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0)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0화(10/344)
제 10화
12화 도시로 상경을 노려라 (3)
돌이켜 보면 심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그의 미모도 미모지만 가진 물건도 하나같이 값이 나가 보이는 마도구 같았다.
처음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귀족 도련님이라고 생각했다.
겉모습에 현혹되어 욕심을 부린 게 실수였다.
루들과 당시 동행했던 상인들은 그 셀베스터라는 소년과 동행하고 며칠 뒤 새벽을 틈타 습격을 꾀했다.
가진 물건을 빼앗고 포박하여 노예상에라도 넘길 참이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 보니 당한 건 그들이었다.
오히려 셀베스터는 습격해 오는 순간, 마치 예상했다는 듯 즐거이 웃는 게 아닌가.
“이런 머저리들은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나 보군.”
그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까딱이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날아가고 땅이 후벼 파인다.
순식간에 일행의 절반의 목이 날아갔다.
그대로 루들은 공포에 주저앉았었다.
죽는다.
결국, 자존심도 잊고 엎드려 빌었고 가진 돈과 마차를 그에게 넘기는 것으로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렇다 쳐도 설마 그런 괴물이 흔할까요. 저 애송이는 아닐 겁니다.”
“……그래, 흔할 리는 없겠지.”
루들은 에일런의 인상을 떠올렸다.
반반하긴 하지만 그게 고작이다.
그에겐 그 소년 같은 강렬한 인상은 없다.
분명 평범한 시골 애송이이리라.
그렇다면 괜찮겠지.
“거기에 손해가 막심합니다. 빨리 메꾸지 않으면 위험하잖아요?”
주저할 이유는 없다.
“좋다. 오늘 그 애송이가 방심한 틈을 타 처리하지.”
루들은 결정을 내리며 히죽거렸다.
그때 루들을 비롯한 상인들 누구도 알지 못했다.
마차 위, 그들의 머리 주변을 맴도는 반투명한 상태의 물의 정령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는 것을.
* * *
‘네~ 네~ 그럴 거라 생각은 했죠.’
나는 마차 구석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새삼 입맛이 약간 쓰다.
원작 그대로의 투명한 인성을 가진 흔해 빠진 행상인들이셨군요.
내가 바로 저들의 본심을 알 수 있던 것은 여기 지금 내 손바닥 위에서 열심히 조잘거리는 요 물의 정령님 덕이다.
-그래서! 다들! 덮쳐? 호구? 라고 했어!
운디네가 몸짓, 손짓, 팔짓! 다 해 가면서 열심히 설명한다.
상인들이 말했던 단어를 기억하고 내게 말해 주는 것이다.
‘……정령에는 이런 사용법도 있지.’
정령은 고유의 능력만 쓰는 게 전부가 아니다.
영체 소환을 응용하면 감지 능력이 낮은 놈들 상대로 염탐도 벌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왕실에는 잠입과 정보 조사를 전문적으로 삼는 정령사도 있다.
“그럼~ 저 기특한 아저씨들에겐 어떻게 해 줄까?”
-어떻게 해? 어떻게?
“마음 같아서야 한바탕 뒤엎어 주고 싶긴 한데.”
나는 운디네를 쓰다듬으며 히죽거렸다.
“일단 때를 기다려야지.”
추궁해 봐야 잡아떼기만 하겠지.
“잘 기억해 둬. 원래 증거란 건 확실하게 현장에서 잡아야 하는 거거든.”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범인을 몰아붙여야 상대가 망가지는 법.
‘뭐, 반쯤은 노리기도 했으니까.’
저들의 정체를 알자마자 왜 내가 피하지 않았겠냐.
처음부터 저들이 배신하는 것을 전제로 여행 일정을 생각했다.
주인공도 기부를 받았는데 나라고 받지 말라는 법은 없지!
‘나도 갖고 싶어!’
여비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 참이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그렇기에 일부러 허술한 애송이인 척 행동하면서 마차를 얻어 탔다.
일종의 함정 수사다.
그리고 역시나, 저 바보들은 내게 눈독을 들였다.
예상대로라면 오늘 밤에라도 습격하려 하겠지.
정말로 바람직한 결과다.
‘그럼 어떻게 갚아 줄까.’
상대의 악의를 갚아 줄 상상은 즐거운 법.
그들의 표정을 어떻게 일그러트려 줄까.
나는 싱글벙글거리면서 궁리했다.
* * *
날이 어두워지자 루들은 적당한 장소를 골라 아영을 할 것을 지시했다.
“오늘은 이쯤에서 야영을 하도록 하지.”
곧 상인들은 익숙한 듯 불을 피우며 야영 준비를 끝내고는 불침번을 정하고자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불침번 서야 하나?’
고거 참 싫다.
일단은 나도 끼어서 순번을 정하고자 하니 루들이 말렸다.
“에일런 자넨 괜찮네. 들어가서 쉬게나.”
“……정말로 그래도 되나요?”
“암, 그렇고말고. 일단은 자넨 손님이 아닌가. 대금까지 받았는데 굳이 설 필요는 없네.”
다른 상인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은 처음이지 않나. 소소한 선물이라고 생각하게.”
