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04)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04화(104/344)
제 104화
115화 팔젠트 공국 (1)
틈틈이 시기를 계산해 보자.
‘소문에 의하면 이제야 팔젠트 공국과 제국 셀론드 후작령 간에 전쟁이 터진 모양이니까. 지금은 그쪽 외에는 별일은 없겠지?’
원작 시나리오의 무대는 일시적으로 팔젠트 공국으로 넘어갔으니 내 시야가 닿는 곳에서 무언가가 일어날 일은 없겠지.
‘나는 계속 펠푸크에 틀어박힌 채니까. 별일은 없겠지?’
이불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재앙은 없다.
이불 안이 제일 안전해.
‘그래도 계속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겠지?’
4권이 끝이 난다면 그다음엔 5권.
5권은 셀베스터가 흑마법사를 퇴치하며 이득을 챙기는 파트랑 그 외에 자잘한 이야기들이니 그것도 나랑 상관은 없나?
한 가지 요소를 꼽자면 그때가 되면 내 마법 스승님이기도 한 크루세 엘파먼트가 주인공과 만나겠지만 그것은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지.
‘그럼 문제는 그다음?’
원작 6권.
비밀 조직 대륙 통합회 소속 루펠 공작이 본색을 드러내고 반란을 일으킬 테고, 주인공이 관여하며 대규모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그때는 나도 쉬고 싶어도 못 쉴 것이다.
열심히 재난을 피해야 할 테니까.
차라리 그때는 타국에 나가 있는 것도 고려를 해 보자.
‘그러고 보니 팔젠트 공국 쪽 전쟁의 경과가 어떻게 됐으려나.’
실시간 중계 수단이 없으니 타국의 소식은 그야말로 긴 시간을 거쳐서 귀에 들어오니까, 답답하네.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언제부터인가 사건이 벌어지는 시기가 늦어진 거 아냐?’
내가 알고 있는 원작의 예상 시기보다 전쟁이 터지는 시기라든지 여러 흐름이 상당히 늦은 편이다.
지금만 해도 내가 이곳에 온 지도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이제야 막 전쟁이 터졌으니까.
본래의 원작대로라면 이미 주인공의 개입으로 종전되어도 이상할 게 없을 텐데.
이유가 뭘까?
혹시 미래가 바뀌는 걸까?
‘뭐, 적어도 4권의 전개 자체는 문제는 없겠지?’
어차피 결과는 알고 있다.
시기가 늦을 뿐 경과는 아마 내가 아는 그대로 일 테니까.
중요한 건 날짜가 아니라 사건.
지금쯤 한창 국경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겠지.
그리고 20일쯤 고전하다가 셀론드 후작의 공세에 한 번 물러날 것이다.
‘이후 전개에서도 주인공이 끼고 나서야 셀론드 후작 측 군대가 박살 났으니까.’
아아, 주인공 님 강림하사 수많은 대군이 쓸려 나갔도다.
그야말로 판타지 소설다운 정석 전개가 아닌가.
전장에서 무쌍은 주인공의 꽃이니까.
‘그래도 확실하게 소식은 듣고 싶은데.’
그래야만 안심이 된다.
나는 이따금 타국에서 들어온 배가 있으면 근처를 얼씬거리면서 귀를 기울였지.
며칠을 기웃거리자 마침내 들렸다.
“그거 들었나? 팔젠트 공국 쪽 소문이네만…….”
오, 드디어 원하던 이야기가 들린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은?
“공국이 처음부터 크게 열세인가 보더군.”
……음? 뭐지?
열세라.
첫 번째 전선이 밀린다는 건가?
뭔가 마음에 걸리네.
“이미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라고 들었네.”
“첫 번째 방어선이 하루 만에 무너졌다지?”
잠깐만요? 스톱? What?!
뭐가 무너져?
순간, 예전에 회사 선배가 강요해서 구입한 코인의 시세가 뚝, 하강하는 것을 봤을 때와 같은 데자뷔를 느꼈다.
내가 알고 있던 전개보다 더 다급한 거 같은데?
어째 듣자마자 머리가 아파지네요.
문제가 있었다.
이거 전쟁이 터지는 시기가 늦는 게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팔젠트 공국이 밀려나는 속도가 빠르다.
과연 이걸 웃으며 넘겨야 할까?
* * *
생각할수록 이상하다.
‘그야 공국의 열세는 있을 법해. 그래야 주인공이 끼어들 구실이 되니까.’
원래 첫 번째 방어선은 무너지게 되어 있다.
두 번째도 무너지고, 세 번째에서 주인공이 개입하는 거였지?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라.’
첫 번째 전선이 순식간에 무너져?
그럴 리가, 원래는 약 20일은 버텨야 한다.
거기에 계속 소문에 귀를 기울이니 팔젠트 공국 측의 전황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급속도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대체 주인공은, 셀베스터 그 자식은 뭘 하는 거지?’
그게 의문이다.
원작의 주인공 셀베스터의 존재 여부는 거의 반쯤은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개월 전.
은발의 소년과 엘프 한 명, 그리고 귀족으로 보이는 청년 하나가 배를 타고 갔다는 소문이 들렸으니까.
