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hine Normally RAW novel - Chapter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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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금빛 희망 – 7. 우리
“아, 진짜 미치겠네.”
미치겠다고 말하는 레이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제 2 상업지구에서 축사가 시작 되기 전 걸음을 옮기는 레이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아니, 날아갈 듯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예상보다 달꿈의 반응이 더 좋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레이는 그것을 두 가지로 보았다.
하나는 새로움. 또 다른 하나는 최대치로 만족한 고객.
‘처음 이 세상에 나온 것들이니까.’
조청차와 달고나.
이 둘은 이제 세상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제품이었다. 이전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제품들. 특히, 달고나는 더 그러했다. 그렇기에 그 가치를 따진다면 솔직히 조청보다 달고나가 더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늘 즐거운 축제이지만, 비슷한 상황의 반복으로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쉬는 날이 되었던 축제가 이 달꿈으로 신선함과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아이템의 효과이기는 하지만, 역시 구매자가 만족하는 게 제일 중요해.’
만족한 고객.
마케팅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만족한 고객을 만들기 위함에 있다. 왜냐하면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만족 고객은 단골 고객. 즉, 충성 고객으로 전환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들이다. 그리고 충성 고객이 되면 일종의 그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며 동반자와 같아진다. 지속적인 구매와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위해 꼭 필요한 동반자라 할 수 있다.
달꿈은 오늘 동반자가 될지도 모를 만족한 고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에 들면 사람들은 소문을 내게 되어있지.’
입소문의 긍정적인 효과.
사람들은 기업 혹은 브랜드에서 하는 광고보다 그 제품을 사용한 이들에 의한 입소문을 더 믿는 경향이 있다. 아이템을 통해 기존보다 100% 더 만족한 고객들. 그들의 입을 통한 달꿈에 대한 홍보 효과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달꿈에게 좋은 결실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축제가 지속되는 동안, 더 크게 작용하여 달꿈에게 기적을 안겨줄 것이리라 레이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늘 마지막 달꿈의 시작.
오후부터 시작될 마스코바도 판매만이 남았다.
“준비 다 했어?”
레이는 베르와 팀을 보며 말했다. 베르와 팀은 오전에 영주의 축사를 듣고 난 후, 제 2 상업지구로 돌아와 스란 약재상에서 장사 준비를 했었다. 마스코바도 장사 역시, 제 2 상업지구에서 영주의 축사가 끝난 후, 시작될 예정이었다. 노스 아저씨와 퍼시형, 촌장님이 함께 도와준다고 하였지만 달꿈의 가장 어린 둘만을 보내야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레이였다.
“어. 당연하지.”
“네! 베르 형이 진짜 많이 도와주셨어요!”
“베르가?”
무뚝뚝한 베르의 대답과 한껏 상기된 팀의 대답. 레이는 베르가 도와줬다는 말에 팀에게 묻자, 팀은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네! 형이 정말 많이 하셨어요. 제가 더 많이 해야 하는데…”
갈수록 미안함 때문인지 작아지는 팀의 목소리를 들으며 레이는 괜찮다고 말했고 작게 팀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 때, 베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연한거야. 내가 더 힘이 쎄니까. 그리고 팀은 팀이 잘하는 일을 하면 돼.”
“오~ 우리 동생 멋진데?”
레이는 장난기어린 목소리로 베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베르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귀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레이는 동생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 사실이 형으로서 뿌듯하고 흐뭇했다.
사실 베르는 네트와 같은 나이임에도 더 마른 몸의 팀이 늘 무언가를 더 하려고 하고 자신의 필요성을 보여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웠다. 달꿈에서 유일하게 자신보다 어린 팀에게 형으로서 다른 형들처럼 잘 다독여주지는 못하지만 대신 다른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힘 쓰는 일은 될 수 있으면 자신이 하고 힘이 덜 드는 일들을 팀에게 넘겼었다.
함께 한 5일 간 알게 모르게 정이 많이 든 둘이었다.
