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08)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08화(108/344)
제 108화
119화 팔젠트 공국 (5)
그는 대답 대신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나를 훑어보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그건 그렇고, 혹시 식량에 관한 것. 방금 전 자네가 들었다는 소문 말일세. 그것이 조금 궁금하군. 어떤 이야기가 나도는 거지?”
“일부 소문 정도입니다만.”
나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실은 공국에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에 입항하고 나서 잠시 산책을 해 보다가 깨달은 건데. 항구의 가게에 다른 건 둘째 치고 먹을 게 거의 보이지 않더군요. 중앙 도시에 와서도 분위기는 비슷했고요.”
이곳에 사는 이들에게까지 파는 물건이 보이지 않는 건 명백하게 식량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
일단은 그런 핑계다.
“그것뿐인가?”
“제 견문에 의하면 팔젠트 공국은 영지는 광산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여 농사가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저 같은 자가 생각하기는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는 무엇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도 알고 있지만 거기까지 언급하는 건 과하다.
“과연…… 그렇게 된 건가.”
델레스로스는 내 핑계를 어느 정도 이해한 것인지 더는 미심쩍어하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지금의 시국에 식량이라…….”
하지만 그렇다고 거래를 덥석 무는 것도 아닌 모양인데?
‘식량 문제가 있는 건 사실 같은데, 왜 고민을 하지?’
그의 반응은 어쩐지 심심하다.
포션 때처럼 노골적이고 시끄럽게 반응을 보여 주는 쪽이 되레 안심될 텐데.
‘설마 이것의 가치를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거야말로 혹시나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면 적어도 그 정도로 알아듣지 못한 것은 아니리라.
그는 진심으로 갈등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갈등한다는 것은 선택을 주저하게 한다는 원인이 존재한다는 의미.
‘뭐지? 뭐가 있나?’
곧 의문이 풀릴 예감이 들었다.
마침 이 자리에 난입한 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식량? 듣자니 기대에도 못 미치는군!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는구나!”
그 난입자는 갑작스레 외치면서 들어오더니 나와 그의 주의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행동을 규탄하는 자는 없다.
그렇다는 건, 그 정도의 입장을 가진 인물이라는 뜻.
나 역시 재빨리 알아채고는 일부러 조용히 듣기만 했다.
상대가 도발한다고 바로 나서면 삼류.
어떤 상대든 일단 말하기 시작하면 끝까지 듣는 게 훌륭한 어른일지니.
그래도 자기소개 정도는 하면 좋을 텐데.
어릴 때 못 배우셨나.
뭐, 굳이 소개는 안 해도 알지만.
무엇보다 그의 이름은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의 것이니까.
<넬비스 멜 팔젠타니아 – 단역>
하필 이 자리에 저자가 나타나다니.
그렇게 속으로 복잡한 심정을 굴리는 사이, 델레스로스가 살짝 점잖은 목소리로 그자 대신 내게 알려 주었다.
“저분은 닐파스 대공님의 조카 되시는 분이십니다.”
“음. 그래, 내가 바로 닐파스 멜 팔젠타니아 대공의 조카. 넬비스 멜 팔젠타니아라고 한다.”
그제야 넬비스는 꽤 뻔뻔하고 거만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으아, 역시 저놈도 아직 여기 있었구나.’
나는 짜증에 입가가 씰룩이는 것을 자제하면서 공손하게 일어나 자세를 낮추고 예를 표했다.
그래도 귀족. 썩어도 귀족. 아무튼 귀족.
넬비스 저놈의 행적은 당장은 제쳐 두고서라도 예의는 갖춰야지.
아직 말썽을 일으킬 필요는 없으니까.
“넬비스 님, 그 이름 높은 팔젠타니아 대공가의 일족 분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흥. 그래, 영광으로 알라, 상인.”
……이거, 상인 흉내도 참 못 해 먹겠군.
내게 자제심이 없었다면 이미 한 방 날렸다.
“그런데 말입니다…….”
“말해 보라.”
나는 발언을 허가받고 나서야 조금 전 그가 외친 개소리의 진의에 관해 조심스레 물어볼 수 있었다.
“조금 전 하신 말씀에 대한 뜻을 가르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 필요가 없다 하심은 어째서입니까?”
