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27)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27화(127/344)
제 127화
139화 전장에 선 자들 (3)
유일한 통솔 수단을 파괴했다.
그것만으로 후작령이 자랑하던 몬스터 병단의 통솔이 어그러졌다.
-크르르?
-캬아아아아아아아악!
제 본능을 찾은 몬스터들이 인간들을 보자 이를 드러낸다.
마치 자신들을 속박한 것에 대한 분노를 털어 내듯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것들을 이용하던 셀론드 후작령의 병사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몬스터들을 방패로 삼으며 전투를 했기에 바로 가까이에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몬스터들의 통솔이 풀렸다!”
“가까이 다가가지 마라! 잡아먹힌다! 끄아아아악!”
“물러나! 물러나라!”
후작령의 병사들은 그대로 어떤 대처도 못 하고 가장 먼저 잡아먹힐 수밖에 없다.
“업보야. 그런 몬스터 따위를 앞세우던 건 내 시대에서도 쓰지 않던 전술이었으니까. 당연히 무너질 수밖에 없지.”
은발의 소년은 가볍게 조소한 뒤 검을 휘둘렀다.
“겁을 내며 숨은 자는 결코 앞을 보며 검을 휘두르는 자를 당해 낼 수 없다. ……뭐, 내 스승의 말이지만. 딱 맞는 소리지.”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은색의 광택을 내뿜는 검의 검로가 반짝이자 적들의 육편이 흩어지며 쓸려 나간다.
“이 개자식이이이이이이이!”
피칠갑이 된 기사가 그 소년의 뒤를 노리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운이 좋게 몬스터의 시체에 뒤섞여서 베이지 않은 자였다.
그가 창을 내찌르며 소년의 뒤를 노리고 돌진하나.
정작 그의 울분을 담은 창은 다른 자에게 너무나도 가볍게 막혔다.
소년의 바로 뒤에서 튀어나온 건장한 청년의 배에 꽂힌 것이다.
“형씨, 아무리 그래도 기사가 돼서 뒤는 아니지, 뒤는……. 하긴 전장이니 별수 없긴 한가.”
창이 배에 꽂히고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담담하게 말하는 태도.
대체 무슨 일인가 그 기사는 자신이 내지른 창끝을 보았다.
창은 조금도 박히지 않았다.
창끝은 그의 복부에 닿기만 한 것처럼 그대로 멈춘 것이다.
심지어 날 끝마저 찌그러졌다.
“이, 이 괴물 같은 놈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하고 욕설을 입에 담았다.
저 청년 역시 상당한 고수다.
단순한 오러로 신체를 강화한 것만으로도 어지간한 강철 이상으로 단단해졌다.
“이봐! 모처럼 공격해 놓고 구시렁구시렁 잔말이 많잖냐!”
그 청년은 그 기사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 듯 거칠게 인상을 찌푸리며 그대로 다리를 차올렸다.
“싸우려면 군말 없이 싸워야지!”
그것만으로 그의 상반신의 절반이 박살이 나 사라졌다.
“……핫, 별것 아니군.”
“만만해도 일부러 받아 내지 마, 알닉스. 저래 보여도 방금 전 그 기사, 못해도 익스퍼트 초입에 달하는 자였어.”
“푸하핫! 이제 와서 이깟 창에 꿰뚫리진 않으니 걱정은 넣어 둬. 너도 알잖아?”
“……그래, 마음대로 해라.”
은발의 소년이 포기한 듯 고개를 젓자 알닉스라 불린 청년은 크게 웃으며 맨손만으로 적군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팔로 휘감아 던지고 발로 차 으깨 버리고.
마치 밭에서 채소라도 수확하듯 적들을 끝장을 내 버리기 시작한다.
“……여전히 거칠군.”
동료지만 참으로 할 말이 나오지 않는 방식이다.
은발의 소년은 살짝 질렸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는 곧 자신의 할 일을 다하려는 듯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너희들에게 원한은 없지만 나도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야. ……그러니 이 이상은 못 간다.”