“암, 힘들 때지.”
“오늘은 쉬게나.”
상인들은 인심 좋은 양 말하면서 들어가길 권한다.
불침번 면제라니. 거참, 춤이라도 춰 주고 싶네.
‘나를 바보로 아나. 아주 성인군자 납시셨구만.’
과한 호의는 꿍꿍이를 동반하는 법.
자고로 담배 마지막 한 개비를 양보하는 놈, 불침번을 대신 해 주겠다는 놈, 그리고 남의 커피에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올리는 놈.
이런 놈들은 사악한 계획을 꾸미고 있을 테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누가 그랬냐고? 내가.
아무리 마차 얻어 타는 대금을 냈다 해도 불침번은 서기 마련이다.
호의도 정도가 있다.
‘그래, 내가 편히 자 주지 않으면 저들도 곤란할 테니까.’
속셈이 훤히 보여서 하품이 아니라 한숨이 나올 거 같다.
그래도 일단은 웃어야지.
속는 건 내가 아니다. 너희야.
“그럼 그 호의,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차 안에서 쉬어도 좋네. 모포도 빌려주지.”
왜 어떤 동화가 생각나나 몰라.
‘네가 맛있게 살이 찌도록 맛있는 걸 잔뜩 주마!’라는 논리인가.
역시 악당이 가장 친절한 건 세계 공통인가.
하긴, 거절할 이유는 없다.
나는 배려대로 순순히 마차 짐칸에 틀어박혀 모포를 두르고 웅크려 앉은 채로 생각해 봤다.
‘이제 저놈들에게 어떻게 대응할까?’
얌전히 기다릴 필요는 없지?
싸워서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나 대놓고 기다리는 건 미련하다.
‘함정이라도 파 둘까?’
쓸 만한 게 없을까 두리번거렸다.
딱 쓸 만한 포대 자루가 보였다.
안에 든 건 곡물인가?
우리 마을에서 구입한 것 같군.
포대를 몇 개 끌어모아 적당히 쌓은 뒤 모포를 덮었다.
모포를 뒤집어쓰고 잠든 것처럼 보이게끔 각도도 조정해 둔 뒤, 마차를 빠져나와 근처에 몸을 숨겼다.
‘만약 이러고 습격하지 않으면 나만 괜한 짓한 건데…….’
나는 가만히 숨을 죽인 채 저들의 행동을 기다렸다.
악당이 덮치길 바라며 기다리다니…… 내가 무슨 변태도 아니고.
약간 복잡한 기분에 빠져 있을 쯤.
발소리가 들렸다.
잠들었다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희미했다.
상인들이 천천히 내가 잠들어 있어야 할 마차를 포위한다.
‘결국, 제 버릇 못 고친다더니…….’
이쯤 되면 발뺌할 것도 없으리라.
‘그럼~ 저 기부 천사들에게 어떻게 고마움의 답례를 해 줄까.’
상대가 머릿수가 많으니 만만하더라도 대놓고 싸우는 건 미련한 짓.
나는 수면의 정령 샌드맨을 불러내었다.
샌드맨은 하품을 하며 묻는다.
-……왜에?
“저기 저 아저씨들 있지? 아무래도 잠이 안 오는 모양이니까 귀여운 네가 잘 재워 줄래?”
-……간단해.
샌드맨은 바로 영체 소환 상태가 되어 마차 쪽으로 향했다.
저들에게는 영체 소환 상태의 정령을 눈치챌 능력은 없다.
샌드맨이 수면의 파장을 쏘아 내자 상인들이 한 명씩 비틀거리더니 쓰러지기 시작했다.
처음 한 명이 쓰러지자 상인들이 갸우뚱거리고, 두 명째가 되자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는지 어깨를 움찔거린다.
그 모습을 보니 꽤 즐겁다.
‘역시 인간을 상대로도 효과가 뛰어나네.’
수면의 파장에 당해 잠이 들면 한 시간 정도는 쉽게 일어나지 않으리라.
하지만 예상외의 일도 있다.
마지막 남은 놈, 루들이 비틀거리면서 무릎을 꿇지만 잠들지 않았던 것이다.
“……크윽, 지금 그건 대체? 이, 이봐! 일어나! 지금 뭘 하는 거냐!”
그는 쓰러진 동료 상인들을 번갈아 보며 공황 상태에 빠졌다.
‘샌드맨의 수면을 버텼어?’
영체 소환이라 효력이 낮긴 하지만 일개 상인 주제에 버티다니.
나도 조금 놀랐지만, 곧 그 이유가 짐작이 갔다.
‘아…… 그건가? 그걸 가지고 있다면 운 좋게 버틸 만은 한데.’
아마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오히려 잘됐다.
마침 루들 저놈만이 의식이 남은 것도 썩 나쁘지 않았다.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샌드맨을 돌려보낸 뒤, 대신 스프라이트를 영체 소환으로 불러내었다.
‘저 아저씨 있지? 그 사람이 내게 가까이 다가오면 전기로 지져.’
-응!
만일을 위한 대비다.
지시를 끝낸 후 나는 모습을 드러냈다.
