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2)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2화(12/344)
제 12화
14화 도시로 상경을 노려라 (5)
순간 가슴 안쪽에서 차가운 무언가가 스며드는 감각이 들었다.
<능력 ‘최하급 재생력’을 획득합니다.>
<소모 영향력 포인트 : 6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4pt>
뭔가 마일리지로 쇼핑한 기분이네.
‘일단, 최하급 재생력은 6포인트만큼의 영향력을 소모할 가치가 있다는 뜻이군.’
이걸 기준으로 다음 능력을 상정하면 되겠다.
‘거기에 최하급 재생력도 필요하긴 해.’
최소한의 치유 능력은 필요했다.
‘출혈이나 상처에 의한 후유증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이곳의 의학은 빈말로도 썩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지혈 수단도 묶거나 불로 지져서 막는 게 그나마 최소한의 응급 처치인 게 현실.
상처가 악화되어서 절단하는 건 정말로 흔히 있는 일.
거기에 위생 개념도 의심스럽다.
최하급 재생력은 상처로 인한 최소한의 후유증을 막아 줄 것이다.
‘이후에도 얻을 능력도 두고두고 쓸모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 둘까.’
뭐가 좋을까? 천천히 고민해 보자.
다만 그러려면 영향력 포인트가 필요하다.
포인트! 더 많은 포인트가 필요해!
‘이건 어떻게 얻는 걸까?’
짐작이 가는 것은 있지만.
‘일단 계기가 된 건 저놈들인 건 확실한데.’
나는 슬쩍 아까 그놈들의 시체를 버린 풀숲을 보았으나 고개를 저었다.
시험해 보고 싶은 게 떠오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다.
최소한 인간으로 해야 할 도리 정도는 준수해야지.
‘내가 악당이 되어서는 안 돼…….’
그것만은 절대 준수한다.
단 하나의 진리가 있다.
악은 죽는다.
그리고 선은 살아남는다.
이곳이 소설의 세계라면 절대적으로 준수될 법칙이다.
정직하게 착하게 투명하게 살지 않으면 죽는다.
뭐, 그 문제는 나중에 고민하고 슬슬 다음 작업을 해 볼까.
해가 뜨기 전에는 전부 끝내야 한다.
“놈들을 해치웠으니 그만큼 대가도 받아야 하고…….”
예상치 못한 이득 덕에 잠시 정신이 팔렸지만 내가 노리던 건 원래는 다른 거다.
루들과 상인들이 남긴 짐들.
괜찮다.
어차피 주인 잃은 물건들이니 나둬 봐야 누가 발견해서 챙기겠지.
그럼 내가 먼저 챙기는 게 낫다.
나름 습격당한 보상도 되고.
이곳에서 보상을 챙기는 건 셀프다.
누가 줄 거라 기대 마라.
“그럼~ 뭐가~ 뭐가~ 있을까요?”
그들의 마차에 실린 짐들을 살펴보니 마을에서 구입한 곡물이나 사냥한 모피 등이 대부분.
“저건 필요 없는데.”
곡물과 평범한 품질의 모피 따위에 눈독을 들일 정도의 가치는 없다.
“다른 거 좀 없나?”
나는 좀 더 마차 안쪽을 뒤졌다.
“……음? 검?”
단검과 장검이 수십 자루가 발견되었다.
호신용은 아닌 거 같고 상품인가?
도시에 가서 팔 셈이었을까?
“무기라…… 일단 있긴 있어야겠지?”
검을 쓸 줄 아는 건 아니나 한 자루 정도는 갖춰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장검 하나를 허리에 차고 단검 하나를 별도로 챙겼다.
그 외에는 별다른 상품을 찾지는 못했다.
대신 그들이 쓰던 텐트를 뒤져 보니 화폐가 든 가죽 주머니를 발견했다.
세 보니 금화 7개와 은화 23개, 동화 41개 정도.
그럭저럭 괜찮군.
이것 외에는 달리 챙길 것은 이제 없어 보였다.
“……마차와 남은 짐은 포기하자.”
아깝지만 포기하는 편이 현명하다.
내겐 제대로 된 처분 루트가 없다.
‘괜히 적을 늘릴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의심이라도 받았다간 골치 아프고.
응, 남은 짐은 포기.
“대신 말은 챙길까.”
마차에 매어져 있는 말 네 마리에 눈길이 갔다.
말은 포기하기가 아깝다.
한 마리 정도는 챙겨 가도 의심받진 않을 것이다.
‘근데 내가 말을 탈 수 있을까가 문제인데.’
다행히 말을 타 본 경험은 있다.
그것도 에일런의 기억이 아닌 본래 나 안상혁의 경험 말이지!
‘그래 봐야 관광지에서 타 본 거지만…….’
