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19)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19화(119/344)
제 119화
131화 그저 장사만 했을 뿐입니다 (3)
“실패하더라도 제 책임이니 말로 씨께 피해가 갈 일은 없었겠지만요.”
“그런 말 마십시오. 저희 입장에선 에일런 씨 같은 분과는 가능한 길게 뵙고 싶으니까요.”
“……참, 길게 이어지면 좋긴 하겠네요.”
여러 의미를 품은 말이기도 하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켜보는 와중.
“흐아아아암~ 그래서 짐 옳기는 건 언제 끝나?”
우리 근처에서 적당히 의자 몇 개를 늘어놓고 그 위에 축 엎드려 늘어져 있던 엘프가 하품했다.
루셀 엘베이드.
주인공의 동료이자 지금은 참 한가로워 보이는 녀석이다.
어째 나보다 더 한가로워 보이네.
“심심하면 낮잠이나 자지 그래? 아직 다 옮기려면 정오는 지나야 할 거 같은데.”
나는 격식 없이 그녀를 대하며 말했다.
본래는 더 정중하게 대해도 상관없지만 루셀이 먼저 스스럼없이 말해도 상관없다며 나온 것이다.
이유는 내가 정중하게 나오면 그게 더 기분 나쁘나다 뭐라나.
이유도 참.
아무튼 아직도 한참은 작업이 걸릴 거라 말하니 루셀은 노골적으로 질색했다.
“으엑, 얼마나 많은 거람.”
“그야 배에 최대한 실을 수 있는 만큼 가져왔으니까. 그보다 루셀 너, 정말로 이쪽에서 농땡이 쳐도 상관없어?”
“……낸들 어쩌겠어. 그 공녀가 하도 고집을 부리는데. 이쪽이 더 중요하다잖아?”
루셀은 못 당하겠다는 듯 말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본래라면 공녀의 호위를 부탁받았을 이 엘프가 왜 여기 있는가.
“내 역할은 저 사람들이 제대로 물건을 받아서 옮기는 걸 지켜보면 될 뿐이니까.”
루셀은 상품이 안전하게 인계되도록 감독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모양이다.
그야 애초에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보급 창고에 누군가가 불을 지른 것이었으니까.
루셀에게 호위를 부탁하는 건 타당한 인선이다.
“그건 그렇고, 저렇게 물건을 많이 팔면…… 돈도 꽤 버는 거지?”
“그런 셈이긴 하지.”
“와…… 그것 참, 부럽긴 하네.”
루셀은 이미 거래를 하는 과정을 공녀와 같이 지켜봤기에 내게 이득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대충 알고 있다.
감탄하는 건 빈정거리는 게 아니라 진심이다.
“나도 장사나 할까.”
“이보세요. 무슨 놈의 엘프가 세속에 찌든 소리야.”
“엘프도 돈 좋거든? 오히려 있으면 편한데? 아~ 돈 좋아~.”
진심이다. 저건 더할 나위 없는 진심이다.
“인간은 몰라…… 에휴, 돈 없으면 얼마나 살기 힘든데. 알기나 해?”
“인간도 돈 없으면 못삽니다.”
“우리는 더 힘들거든.”
뭐, 루셀이 하는 말의 뜻을 전혀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의 세계에서 엘프가 살기 힘들다는 건 사실이니까.
엘프는 보기 드물다.
그 증거로 말로 씨나 다른 상인들은 루셀을 신기한 듯 힐끔힐끔 보고 있었지.
“……설마 이런 곳에서 엘프를 볼 줄은 몰랐군요.”
“……본인 앞에서 그 말 하지 마세요. 아마 화낼 거니까요. 이건 내기해도 좋습니다.”
나는 일단 말로 씨에게는 작은 소리로 주의는 주었다.
“……역시 그렇습니까? 소문은 듣긴 했지만요.”
“……뭐, 그녀 입장에선 비극적인 문제잖습니까. 가능한 자극 안 하는 게 매너일 테고요.”
이곳에서 엘프는 보기 드물다.
단순히 인간과 교류를 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드물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곳에서 엘프라는 종족의 취급은 거의 멸종 위기종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원작의 첫 서술에서 언급되길, 남아 있는 엘프의 개체 수가 300명도 채 남지 않았다고 했던가?’
한 종족이 300명도 채 남지 않았다는 건 그야말로 몰락 그 자체.
그 이유는 원작에서 엘프의 집단 사회가 한 차례 붕괴했기 때문이다.
500년 전 정체불명의 인물의 습격을 받았기 때문.
그 습격자는 엘프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하고 그들의 터전이자 버팀목인 세계수마저 베어 넘기고 말았다.