“뭔가. 그것도 모르는가?”
워낙 황당해서 모릅니다. 저는 상식인이라서 말이죠.
넬비스는 내 질문에 마치 어리석은 자를 보듯 경멸스러운 시선을 깔고는.
“하! 식량 따위는 필요 없다는 뜻이라는 말이다. 지금 이곳 팔젠트 공국의 상황을 알기나 하는 것이냐, 상인?”
“……셀론드 후작이 주도한 분쟁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그렇다! 그렇기에 지금도 병사들과 기사들은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그런데 식량 따위나 들고 오는 것인가! 이런 시국에?”
음? 그게 뭔 소리야.
전쟁 중이니까 당연히 그것들을 들고 오는 거지. 필요하잖아.
그러나 넬비스는 자신의 주장에 의심도, 미혹도 없다는 듯 굳게 주먹까지 쥐어 보이면서 외쳤다.
“팔려면 병기나 무기 같은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가져와라! 어딜 밀가루 따위나 언급하는 것이냐! 무기다! 무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넬비스 님, 실제로 식량의 추가 구입은 충분히 검토할 일입니다. 들어 볼 필요는 있다 여겨집니다만.”
반쯤 넋이 나간 나 대신이라는 듯 델레스로스가 서둘러 발언을 했다.
외부인인 내가 함부로 귀족에게 말참견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그라면 어느 정도 대답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넬비스는 가소롭다는 듯 혀를 찼다.
“모르는 거냐! 예산이 아깝다, 예산이!”
엥?
내가 귀를 의심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동안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미 전쟁 준비로 적지 않은 비축을 사들이느라 예산을 낭비해야 했다. 그런데 병사 따위에게 먹일 식량 따위에 돈을 또 쓴다는 게 말이나 되나! 차라리 더욱 강력한 병기를 갖추는 게 전쟁을 빨리 끝내는 길이겠지. 암! 그렇고말고!”
넬비스는 두 팔까지 벌려 가며 자신의 주장의 옳음을 믿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어이가 없어서.
‘저 망할 배신자가.’
나 역시 황당함과 안타까운 심정을 품으며 간신히 말을 이을 뿐이다.
병사에게 먹일 게 아깝다니.
내가 살던 현대 지구에서 군 복무할 시절 때나 들을 법한 말을 듣게 될 줄이야.
“그…… 말씀은 식량은 거래하실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들립니다만.”
“간단한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냐? 그렇다면 너 같은 일개 상인 따위도 알기 쉽게 가르쳐 주마.”
이번에야말로 그는 진심으로 불쾌하다는 듯 대놓고 오만상을 찌푸렸다.
거기에 노골적으로 손을 휘휘 내젓고는 그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꺼져라.”
귀족의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그 경박한 웃음까지 곁들여서.
요컨대 자리가 파투 났다는 뜻이다.
참으로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손뼉이라도 쳐 주면 되는 걸까.
* * *
자리는 그대로 파투가 났고 나는 별수 없이 한 차례 후퇴해야 했다.
그래도 우선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으니까.
썩어도 넬비스는 귀족이다.
괜히 말꼬리를 잡았다가는 뒷일이 다소 성가셔지는데다가.
‘하필 넬비스 저 망나니 같은 놈이 튀어나온 이상 그 자리에서 대화는 더 의미 없어.’
그 자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
넬비스 멜 팔젠타니아.
그 멍청이에 대한 정보를 알기에 나는 스스로 한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넬비스가 여기서 등장한 시점에서 이 거래 방식은 승산이 없다.
물러나자.
‘그리고 확실한 방법은 있고.’
한편 배정받은 숙소로 돌아가자 이미 앞서 소식이 전해졌는지 나를 따라온 상인들이 다소 안타까운 듯 이쪽을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응? 왜 이리 초상집 분위기야?
“에일런 씨, 들었습니다. ……설마 그 자리에서 거래가 박살 날 줄이야.”
“참으로 너무하군요. 폭언까지 들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제아무리 귀족이라 해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상인들이 분한 듯 말하는 소릴 들으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심정은 이해한다.
상인으로서 조금 전의 내가 받은 대우는 심하다고 해야겠지.
‘내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거구먼.’
