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24)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24화(124/344)
제 124화
136화 그저 장사만 했을 뿐입니다 (8)
“방금 나이프에는 독이고…… 어이쿠, 또 뭔가 떨어져 있네. 다 큰 어른이 뭘 흘리고 다니면 쓰나.”
“크아아아아악!”
놈이 탈출을 위해 버둥거리자 바로 쏘아 내는 수압을 올렸다.
뿌득!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지만 알 게 뭐냐.
나는 닐렌이 흘린 물건을 주워 들었다.
통신용 아티팩트다.
‘제대로 걸렸네.’
어느 정도 허탕을 칠 각오도 했는데 역시 이런 면에선 나는 운이 따라 주나 보다.
이상하게 나는 악당과 잘 만난단 말이야.
아니…… 악당과 마주치는 걸 보면 행운이 있는 편이 아닌가?
운이 없는 게 맞는 표현인가?
어쨌든 이놈이 밀정으로 확인되었으니 할 일은 하나.
“잠이나 자라.”
나는 수면의 정령 샌드맨을 불러내었다.
수면의 파장이 쏟아지자 놈은 나름 내성을 발휘하며 저항하지만 확실한 방법이 있지.
“자라니까.”
바닥에서 돌로 된 주먹이 치솟으며 놈의 복부를 후려쳤다.
“커헉!”
놈이 쥐어짜 내는 듯한 비명을 토하며 그대로 나뒹군 채 축 늘어졌다.
자고로 안 자는 어른에겐 매가 약이다.
기절을 시키고 추가로 수면을 걸어 두면 조금은 오래 제압되겠지.
‘그리고 남은 건 또 한 명을 붙잡으면 되고.’
그것도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 * *
제국의 밀정 닐렌의 외투를 벗겨 내어 그것을 걸치고 난 뒤 나는 방금 전처럼 그 가게에서 조용히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그러자 잠시 후.
“……기다렸나?”
누군가가 내가 있는 테이블 앞에 멋대로 앉았다.
넬비스다.
다만 평소 때와 달리 그의 인상은 약간 달랐다.
조금 더 날카롭다고 해야 하나.
나조차도 이름을 보지 않았다면 ‘닮은 사람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을지도 모른다.
‘아, 그러고 보니 인상을 바꾸는 아티팩트를 쓴다고 했지.’
당연히 그가 맨얼굴로 돌아다니면 영지민들 중 알아보는 자가 있을 테니까, 변장은 기본이겠지.
얼굴을 변화시키는 정도까진 아니나 모습에 다른 인상을 준다.
그것도 제국 측에서 준 거라지?
‘그게 뭔가 했더니 원리는 정신 간섭 계열 아티팩트구나…… 좋은 걸 갖고 다니는군.’
아무튼 감탄은 대충하고 우선은 그럴듯하게 자연스레 행동이나 하자.
나는 넬비스의 부름에 대충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피식거리며 멋대로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는 잘 좀 전해 주게. 지난번 실수는 내 탓이 아니네.”
넬비스는 그 뒤에도 줄줄 변명하듯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자기 잘못이 아니네, 그 실수는 나와는 관련이 없네 등 대부분 자기변명이 주를 이룬다.
나는 그딴 건 관심도 없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일 뿐.
“여튼 이걸 셀론드 공에게 전해 주게나.”
그리고 곧 그가 품에서 양피지 다발을 꺼내 내밀었다.
아마 이곳의 기밀 자료 같은 것이겠지.
대공과 공녀의 연락 내역이라든가, 혹은 행보라든가 세세한 것을 닥치는 대로 기록하여 보내는 것이다.
‘증거로 삼기에는 더할 나위 없겠어.’
역시나 이런 부분은 원작의 전개 그대로다.
그보다 이 자식은 의심이란 게 없나.
나는 아까부터 한마디도 없이 고개만 흔드는데도 잘도 이것저것 내미는군.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도 흑막들에게 무시당했지.
“음? 그러고 보니 자네, 이번에는 꽤 말수가 적군.”
아, 의심을 하긴 하는구나.
어차피 증거를 본 이상 연기를 할 이유도 없다.
나는 바로 일어나 놈의 멱살을 잡고.
“허어? 대체 무슨 짓을…… 으아아아아아아악!”
놈이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집어 던져 버렸다.
넬비스는 그대로 가게 벽을 뚫고 튀어 나갔다.
