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hine Normally RAW novel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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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금빛 희망 – 8. 약속
오후가 되자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저녁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한 두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슈멜츠는 제 1 상업지구 거리에 떨어진 한 두방울의 비가 그 진한 자국을 남기는 것을 보며 다가오는 약속시간을 가늠해보고 있었다. 그는 오늘 누구보다도 영주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다.
“형!”
“아, 레이!”
슈멜츠는 우비도 입지 않은 채 손에는 휴대용 칠판을 들고서 달려오는 레이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침에 찻집 직원으로부터 레이의 말을 전해듣고 크게 신경을 쓴 것은 아니었지만 이유가 궁금했었다.
“비 맞고 다니면 어떡하냐.”
“아, 오는 중에 한 두방울씩 내리길래 그냥 왔어요.”
오전 내내 제 2 상업지구 동쪽과 서쪽 모두를 둘러보며 조사를 하고, 돌아온 오후에는 빌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안느도 함께 했었다. 레이는 둘에게 자신이 보아왔던 액세서리에 대한 대략적인 이미지를 칠판에 그려 주었고 이를 본 안느는 예쁘다는 말을 반복했고 빌리는 손이 근질거린다고 했다.
‘충분히 가능할 거야. 고가가 아닌 중저가의 액세서리 전문점이라면. 대량 생산 대량 판매에 초점을 두는 거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서 대량으로 생산하여 많이 파는 것을 레이는 원했다. 최고급 액세서리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건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아 결국 몇명에게만 이득이 돌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
그것이 레이가 원하는 첫번째 사업의 형태였다.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 이 시대 상으로 완전한 사회적 기업의 형태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영주라는 허울뿐인 직책이라도 이 지역의 가장 높은 우두머리가 뒤에 자리잡고 있다면 변형된 형태로 가능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조금 못된 생각이지만 슈멜츠의 우벨 가문을 이용한다면 레이가 하려는 사업을 건드리려는 사람은 적어도 이 크론 영지 내에서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레이,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던대, 무슨 일 있었어?”
궁금했던 것을 묻는 슈멜츠의 말에 레이는 속으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선 마차 타고 가면서 이야기 하죠. 저녁 약속에 늦겠어요.”
영주성에서 보낸 마차에 올라타며 레이는 굳게 다짐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하자.
“그러니까. 영주님께 이 두 사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거란 말이지?”
“네. 형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략적인 모든 이야기를 끝낸 뒤 레이는 슈멜츠의 반응을 기다렸다. 슈멜츠의 성격과 배경 상 분명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걱정이 되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알 수가 없으니까.
“하! 진짜 넌 도대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하냐?”
“네?”
슈멜츠는 레이를 보며 이제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넘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해내는 것일까. 사업 내용도 획기적이었지만 그것들을 떠나 떠올리는 사업의 형태가 굉장히 새로웠다. 물론 슈멜츠가 보기에 이상적이어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 부분들은 차차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완하면 될 것 같았다.
레이의 말은 늘 슈멜츠 자신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아침에 침대 속에 남겨두고 왔던 고민들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아, 진짜 이 자식 머릿속에는 뭐 이리 기특한 생각만 담겼어? 어?”
“아! 형, 그렇다고 머리를 때리면 어떻게 해요?”
“하하하, 기특해서 그래 임마.”
평소보다 훨씬 더 편해진 말투로 자신을 대하며 웃는 슈멜츠를 보면서 레이도 따라 웃었다. 레이는 요즘 가끔씩 생각했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가득한 것일까. 지구에서는 인복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세상에서는 인복 하나는 타고난 것 같다고 레이는 생각했다. 그래서 늘 한 가지 다짐을 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인복이 되어야지.
빗방울이 가득한 마차 창 밖으로 영주성이 보였다. 슈멜츠와 레이, 두 사람은 긴장보다는 설렘으로 다가올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한 번 해보자.”
“네, 형.”
다시 한 번, 새로운 시작을 해보자고.
둘은 서로를 보며 굳게 다짐했다.
*
“뭐 영주성이라고해서 특별할 건 없지?”
“네? 아 뭐.”
“슈멜츠, 넌 와 본 적 있지?”
“어. 근데 어릴 때 한 번 와 본거라 잘 기억도 안나.”
레이와 슈멜츠는 퍼시의 안내를 받으며 영주성 안을 걷고 있었다. 레이는 내심 아무리 단출하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화려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복도에 특별한 미술 작품도 꽃도 하나 없는 휑한 모습을 보자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걱정되었다. 사업을 진행시킬 돈이 있을까 하는 염려였다.
“근데 퍼시, 넌 퇴근 안 하냐?”
“하… 퇴근하고 싶은데, 축제 끝나고 돌아오니까 이것 저것 할게 너무 많아. 야, 너 될 수 있으면 찻집 사장 계속 해라. 남 밑에서 일하는 거 그거 진짜 쉽게 볼 일 아니다. 퇴근 시간이 돼도 퇴근도 못해.”
저번 빈민가 축제에서 슈멜츠, 퍼시, 호든 세 사람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동갑인데다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조금의 차이는 있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같았기에 쉽게 마음을 나눌 수가 있었다. 특히 퍼시와 호든은 우벨 가문에서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 것도 우벨 가문 역대의 냉혈한이라고 불리우는 가이츠의 아들이 자신들과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 신기했다.
“아, 여기야.”
퍼시는 영주실 옆에 딸린 영주 전용 식당 앞에 서며 두 사람을 쳐다봤다. 그는 들어가기 전 두 사람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오늘 점심 시간 때 호든으로부터 이 둘이 불려온 이유를 대강 들을 수 있었다. 호든 역시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축제 기간에 처리된 서류를 보며 그 쪽이 아닐까 짐작하고 있었고 퍼시 역시 그리 생각했다.
