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hine Normally RAW novel - Chapter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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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금빛 희망 – 9. 희망
영주 바렌은 영주실 소파에 앉아 마스코바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 그의 한 손에 들린 것은 어떤 종이. 서류라고 하기엔 급히 작성한 듯한 문서였다. 글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는 그의 입가에 비뚜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맞은 편, 재무부의 잭 레츠가 그와 같은 미소를 지은 채 눈을 빛내고 있었다. 둘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적막만이 감돌던 공간에서 바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쇼든도 다 늙었군.”
사자의 탈을 쓴 쥐. 겁쟁이. 그것이 바렌이 보는 쇼든이었다. 운 좋게 좋은 가문에 태어나, 운 좋게 괜찮은 파트너를 구해 그 자리에 올라선 자. 하지만 특유의 그 조심성으로 인해 어느 누구도 탈 속에 든 그 정체는 쥐인 줄 모르게 했던 자. 그 자의 탈이 이제 벗겨지려고 한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겠는가. 바렌의 입가에 미소가 더 짙어졌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보통 때 같았으면 우리가 모르게 가이츠를 찾아가고 얼굴로 티를 전혀 내지 않았을 건데 말입니다.”
“그렇지.”
지금 바렌이 계획하는 일. 그 일에 대한 견제나 방해가 없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없다면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가이츠와 쇼든을 비롯한 영지 내 권력자들의 동태를 더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물론 그 사실을 알아챈 이들도 있었으나 알아채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쇼든은 후자에 속했다. 그만큼,
“우릴 무시하는 군.”
그 사실이 바렌은 마음에 들었다. 더 무시해라.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우리를 우습게 여기고 무시하길 바렌은 바랐다. 그 시간 동안 바렌은 그들을 물어뜯을 날카로운 발톱을 가질테니 말이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리고 다들 잘 해주어서 다행입니다.”
“그렇군.”
잭은 위기가 올지도 모를 상황임에도 웃음이 나왔다. 이전이었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다. 알고 있다면 지키는 것은 물론 오히려 역공도 가능했다.
모든 부서 가장 밑바닥. 고위 관리자들이 신경쓰지 않는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은 대부분 자신들과 한 배를 탄 자들이었다. 바로 크론 영지의 신입 관리들. 오직 열정과 신념으로 망할지도 몰랐던 이 크론영지에 발을 들인 이들은 모두 수면 밑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역할에 맞춰 주어진 업무 외의 일에도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 주고 있었다. 지금 바렌의 손에 들린 것 또한 그 일의 하나였다. 위에 앉아 있는 이들은 모를 것이다. 예전 그들이 우리를 지켜보았듯이, 이제 우리도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크론 영지는 보이지 않은 수면 밑 깊은 곳에서부터. 그 밑바닥에서부터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바렌은 어느 때보다 유쾌했다. 가이츠의 사무실을 나온 쇼든의 표정과 행동, 걸음걸이. 모든 것들이 담겨져 있는 문서를 통해 그들이 나눈 이야기는 알 수 없었지만 하나의 가정을 할 수 있었다.
“하나는 해치울 수 있겠군.”
잭은 바렌의 목소리가 들리자 시선을 그와 마주했다. 그리고 순간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바렌의 눈빛은 깊은 곳에서부터 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나와 타오르는 듯한 어떤 힘에 잭은 소름이 돋았다. 이런 모습의 영주를 알았기에 잭 자신은 믿고 따를 수 있었다.
“잭, 그대로 감시를 유지하고 쇼든의 집을 드나드는 모든 자들에 대해 기록해서 보고하도록. 그리고 슈멜츠와 레이에게 저번에 말한 것보다 더 주변 감시를 철저히 하라고 서신을 보내도록.”
“네! 영주님!”
겁쟁이는 제 겁에 빠져 스스로 무너지기 마련.
바렌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렸다.
봄. 개국제. 내년.
이제는 당하지 않는다. 바렌은 주도권을 다시 얻고 영지의 명예를 다시 되찾을 확신과 기대를 가졌다. 크론 영지는 아직 망하지 않았다. 희망이 있다. 수십, 수백, 수천번 마음 속으로 되새기던 말을 바렌은 떠올렸다. 이제 그의 희망은 더 이상 헛된 망상이 아닌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크론 영지, 아직 어리고 힘이 약해 움츠러들어 있던 진짜 사자가 그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사자는 봄을 기다렸다.
*
“오늘도 오셨군요.”
“아, 우리가 요즘 외출을 할 때마다 스오카 찻집을 빠질 수가 있어야 말이죠! 안 그래?”
“그러니까! 스오카 찻집에 와서 딱! 마무리를 해야 외출인 것 같아서, 이렇게 오게 되네요.”
“하하하, 그러시군요.”
오전 내내 빈민가에서 공사와 관련된 일에 참여하던 슈멜츠는 오후가 되자 스오카 찻집으로 와 서빙일을 도왔다. 그리고 마주한 두 손님들을 보자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스오카 찻집과 달꿈이 함께 진행한 기부에 감동을 받은 후, 자주 스오카 찻집을 찾아주는 고마운 이들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해 낯이 익어진 만큼 편하고 자연스러운 말들이 오고 갔다. 요즘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슈멜츠는 이런 소소한 대화가 반가웠고 편했다. 그는 대화가 마무리 되어가자 두 여인을 향해 말했다.