“이보게! 무슨 짓인가! 싸울 거면 다른 데서 해! 그보다 가게 벽은 어쩔 텐가!”
가게 주인이 그걸 보고 화들짝 놀라 외치기에 나는 대충 금화만 두 개 꺼내서 휙 던졌다.
민폐 끼친 수리비 겸 입막음 비.
대충 그의 발치에 던져 주고 손을 휘휘 저었다.
참견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래! 까짓것, 사내가 술 좀 들어가면 싸움 좀 할 수 있지. 벽도 좀 부술 수 있고. 그래, 마음껏 싸우시게!”
……나 이 가게 주인아저씨가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려고 해.
훌륭한 태세 전환에 감동마저 느껴진다.
자, 방해도 없겠다.
이제 마음껏 놈을 끌고 가 볼까.
“쿠헉! 윽! 대체 무슨 짓을…….”
넬비스는 비틀거리며 도망치려 한다.
내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의도를 알아챈 것이겠지.
그런 그를 가볍게 쫓아 가볍게 걷어찼다.
그것만으로도 넬비스는 별다른 저항도 못 한 채 허무하게 굴러다녔다.
“크헉! 이게 무슨 짓인가! 내게! 내게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거라 여기는 건가!”
대답해 줄 이유도 없다.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지도 않고.
가능한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처리하고 싶으니까.
주인공이라면 여유롭게 후드라도 벗으면서 정체를 드러내겠지만 내겐 그럴 이유는 없다.
그리고 넬비스를 그대로 방금 전 밀정을 처리한 골목으로 끌고 나가 대충 쓰레기를 버리듯 바닥에 팽개치자.
“크헉! 히이이이이이익?!”
넬비스는 그제야 그 한구석에 묶여 있는 자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그제야 자신이 멍청하게 행동했다는 걸 깨달은 거겠지.
“네, 네놈은! 대체 누구냐!”
역시 대답해 줄 이유가 없다.
나는 수면의 정령을 불러 그 힘을 놈에게 쏟아부었다.
지금은 그 목소리를 아끼는 게 좋을 것이다.
내가 아니라 곧 다른 사람의 앞에서 열심히 소릴 질러야 할 테니까.
댁한테 변명을 듣는 건 제 담당이 아니거든요.
돼먹지 못한 망나니의 일탈 문제는 제 가족에게 맡겨야 하는 법이니까.
* * *
“이게 무슨 일이냐…….”
엘니아 멜 팔젠타니아, 대공가의 직계 후예인 그녀는 반쯤 아연실색한 채 고개를 들었다.
보고는 받고 마음의 준비는 했으나 실제로 그것을 보니 참으로 무어라 말을 늘어놓아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대공가의 성의 중앙 분수.
성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그곳에 나무를 대충 깎아 만든 말뚝이 박혀 있고, 그 가운데 두 명의 사내가 힘없이 축 늘어진 채 묶여 있다.
“……넬비스 아저씨?”
한 명은 누군지 모르겠지만, 다른 한 명은 틀림없이 넬비스였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에게 기사 하나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엘니아 님, 이곳에 또한 이런 것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가 내민 것은 가죽 자루, 그 안에는 마구잡이로 뒤섞인 양피지가 들어 있다.
무언가 자료 같았다.
“…….”
공녀의 안색이 더욱 심각하게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 내용은 공국군의 추가 보급 계획이라든지, 현재 이곳에 어느 정도의 병력이 상주해 있는가, 혹은 누가 활동하고 있는가 하는 것 등등 여러 가지를 기록해 놓은 게 아닌가.
전부 하나라도 새어 나간다면 어찌 될지 정신이 아득해질 것들뿐이다.
엘니아는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망나니가 배신했구나.
“……이 일은 다른 병사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해라. 처음 발견자에게는 적당히 보수를 쥐여 주고 입단속을 시켜라.”
“넬비스 님은 어떻게…….”
“우선 지하 감옥에라도 모셔라. 누구도 접촉하는 것을 금한다. 그가 깨어나면 이런저런 소릴 하겠지만 듣지 마라. 내 명이다.”
대공이 부재한 동안은 그가 직접 엘니아에게 가문의 통솔을 명했다.
누구도 불복할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넬비스의 내통은 확실해도, 엘니아가 그를 멋대로 추궁할 수는 없다.
그래도 정황은 명확하니 일단은 격리해 놓아야겠지.
“할아버님께 전령을 보내야겠다. 지금 당장.”