워낙 심상치 않은 인물인 듯 소문이 자자했지.
아마 주인공과 일행들일 것이다.
나는 소문만 듣고는 그대로 여관방에 틀어박혔지만 아마 맞다고 여긴다.
‘무슨 일이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상황이 나쁜 걸까?’
여기서 추측해 봐야 낼 수 있는 답은 한계가 있다.
진지하게 고민을 해 봐야 했다.
‘원래는 크루세의 충고대로 마도서나 찾는 여행이나 가려고 했는데.’
여유가 있으니 마도서를 찾아다니면서 파워업을 꾀해 볼 참이었다.
‘하지만 지금 팔젠트 공국 일도 신경 쓰여.’
예상보다 빨리 악화되는 상황.
그 외에도 몇몇 근황을 들어보면 내가 알고 있던 원작의 요소보다 시기가 완전히 엇나가고 있다.
‘변수가 달라졌기 때문인가?’
요컨대 무언가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과연 주인공이 제대로 제 일을 하고 있는 걸까?
그것부터가 벌써 불안해 죽겠다.
‘하지만 내가 끼어들어서 할 수 있는 게 있나?’
나? 전쟁은 쥐뿔도 몰라.
군대? 그래 봐야 병사로서 복무한 경험밖에 없고, 그건 조금도 도움이 안 된다.
‘무엇보다 내가 얻을 게 없어.’
이득이 없는 것도 내키지 않는 이유다.
무상 봉사는 싫으니까.
싸움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아니, 잠깐, 정말로 할 일이 없는 건가? 정말로?’
단정 짓자니 어딘가 찝찝하다.
마음에 걸려서 나는 머릿속 한구석에 처박혀 있는 원작의 텍스트를 되짚어 보았다.
‘찾는 건 공국이 원작에서 열세를 겪어야 하는 이유.’
원작에선 무엇 때문에 주인공이 끼어들기 전까지 패전을 거듭하고 있더라?
‘아, 그것 때문이었지.’
답을 몇 가지 찾아낸 나는 고민했다.
그중 대부분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
하지만 하나라면.
한 가지가 문제라면 그건 어떻게든 될지 몰라.
‘무엇보다 잘만 해내면 돈을 크게 만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생각해 보니 전혀 얻어먹을 게 없는 것도 아니다.
그제야 눈치챘다.
전장의 한 귀퉁이에도 틀림없이 빨아먹을 꿀은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꿀이 있다면 나는 벌새처럼 그곳을 향하고 싶어진다는 것도.
‘한번 가 볼까?’
내 이득을 위해서.
그리고 조금은 행동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역시 한 번은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이 빌어먹을 세상의 근간이 되는 원작, 《귀환한 대영웅님》의 주인공.
셀베스터, 그놈의 얼굴과 행동을 먼발치에서만이라도 직접 봐야 할 것 같았다.
역시 이놈이 가장 큰 변수다.
내가 아는 그놈이 맞는지 알아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어쩌면 더는 핑계 대면서 피하면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 * *
바로 계획을 급히 수정.
대략적인 계획의 틀을 생각하고 난 뒤.
나는 이것을 실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먼저 계획에 필요한 것을 갖추고 있는 협력자인 로웰에게 바로 달려갔다.
필레로스 상회의 지부장인 그의 조력을 받는 게 가장 확실하니까.
그리고 나는 바로 용건을 꺼냈다.
“꽤나 갑작스러운 말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로웰 씨. 전 팔젠트 공국으로 가서 큰돈을 벌어 보고 싶습니다.”
“……정말로 갑작스럽군요.”
로웰은 마치 뭐에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젓는다.
“유감스럽지만 현재 공국으로 향하는 배편은 에일런 씨라도 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야 전쟁 중이니까.
입항 허가도 엄격해졌고.
거기에 굳이 전쟁터에 가고자 하는 바보도 달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 가고 싶어 하는 내가 눈을 부릅뜨며 거듭 부탁했다.
“로웰 씨라면 그들과의 연줄이 있죠?”
이전에 잠깐 지나가듯 한 발언이나 기억하고 있다.
특히 처음 포션 거래 때!
그것을 공국 측의 사람과 거래하던 것도 그 연줄이 어쩌고라고 하지 않았나.
로웰이 눈을 작게 떴다.
난처하다고 여기나.
“연락 가능하시죠?”
“……가능은 합니다.”
그가 사실대로 대답해 준 건 그간의 의리 덕이겠지.
나는 더 이상 단순히 매몰차게 거절하고 넘길 상대가 아니게 된 것이리라.
그에 따라 더 곤란해 보이지만.
“하지만 에일런 씨? 팔젠트 공국에는 어떤 볼일입니까?”
“말했잖아요, 큰돈을 벌고 싶다고. 로웰 씨, 제가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혹시 용병으로서 참전하려는 겁니까? 꽤 늦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미쳤어요?”
아, 무심코 나왔네.
그가 제대로 헛다리를 집자 그만 헛말이 반사적으로 뿅! 튀어나오고 말았다.
“아닙니까?”