생각해 보니 보통이라면 그 자리에서 모든 게 좌절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도 만약 다른 자리에서 조금 전 같은 대우를 받았다면 다소 머리를 감싸 쥐고 골치 아파해야겠지.
그래도 너무 시선이 따듯해서 오히려 부담스럽다.
“저기? 저는 괜찮습니다만…….”
“압니다, 그 분한 심정.”
“굳이 아닌 척하지 않아도 됩니다.”
너무 따듯하네.
“아니…… 진짜 아닌데?”
정말로 나는 곤란해하고 있지 않다.
‘애초에 넬비스가 나타난 시점에서 그 자리는 글렀다고 확신했었으니까.’
이곳에서 4권 원작에 등장하는 인물과 마주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여겼지만, 짐작보다 빨랐다.
“그러고 보면 그 귀족도 희한한 소리를 했다고 하더군요. ……이런 판국에 식량의 구입을 굳이 걷어차다니.”
말로 씨가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하기야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발언이긴 하지.
“혹시 식량 문제는 거짓인 걸까요?”
“그럴 리가요. 아마 사실일 겁니다.”
원작대로라면 지금쯤 각 방어선에선 한창 식량 문제로 골치가 아플 것이다.
병사들에게 주는 일일 배급량도 줄었을걸?
그것 때문에 난처해하는 묘사가 분명히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필요 없다면서 거절했다.
보통은 그가 어리석어서 걷어찼다고 생각하나.
그럴 리는 없다.
고의다.
‘넬비스 놈은 어디까지나 일부러 멍청한 소릴 하는 거니까.’
고의다.
목적이 있기에 일부러 어리석은 행동을 벌이면서 스스로 공국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왜냐면 그자는 배신자니까.
원작 4권의 전개에서 넬비스는 제국 측의 회유로 인해 공국을 버리고 제국의 귀족으로 새로 갈아타려는 기회를 탐내는 배신자.
즉, 일부러 멍청한 짓거리를 하는 셈.
원작에서 놈의 취급도 공국 내에서 꽤 골칫거리였던 것으로 읽었었다.
이유도 없이 행패를 부린다든가, 제멋대로 고압적인 행동으로 사고를 치고 다니는 망나니 같은 쓰레기.
‘후후후후. 역시 다르지 않구나.’
한편으로는 그놈의 의도가 느껴지는 행동을 직접 보았기에 오히려 기뻤다.
내가 아는 대로의 전개가 이뤄진다는 중이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길조인 셈이다.
잘만 하면 뜻대로 할 수도 있겠어.
그래도 일단은 기뻐하는 티는 감췄다.
여기서 웃으면 이상하니까.
“……어쨌든 그자가 그렇게까지 말한 이상 당장 그곳에서 더는 협상도 불가능하겠죠.”
“에일런 씨? 그럼 포기할 것입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릴. 누가 벌써 포기를 합니까.”
포기? 그럴 거면 굳이 이곳에 이 많은 짐 더미들을 끌어안고 올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
“그보다 언제. 누가. 제가 협상할 자가 그자 한 명뿐이라고 했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말로 씨가 의아해했다.
로웰이 소개해 준 건 오로지 그 아저씨뿐.
하지만 그 아저씨는 넬비스 놈이 눈을 번뜩이며 깽판을 치고 다니는 이상 나를 두둔해 줄 수 없겠지.
권한과 입장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닐파스 대공 본인이 있으면 몰라도 그 양반은 지금 전장에 나가 있다는 모양이니까.
원래 집주인이 없으면 바퀴벌레가 활개 치는 세상이 되는 법.
덕분에 확실해졌지.
이곳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언제나 방법은 늘 있기 마련입니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나를 기이하게 바라보는 상인들과 선원을 향해 그저 미소를 지었다.
원작의 배신자가 있다면.
반대로 믿을 만한 인물도 당연히 등장하기 마련이잖아?
그게 하나의 이야기라는 거니까.
“곧 다른 기회를 노릴 것입니다. 그러니 모두 안심하시고 기다려 주세요.”
다소 귀찮은 확인 작업과 그리고 행동을 해야겠지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나는 그대로 두 번째 인물과의 접촉 기회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충분히 그 방법도 짐작이 가는 게 있으니 문제없다.
다만 조금 조사도 해야 하니 기다려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