“아, 진짜! 그, 그런 말 하지마!”
“그래, 그래. 알았어.”
편안한 얼굴로 웃는 형을 보며 베르는 아까 전부터 묻고 싶었던 것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형, 장사 잘 돼?”
그 물음에 팀 역시 긴장된 표정으로 레이를 바라봤다. 베르와 팀은 먼저 떠났기에 달고나와 조청차의 반응을 보지 못했고 그렇기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오전을 보냈었다.
레이는 긴장한 둘의 표정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적어도-, 못해도,”
침을 꿀꺽 삼키는 팀을 보며 레이는 피식 웃고선 말했다.
“대박이야.”
“우와! 진짜?”
“형, 진짜에요?”
못해도 대박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잘되길래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베르와 팀은 설레는 심장박동을 느꼈다.
레이는 오는 길 내내 보았던 것을 말하고 싶어 근질거렸던 입을 열었다.
“내가 여기 오기 전에 찻집을 나서려는데, 슈멜츠 형이 막 붙잡는 거야! 가지말라고. 왜 그런 줄 알아?”
“왜?”
“점심 먹고 다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거든. 오전에 먹은 사람들이 또 오기도 하고 그 사람들이 다른 일행을 더 데리고 오기도 하고, 그리고 맛있다는 말을 듣고 온 사람도 있고! 소문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거지! 그리고 조청차를 마신 사람들마다 뭐라고 하는 줄 알아? 우리 달꿈 조청차가 정말 맛있대!”
레이의 말 속에 그려지는 풍경을 상상하며 베르와 팀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여기 오는 길에, 뭘 봤는 줄 알아?”
“뭘 봤는데요?”
“어른이랑 애들 손에 든! 우리 달고나!”
레이는 손에 달고나라도 쥔 것 마냥 손을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제 2 상업지구로 오는 길 간간이 보였던 아이들의 손에 들린 달고나. 그것은 생각보다 큰 홍보 효과를 안겨주고 있었다. 친구의 손에 들린 달고나를 보고 자신도 갖고 싶다고 부모의 옷자락을 잡는 아이들이 꽤 되었으니까.
얼굴에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던 안느와 빌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힘든 모습을 떠올렸음에도 레이는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왜냐하면 안느와 빌리가 웃고 있었으니까. 레이를 따라 베르와 팀 역시, 웃었다. 걱정으로 긴장되었던 둘의 몸이 풀리기 시작했고 자신감이 생겼다.
*
제 2 상업지구 분수대에 세워진 단상. 그 위에 바렌은 서 있었다. 분명히 제 1 상업지구보다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곳임에도 모인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 사실을 바렌은 이해했다. 무엇이 좋아 이 무능력한 영주를 보러 오겠는가. 무엇이 기뻐 아무것도 즐길 수 없는 축제에 오겠는가. 바렌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아무 말 없이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얼굴 속 숨길 수 없는 자신을 향한 미움과 삶에 대한 피로, 여유가 없는 삶에 대한 낙담. 바렌은 그들을 보며 죄책감을 느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갑다.”
진실로 반가웠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어떠한 기대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며 바렌은 미안한 반가움을 느꼈다. 바렌은 이 광장에 서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일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영주로서 축제를 즐길 수 없었고,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 두려웠다.
“한 해 동안 미안했다.”
레이는 팀, 베르와 스란 약재상 사람들과 함께 서서 영주를 바라봤다. 오전에 봤던 때와 달리, 문득 그 어깨가 작아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 호든 형과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것 같아.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의 어깨 위에는 얼마나 무거운 짐들이 놓여져 있을까.
바렌의 시선에 레이가 보였다.
제 2 상업지구에도 빛은 존재했다.
“올해 어느 때보다 크론 영지는 힘들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보다도 이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음을 안다. 그렇기에 미안하다.”