“제가 뭐가 아쉬워서 전장으로 가나요? 나 참…… 그게 아니라 가서 할 일은 단 하나잖아요!”
나는 검지를 세우고는 말했다.
뻔하잖아요?
“장사! 그들을 상대로 한몫 팔고 싶습니다.”
전쟁터도 틀림없는 훌륭한 장사터다.
단순히 전쟁이 터지기 전만이 아니다.
전쟁 중에도 틀림없이 상인의 입장으로서 주워 먹을 것들이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식량이나 무구 등 여러 물자를 직접 가서 팔아 보고 싶어졌거든요.”
“흐음, 그건 추천을 드릴 수 없습니다.”
로웰도 다시 고개를 젓는다.
“……죄송하지만 이제 와서 끼어들기에는 꽤 시기가 늦었다고 여겨집니다만.”
“글쎄요? 그건 어떨까요.”
나는 의미심장하게 으스댔다.
그래, 본래라면 인제 와서 그쪽을 탐내 봐야 의미는 없다.
이미 공국은 한 차례 필레로스 상회를 비롯해 다수의 상회를 통해 전쟁 전의 비축 물자를 상당수 갖췄다.
준비는 만전!
‘하지만 이 업계에선 그게 곧 플래그야.’
4권의 내용을 쭉 기억을 떠올려 보면서 그 텍스트를 하나하나 되새김질을 해 보다가 깨닫게 된 것인데.
‘애초에 그 비축 식량, 계략에 의해서 불타잖아.’
정리해 본 결과 4권의 전개 내용 중 공국이 위기에 몰리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 국면이 있다.
하나는 첫 번째 전선이 깨질 때.
제국이 앞세우는 대규모 몬스터 병단에 대항할 대응책을 찾지 못해서 후퇴를 할 때다.
그리고 두 번째!
‘비축 물자. 특히 식량의 대량 소실!’
모종의 이유로 그들은 비축해 둔 물자들, 특히 식량을 대부분 소실하게 된다.
당연히 그것 자체가 제국 측의 계략이고.
세 번째는…… 그건 지금은 논해도 의미 없다.
그건 내 손으로 어떻게 할지, 아직 자신 없는 문제니까 제쳐 두자.
무엇보다 그 부분은 주인공이 해결할 일이기도 하고.
아무튼, 그것들을 떠올린 나는 그 자리에서 손뼉을 쳤지.
하마터면 좋은 걸 놓칠 뻔했어!
‘이건 장사할 기회야.’
그야말로 거금을 만질 기회.
돈은 벌어도, 벌어도 그 골이 없다.
힘보다도 탐욕스럽게 추구해야 하는 것이 바로 돈! 머니!
돈은 위대하도다! 경제 시장 만세!
그러니 돈 벌자.
“만약 다시 대량으로 물자를 팔아 치울 찬스가 있다면요?”
나는 일부러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로웰 씨를 향해 반대로 되물었다.
그럼 어쩌겠나?
“…….”
로웰은 대답하지 못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보통은 이런 헛소리를 하는 놈은 매로 다스리는 게 이곳의 상식.
그러나 내가 누군가.
호감도에는 자신이 있어.
나는 나의 인간성을 믿는다.
“에일런 씨? 혹시 뭔가 정보라도 얻은 것입니까?”
“후후후후. 그렇다고 해 두죠.”
“참으로 기묘하신 분이군요, 당신은…… 제 쪽은 아무것도 들린 게 없습니다.”
그야 그렇겠죠. 이건 미래의 일이니까요.
아무리 소문에 민감한 상인이라 하더라도 미래의 일까지 잡아낼 수는 없다.
그게 가능하면 상인 왜 하냐, 돗자리 펴야지.
“정보에 관해서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잠시 한 가지. 에일런 씨, 당신은 어느 정도의 거래를 바라시는 것입니까?”
일단은 판의 크기를 알아야 계산을 굴리든, 말든 할 테니까.
나는 싱긋 웃으면서 원하는 물자의 양을 말했다.
식량 그리고 필요한 물자들의 양을 양피지에 대략 적어 보여 주었다.
“……이만큼이면 어떨까 싶습니다만.”
“윽! 지금 진심입니까?!”
로웰이 퍼뜩 놀라 그 자리에서 덜컥! 일어나고 말았다.
어…… 그렇게 많나?
아무래도 내가 현직 상인이 아니니 다소 물량의 계산을 안일하게 하는 면이 있다.
지적하면 고치면 되니까 걱정은 안 했는데 저렇게 놀라다니.
“혹시 불가능한 것입니까?”
“가능은 합니다. ……제 재량을 최대한 끌어모으면 어떻게든…… 전부는 아니라도 7할까지는 확보가 가능하리라 봅니다만.”
“7할이나……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오히려 예상했던 이상이군요.”
내가 말하긴 했지만 4할만 해도 감지덕지겠다, 여기던 참이니 충분히 기대 이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확보와 별개로 알고 계시는 겁니까? 만약…….”
“만약 이것들을 팔지 못하면 전부 짐짝이 된다는 거 말입니까?”
내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확실히 손해 보면 이젠 진짜 죽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