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05)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05화(105/344)
제 105화
116화 팔젠트 공국 (2)
그건 잘 알지.
원작이라는 근거가 없으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일이다.
로웰이 걱정할 리스크인 건 사실이다.
“하물며 그들과의 계약 성사 여부도 불투명합니다. 에일런 씨의 계획은 그저…… 그 정보에 따라 그들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거래를 할 것을 전제로 두고 있으니까요.”
거절당하면 그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게 묻는 것이리라.
안전성이 없다.
로웰이 보기에는 내 행동은 지나치게 날림으로 보이는 것이리라.
어쩔 수 없지. 나는 원작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보고 있을 뿐이니까.
그러니 괜찮아.
나는 자신 있게 웃어 보였다.
“자신이 있습니다.”
“……혹시 그 정보가 무엇인지 제게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신지요? 제 쪽에서도 알아보고 싶습니다.”
나는 거절했다.
“그건 어렵습니다.”
“저에게도 말입니까?”
“조금 사정이 있거든요.”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이 정보는 다른 사람 앞에서 꺼낼 증거가 없는 것이니까.
내 머리를 활짝 열어서 보여 줄 수도 없고.
“그거…… 음, 고민이 되는군요.”
당연히 로웰은 망설이는 눈치다.
반응은 충분히 예상했던 대로다.
나는 추가로 말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전 단순히 필레로스 상회 측의 조력만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거래입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저는 공국에 팔 물건들에 관해서 이곳에서 구입을 하고 싶은 겁니다.”
“행상인처럼 말입니까?”
“예. 물론 운송이나 일손은 여기서 빌려야 하지만요. 가진 게 없거든요. 그 비용도 부담해야겠네요.”
거기까지 말하고 나는 잠시 숨을 들이쉬고는.
조건을 제시했다.
“현재까지 제가 번 돈을 대금으로 내놓죠. 모자란 것은 이후 배당금에서 제하는 계약도 맺겠습니다.”
밑천은 내가 투자하고 짊어진다.
너흰 그냥 물건만 팔아라.
로웰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어디까지나 내가 물건을 사고, 그걸 내가 가서 팔겠다는 뜻.
즉, 리스크의 대부분을 내가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팔리지 않으면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이지.
인력과 그리고 옮길 배의 관리 등의 손해가 나올 수 있지만 내가 짊어질 부담에 비하면 별것 아닐 것이다.
“그렇게까지…… 말하시는 겁니까?”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으니까요. 진심입니다.”
실패한다고는 생각지 않고, 만약 일이 틀어졌을 경우에도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되리라.
‘단순히 실패가 두렵다고 이 기회를 날리기에는, 아까워.’
적어도 이것 이상의 기회는 달리 없으리라.
“어떻습니까, 로웰 씨? 이 정도면 충분히 제 부탁을 들어주셔도 당신에게 갈 피해는 적다고 생각합니다만.”
“……잠시.”
로웰은 내게 양해를 구하고는 일어나더니 어디론가 향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바깥 공기라도 쐬고 싶은 건가?
‘보아하니 대뜸 거절할 것 같진 않은데.’
내가 이렇게까지 나온 이상 굳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없다.
나는 그저 느긋하게 그의 결정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돌아온 그는 내게 무려 종이로 된 계약서를 내밀었다.
여기서 종이는 드물다.
그걸 내민다는 것 자체가 꽤 중요한 계약임을 증명하는 셈.
“……계약서? 받아들여 주시기로 하신 거군요.”
“다른 누구도 아니고 에일런 씨의 부탁입니다. 거절할 이유는 없지요.”
현명한 판단이군.
손뼉이라도 쳐 주고 싶다.
나는 흐뭇하게 계약서를 보았다.
아마 넘길 물건과 지급할 대금에 관한 내역이겠지.
그를 의심하는 건 아니나 계약서를 대충 넘기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다.
나는 직접 그것을 훑어보고는.
“어라?”
의아함에 무심코 목에서 힘 빠지는 목소리가 새어 나와 버리고 말았다.
계약서의 내용 때문이다.
“……제가 잘못 읽은 게 아니라면 대금의 반은 로웰 씨 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내가 제안한 것과 그 점이 다르다.
본래는 내가 전부 리스크를 안는 것으로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했지.
“잘못 보신 것은 아닙니다. 틀림없습니다. 물자를 준비하는 대금의 반은 저희 측에서 투자하도록 하죠.”
대신에 그들에게도 어느 정도 떨어지는 배분이 생기나, 내게 있어서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내가 짊어질 리스크가 적어지는 거니까.