다니던 회사 직원들끼리 여행을 갔을 때 그곳에서 시승해 본 경험이 있다.
대충 고삐 잡는 법 정도는 해 봐서 기억하니까 해 볼 가치는 있을 것 같았다.
‘안 되면 마는 거고~.’
긍정적인 도전 정신이야말로 중요하다.
마침 마차 짐칸에 안장 네 개가 보였다.
타고 가는 데는 큰 문제는 없을 듯싶다.
문제는 어느 말을 타고 갈 것이냐는 것.
“어떤 놈이 좋을까?”
일단 적당히 처음 눈여겨본 놈에게 다가가자.
푸르르르릉!
놈은 콧김을 내쉬며 앞발을 탁! 구른다.
흙바닥에 살짝 발굽 모양이 남았다.
나는 잽싸게 거리를 벌렸다.
“……아, 네. 제가 싫으신가 보네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네, 서로의 의사가 중요하죠. 저는 말 선생님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그것보다 발굽에 치일까 봐 겁난다.
다른 말들도 살펴봤지만 영 반응이 신통치 않다.
‘낯이라도 가리나?’
난처해졌지만, 다행히 마지막 한 마리는 얌전했다.
내가 몸통에 손바닥을 대어도 거부하지 않았다.
가장 얌전한 요 녀석이 괜찮겠군.
이 녀석을 제외한 말들은 적당히 풀어 주기로 했다.
매어 두고 방치하는 건 불쌍하니까.
가져가기로 정한 말에 안장을 씌우고 고정한 뒤 겨우겨우 말에 올라타 고삐를 쥐었다.
편하지는 않지만 나름 그럴듯한 모양새가 나왔다.
“어? 의외로 꽤 그럴듯하네?”
승마, 별것 없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치솟아 올라 힘껏 고삐를 당겼다!
영화에서 보면 다들 이렇게 하더라.
그리고 그 대가는 아팠다.
“이럇!”
말이 깜짝 놀라 앞발을 구르면서 크게 몸을 젖히는 게 아닌가.
“윽?!”
그 역동적인 충격을 체험하고 후회했다.
가이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말을 너무 자극하면 위험합니다’라고 했었지.
“……으읏?! 웁!”
까놓고 말해 아프다.
하반신의 어딘가가.
그대로 나는 말 등위에 엎어진 채 몇 분간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사, 살살…… 제발 살살 달립시다, 말 선생님.”
조금 살살 부탁드립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앞으로는 고삐 조심스럽게 당기겠습니다.
이번에는 살살 고삐를 당기고는 도시를 향해 출발했다.
15화 용병이 되자 (1)
그대로 사흘가량을 말을 타고 달린 결과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 여기구나!”
멜레나스트령의 중앙 도시 멜루노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도시 외부를 감싼 거대한 벽이다.>
<이곳의 기이한 점은 도시를 지키기 위한 거대한 벽이 외부뿐만이 아니라 도시 내부, 다른 구획에 같은 벽이 쳐 있다는 것이다. 즉, 이 도시는…….>
이하 생략.
원작의 묘사대로 도시를 수호하는 거대한 방벽이 먼저 보였다.
‘여긴 원작에도 나온 도시니까…….’
원작 1권에서 막 귀환한 셀베스터가 세상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향한 곳이 바로 이 도시다.
이 도시의 특징은 외부를 감싼 성벽 안쪽에 도시의 정확히 절반쯤 되는 구획에 또 다른 성벽이 세워져 있다는 것.
안쪽의 성벽을 기점으로 구획을 구분한다고 한다.
외성 도시와 내성 도시.
여행객, 상인, 그리고 용병 정도의 신원을 가진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곳은 외성 도시.
내성 도시는 정식 거주권을 받은 시민들, 그리고 신원이 확실하게 보증된 인물만이 들어갈 수 있다.
당연히 절차도 까다롭고 지금의 나는 분명히 통과할 수 없다.
주인공조차도 영주의 측근의 보증이 없었다면 출입하지 못했다.
‘뭐, 내성 도시는 갈 일은 없으니까.’
주 활동 거점은 외성 도시가 될 것이다.
‘일단 들어갈까…….’
관문 밖에는 벌써부터 통과 절차를 밟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상인들과 여행객들이 줄을 서 있다.
나도 어서 줄을 서지 않으면 해가 진 뒤에나 들어가겠지.
줄에 합류하여 몇 시간 정도를 기다리자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관문을 경비하는 병사가 검문을 직접 맡는 모양이다.
“어디서 왔나?”
“……저쪽 남쪽에 있는 마을에서 왔습니다만.”
나는 자유민을 증명하는 신분패를 보여 주면서 말했다.
“흠, 그곳인가? 들어가도 좋다.”