급한 사항이니 판단은 닐파스 대공의 의향을 편지로라도 물어야겠지.
“그런데 대체 그를 이곳에 이렇게 둔 자가 누군지 정말로 본 자가 없는 것이냐?”
“……송구스럽게도 어느 병사도 보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 기사는 어지간히 분해 보였다.
그 누군가는 넬비스의 배신을 폭로하고자 했겠지.
그 의도는 제쳐 두고서도 멋대로 대공가의 성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갔다는 게 어지간히 분한 것이리라.
가뜩이나 흉흉한 시기에 이런 실책은 용납되지 않겠지.
“지금이라도 수색을 하겠습니까? 반드시 찾아내 잡아내겠습니다.”
“됐다. 이 일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무엇보다 이미 늦었겠지…… 대체 그 소년은.”
그러나 엘니아는 수색을 하려는 기사를 오히려 말리는 듯싶었다.
“당분간은 놔두거라.”
“……예. 음? 당분간? ……저어, 그게 무슨…….”
말투가 모호한 것에 위화감을 느꼈는지 기사가 어찌 대답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눈치다.
“별거 아니다.”
엘니아는 그저 진심으로 두통으로 지끈거린다는 듯한 얼굴을 한 채 고개를 저었다.
* * *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후.
나는 부탁할 것이 있어서 엘니아 공녀와의 알현을 희망했다.
다행히 그녀는 나를 눈여겨보고 있던 것인지 꽤 선뜻 알현을 허락해 주었다.
그리고 나를 보자마자 한숨과 푸념.
“하아…… 정말로 성가신 일투성이구나.”
“꽤 고뇌가 깊어 보이시는군요, 엘니아 님.”
“별거 아니다. 조금 고민할 것이 많아져서 말이지…….”
아마 지금 한숨 쉰 것은 일부러겠지.
그녀가 그렇게까지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인물은 아니다.
“저런. 대관절 어쩐 일이기에…….”
하긴, 묻지 않아도 안다.
넬비스에 관한 문제겠지.
아직 소문까지 돌지는 않았지만 그날 이후 성내의 분위기가 명백하게 변했다는 것은 나도 눈치챌 수 있는 일이다.
아마 예상컨대 원작대로 지하 감옥 어딘가에라도 격리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실은 말이다, 에일런. 밀정을 잡아낸 모양이다.”
“밀정…… 그거 참으로 큰일이로군요.”
“그 덕에 이런저런 것을 알게 되어서 말이지. 걱정이 끊이질 않는구나.”
아마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내 반응을 보고 싶은 것이리라.
‘역시 의심받네? 아니, 거의 반쯤 확신하고 있나?’
하기야 소거법으로 정황을 하나하나 놓고 검토하자면 결국 가장 짚이는 구석이 많은 건 나일 테니까.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하리라.
무엇보다.
<당신의 행동이 영향력을 발생시킵니다.>
<획득 영향력 포인트 : 24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525pt>
그날 이후 약 3일 뒤에 이런 메시지가 떴다.
아마 넬비스의 배신을 발각시킨 일에 관한 것이겠지.
그래도 굳이 캐묻지 않는 것은 신중하게 대처하고 싶기 때문일까.
적어도 당분간은 내게 직접 묻는 일은 없으리라.
“쓸데없는 소릴 했군. 그래, 에일런. 내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고 들었다.”
“예. 이것만큼은 엘니아 공녀님이 아니면 들어주실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오호? 설마 또 남는 물건을 사 달라는 건 아니겠지?”
“설마요. 그 정도로 염치가 없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배가 다시 도착하려면 아직도 멀었잖습니까.”
그때의 협상은 그때다.
아주 후려쳐 줄 테니까 마음의 준비는 해 두시죠.
“그래, 부탁은 뭐지? 지나친 것만 아니면 들어주마.”
“그럼 염치 불고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실은 다른 것이 아니라…….”
나는 그녀가 의아해하는 얼굴을 먼저 어렴풋이 예상하면서 용건을 꺼냈다.
어느 정도 상식선에서 귀족에게 부탁할 기회가 생긴다면 이전부터 요청하고 싶었던 기회가 하나 있었다.
“대공가의 서재에 비치된 책들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또 정말로 의외구나.”
내 예상대로의 얼굴을 하는 그녀였다.
그야 기껏 기회를 만들어 놓고 이런 부탁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테니까.
주인공도 이런 짓은 하진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