무엇보다 인력이나 배편까지 그들이 제공해 준다.
충분히 이것이 내게 더욱 이점이 된다.
“……그래도 됩니까?”
정보 출처도 밝히지 않았기에 내가 모든 것을 맡을 생각뿐이었다.
“충분히 가치는 있다고 판단되었으니까요. 무엇보다 그간의 실적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저희 측에서도 어깨를 덧대 드릴 근거도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로웰은 침착하게 설명했다.
이유 없이 내게 조력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은연중에 그것뿐은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평소의 됨됨이 덕이겠지.
“무엇보다 정보는 확실한 거겠죠?”
“……뭐, 안 되면 그땐 더 좋은 장삿거리를 찾으면 됩니다.”
아직 살날은 많고, 할 일도 많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 두려워할 것도 없고.
우리는 더는 말하지 않고 굳게 고개만 움직이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완성하였다.
그리고 앞날을 위한 악수를 하였다.
“공국과의 연락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다른 건 장담할 수 없으나 자리는 한번 어떻게든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만이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제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요.”
나를 믿고 맡겨 달라.
나는 자신 있게 선언했다.
“반드시 한 탕 제대로 벌려 큰돈을 벌어 보도록 하죠.”
그리고 겸사겸사 그들의 앞날도 구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을 해 주자.
이로써 목적지가 확고하게 정해졌다.
가자! 팔젠트 공국으로!
* * *
내가 이 세계에 살면서 진심으로 가급적이면 체험하고 싶지 않은 이동 수단이 두 가지 정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지금 타고 있는 이것.
배.
‘……으윽, 멀미 나.’
나는 현재 타고 있는 상선의 갑판 한 귀퉁이에 기대 쓰러진 채로 바람을 쐬며 저편을 보았다.
푸르다.
하늘도 푸르고.
그리고 그 아래도 새파랗다.
너무 푸르러서 울렁거린다.
‘바다라…….’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며 나는 지금 타고 있는 ‘배’의 탑승감을 몸소 체험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싶은 기분에 들었다.
실제로는 벽에 기댄 채로 고개를 흔들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그야 멀미하니까.
‘……으엑, 속 뒤집혀. 죽겠어, 멀미해 죽겠어.’
바다 여행의 로망과 감동 따위는 이미 구토감 속에 잠겨서 온데간데도 없어진 지 며칠째더라?
그런 나를 근처에서 작업 중이던 선원이 보더니 씁쓸한 듯 말을 걸었다.
어지간히 내가 괴로워 보였나.
“거기 나으리, 안색이 심각하게 안 좋은데 괜찮겠수?”
“그럭저럭 괜찮으니 걱정은…… 윽…… 우읍…….”
“정말로 괜찮수?”
실은 안 괜찮습니다.
솔직히 말만 해도 바로 나올 거 같아서 말이죠.
부탁이니까 말 걸지 말고 내버려 둬.
범죄자들과도, 던전에서도, 강인한 기사들과의 싸움에서도 이렇게까지 초췌해져 본 적이 없었는데.
멀미가 이렇게 무서운 줄을 몰랐네.
‘내가 바다 여행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나…….’
철썩!
다시 한 번 파도치자 배가 또 한 번 크게 넘실거렸다.
“크윽!”
위험했다.
뒤집혀 나올 뻔했어.
오늘 아침은 뭘 먹었던가?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맛도 없었고.
아, 육포랑 수프였구나.
나는 입가를 틀어막으며 남은 여행 일정을 계산해 보았다.
‘오늘이 3일째니까…… 앞으로 이대로 못해도 닷새는 더 가야 하나…… 젠장, 한참 멀었네.’
뱃길로 무려 8일이나 걸린다고 하니까.
그것도 어지간한 문제가 없을 때 그 정도고, 더 걸릴 수도 있다.
‘진짜 어지간하면 배만은 타기 싫었는데…….’
내가 배를 싫어하냐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한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대 지구의 안전한 배에 탈 경우.
이곳의 항해 수단은 현대 지구와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장비도, 기술도, 그 외에 어느 무엇도 확실하게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을 흔들고 있지.
보라, 또 얕은 파도에도 출렁이지 않는가.
“……우읍.”
거기에 이놈의 ‘에일런’의 몸뚱이는 아무래도 멀미를 잘하는 체질인 것 같았다.
하기야 원래라면 마냥 시골에서 농사만 지을 소년의 몸이니 하지 않는 편이 이상한가.
적응 문제군.
나는 어서 빨리 목적지인 팔젠트 공국에 도착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이런. 고생하시는 모양입니다, 에일런 씨?”
