 네가 담당맞지?”
“오늘 웬일로 이리 느긋해? 빵 하나 먹어. 이거 지금 막 갓 구운 거야.”
제 2 상업지구의 상인과 지나가는 이들이 건네는 말에 레이는 하나하나 답하면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호의가 그리고 반가움이 싫은 사람이 어딨겠는가. 그리고 인사하는 이들이 모두 이제는 익숙한 이들이었다. 적어도 세번 이상은 본 이들.
레이는 새삼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고 이 제 2 상업지구에 익숙해진 것을 느꼈다. 하지만 여기만 익숙해진 것은 아니었다.
딸랑.
“어서오- 어?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스오카 찻집의 직원은 레이를 보며 반가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레이는 여전한 찻집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미소를 그렸다.
여기도 꽤 익숙한 곳이었다. 달꿈 조청차를 처음 선보인 곳이니까.
“지나가는 길에 들렸습니다. 으음, 손님이 많네요?”
홀을 둘러보며 빈자리가 많이 없는 것을 알아챈 레이는 점원을 향해 말했고 점원은 미소를 그리며 답했다.
“새 차들이 인기를 많이 끌고 있거든요.”
“아- 헬씨가 만든 차들 말입니까?”
“네! 맛도 맛이지만, 아무래도 수도에서 즐기는 차라고 하니까. 다들 와서 거의 필수처럼 마시더라구요.”
목소리를 낮추며 점원은 덧붙였다.
“아무래도 허세 부리기에는 수도라는 이름이 꽤 크니까요.”
“하하- 그런가요?”
난감한 표정으로 레이는 웃었고.
“그래도 차 맛만큼은 정말 훌륭하니까 계속 인기있는 것이겠죠.”
점원은 조금 더 말을 덧붙이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레이는 홀과 그 속의 손님. 그리고 찻집을 가득 채우는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향을 들이마시며 입을 열었다.
“덧돈은 잘 되고 있습니까?”
그 답은 점원이 아닌 어느 새 다가온 다른 이가 말했다.
“잘 되지. 누구 가겐데.”
“아, 형!”
등 뒤로 고개를 돌린 레이는 슈멜츠를 보고 반가움을 표했다. 찻집 매니저와 함께 나온 슈멜츠는 레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확실히 여름에 더울 때는 찻집을 많이 안 찾더니 슬슬 날씨가 선선해지니까 사람들이 많이 찾아. 그리고 새 차를 도입한 게 크고. 또 수도에서도 이 덧돈이 유행하고 그 덕에 영지에서 상을 받는 데 일조했다고 하니, 더 돈을 쓰더라고. 저 사람들한테는 그리 큰 돈이 아니니까.”
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홀을 보면서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식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다행이네요.”
“물론 제일 처음 했을 때보다야 덜하지만, 그래도 이 덧돈도 단골이 생기더라고.”
“단골이요?”
“어. 단골.”
슈멜츠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레이의 눈에 담겼다. 어딘가 편안하면서도 활기가 담긴 미소였다.
“꾸준히 내는 분들이 꽤 계셔. 굳이 조청 차를 안 마시더라도 말이야. 그런 사람이 생길 때마다 신기해.”
덧돈 단골. 레이의 입가에도 슈멜츠와 비슷한 미소가 생겼다. 진짜 신기한 일인데,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에 레이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레이, 너 그러면 다시 판매점 가냐?”
“아뇨.”
“그럼?”
“으음, 울빛 쪽에 볼 일이 있습니다만.”
“울빛? 뭔 일이지?”
“사장인 형도 모르는 일이죠.”
“뭐?”
슈멜츠는 레이의 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이만 가자는 신호였다. 레이는 슈멜츠의 옆에 서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딸랑. 가게를 나선 그들은 빈민가에 위치한 울빛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레이.”
“네.”
“오늘 내가 너 찾아가려고 했거든.”
뜬금없는 말에 레이는 의문을 담아 슈멜츠를 바라봤다. 그에 슈멜츠는 품에서 편지를 하나 꺼내 건넸다. 봉투에는 어떤 내용도 적혀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봉투였다.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 알아챈 레이는 슈멜츠를 바라봤고 슈멜츠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나도 잘 몰라.”
“형이 받아오신 것 아닙니까?”
“아니.”
말꼬리를 흐리며 잠시 입을 닫았던 슈멜츠가 레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 우리 아버지가 전해주신거야. 너랑 나랑 전해주라고.”
레이는 그 말에 다시 편지를 바라봤다. 이 편지는 분명 영주 바렌에게서 온 편지일텐데. 그 편지를 전달한 이가 가이츠라니. 새삼 레이는 영주성도 복잡하게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초대장이야. 내용 보면 알겠지만, 축제 때 하루 저녁 식사 정도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야.”
“가야겠군요.”
“그렇지? 영주님하고 하는 식사는 재작년에 한번 하고- 이번이 두번째네.”
레이는 슈멜츠의 말에 처음 영지 지원 발전금 문제로 영주성을 방문해 영주 바렌, 그리고 잭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게 벌써 이년보다 더 전이라니.
레이는 자신의 옆에서 걸어가는 슈멜츠를 향해 말했다.
“형을 안지도 벌써 2년이 넘었네요.”
담담한 그 목소리에 슈멜츠는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하지만 눈동자 안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왜? 싫어?”
“아뇨. 지겨워서요.”
“뭐? 대답하는 거 봐라?”
“참, 제가 대답을 잘 하기는 합니다.”
레이의 장난에 슈멜츠는 웃음을 터트리며 그를 흘겨봤지만, 레이는 그 눈빛에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확실히 처음보다는 많이 친해져서 벽이 사라진 그들이었다. 그게 시간이 흘렀다는, 그만큼 추억이 많아졌다는 증거겠지.
