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화(1/344)
제 1화
1화 퇴근 후 엑스트라 (1)
혹시 말이지?
내가 소설 속 세계에 들어왔다고 하면 믿겠는가?
……뭐, 믿지 않겠지.
그러나 믿어야 하는 처지에 강제로 놓였다면 어떻게 될까.
“휴우…… 이거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데.”
나는 흐르는 냇물에 머리를 처박고 열기와 잡생각을 씻어 내며 물가에 비치는 얼굴을 보았다.
그 꼴을 보자 여전히 복잡하게 감도는 위화감에 무심코 인상이 찡그려졌다.
당연하게도 물에 비친 내 얼굴도 같이 찡그린다.
하지만 지금의 내 얼굴은 매우 낯설다.
물에 비친 얼굴은 지금까지 내가 알던 모습, ‘안상혁’의 얼굴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의 얼굴이 되었다.
살짝 붉은 느낌이 꽤 진하게 느껴지는 머리카락에선 얼핏 갈색의 빛이 엿보이기도 한다.
거기에 명백하게 서양인 계통의 소년의 얼굴과 골격.
이거 정말로 나 맞니?
‘고놈, 참 잘생기긴 했는데.’
솔직히 외모는 나쁘지 않다.
틀림없이 지금 이 얼굴은 상당한 미형이라고 생각되니까.
‘그게 지금의 내 얼굴이라는 게 문제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내 모습이다.
성형 따위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몸에 내 정신만이 깃든 느낌.
어디 보자? 아마 빙의라고 하던가?
‘여기서 잘생겨졌다고 기뻐한다면 바보지.’
나는 한숨을 쉬며 다시 머릿속을 가다듬었다.
현재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문제를 하나하나 떠올렸다.
난처한 일이 많을 때는 우선적으로 정리해서 생각해야 하는 게 가장 정답이다.
질문 1. 여긴 어딘가?
‘……셀바스 왕국 남부에 위치한, 멜레나스트령.’
이미 머릿속에 있는 ‘기억’과 그리고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원작’의 사실을 대입한다.
질문 2. 지금의 ‘나’는 누구인가.
‘에일런.’
‘안상혁’이라는 이름보다 먼저, 자기 정체성을 주장하듯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지금의 나의 이름.
마지막으로 나는 세 번째 질문.
즉,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의 근본이 되는 질문을 던졌다.
질문 3. 이곳은…… 이 세계는 어디인가.
‘내가 얼마 전까지 읽은 판타지 소설, 《귀환한 대영웅님》의 세상……으로 추정.’
그렇다.
이곳은 소설 속 세상이다.
그리고 나는 그 소설 속 세상에서 가장 비중이 없을 인물이 되었다.
머리 위에 그것을 증명하듯 이런 글자가 보였다.
<에일런 – 엑스트라>
놀리는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됐담?’
그건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어!
나는 이렇게 된 첫날을 떠올리며 다시 진정하기 위해 이 잘생겨진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2화 퇴근 후 엑스트라 (2)
“어? 이걸로 벌써 완결이야?”
나는 스마트폰을 노려보면서 중얼거렸다.
현재 시각 새벽 2시.
암묵적으로 아직까진 업무 시간이지만, 누가 업무 시간에 일하겠나.
어차피 퇴근 쫑났는데?
그러니 당당하게 딴짓을 한다!
불만이면 제발 근로 기준법 좀 지켜 주세요! 사장님!
어디까지나 마음속의 항의만 외치면서 나는 읽던 소설의 마지막 화를 열람했다.
현재 내가 읽고 있는 건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웹소설이다.
‘시간 때우긴 딱 좋지.’
웹소설은 좋다.
마치 일하는 틈틈이 딴짓하면서 읽으라는 듯한 존재감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내가 가진 것은 수당 없는 야근 시간.
그동안 수많은 소설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오늘은 이 녀석을 끝낸 상황이다.
《귀환한 대영웅님》.
최근엔 요 녀석을 정독하고 있었다.
총 1,114화 완결.
꽤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 블랙기업에 혹사당하는 사축을 얕보지 마라!
뭐, 그런 느낌으로 틈틈이 읽었더니 무려 일주일 만에 완독하고 말았지!
업무 땡땡이 정말로 굉장해!
근데 어째서인지 슬프다.
내 인생 이대로 괜찮나?
‘차라리 퇴근을 하고 싶었는데!’
불가능한 것에 미련을 가지지 말자.
직장인에게 퇴근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야.
아마 현실에 소원을 이뤄 주는 구슬이 있다고 쳐도 그것만은 이루지 못할 게 분명하니까.
그보다 이제 다음엔 뭘 읽는담?
일을 빨리해 봐야 다음에 기다리는 건 또 일이야.