불과 단 하룻밤에 벌어진 학살이었다지.
훗날 엘프들이 말하길 ‘달이 없는 날의 참극’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날 아이러니하게도 달이 보이지 않던 불길한 날이었다나.
아무튼 그 참극의 결과로 엘프들의 터전은 멸망하고 말았다.
본래는 10만에 달하는 엘프가 그날 고작 천 명 정도만이 살아남았다고 하니까.
그 뒤에 살 곳을 잃은 엘프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그 뒤에는 썩 좋은 대접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터전이 없는 종족, 거기에 엘프는 강인하고 외모도 미려한 편이다.
타 국가에서 그런 엘프들을 어떤 취급을 할지는 뻔했지.
그들을 보호해 주고 이해해 주는 조국의 존재는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결국, 가혹한 세상을 버티지 못해 이후 500년이 지난 지금은 그들의 개체 수는 채 300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비극이라면 비극.
그러니 가능한 언급하지 않는 편이 좋다.
루셀은 저리 보여도 동족 문제는 신경 쓰고 있는 편이니까.
비록 그녀는 참극 뒤에 태어난 극히 몇 없는 3세대지만.
그렇다고 그 성장 과정에 서러움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애초에 그녀의 꿈도 출세해서 작은 영지라도 상관없이 동족들과 살 곳을 바라는 것이었던가.
그걸 주인공이 이뤄 주겠다, 약속하고 같이 행동하는 것이니까.
‘그러고 보니 그 문제도 언젠가는 마주치려나…….’
그것 또한 원작에서 다뤄지고 해결되어야 할 이야기니까.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틈틈이 대처할 입장을 정해 두는 편도 좋겠지.
‘할 일이 끊이지 않아.’
진심으로 내가 발 뻗고 세상에 관심 끄고 사는, 돈 많고 훌륭한 백수가 되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길 바랄 뿐이다.
“어쨌든 모든 짐을 보내고 나면 펠푸크의 로웰 씨에게 편지를 보내는 게 좋겠군요.”
“음? 바로 돌아가실 게 아니었는지요?”
“설마요. 휴식도 취해야 하고,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능한 종전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싶다.
다른 건 제쳐 두고 주인공이 원작의 흐름대로 활동한다는 것만 지켜봐도 돼.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얌전히 후방에서 장사나 하련다.
가능한 그런 희망 사항을 마음속에서 바라고 있을 쯤.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누군가가 짐을 옮기는 작업에 끼어들어 훼방을 놓는 모양이다.
“에잇! 비켜라! 비켜! 이곳의 책임자는 어디에 있는 거냐!”
어딘가 낯익다, 싶었는데 하필 그놈이었다.
창문 너머로 내다봐도 딱 알아보겠네!
넬비스 멜 팔젠타니아.
현 대공의 조카이자 장래에 훌륭하게 망하실 배신자 놈.
그놈이 이곳까지 행차한 것이다.
“……나, 나으리. 이곳까지 어쩐 일이신지요?”
“시끄럽다! 그것보다 네놈들은 뭘 하고 있는 것이지? 어딜 그 배에서 멋대로 짐을 내리는 것이냐!”
배 밖으로 째깍 나와 엎드리는 상인에게 넬비스는 호통을 치면서 따지고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우리 배에서 짐을 내리는 것 자체를 상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눈치다.
하기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게 단단히 훼방을 놓고 퇴짜를 놓았는데 태연하게 배에서 화물을 내리고 있으니 분통이 터지겠지.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구나! 뭐 하는 거냐! 어서 저 괘씸한 놈들을 포박해라.”
심지어는 놈은 자신이 데려온 호위병들을 이용하여 우리 쪽의 인원을 위협하는 눈치다.
“아, 저거 좀…… 위험해 보이는데.”
루셀마저 질린 듯 중얼거렸다.
누구 하나 다쳐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칫, 저 멍청한 놈이.”
저렇게까지 앞가림을 못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설마 거래가 성사된 사실이 저놈에게 전달되지 않은 건가?’
어쨌든 저놈의 멍청함은 나도 원작 이상으로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할 수 없지.
“루셀, 넌 여기 가만히 있어.”
이미 한 발 앞으로 나서는 그녀를 두고 나는 미리 제지했다.
어허, 어딜 감히 나서나.
“저 인간한테는 내가 말해 줘도 되는데?”
어쩌면 그걸 위해서 엘니아 공녀가 일부러 루셀을 여기에 보냈을지도 모르지.
“필요 없어.”
단번에 사양했다.
이쪽의 문제는 알아서 수습한다.
무엇보다 이쪽에 시비를 걸었는데 남에게 맡기는 건 매너가 아니다.
