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28)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28화(128/344)
제 128화
140화 전장에 선 자들 (4)
팔젠타니아 공작가의 서재를 드나드는 생활을 한지도 거의 한 달째가 되어간다.
별일은 없었지.
근황이라고 해봐야 며칠 전 열여덟 살이 되는 날이 지난정도?
열여덟 에일런! 한 살 더 먹은 에일런!
그건 기분이 참 오묘했지.
그러나 이런 것 하나하나에 감상을 품을 여유는 없다.
‘슬슬 때가 되었을 테니까.
요 근래 동안 나는 소문의 수집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다행히 대공이나 주인공이 싸우는 전장의 소식은 내가 알고 있던 것에서 크게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 머지않아 그다음 전개가 일어나겠지?’
또한 서재를 드나들면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작업도 잊지 않는다.
덕분에 확신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다음에 할 일.
‘내가 알던 대로 팔젠타니아 대공가는 원작처럼 그들의 선조님들이 남긴 어떤 문제 하나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을 거야…….’
그리고 그것의 해결 수단은 당장은 없을 것이다.
‘대공가의 비보의 획득과 해석 이벤트는 그대로라는 거겠지.’
원작에서는 그것은 주인공 셀베스터의 역할이었지만 그놈이 조기에 전장에 나가 버렸다.
그럼 그 획득 이벤트는 어떻게 되는 걸까?
‘단순히 알아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도 안 들고.’
무엇보다, 가만히 있어도 계속 영향력 포인트가 발생하는 것도 신경이 쓰였다.
<당신의 행동이 영향력을 발생시킵니다.>
<획득 영향력 포인트 : 196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721pt>
이것만이면 내가 한 행동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 치겠지만.
<발생된 영향력이 새로운 조짐을 보입니다.>
<지금까지 발생시킨 영향력은 또한 더욱 새로운 영향력의 파장을 불러일으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요소 외의 추가 발생이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메시지가 추가로 보였다.
‘으아아…… 역시 이거, 왠지 모르게 촉이 안 좋아.’
누군가가 내가 아는 원작 외의 움직임을 보인다는 뜻으로 여겨도 충분할 것이다.
가만히 있다간 사건에 휘말리지 않을까?
혹은 내가 모르는 사건이 터질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로 생각해야 할 테고.
‘역시 이르지만 간섭할까…… 어차피 만일을 위해 미리 유도해야 할 필요성도 있고.’
그편이 내게도 올바른 선택이겠지.
‘하자!’
방침을 정한 나는 바로 엘니아 공녀를 뵙기를 청했다.
이미 그동안 몇 번이나 사소한 걸 부탁하느라 자리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마 이번에도 그녀는 또 별것 아닌 용건이라 여겼을 것이다.
혹은 물건 팔러 왔을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나는 그녀를 알현하자마자 바로 용건을 꺼냈다.
그리고 지금까지와 다르게 내가 그 말을 꺼내자 공녀의 안색이 무섭게 일그러지면서 경계심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에일런. …… 이번만큼은 웃으면서 들을 수 없겠구나.”
당연히 예상했던 반응이다.
“진심이더냐? 다시 말해 보거라.”
“말실수도, 무엇도 아닙니다. 팔젠타니아 대공가에서 현재 안고 있는 문제. 그것을 제가 도와 드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셀론드 후작의 침공을 말하는 것이냐?”
“그것은 이미 훌륭한 조력자가 있지 않습니까?”
주인공이 말이죠.
싸움은 그에게 의존하세요, 그건 주인공이 전문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싸움은 서툴고 약합니다. 전쟁 같은 곳에는 도와 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만.”
“와…… 이 녀석,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해.”
옆에서 듣고 있던 루셀이 정색했다.
상급 정령까지 계약한 인간이 싸움을 못 하니 하는 말을 들으니 진심으로 기가 차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능글맞게도 어깨만 으쓱였다.
정말로 서툰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에일런, 그렇다면 말해 보거라. 그대가 정말로 파악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그럼 우선은 제가 아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은 설득부터 해야 하니까.
“최근 제가 서재를 드나들면서 여러 자료를 눈여겨보게 되었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잠깐. 그대가 드나든 서재에는 그렇게 자세한 자료는 없을 텐데? 말도 안 된다.”
“지리적 자료와 간단한 기록 정도는 남아 있지 않습니까? 심지어 이곳을 기반으로 타국에서 만든 소설도 있더군요?”
겉으로 드러내도 상관없는 단순한 연표와 기록과 픽션뿐이지만.
내겐 그것만으로 확신하기에는 충분하다.
원작이 있으니까.
답이 이미 존재하니 그것이 맞는지 검산하는 작업일 뿐.
즉, 요약하면 정보의 출처를 둘러대기 위한 핑계다.
“거기에 소문에는 팔젠타니아 대공가에는 고대부터 전해지는 비보가 하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일화는 꽤 유명하잖습니까?”
“……음.”
계속 말해 보라는 눈짓.
여기까진 누구나 아는 소문 정도다.