루들의 앞까지 느긋하게 다가가 일부러 반갑게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면의 효과도 해제했다.
“할로~ 루들 씨, 좋은 밤이네요? 밤공기가 참 차죠?”
“……네, 네놈.”
“이런 야심한 시간에 뭘 이렇게 단체로 찾아오시나, 쑥스럽게?”
나는 이미 곯아떨어진 상인들을 보며 눈웃음 지었다.
“그래서 무슨 용건이신지? 새삼 밤늦게까지 놀 나이는 아니지 않나요? 내일 피곤할 텐데?”
다들 회복도 안 될 나이잖아?
바보가 아닌 이상 빈정대는 소리란 것쯤은 알겠지.
“……잠깐 기다리게! 뭔가 오해가 있네!”
루들은 한 손을 뻗으며 나를 진정시키려고 한다.
“오해?”
“그래! 오해네! 들어 보게나!”
무슨 변명을 할까?
일단은 들어는 줄 생각으로 기다리지만 대신 그가 꺼낸 것은 말이 아닌 품속에 감춘 단검이다.
단검으로 푸는 오해도 있구나.
몰랐네, 세상 참 무서워.
“뒈져라!”
방심했다고 생각했는지 주저 없이 단검을 앞으로 내찌르려 한다.
기가 막혀서 한숨이 나온다.
“……하아, 그럴 줄 알았지만.”
단검을 뻗으려는 순간, 내 앞에서 희미한 섬광이 번쩍였다.
파직!
“끄악?!”
그가 괴기한 비명을 지르며 단검을 놓쳤다.
바닥에 떨어진 단검의 날이 살짝 붉게 달아올라 있다.
지시대로 반격으로 쏜 전격이 단검에 피뢰침처럼 파고든 것이다.
“크윽…… 뭐, 뭐냐?! 지금 그건 대체…….”
그의 입장에선 갑자기 내 앞에서 무언가가 번쩍인 것으로밖에 인식하지 못했으리라.
‘수법이 뻔해.’
방심시키고 찌르기는 사회생활의 기본 전술이니까.
나도 매우 좋아하는 거고.
나는 바닥에 떨어진 나이프를 살짝 걷어차 뒤편으로 미끄러트려 보내고는 그의 어리석음을 차갑게 비웃었다.
“제가 오해하긴 했네요. 납치 미수인 줄 알았는데 살인 미수였군. 이거 참, 세상 무섭네?”
“……윽!”
루들도 발뺌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엉덩이를 질질 끌며 뒤로 내뺐다.
그러나 또 무슨 헛생각을 한 건지 이내 눈을 부릅뜨는 게 아닌가.
심지어 삿대질까지 한다.
“그래! 네놈, 마법사구나! 지금 벌어진 일! 전부 마법이렷다!”
“마법사? 너 제정신이냐?”
황당한 개소리에 내가 할 말을 잃었다.
“발뺌해도 소용없다! 뭘 했는지 모르나 마법이라면…….”
놈은 전격에 의한 마비 때문에 손을 덜덜 떨면서 품에서 또 무언가를 꺼냈다.
꺼내는 것은 나무를 깎아 만든 듯한 부적이다.
아마 저것의 정체는…….
“……그거 마법 저항력 부적이지?”
“그래! 이것만 있으면 마법 따윈 두렵지 않다!”
마법 저항력 부적.
마나에 대한 저항력을 발현하게끔 만든 호신용 마도구의 일종이다.
‘저놈, 왜 제대로 잠들지 않았나 했더니 역시 저것 때문이군.’
수면의 정령의 능력은 순수한 정신 계통의 힘이기에 마력 저항력에 따라 효과가 크게 갈린다.
물론, 고작 저 정도 부적이라면 위력을 조금만 더 올려도 잠들게 할 수 있으니 큰 지장은 없겠지만.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그는 내가 낭패를 본다 생각했는지 비열하게 웃었다.
“크하하하하! 어떠냐! 만일을 위해 우연히 알게 된 마법사 나리께 거금을 들여 구한 것이다!”
“……그래서?”
내 담담한 반응에 놈의 자신만만하던 인상이 일그러진다.
긴말을 들려 줄 필요는 없다.
나는 스프라이트의 상태를 통상 소환으로 돌렸다.
반쯤은 과시, 그리고 위력을 제대로 올리기 위해서다.
“뭐, 뭐냐, 그건…….”
“이런 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전격을 쏘아 내게 지시했다.
“그 잘난 부적으로 막아 보시든가.”
파짓!
파지지짓!
“끄아아아악!”
폭발하듯 전격이 두 번 정도 반짝이자 결국 루들은 괴성을 지르며 쓰러지더니 추하게 꿈틀거렸다.
“막아 보라니까?”
파지지지짓!
저항도 못 하는군.
그 잘난 부적으로도 전격을 막지 못한 것이다.
“어, 어떻게…… 크흑! 분명 마법사님께서 막을 수 있다 하였는데?!”
“확실히 정령술도 마법 저항력에 영향은 받지. 그런데 그 부적은 싸구려다? 그걸로 1서클 마법이나 막으면 다행일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