“영주님은 가식적인 거 안 좋아하셔. 그러니까 될 수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 그리고 긴장하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돼.”
퍼시의 말에 두 사람은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을 한 번 더 본 퍼시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곧 문이 열리며 재무부의 잭 레츠의 얼굴이 보였다.
“어서 들어오게.”
두 사람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퍼시에게 인사를 건넨 뒤, 잭의 안내에 따라 문 안으로 들어섰다.
“반갑군.”
만찬이 차려진 식탁의 가장 윗자리, 그 곳에 바렌 영주가 서서 두 사람을 맞이 하고 있었다.
*
먼저 먹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자던 바렌 영주의 말에 잭, 레이, 슈멜츠 총 네 사람은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슈멜츠는 자신이 평소 집에서 먹던 것과 비슷한 오히려 만찬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식탁을 보며 많은 감상에 빠졌었다. 어릴 적 희미한 기억 속 전대 영주의 초대를 받아 가봤던 만찬과는 사뭇 달랐다.
“슈멜츠 우벨.”
“아, 네!”
슈멜츠는 갑작스러운 영주의 부름에 저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며 바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바렌은 그런 슈멜츠는 가만히 바라봤다. 그는 달꿈 뿐만 아니라 달꿈과 관련된 사람들이 6일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대충 보고를 들어 알고 있었다. 어디까지 슈멜츠가 생각한 계획인지는 알 수 없으나 조청차 고급화와 조청통 선착순 판매 등 여러가지를 성공해내는 것으로 보아 그의 아비인 가이츠를 닮아 돈에 대한 수완이 있는 자 같았다. 물론,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정반대로 보였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궁금했다. 어떻게 저런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는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학교를 다니느라 크론 영지에는 거의 없었다고 들었는데, 이제 학교는 졸업한 건가?”
“네.”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물어봐도 되겠나?”
아버지와는 다른 차가운 분위기를 가진 바렌의 말에 슈멜츠는 긴장된 마음으로 답했다. 자신이 크론 영지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 스승님께 말했을 때, 스승님이 언급했던 그 사람. 그 사람이 바렌 크론, 영주님이었다. 그렇기에 슈멜츠는 오늘 바렌과의 만남이 더욱 더 기다려졌었다.
“케인스 시립 학교를 다녔습니다.”
칼펜 왕국의 수도인 체크란과 최남단인 크론 영지의 중간 쯤에 위치한 케인스 시. 그 곳의 케인스 시립 학교는 바렌 영주가 졸업한 칼펜 왕립 학교와 체크란 시립 학교와 더불어 교육으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학교 였다.
슈멜츠의 대답에 바렌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을 떠올렸다. 그리고 바로 슈멜츠를 향해 물었다.
“혹시 볼보트 교수님을 아는가?”
바렌의 입을 통해 나온 그 이름에 슈멜츠는 영주와 마주한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답했다.
“네, 제 스승님이십니다.”
그제서야 바렌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의 머릿속에 남겨진 의문에 대한 답을. 단 세 번의 만남이었지만 바렌에게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을 안겨 준 사람. 바렌이 존경하는 스승님의 첫번째 제자. 그리고 또한 그가 존경하는 선배이자 신념의 동반자인 볼보트 잠트. 그를 스승으로 두었다는 슈멜츠의 말에 바렌은 왜 슈멜츠가 이런 가치관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영지의 발전과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바렌과 달리 볼보트 잠트는 약자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았었다. 하지만 원하는 바는 같았었다.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것.
그렇기에 바렌과 볼보트는 함께 할 수 있었다.
“좋은 스승을 두었군.”
“네. 제 인생의 첫번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으로 바렌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어리자, 슈멜츠의 미소는 더 짙어졌다. 크론 영지를 살리고 싶다는 자신의 고민을 말했을 때, 스승님은 말씀하셨다.
‘가능할거다. 왜냐하면 그 곳엔 누구보다도 크론 영지를 살리길 원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누구보다도 크론을 살리길 원하는 사람, 바렌을 슈멜츠는 따르고 싶었다. 다시 한 번 마음 속으로 자신의 결심을 다지는 슈멜츠를 향해 바렌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첫번째 행운이라, 그러면 다른 행운도 있는 건가?”
이전보다 한층 벽이 사라진 듯한 영주의 물음에 슈멜츠는 이전보다 편하게 답을 하며 레이를 바라봤다.
“네. 여기 제 옆에 있는 레이들리히 바이스. 그가 두번째 행운입니다.”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하고 싶군.”
바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는 자신에게도 이 달꿈. 레이들리히 바이스가 행운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마저 식사를 하려던 바렌의 귀에 슈멜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세번째 행운도 곧 다가올 것 같습니다.”
슈멜츠는 궁금하다는 듯이 자신을 향한 잭과 레이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오직 바렌만을 바라보며 답했다.
“영주님. 영주님이 저희의 세번째 행운이 되어주실 것 같습니다.”
잠깐의 정적이 식탁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곧 그 자리엔,
“하하하하하, 그래, 그렇군,”
바렌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웃는 바렌의 표정은 어떤 흥미와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슈멜츠와 레이를 바라보며 답했다.
“나 역시도 자네들이 내 행운이 되어주길 바라네.”
바렌의 눈이 어떤 열기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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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힘을 내며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
비가 오는 날, 빗소리 들으며 글 적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오늘 기분이 좋네요. 🙂
12시에 다시 한 번 더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