무엇보다 셀론드 후작이 그 비보를 노리고 선전 포고를 걸었다는 건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중요한 건 그 이유.
“잠시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 대공가가 이 영지를 하사받은 이유에 대해서부터 언급해야 할 것입니다.”
“……거기까지 아는 것이냐?”
“약간의 풍문 정도이지만요.”
나는 가볍게 덧붙이고는 계속 말했다.
“이 땅의 특징은 지반 아래에 다양한 광물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는 늘 질 좋은 철이 채굴되고 있지요.”
“그렇지.”
“하지만 예전에 이곳은…… 팔젠타니아의 깃발이 세워지기 전에는 이렇게 불렸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히죽 농담이라도 하듯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죽음의 광산.”
“…….”
“신도 두려워하지 않는 중죄인들조차도 가길 두려워하는 철의 지옥.”
“……우와, 신랄하네.”
아무것도 모를 터인 루셀은 태평한 감상을 내뱉었다.
공녀 측은 어디 더 말해 보라는 듯 침묵하고.
좋다, 계속 말해 주지.
“이유는 이곳이 풍부한 광산이긴 하나 지반이 지극히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괴기한 공기까지 흐르고요.”
흔히 말하는 독성 가스 같은 것.
그런 특성 탓에 질 좋은 철을 두고 있어도 캐는 것에는 큰 위험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본래 이것을 보유하고 있던 자들도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지.
“그걸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탐이 나는 철일 테니까요.”
자연스레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죄인들이나 노예 정도밖에 없었다.
어지간한 베테랑 기술자도 이곳에 오는 것을 꺼린다.
위험한 곳에 노예나 범죄자들만을 투입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치안도 개판이 되겠지.
이곳은 거의 지옥이었다고 한다.
“과거 이곳에선 산 자와 죽은 자의 수가 거의 동등했다고 들었습니다.”
매일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고에 하루에 죽어 가는 노예의 수는 이루 셀 수조차 없다.
그런데도 탐욕스레 철을 캐기를 촉구하며 계속해서 희생양처럼 노예들을 가져다 바친다.
그런 끔찍한 땅이었다.
“어지간한 중범죄자도 이곳의 노예로 보내겠다고 하면 어린아이마냥 울면서 잘못을 빌었다고 하니까요.”
“확실히 그런 일화도 있지. 타국의 녀석들도 멋대로 동화니 소설이니 지어낸 모양이고.”
엘니아 공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을 바꾼 것이 팔젠타니아 대공가입니다.”
당시 신흥 귀족에 불과하던 팔젠타니아 가문은 적극적으로 이곳을 손에 넣길 원했다.
처음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이들이라고 매도하는 자도 있었다지.
피를 바쳐 부를 원하는 악독한 자들이다, 그렇게 폄하하는 자들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공녀님의 선조님께서 이곳에 안착한 뒤. 놀랍게도 희생자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사고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게 되었다.
그 놀라운 기적을 두고는 그들을 비난했던 귀족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
“그 공로와 부를 인정받아 점차 작위와 영지를 늘리고 지금은 대공가에 이르렀다,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음.”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 시정하겠습니다만.”
어디까지나 내가 말하는 건 원작에 언급된 서술.
원작 4권에서 셀베스터가 닐파스 대공에게 들은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엘니아 공녀는 조금 놀란 눈을 하더니 정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놀라고 있다. ……정말로 소문만으로 그렇게 들은 것이냐?”
“거기에 제가 워낙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덕입니다. 다른 상인들은 아마 어림도 없겠죠. 저는 남들보다 견문이 넓습니다.”
“그래, 거기까진 이해한다. 그러니 계속 말해 봐라.”
“팔젠타니아 대공가에서는 대대로 연 4회, 가문의 직계 분께서 각 광산을 돌아다니면서 대공가에서 간직하고 있는 어떤 아티팩트를 사용하여 채굴 계획을 짠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거의 행사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때는 영지민들에게도 적잖게 먹을 것과 술을 베풀기까지 한다나.
“그때 사용하는 아티팩트가 대공가에서 관리하고 있는 보물이라고 하더군요.”
“그래…… 하지만 그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리고 거짓이죠.”
지적하자 그녀의 눈매가 무섭게 빛났다.
“여기서부터는 자료와 소문을 조합한 근거만으로 내린 결론입니다. 잘못되었다면 조금 전의 무례를 사과하고 정정하도록 하죠. 그 책임 또한 지겠습니다.”
목을 내놔도 좋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
“적어도 그것은 지맥 탐색 아티팩트 따위가 아닙니다.”
“…….”
“물론 지맥을 탐색하여 광산의 상태를 측정하는 이론은 존재한다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그런 방식으로 마법을 써 가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자들도 있다고 한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대공가의 성공의 비결을 따라올 수는 없죠.”
“그렇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겠나?”
“……가령 예언.”
반응이 없다.
“모든 사고를 추측할 수 있는 수단이라면 그것뿐이겠죠.”
놀랄 정도로 조용하다.