씁쓸한 듯 중얼거리며 검술을 펼치며 적들을 베어 넘긴다.
“정 넘어가고 싶다면. 나. 셀베스터를 쓰러트리고 넘어가야 할 거야.”
결과적으로 그들의 활약으로 인해 적들은 완전히 붕괴해 버릴 수밖에 없었다.
* * *
“패배했다? 멜난스 그놈이 패배했단 말인가?”
셀론드 후작은 당연히 패배 사실을 듣자마자 크게 분개했다.
“멜난스! 그 멍청한 놈 같으니!”
멋대로 공에 눈이 멀어서 무모하게 추격하더니 결국 일을 치고 말았다.
거기에 멜난스 그 멍청이의 목은 지금 팔젠트 공국군의 요새 전방에 본보기로 걸려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추태가 아니던가.
저래서는 이쪽의 병사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겠지.
셀론드 후작은 가까스로 진정하고는 상황부터 들어 보기로 했다.
“크으으으윽…… 그래…… 우선 진정하고 생각해 보자. 대체 어떻게 패배한 것이지?”
그 멍청이의 행동이 섣부르긴 해도 그렇게까지 처참하게 깨질 정도는 아니었다.
기껏 해 봐야 최악의 경우 대공에게 한 판 깨진 후 울며불며 돌아올 거라 여겼던 게 전부였다.
“……저 역시 지금의 결과만큼은 예상외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조금 전 합류한 크롤드 역시 조용히 의견을 말했다.
이제 막 전장에 복귀한 그는 아직 본격적으로 전선에 나서지 않았다.
그에게는 싸우는 것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대공의 무용담에 관한 명성은 저도 익히 들었으나 그의 연령을 고려하면 지금의 결과는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전멸까지는 지나쳤다.
제아무리 그가 고수라지만 고령임을 감안해야 한다.
오러 마스터가 신체의 노화가 남들보다 느린 편이라 하더라도 나이는 먹기 마련.
하물며 닐파스 대공의 연령은 올해 83세.
몸은 건장하더라도 적어도 오러의 양만큼은 예전만은 못할 터.
소문에는 극한의 경지에 이른 고수는 반대로 나이를 먹어도 몸이 쇠하기는커녕 오히려 전성기 이상의 육체로 다시 다져진다는 설이 있지만, 대공은 그 정도까진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제국에도 그 정도까지 이른 기사는 크롤드가 알기로도 단 한 명뿐.
그것도 소문이고 실체를 확인한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예상외로 대공의 전력이 강한 모양입니다.”
“놈의 휘하 기사들 말인가? 확실히 대공이 직접 훈련을 시켰다고는 들었는데. 그렇게 실력이 좋단 말인가?”
“정보에 의하면 그놈들의 수준은 잘해 봐야 익스퍼트. 그 정도 전과를 이루기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만.”
“끙.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원.”
“……명백하게 팔젠트 공국의 기사들과 다른 장비를 갖춘 자가 있었습니다.”
고심하는 그들에게 어느 기사가 말을 꺼냈다.
그 전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자다.
대부분의 보고도 그의 증언에서 비롯되었다.
“그러고 보면 내통자의 정보에는 닐파스 대공이 외부에서 끌어들인 손님이 세 명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분명히 그랬지. ……그놈이 준 정보에 의하면 일개 용병 수준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그 정도 실력을 갖췄다고?”
이젠 넬비스 그 망할 얼간이의 정보는 점차 믿을 수 없다.
그 얼간이는 제대로 사람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건가.
정보에는 그저 실력 좀 날리는 용병 따위라고만 언급됐거늘.
거기에 최근에 그놈의 소식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밀정도 같이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걸 보면 더는 기대할 이유도 없겠지.
“크롤드, 자네가 보긴 어떤가?”
“……외람되옵니다만.”
“사실대로 말해. 상관없다.”
“이후 회수한 몬스터의 시체와 병사들의 시체 상태를 보아하니…….”
크롤드는 진지하게 자신이 추측하는 적의 수준을 입에 담았다.