숨막히는 정적이 분수대 주위를 감돌았다. 모든 이들이 아무 말 없이, 아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그저 영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하다니, 돈을 못 버는 것은 너네들 탓이라고 하는 영주 혹은 자신들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는 오직 자신의 영달에만 관심있는 영주를 본적은 있었다. 하지만 미안하다고 하는 영주는 처음 봤다. 그 말을 기점으로 사람들의 무표정하던 얼굴에 표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참을 수 없는 울분을, 누군가는 슬픔을, 누군가는 감동을.
바렌은 안다.
축제를 즐길 수 없는 이들에게 잘못은 없다는 것을. 다만, 그들은 부를 쌓지 못했을 뿐. 개중에는 방탕한 삶으로 부를 쌓지 못한 자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부모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저 아이가 잘못한 것은 없을 것이다.
분수대 가득 느껴지는 울분이 버거웠다.
하지만 피할 생각은 없었다. 이것 역시 자신의 의무.
“나는 늘 가슴 속에 품고 있다.”
바렌은 위로해주고 싶었다.
“명예의 땅. 크론.”
크론의 긍지를 통해 사람들을.
비록 우리가 지금 이런 삶을 살고 있을지라도 우리에게는 긍지가 있다. 우리는 그 긍지를 지키며 살고 있다.
그리고 이 긍지가 있기에 이 영지는 가능성이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순간 고요가 감돌았다. 크론영지민들에게 어떤 의미로든 큰 의미를 담은 그 말. 몇십년만에 영주의 입을 통해 나오는 그 단어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영주의 눈을 바라봤다. 강한 의지로 빛나고 있는 영주의 눈을.
“나는 그 때를 살아보지 못했지만, 어릴 적부터 수없이 들어왔다. 지금 우리가 살아오고 있는 곳이 어떤 곳이었는 지를.”
노스는 떠올렸다.
아버지로부터, 할아버지로부터 들었던 과거의 크론에 대해. 이제는 상상으로 밖에 떠올릴 수 없는 그 곳. 같은 땅을 밟고 서 있음에도 갈 수 없는 그 곳.
몇몇 사람들의 표정에서 울분이 아닌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늘 힘들었지만 올해 우리는 어떤 때보다 힘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힘들다. 하지만 나는 여기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올해도 고맙다.’라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년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정말 올해는 유독 힘들었다.
바렌은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안다. 이 힘든 삶을 이어오고 있음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그리고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어려움에 지쳐 삶을 놓지 않은 그대들이 바로 크론의 명예. 그 긍지라고 생각한다.”
명예. 긍지.
참담한 고난 속에서 모든 것을 버텨낸 자들을 위한 그 단어의 울림.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수많은 영지민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다. 당신들은 누구보다도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도 됨을. 바렌은 그리 생각했다.
“명예와 긍지의 크론 영지가 되도록 나는 앞으로 전진할 것이다. 여기 있는 그대들의 삶에 부끄럽지 않은 영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레이는 묘한 가슴 속 울림을 느꼈다.
그리고 어떤 확신이 들었다.
이런 영주가 있는 곳이라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지켜봐주었으면 한다. 다시 한 번, 이렇게 보게 되어 반갑다.”
어떤 환호성도 들리지 않았다.
바렌은 그것들을 이해하며 씁쓸한 마음으로 뒤돌아 단상을 내려갔다.
그 순간,
짝짝짝-
한 명의 박수소리가 분수대를 울렸다. 그리고 뒤이어,
짝짝짝짝짝-
수많은 박수소리가 바렌의 등 뒤로 울려퍼졌다. 어떠한 환호성도 없었다. 하지만 바렌은 자신이 위로 받고 있음을 느꼈다. 단상에서 내려선 그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미소를 입가에 지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잭과 마주하며 같은 표정을 지었다.
위로를 하려고 왔지만, 위로를 받았다.
============================ 작품 후기 ============================
댓글 추천 감사합니다.
쿠폰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달고나의 가격과 내용을 12시 35분 경에 수정했습니다.
그 이전에 보신 분들은 한 번 더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빛나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