“오늘도 같은 메뉴 신가요?”
“당연하죠!”
“물론! 그리고 알죠?”
“네. 압니다.”
상품 조청차 두 잔. 그리고 건네받은 돈은 이만 이천 켈드.
돈을 받아 들고서 주방으로 향하는 슈멜츠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축제가 끝났음에도 기부는 끝나지 않았다. 축제가 끝나자 오히려 조청차의 인기는 더 높아졌고 찾는 사람이 늘어나 이제 재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기부를 함께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사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함께 해주어 슈멜츠는 놀라우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럴 때면 슈멜츠는 항상 다짐했다. 이 기부금으로 영지의 사람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자고. 이번 달 벌어들일 기부금. 그 안에 담긴 마음이 얼마나 따뜻할지 슈멜츠는 기대되었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새 손님을 받기 위해 슈멜츠는 고개를 돌렸다. 어느 덧 문을 닫아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아마 이 손님이 마지막이리라. 마지막 손님은 자신이 받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돌린 슈멜츠는 순간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아버지…”
가이츠 우벨이었다. 축제 때 이후로 처음 찻집을 방문한 그의 등장에 슈멜츠는 당황스러웠지만 자신을 한 번 바라본 뒤, 예의 그 자리로 가 앉는 것을 보고 얼른 메뉴판을 들고 그 쪽으로 향했다.
“주문 하시겠습니까?”
메뉴판을 내밀며 슈멜츠가 하는 말에 가이츠는 메뉴판을 받지 않으며 답했다.
“상품 조청차 두 잔.”
그리고 그가 내민 돈은 이만 이천 켈드. 굳이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아직 기부금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가 안다는 사실과 그 기부금을 함께 내밀었다는 사실이 슈멜츠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의아했다. 두잔 이라니,
그 때 가이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너도 한 잔 하지.”
함께 자리에 마주앉은 슈멜츠와 가이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조청차를 마셨다. 다만 가이츠의 표정이 무덤덤했다면 슈멜츠는 어딘가 불편하고 어색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왜 갑자기 아버지는 찾아오셨고, 왜 나와 차를 마시려고 하시는 걸까. 많은 의문들이 슈멜츠의 머릿속을 뒤덮었다.
탁. 그 때 테이블 위로 잔을 놓는 소리와 함께 가이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덤덤하면서도 마냥 차갑지만은 않은 아버지의 눈과 슈멜츠는 마주 할 수 있었다.
“거꾸로 된 삼각형이라고 했던가?”
“….. 역시 알고 계셨군요.”
크론 영지 재무부의 수장이자, 관료들의 우두머리 격을 맡고 있는 아버지가 자신이 하려는 일을 모를 것이라고 슈멜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의아했다. 굳이 그 사실을 묻기 위해 이 곳에 오신 걸까? 자신의 뜻을 알기에 막지는 않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슈멜츠의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가이츠는 슈멜츠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자신의 말에 아무런 답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아버지의 시선과 마주하자, 슈멜츠는 점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지금 아버지의 모습으로 보아 자신을 막으려고 온 것 같지는 않았다.
“두렵지 않은가?”
“네?”
“지금 하려는 일 말이다.”
여전히 담담한 가이츠의 시선에 슈멜츠는 진심을 답했다.
“두렵습니다.”
두려웠다.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하고 그 일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 채, 다른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 놓일 것인데,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슈멜츠는 요즘 바빠서 피곤함에도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하지만,
슈멜츠는 가이츠를 향해 또 다른 진심을 말했다.
“하지만 이겨내고 성공할 것입니다.”
역시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가이츠는 확신했다.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고 그 것을 이겨내고 쟁취하려고 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맹수의 자격이었다. 자신이 가지지 못했던 그 무언가를, 우벨 가문이 가지지 못했던 그 의지를, 자신의 아들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가이츠의 심장을 거세게 뛰도록 만들었다.
“그렇군.”
가이츠는 어느 때보다 눈에 보이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이를 본 슈멜츠의 눈이 커졌다. 놀라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가이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아들을 향해 한마디 말을 건넸다.
“늘 주위를 둘러보고 신경 쓰도록.”
“아, 네! 아버지.”
슈멜츠는 가이츠가 건넨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스러웠지만 마음 속 깊이 새겨 들었다. 미소와 함께 건넨 말이어서 더 그런 걸지도 몰랐다. 그는 찻집을 떠나려는 아버지를 향해 깊이 숙여 인사를 했다. 그는 오늘 아버지로부터 큰 응원을 받은 기분이었다.
가이츠는 슈멜츠의 인사를 보았지만 다른 답을 하지 않은 채 찻집을 나섰다. 다만, 아들의 그 인사를 보며 가이츠는 한가지 결정을 했다. 패배한 겁쟁이의 모든 것을 씹어삼켜야 겠다고.
오늘. 그 동안 서로에게 칼날을 겨눈 채, 다른 길을 걷던 두 사람의 마음 속에 한가지 같은 생각이 자리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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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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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힘을 얻고 있어요. 🙂
다음 편이 1부의 마지막 편이 될 것 같습니다.
마음이 콩콩콩 설레네요. 🙂
즐거운 주말! 빛나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