“적어도 그 둘 중 한 명은 최소 닐파스 대공과 동등한 수준의 힘을 가졌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끄응, 가지가지 하는군.”
성가신 요소가 차례로 생겨난다.
“그렇다면 다음 전투에는 제가 직접 나서 그자들을 상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크롤드가 그의 근심을 알아챈 듯 직접 뜻을 밝혔다.
하지만 셀론드는 고개를 저었다.
크롤드의 출전을 말린 것이다.
“아니. 우선은 그 외부인들에 대해 알아보아라. 파악조차도 못 한 상태에서 싸움을 걸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오러 마스터에 준하는 고수 두 명과 닐파스 대공까지 한꺼번에 상대해야 한다.
이래서야 정공법으로는 턱도 없다.
“잘 기억해 둬라, 크롤드. 절대 우리는…….”
“져서는 안 된다. 패배만은 피해라.”
“그래, 바로 그렇다. ……음? 지금 누가 말했지?”
후작은 의아한 듯 눈을 굴렸다.
그때 크롤드를 비롯한 기사들의 안색이 경악에 물들어 있다는 것도 눈치챘다.
“이봐, 대체…… 윽?!”
그제야 깨달은 그가 황급히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어찌 된 일인지 결코 이곳에 있을 수 없는 인물이 떡하니 있는 게 아닌가.
제국의 3황자가 그곳에 있다.
그것도 놀라는 자들을 두고 배를 잡고 웃으면서.
“푸흐흐흐흐흐흡! 꼴이 가관이구나, 셀론드. 이깟 장난으로 기겁하다니 자네답지 않아.”
“저, 전하! 어찌하여…… 이런 곳에, 아니…….”
“어떻게 이런 곳이냐고? 쓸데없는 소린 마라, 셀론드. 내가 가지 못할 곳 따위는 없다.”
그러나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도 없다.
이곳은 함락 전까지만 하더라도 팔젠트 공국 측이 관리하던 요새다.
황자라고 하더라도 제집 드나들 듯 이렇게 불쑥 튀어나올 곳이던가?
“별거 아니다. 볼일이 있는 김에 어떤 녀석에게 데려다 달라고 청했기 때문이다.”
“대체 누구입니까?”
“여긴 없다. 잠시 날 데려다 놓고 심부름을 보냈으니.”
황자만 여기에 떨궈 놓고 다른 곳에 가다니.
그런 어이없는 폭거를 누가 저지른단 말인가.
황당해하는 그들의 반응이 오히려 유쾌하다는 듯 3황자는 키득거릴 뿐이다.
“사소한 건 됐다. 그보다 보아하니 역시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구나. 분위기가 좋지 않아. 크크큭.”
3황자는 그들의 분위기를 읽고도 그다지 초조해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의외였다.
분명 셀론드 후작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질책을 듣는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설마 황자님께서는 기대도 하지 않은 건가?’
그럴 리가.
셀론드 후작은 그 가능성은 일단은 부정해 두었다.
“심려치 마시옵소서. 아직 전투는 초전에 불과합니다.”
“그래, 그리고 초전부터 잘하나 싶더니 결국 깨졌지.”
“…….”
황자는 할 말을 잃은 후작의 반응을 즐기듯 일부러 놀리며 키득거렸다.
“셀론드, 자네는 좀 더 긴장하고 이 일에 임해야 해.”
“……당연한 말씀입니다.”
“결코 얕보지 말거라. 그들은 수백 년이나 약조대로 비보를 지켜 온 일족의 후예다.”
“비보라 하더라도 그저 그것을 숨기고 그것을 빨아먹으며 권세를 누린 자들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자네가 말하는 그것이 방심이란 것이야. 쯧.”
황자는 가소롭다는 듯 혀를 찼다.
“……됐다. 자네들은 이 정도만 해 줘도 된다. 그저 패배만은 하지 말아라.”
황자는 그들에게 전선의 유지만을 명령했다.
셀론드로서는 적잖게 의외였다.
목적은 함락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도 모자랄 판국인데.