“아, 여기를 형이랑 같이 걸어가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레이는 제 2 상업지구를 지나 빈민가로 들어서며 떠오른 기억에 슈멜츠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슈멜츠는 낯간지럽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입을 열었다.
“… 너 오늘 왜 그러냐? 감성이 흘러넘친다?”
그 말에 레이는 그냥 씨익 웃어보였다. 속으로만 생각할 걸 괜히 말했다 싶었다. 슈멜츠는 씨익 웃으면서도 멋쩍어하는 레이를 향해 툭 내뱉었다.
“앞으로 몇번은 더 걸을건데. 나중엔 지겨울거다.”
“… 많이 지겨울 것 같은데요?”
“뭐?”
레이의 농담에 슈멜츠는 인상을 썼지만 곧 피식 웃고는 천천히 걸었다. 레이는 옆에서 걸으면서도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집들이 작고 낡았지만. 무너진 곳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물론 엉성하게 고쳐진 부분들이야 보였지만, 비바람이 새어들어와 어둠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자야 할 곳은 보이지 않았다.
새삼, 달꿈 지도에 그려진 레인시의 초록 동그라미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회색과 갈색으로 꾸며진 이 빈민가에 왠지 초록빛이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매번 느끼는 거지만 올라오는 것도 일이야, 일.”
달꿈 공터에 들어서면서 슈멜츠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확실히 빈민가의 중간 쯤에 위치한 공터다보니 안 그래도 높은 지대에서 더 높은 곳이라 올라오기 조금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여기가 풍경은 좋은 것 같은데요?”
레이는 이 공터에서 보이는 레인시의 풍경이 꽤 마음에 들었다.
“뭐, 좋기는 하지.”
슈멜츠 역시 그랬다. 그는 가만히 서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레이를 향해 말했다.
“뭐, 고민 있냐?”
자신을 바라보는 레이를 향해 슈멜츠는 볼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울빛에 볼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 뭔가 오늘 분위기도 이상하고. 그래서 물어본 거지. 없으면 좋은 거고.”
“고민은 없고, 그냥 레인시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돌아다녀봤어요.”
내가 엮인 것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궁금하고. 레이는 뒷말을 마음 속으로 삼키고는 말했다.
“그리고 사실 울빛 말고 프릴링에 볼 일이 있는데요.”
“프릴링?”
“예.”
“뭔데?”
의아하다는 표정의 슈멜츠를 향해 레이는 씨익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슈멜츠보다 더 먼저 프릴링으로 들어섰다. 이를 슈멜츠는 의문을 담은 채 따라 들어갔다. 어차피 그 역시도 프릴링에 가야 했으니까. 그리고 레이를 따라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으음? 이거 보러 왔어?”
“네.”
뜻 밖의 목적지에 슈멜츠는 레이를 바라봤다. 하지만 레이의 진지한 눈빛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레이의 옆에 선 채 그와 같은 것을 눈에 담았다.
레이는 그런 슈멜츠를 모른 체 하며 가만히 눈 앞의 것을 바라봤다.
올해 초 겨울. 프릴링에서 있었던 신제품 발표회. 그 작은 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프릴링에서는 발표 때의 작품들을 그대로 전시해두고 있었다.
그 때, 안느가 발표했던 제품 모형들을 레이는 바라보고 있었다.
‘변하지 않는 것.’
안느가 했던 발표의 주제였다. 그리고 그 때 그녀는 그 변하지 않은 것으로 3가지를 말했었다.
가족, 우정, 꿈.
그리고 이는-
레이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로 변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 변하지 않는 것들과 함께 레이는 변해왔다. 꾸준히, 그리고 조금씩.
그리고, 레이만 변해오지 않았다. 모두 함께 변해왔다.
달꿈 판매점도 스오카 찻집도, 제 2 상업지구도, 달꿈 공터도, 그리고 이 레인시의 모든 풍경 자체가. 그리고 자신의 끝마을과 그 옆의 마을들도. 크론영지도. 그리고 그 밖에 아직 완전히 닿지 않은 많은 곳들도-
다 변해왔다. 하지만 레이는 생각했다.
변치 않았다고.
레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가족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 그리고 할머니-
그리고 친구들과 지인들의 얼굴이 또한 지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레이의 꿈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떠올랐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만의 길이 생긴 꿈이. 그리고 그 꿈과 연관된 다섯가지가 레이의 머릿 속에 떠올랐다.
달꿈, 우리의 빛, 이음새 협회, 달꿈 지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 이 ‘세계’.
“하하-”
레이의 입에서 짧은 웃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왜, 왜 그래?”
떠나지 않고 곁에 있던 슈멜츠는 그런 레이를 향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지만, 레이는 씨익 웃으며 다른 답을 했다.
“다 됐어요.”
“어?”
의문을 지우지 않은 슈멜츠를 보며 레이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런 그의 귓가로 들려왔다.
[플레이어와 캐릭터 사이의 동기화를 99.9% 달성하셨습니다.] [플레이어와 세계 간의 동기화를 99.9% 달성하셨습니다.]이제, 됐다.
[메인 퀘스트 네번째 ‘나의 세상’을 99.9% 진행하셨습니다.]미소 짓고 있는 레이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보상 획득을 위한 다섯가지 퀘스트 중 네번째 퀘스트 진행율을 달성하셨습니다. 그에 따라 네번째 키워드가 공개됩니다.] [네번째 키워드는 ‘종’입니다.]시스템 종료.
이제 레이는 선택을 해야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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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마지막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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