“즉, 예언에 준하는 강력한 능력.”
하지만 그것이 정답이라고 울리는 벨처럼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것을 기록과 소문만으로 추측했다고?”
“결정적 근거는 지금의 셀론드 후작의 행보입니다. 그가 고작 지맥 탐사용 아티팩트 따위를 노리고 무리한 명분까지 걸며 싸움을 걸 리는 없으니까요.”
그들의 행동이 더할 나위 없는 증거.
엘니아 공녀는 완전히 침묵했다.
공녀는 이윽고 긴 한숨을 내뱉었다.
“인정하마.”
생각보다 빠르게 이해했군.
“에일런, 그대의 추측은 정확하다.”
그녀는 시원스레 인정하고는 더는 숨기지 않았다.
“틀림없이 이 팔젠타니아 대공가가 이곳에 안착한 비결은 고작 지맥 탐사 아티팩트 따위가 아니다.”
“……역시.”
“거기에 예언인가. 그대의 비유는 비슷할지 모르겠군.”
엘니아 공녀는 그리 중얼거리더니 곧 시녀를 불러 어떤 것을 가져오라 했다.
그 시녀가 곧 철로 된 보관함에 들어 있는 아티팩트를 하나 꺼냈다.
그 안에 든 것은 큼지막한 원반이 달린 지팡이.
하지만 마법사들이 쓰는 것과 다르다. 실용성도 없고.
“이것이 광산을 측정할 때 쓰는 아티팩트다.”
그것을 쥔 엘니아 공녀는 가벼운 숨을 토해 내고 집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지팡이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내가 마시고 있던 컵에 반응했다.
“음, 예를 들면 지금 그 컵은 아마 5일 뒤쯤 어느 시녀가 실수로 깨 먹을 모양이군. ……뭐, 지금부터 주의시키면 될 테니 아닐 수도 있다. 대충 써서 그런지 관측되는 정보가 애매하군.”
얼핏 보면 대충 툭, 말하는 느낌이나 마나를 감지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자는 원리를 느끼고 경악할 것이다.
아티팩트가 컵에 보낸 마나는 실로 복잡했다.
마나 자체가 공간을 넘어 무언가에 간섭하는 느낌.
분명 내 공간 제어나 중력 제어보다 복잡한 능력을 빌려 온 잔재다.
“……과연 그런 식으로 계획을 짜는 것입니까?”
“이것을 지맥에 꽂고 마법사들의 마력을 대량으로 빌려서 이용하면 몇 달치의 광산에 일어날 사고의 경우를 전부 기록할 수 있지.”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날 것인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때의 기상 상황은 어떤가 등등…….
그 모든 걸 알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제아무리 위험한 광산도 무사고로 이끄는 건 불가능하지 않다.
그것이 팔젠타니아 대공가가 가진 비결이자, 그들이 가진 보물.
“자. 어떤가, 에일런? 대단한 아티팩트지 않느냐?”
마치 탐이 나지 않냐는 듯 그 지팡이를 내밀며 히죽 웃는 엘니아 공녀.
그러나 알고 있기에 낚이지 않는다.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겠죠. 그 아티팩트의 본체가 아니지 않습니까?”
엘니아 공녀가 보여 준 것은 단순한 원격 단말기에 지나지 않는다.
어딘가에 숨겨 놓은 본체의 힘의 극히 일부 기능만을 원거리에서 빌리는 것.
그저 눈속임이다.
“그런 것까지 아는 것이냐? 놀라운 재주군.”
“덧붙이자면 이건 상업으로 단련한 감과는 조금의 상관도 없습니다. 그저 경험입니다.”
이쯤에서 한 가지 밝히기로 했다.
저쪽의 사정을 까발릴 땐 이쪽도 그만큼 밝히는 게 정직한 태도다.
“전 이전에 소소한 기회가 있어 운이 좋게 던전을 답파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너, 이상한 힘을 썼지. 설마 그거 정령술이 아니라.”
“예. 던전에서 익힌 능력입니다.”
엘니아 공녀와 루셀의 눈빛이 달라졌다.
일개 실력 좋은 상인에서 한 명의 쓸 만한 인재로 보기 시작한 거겠지.
어차피 전부터 추측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 능력이 정령술만으로 이뤘다 하기에는 지나치게 이상했을 테니까.
“그렇기에 대공가의 비보의 능력을 유추하는 게 간단했습니다. 지난 경험으로 고작 이 정도일 리가 없다고 판단했으니까요.”
그들이 활용하는 것도 극히 일부.
아티팩트 본체에 깃든 힘은 더욱 강력하다.
혈계 능력 <시간 간섭>.
원작에서 주인공 셀베스터조차도 극도로 위험하다고 언급한 최상급의 능력.
그 능력의 핵심을 담아 일부나마 효능을 재현해낸 아티팩트.
그러니 욕심을 낼 법하겠지.
심지어 주인공마저도 원하니 말 다했다.
애초에 4권은 본래는 그 아티팩트를 둘러싼 싸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