그때 나와 마찬가지로 살짝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사내가 비틀비틀 배 난간을 붙잡고 나왔다.
“말로 씨.”
필레로스 상회의 소속 상인 말로.
본래는 로웰의 측근인 모양이나 이번 여행에서 그 녀석의 지시로 나를 도와주러 따라오게 되었다.
로웰의 협조로 팔젠트 공국 쪽에 적당한 협상인을 수배할 수 있게 되었고, 팔 ‘상품’도 충분하게 확보를 하고 준비할 수 있었지.
무려 상회 소유의 무역용 대형 상선을 두 척이나 빌릴 수도 있었으니까 여러모로 애썼을 것이다.
‘덕분에 무사히 준비할 수 있었으니까.’
거기서 말로 씨가 굳이 동행하게 된 이유는 선원이나 잡일을 도울 상인들도 부려 먹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나 혼자서 그들을 통솔하기는 어렵다.
단순한 명령 체계의 문제다.
나는 정식 상인도 아니니 조직 사회에서 외부인의 명령을 달갑게 들을 리가 없으니까.
로웰을 비롯한 관리자 입장에선 나와 이해가 통하지만 일개 상인들이나 일꾼 입장에선 나는 그냥 누군지도 모를 놈이다.
그러니까 목적을 이해할 만한 자를 보조로 붙이는 게 나은 것이다.
무엇보다 대신 통솔해 주면 편하고.
거절할 이유는 없지.
“그나저나 말로 씨도 꽤 괴로우신 모양이군요.”
딱 봐도 말로 씨도 나처럼 멀미를 하는 티가 역력했다.
……우린 서로 동지구나.
“의외로군요. 저는 둘째 치고 설마 에일런 씨가 이런 배에 멀미 따위를 하실 줄은…….”
“저도 사람이니까요. 멀미 정도야 하죠. 그러는 말로 씨야말로 배에는 익숙하실 거로 생각했는데 말이죠.”
“저도 배는 별로 타 본 적이 없습니다.”
상인은 더 이런 거에 익숙할 기회가 많은 게 아닌가?
그러나 말로 씨는 그럴 리가 있냐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편견인가 보다.
“마지막으로 배에 타 본 지도 6년도 넘었습니다. 로웰 님이라면 모를까. 보통은 굳이 타고 싶어 하지 않겠죠.”
“……음, 그렇습니까?”
뭔가 어투가 모호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별로 생각할 여유가 없거든. 멀미 나니까.
그보다 이 스펙을 가지고 배 흔들거린다고 우엑거리는 게 말이나 되나.
나 자신도 기가 막힌다.
‘……그러고 보니 멀미를 하는 이유가 신체 평형 감각과 실제 인식 감각의 차이가 날수록 심하다는 거였던가?’
즉, 정신과 육체의 괴리감인가.
그러나 지금은 그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다.
젠장, 그냥 방에 가서 뒹굴 엎어져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쿠웅!
한순간 시야가 30도나 가까이 기울었다.
우리들이 서 있는 발밑, 타고 있는 배의 동체가 그만큼이나 크게 흔들렸다는 의미다.
“윽?! 지금 흔들린 건…….”
“이런! 위험하군! 빨리 아무거나 붙잡으시오!”
선원들이 들으라는 듯 고함을 질렀다.
우리들은 재빨리 난간이나 벽에 달린 밧줄 등 닥치는 대로 지탱할 것을 잡고 버텼다.
버틸 물체를 잡지 못한 녀석들은 바닥을 구르며 물건과 부딪히면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떨어지는 자는 없었지만 큰일 날 뻔했군.
“……이 흔들림, 명백하게 파도 따위가 아니군요.”
아무리 파도가 거칠어도 이렇게 갑작스레 뒤흔들 리가 없다.
갑자기 폭풍우를 만나도 이 정도까진 아닐 것 같은데, 심상치 않다.
“거기! 지금 무슨 일인가! 왜 이렇게 배가 흔들리는 거지?”
나는 바쁘게 뛰어다니는 중인 선원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러자 간신히 그 선원은 반쯤 돌아보다 말고 마찬가지로 큰 소리로 대충 대답했다.
어쩐지 다급해 보였다.
“상인 나리, 놈들이 나왔수다!”
“……놈들? 잠깐! 그렇게 말해서는 몰라! 제대로 말해!”
노련한 선원들끼리야 척하면 척이겠지만 내가 알 리가 있겠냐!
너희끼리만 알지 마!
그러나 그 선원에게서 다시 대답을 들을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