“……그 말씀은?”
“돌아가는 꼴은 성에 차진 않지만 지금은 현상 유지로도 충분해. 충분히 닐파스 그 늙은이는 짜증이 쌓이겠지.”
그제야 후작은 깨달았다.
3황자는 전쟁 자체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는 것을.
패하지만 말아라.
다른 말로 하면 패배 외에는 나머지는 어찌 되든 상관은 없다는 것이다.
승리조차도 그에게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승리하지 못하면 원하시는 그 아티팩트는…… 확보할 수 없습니다.”
“됐으니 지켜보거라. 우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해라. 그거라면 가능하겠지. 결과를 기다리자.”
“결과입니까?”
“약간 수를 생각했으니 먼저 그 결과를 기다리고 싶다.”
아무래도 3황자는 별개로 무언가를 움직이도록 지시해 둔 게 아닐까 싶었다.
셀론드는 황자가 무엇을 꾸미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반면 크롤드는 무언가 깨달은 듯 그의 얼굴 표정이 굳어지다 못해 떨렸다.
셀론드 후작과 달리 그는 제국이 애지중지하는 오러 마스터라는 입장 덕에 황족이 부릴 수 있는 인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국의 황자를 이런 곳에 아무렇지 않게 두고 움직일 만한 뻔뻔한 인물.
거기에 다른 기사들은 둘째 치고 크롤드도 감지하지 못했다.
적어도 그걸 가능하게 하는 자가 누군지 조금은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만약 자신이 생각한 그자가 맞다면?
‘설마 황자님께서는 전쟁 외의 수단까지 동원하여 피를 보실 셈이신가? 그런 짓을 하면 비난은 피할 수 없을 텐데?’
그러나 함부로 그 속내를 물을 수는 없다.
그는 의문은 접어 두고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셀론드 후작 역시 우선은 황자의 의중을 이해하는 척 순순히 수긍했다.
“그런데 황자님께서는 어떻게 귀환하실 것입니까?”
“귀환? 당연 못 하지. 녀석이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 돌아가겠나? 설마 셀론드 자네는 나보고 황성까지 걸어서 가라 하진 않겠지?”
“……그, 그런 말은.”
“잠시 이곳에서 머물겠다. 거기에 이 요새에도 흥미가 있으니. 지금까지 제국 내 방식으로만 건축한 요새만 봤으니. 조금 둘러보고 싶어졌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를 지시하겠습니다.”
셀론드와 나머지 가신들은 제발 돌아가 달라고 울고 싶은 마음을 참고는 서둘러 안내를 준비했다.
“그리고…… 크롤드 경?”
“……전하?”
“자네 혹시 조금 전 ‘전쟁 외의 수단으로 피를 흘리길 원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나?”
말하지 않아도 모를 것 같나?
황자가 묻자 크롤드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
“불경한 생각을 한 죄를 물으시겠다면 결코 그 책임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넘겨짚지 마라. 고작 생각만으로 처벌할 정도로 나는 폭군이 아니다.”
황자는 즐겁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자네의 의문에 답해 주지.”
황자의 답은 크롤드의 상상 그대로의 답변이었다.
“수단의 일환으로 다소는 죽여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내겐 영토도, 인간도 원하는 것이 아니니 말이지.”
“다른 것입니까?”
“암, 다르고말고.”
그것은 엄연히 다르다.
황자는 묘한 말을 덧붙였다.
“목적 외 나머지 것들은 고려할 가치도 없는 것이야. 전쟁은 갖고 싶은 것을 원하기에 일으키는 것. 그러니 그것 외에는 아무래도 좋은 게 당연한 게 아닌가?”
“…….”
“걱정 말아라. 내가 마저 참견할지, 아닐지는 그다음에 고민할 일이니. 그러니 그때까지는 자네들이 마음껏 활약하게.”
황자는 진심인 듯 미소 지으며.
“자네들의 건투를 기대하는 건 진심이니.”
그리고 그 미소를 본 이들은 묘한 섬뜩함을 느끼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