쉽게 통과 허가가 나왔다.
어차피 수상한 낌새만 없으면 굳이 잡힐 일은 없다.
다만 밀수를 경계하긴 하는지 짐은 검사하지만.
검사가 끝난 후, 통행세로 은화 세 개를 넘기고는 무사히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오오? 여기가 도시구나?”
나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감탄했다.
솔직히 말해서 도시가 멋지다든가 웅장하다든가, 그런 이유로 놀라는 건 아니다.
현대 지구인의 기준으로는 좁고, 썩 깨끗한 편도 아니다.
그저 내가 감탄하는 이유는 하나.
‘과연…… 소설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면 이렇게 다른 거구나!’
내가 알 수 없었던 광경이 있다.
원작에선 도시의 풍경 묘사 따윈 최저한만큼만 되어 있다.
실제로 보니 사람은 북적이고 뭔가 많은 이들이 생활한다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소설 속 세상이지만 소설과는 다르다는 건가.’
많은 사람을 접하니 그 현실감이 절로 풍겨 온다.
‘……됐고, 방부터 잡자.’
길 한가운데서 괜히 궁상떨 이유도 없다.
여행의 기본은 숙박의 확보!
나는 주변 행인들에게 길을 물어 가면서 말도 맡길 수 있는 적당한 여관을 찾았다.
“여기군!”
건물 자체는 낡긴 했지만 큰 흠은 보이지 않는다.
간판에는 글자가 쓰여 있긴 하나 뭐라고 써 있는지는 모르겠다.
처음 보는 글자네.
큰 문제가 없다면 이곳에서 묵자.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카운터에 서 있던 중년 사내가 싹싹하게 손님을 반긴다.
저자가 주인인가?
“어서 오십쇼! 숙박입니까?”
“며칠 정도 묵고 싶습니다만. 방이 있습니까?”
나는 질문하면서 그의 머리 위를 힐끗 보았다.
<텔스 – 엑스트라>
그다지 경계할 일은 없나?
여관 주인 텔스는 숙박 명부를 것을 확인하더니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남아 있군요! 이맘때면 방이 금방금방 나가는데 딱 맞춰 오셨습니다. 아마 다른 곳에서도 방을 쉽게 구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여관 주인들이 으레 하는 개소리다.
이 정도 규모의 도시에서 모든 여관이 전부 자리가 없을 일은 그다지 많지 않거든.
그렇다고 해도 손님이 많은 편인 건 사실이다.
이곳의 평판은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여기서 묵자.
“며칠 정도 묵으시길 원하시는지요?”
“우선 5일치를 먼저.”
이후 여관을 옮기게 될 가능성도 있다.
돈을 전부 내 두면 그럴 경우 귀찮아진다.
5일을 기준으로 필요 때마다 연장하는 편이 낫다.
“여기 명부에 이름을 적어 주십시오. 아, 적어 드릴까요?”
그렇게 묻는 것은 이름을 쓰지 못하는 자가 흔하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주십시오. 적을 수 있습니다.”
조금이지만 그가 감탄하는 눈길을 보낸다.
‘뭐, 쓸 수 있는 건 내 이름뿐이지만.’
이곳의 문맹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숫자나 계약서를 접하는 상인이 아닌 이상 읽고 쓸 줄 아는 자는 그리 많지 않다.
아마 저 여관 주인도 그저 발음에 따라 이름을 적는 정도랑 간단한 계산만 할 줄 알겠지.
하물며 농민이 글을 읽고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마을에도 그게 가능했던 건 촌장님 정도다.
그 촌장님도 간단한 단어만 읽고 쓰는 정도였지만.
그렇지만 나는 이름을 쓸 줄 안다.
그게 다 촌장님의 교육 덕분이다.
‘이름을 쓸 줄 알면 상대가 쉽게 얕보지 않는다라…….’
에일런의 기억에 틀림없이 촌장님이 그리 말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이름을 철저하게 기억하도록 어릴 적 가르친 모양이다.
나름의 작은 지혜란 거겠지.
그 기억 덕에 나도 이름은 쓸 수 있다.
“에. 일. 런.”
이게 맞을 것이다.
이름을 적으면서 한편으로 의아하게 여겼다.
‘그러고 보니 이름표랑 그 외의 뜨는 정보들은 다…… 한글이네?’
너무 당연하게 읽었던 터라 의심하지 않았다.
그야 그동안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것이지만.
기왕이면 이곳의 언어도 내가 읽을 수 있는 거였으면 좀 좋아.
전부 한글 패치는 안 되는 거였나?
‘그렇군! 이게 반글화인가!’
쓸데없는 감상을 터트리며 나는 5일치의 숙박비를 먼저 지불했다.
1박에 은화 두 개, 총 열 개를 지불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