진정한 마감이란 제시간보다 하루 늦게 주는 것!
그것이 직장 생활 오래하는 법이다.
“하아…… 퇴근하고 싶어.”
그렇게 내가 눈물 나는 푸념을 하며 잠시 눈을 쉬게 할 겸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순간.
“응?”
이상한 위화감이 머릿속을 흔들었다.
그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갑자기 밝아졌다.
현기증인가?
“어? 뭐, 뭐야?!”
이상한 건 보이는 풍경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긋지긋한 사무실의 풍경도, 창문 밖으로 비치는 매캐한 하늘도 전부 달라졌다.
그 현상에 당황하던 내 눈에 그다음에 보인 건.
“……몽둥이?”
어째서인지 나를 향해 내리쳐지는 거대하고 굵직한 몽둥이였다.
도저히 믿기지 않아 반응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위험해!”
그런 내 뒷덜미를 잡고 누군가 힘껏 잡아당겼다.
누구지?
확인도 못 하고 그대로 내팽개쳐져 바닥을 굴렀다.
“쿠허억?! 웁?!”
바닥에 얼굴부터 처박은 바람에 흙이 코와 입에 잔뜩 들어갔지만 불평할 수도 없다.
틀림없이 그 난폭한 손길 덕에 살았으니까.
쿵!
지면이 울리며 충격이 내 머릿속까지 흔들었다.
방금 그 몽둥이가 지면을 강타한 것이다.
계속 멍하니 서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기조차 싫다.
“……대체 저거 뭐야?”
나는 여전히 바닥에 엎드린 채로 간신히 고개만 든 채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건 괴물이다.
어림잡아 3미터는 될 법한 짙은 녹색 빛의 괴물.
그놈은 흉측한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탐색한다.
“이거 영화…… 촬영은 아니지?”
하지만 내 의문에 대답해 줄 친절하신 분은 어디에도 안 계신 모양이다.
어느샌가 그 괴물의 주변에는 병사들이 열 명 정도 포위하여 날카로운 창을 겨누고 있다.
보아하니 저 괴물과 친구 같아 보이진 않는다.
“망할 트롤 놈…….”
“포위하고 창으로 꿰뚫어 제압부터 해!”
“심장을 노려! 트롤이 재생력이 뛰어나도! 심장을 찌르면 죽는다!”
병사들이 그 괴물을 포위한 채 사방에서 창을 내찔렀다.
푸욱! 푹!
놈의 우둘투둘한 자갈 같은 피부에 창이 박힌다.
시뻘건 피가 흘러나오고 트롤이라고 불린 괴물은 괴성을 지르며 저항한다.
-크워어어어어아아아아아악!
반격이라도 하려는 듯 놈이 몽둥이를 들어 올리려 하나, 병사들 중 한 명이 재빨리 내찌른 창이 놈의 손목을 꿰뚫는다.
그 탓에 놈이 몽둥이를 놓쳤다.
“어림없다! 이 괴물 자식아!”
그러나 트롤은 몽둥이 대신 그 병사를 향해 반대쪽 손을 뻗었다.
마치 대신할 것을 찾듯.
다른 병사들이 그 움직임을 막고자 창을 내찔렀지만 피부에 스쳐 튕겨 나갔다.
막지 못하자 누군가가 절규하듯 외쳤다.
“피해라! 저놈에게 잡히지 마라!”
안타깝게도 그 병사는 피하지 못했다.
그의 팔을 트롤이 단단하게 움켜쥐었다.
“으아아아아악!”
그 병사가 공포에 찬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비명조차도 오래가지 못했다.
트롤이 포효하며 그 병사를 휘둘러 던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하필 그가 날려간 지점에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다른 병사가 있다.
철푸덕!
“……윽!”
나는 고개를 돌렸다.
지금 들린 그 소리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지 않다.
보았다간 분명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
“에일런! 뭐 하는 거냐! 에일런!”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거세게 두드리며 일으켜 세웠다.
역시 처음 보는 병사다.
누구야?
“에일런!”
왜 나를 에일런이라 부르는 거지?
무엇보다 내겐 서양인 친구는 없다.
“네? 저는 에일런이 아니라 안상…….”
“헛소리 그만하고 일어나!”
그러나 그는 내 말을 들을 생각도 없나 보다.
“멍하니 있지 마라! 살고 싶다면 창을 쥐어!”
그리 말하며 그 병사는 내게 자신들 것과 똑같은 창을 쥐여 주었다.
무겁다.
야, 잠깐? 설마 나도 저 트롤인지 뭔지 하는 놈과 싸우라는 거야? 제정신이냐?