‘어차피 더는 얕보일 이유도 없어.’
지난번에는 반쯤 귀찮고 필요가 없어서 순순히 물러났지만, 이젠 그럴 이유 따윈 없다.
나는 그대로 창문을 열고는 뛰어내렸다.
중력 제어와 실프의 바람을 병용하여 속도를 늦추고 내 몸을 공중에 띄운다.
‘……일단은 어떻게든 되는군.’
약간 중심을 잡는 게 불안하지만 본격적인 비행도 아니고 그저 허세에 지나지 않으니까 괜찮겠지.
“그럼 살짝 무례를 범하러 가 보실까.”
그대로 나는 몸을 날려서 지금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가볍게 바람을 불러일으켜 모두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뭐, 뭣?!”
“사람이 떠 있다!”
그대로 이목을 끌어모은 채 나는 가볍게 그들의 가운데에 과감히 착지를 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잠시 넋이 나가 있던 넬비스가 곧 나를 향해 삿대질을 하는 게 아닌가.
“네…… 네놈!”
“간만에 또 뵙습니다, 넬비스 님.”
책임자를 찾고 있는 거였지? 그러니 여기 대령해 주마.
그런 느낌으로 나는 만면에 태연한 미소만을 머금은 채 인사를 올렸다.
짜증이 난다고 바로 주먹을 뻗지는 않는다.
“급히 넬비스 님을 뵙고자 날아온 무례는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 그래. 마침 잘됐구나! 네놈이 책임자겠지? 어디, 누구의 허가를 받고 감히 짐을 내리느냐!”
그는 좋은 먹잇감을 발견한 듯 나에게 따지고 들었다.
바라던 바다.
“분명 넬비스 님께선 그때 제게 돌아가라 하셨죠.”
“그래. 내가 경고했거늘 태연하게 이런 행동을 보이다니, 팔젠타니아 대공가가 우습게 보이는 것이더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우습게 보이는 건 당신 한 명뿐입니다.
“이것 또한 대공가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헛소리…….”
“자, 먼저 이것부터 보시길.”
나는 서류를 한 장 꺼내 내밀었다.
엘니아 공녀와 맺은 거래를 증명하는 서류.
이번 거래의 계약서다.
“……엘니아? 엘니아라고?!”
당연히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다.
넬비스의 눈빛이 혼란에 물드는 순간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그 뒤 기이한 인연이 닿아 공녀께서 저희 상품에 주목하셨고, 무사히 계약을 마쳤습니다.”
“그,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있겠느냐!”
놈은 가장 먼저 부정을 했다.
보아하니 알면서 행패를 부린 건 아니었나.
묘하군. 누구도 그에게 전하지 않았다는 건가.
“어디서 감히 거짓을 고하는 것이냐!”
“그렇다면 공녀님께 확인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그분의 손님도 계십니다.”
아마 그도 루셀의 얼굴은 알겠지.
“그 계약서에는 거짓 따윈 조금도 없음을 제 목을 걸고 말씀드리겠습니다만.”
“…….”
그가 반박하지 못하는 건 그라 해도 이것의 진위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계약서는 두 장이다.
이것을 없애 버린다 해도 다른 하나는 보나마나 엘니아 공녀가 가지고 있을 테니 의미는 없겠지.
‘자, 어떻게 나올래?’
가능한 나는 그가 최대한 멍청한 선택지를 택하길 개인적으로 바라는 중이다.
하지만 놈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 머릿속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나.
‘그렇다면 방법이 있지.’
세세한 묘사는 없어도 나는 저놈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니까.
아마 이거면 충분할 거야.
“이게 다 저희와의 계약의 가치를 알아주신 엘니아 공녀님의 덕입니다.”
일부러 감사의 말을 굳이 놈 앞에서 했다.
왜냐면 저놈은 엘니아 공녀에 대한 열등감을 표현한 적이 있으니까.
무엇보다 원작에서 그가 제국과 내통을 한 결정적 이유는 대공이 엘니아를 두둔하기 때문이다.
후계자가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한 자의 열등감.
당연히 자극하는 건 매우 쉽다.
“감히! 이런 거짓 계약서 따위로 누굴 현혹하려는 것이냐!”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알기 쉽게 터지는 게 아닌가.
단숨에 얼굴이 시뻘게진 넬비스는 거친 숨을 토해 내며 호위 병사들에게 나를 가리키고는.
“저놈을 포함해 전부 체포해라! 반항하면 베어도 좋다!”
“……하, 하지만.”
“뭣들 하는 거냐! 어서 하지 못할까!”
그가 재촉하자 병사들도 어쩔 수 없이 검을 빼 들고 나와 상인들을 향해 접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