하지만 따질 새도 없이 그 병사는 트롤을 향해 돌진하며 다른 병사들과 같이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썩 상황은 좋지 못하다.
“에일런!”
그가 나를 향해 외친다.
젠장!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저 병사들과 같이 협력하는 게 내 생명줄인 것만은 확실하다.
만약 저들이 전멸하면 저 괴물은 나를 노리리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비명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를 지르며 창을 내질렀다.
아까 누가 심장이 어쩌고라고 했지?
그렇다면 저 괴물의 가슴을 노리자.
그러나 내가 찌른 창은 트롤의 피부에 살짝 박힐 뿐이다.
단단하다! 마치 돌덩이를 찌르는 것 같다!
“젠장! 도와주마! 에일런 넌 이쪽을 잡고 밀어라!”
결국, 나를 에일런이라고 계속 부르던 그 병사가 달려와 같이 창을 쥐어 잡고는 힘껏 밀었다.
“으아아아아아악!”
나 역시 될 대로 되란 듯이 힘껏 힘을 주었다.
푸욱!
창이 박혀 들면서 묘한 손맛이 느껴졌다.
아마 트롤의 심장을 뚫는 감촉이겠지.
소름이 끼쳤다.
-크후어어어어어어어…… 크훅…….
트롤은 비틀거리더니 무릎을 꿇었다.
그대로 거품이 섞인 핏덩이를 쏟아 내며 거꾸러졌다.
놈은 죽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주변을 살펴보니 그 괴물들의 시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쌓여 있었고 인간들의 시체의 수도 그에 못지않다.
이제야 깨달았다.
여긴 전쟁터다.
몬스터들과 인간이 싸우는 곳이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여긴…… 대체 어디고?’
혼란스러워진 내가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트롤인지 뭔지 하는 괴물도 그렇고…… 대체 왜 내가 이딴 토벌전에 징집되어서…… 응? 잠깐? 토벌전?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야?’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했지?
왜 여기가 저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장소라고 생각했지?
왜 내가 징집되었다는 걸 알고 있지?
묘한 기억이 있다.
‘기억? 대체 누구의?’
“에일런!”
그때 누군가가 내 등을 세게 후려쳤다.
깜짝 놀라 생각을 끊고 돌아보니 아까부터 나를 에일런이라 부르던 병사다.
그러니까 사람 잘못…….
“켈먼…… 씨?”
그러나 내 입에서 반사적으로 말이 흘러나왔다.
이제야 그를 알아본 것이다.
두 가지 이유로.
하나는 그의 머리 위에 이상한 게 보였다.
<켈먼 – 엑스트라>
마치 이름표처럼 저런 글자가 떠 있다.
지금 막 보이기 시작한 현상이다.
다른 병사들의 머리 위에도 마찬가지로 같은 이름표가 떠 있다.
왜 사람의 이름이 보이는 거지? 뒤의 ‘엑스트라’는 또 뭐고?
내게 저 병사에 대한 기억이 있다.
켈먼 씨.
나랑 같은 마을에 살던 다섯 살 연상의 마을 청년이다.
마찬가지로 징집령이 떨어져서 오게 됐는데…….
‘……잠깐? 그게 말이 돼?’
고개를 연거푸 저었다.
왜 내가 그에 대한 기억이 있는 거지?
정말로 친한 동네 형처럼 같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건 안상혁의 기억은 아니다.
그리고 이제야 깨달은 건데 내 몸도 이상하다.
저들과 같은 갑옷을 입고 있는 건 둘째 치고 명백하게 이건 내 원래 몸이 아니다.
꼭 내 정신을 이 몸에 덮어씌운 듯한 느낌이다.
조금 전 그는 나를 에일런이라고 불렀다.
그게 이 몸뚱이 주인의 이름인가?
‘말도 안 돼! 대체 에일런, 이 자식이 누구야!’
혼란에 빠져 있는 나를 보는 켈먼 씨의 눈빛이 걱정에 가득 찼다.
“아무래도 어디 잘못 부딪혔나 보군. ……이해는 한다만 마음을 굳게 잡아라. 너도 살아남아야지 않겠냐?”
그는 다른 의미로 한 소리겠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혼란 속에서도 나는 납득했다.
‘그래, 일단 살아남고 봐야지…….’
하지만 나는 이 영문도 모를 상황에서 죽을 운명인 모양이다.
곧바로 안 좋은 소식이 들린 것이다.
“트롤 놈들이 더 몰려오고 있다!”
누군가 그렇게 외쳤다.
병사들의 안색이 굳는다.
켈먼 씨 역시 식은땀을 흘렸다.
트롤이 족히 100마리는 더 이쪽을 향해 전진해 오고 있다는 모양이다.
그 소식은 틀림없이 절망이나 다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