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29)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29화(129/344)
제 129화
141화 전장에 선 자들 (5)
거기까지 말한 나는 싱긋 웃었다.
“좀 더 근거가 필요하다면 계속 말하겠습니다.”
“……됐다, 됐어. 그래, 에일런. 인정하마.”
공녀는 둘러대 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항복했다.
“어차피 기회를 봐서 먼저 말을 꺼낼 셈이었다. 에일런 그대가 먼저 눈치챘다 해도 상관없겠지.”
역시 그녀는 나중에 내게 부탁할 생각이었나. 하지만 그래선 시기가 늦을 테니. 지금 내가 먼저 언급한 것이 옳다.
“그대 말대로 진짜 아티팩트는 숨겨져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팔젠타니아 가문이 지켜 온 것이지. 능력도 기록대로라면 그대가 짐작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새삼스러운 질문이지만 그 지켜 온 것으로 그렇게 이득을 취해도 되는 것인지요?”
“지키기 위해서는 땅과 돈과 병사가 필요했다. 방금 그 가짜도 대공가의 직계만이 다룰 수 있다. 어디까지나 약조에 의해 허가받은 범위 내라고 하더군.”
전승에 따르면 그것을 맡긴 자가 사소한 사적 이용은 약간은 허가했다고 한다.
아무것도 주지 않고 지키라 하는 것도 무책임한 짓이니까.
“과연…….”
거기까진 몰랐다.
서술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에일런, 계속 말해 보아라. 그래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라 여기는가?”
그것만 맞힌다면 나머지는 믿어 주겠다.
마치 그리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답은 간단하다.
나는 싱긋 웃으면서.
“현재 대공가에서는 이 상황 속에서도 그 아티팩트 본체에 손을 대지 못해서 곤란한 게 아니실는지요?”
왜냐면 그것 또한 원작에 언급된 요소다.
“그렇게 뛰어난 아티팩트라면 이 상황이 되도록 쓰지 않은 것이 이상합니다. 아니, 쓰지 않더라도 정치적으로도 활용조차 하지 못하는 것도 의문이지요.”
그들은 광산을 다루는 곳에만 아티팩트를 쓴 게 아니다.
그 외에는 절대 쓸 수가 없는 것이다.
“대공가는 아티팩트를 관리는 하나 그것을 다룰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니, 보관된 장소에서 꺼내지도 못하겠죠.”
위험한 물건을 가장 완벽하게 보관하는 방법이 뭘까?
간단하다.
그것은 관리하는 자도 손대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은폐한 것이지.
“하지만 지금은 그걸 적이 노리고 침공하고 있죠. 써먹는 건 둘째 치고, 꺼내지도 못하는 상황은 성가실 것입니다.”
셀론드 후작이 내건 억지 명분 중 하나가 대공가가 비보를 온전히 다루지 못한다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증명할 수가 없을 테니까.
“추측만으로 거기까지 이해했다는 것인가?”
“장사 하루 이틀 해 먹다 보면 생기는 눈치입니다.”
진짜 상인들이 이 변명을 들으면 화를 내겠지.
어쨌든 그저 구실이다.
중요한 건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만 알게 해 주면 된다.
“그래서 에일런, 그대가 돕겠다는 것인가?”
“예. 제가 협조하겠습니다. 제가 그 아티팩트를 꺼내어 안겨 드리도록 하죠. 그것이 새로 제안할 거래입니다.”
팔젠타니아 대공가의 비보.
아티팩트 <예지의 원판>.
그것을 획득하는 이벤트.
그것을 내가 주인공 대신 이뤄 줄 셈이다.
‘어차피 원작 4권 말의 상황을 이겨 내려면 미리 준비는 시키는 게 시기에 늦지 않겠지.’
이런 아티팩트가 존재한다는 건 당연히 써야 할 국면이 있다는 의미.
문제는 그 이벤트를 해야 할 주인공이 이곳에 없으니 내가 대신 이끌어 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늦을 테니까.
“하지만 한 가지 묻고 싶군. 어째서 그대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이냐? 만약 위험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것이냐?”
참으로 당연한 의문이네.
“우선 공녀님께선 그럴 리가 없는 분이라고 믿었고.”
나는 손가락을 두 개 펴 보이고는 계속 말했다.
“명망 높은 귀족가와 연줄을 확고히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걸 위한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꺼릴 이유가 없죠.”
“즉, 그대의 이득을 위해?”
그렇사옵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 쟤 저거, 내 동료랑 하는 말이 정반대네. 걘 세상을 위해라고 말할 텐데.”
루셀이 중얼거리는 그 동료에 대해 조금 궁금하지만 지금은 참자.
전 세상이니 뭐니 그딴 거 관심 없어요.
어디까지나 거래를 하고, 그만큼의 실적을 위해 고생할 뿐이다.
“하물며 제겐 경험과 재주가 있습니다. 그것조차 쓰지 않으면 손해죠.”
무엇보다 자신도 있다.
내겐 원작이라는 근거가 있으니까.
“정 뭣하면 저를 이용하신다고 여기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답변은 이미 엘니아 공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 거래를 받아들일 것이다.
“……자세히 말해 보거라. 결정은 그다음이다.”
“얼마든지.”
정성껏 의논을 나누자.
그녀는 아티팩트의 계승권을 손에 넣고.
나는 대공가를 상대로 도움을 주어 이권을 약속받는다.
이걸 기회 삼아 대공가의 호의를 받게 되는 것도 내 인생 설계에 나쁘지 않아.
‘믿을 만한 귀족의 신뢰를 아무리 수를 써도 보통은 못 얻으니까.’
내겐 아티팩트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
* * *
대략적인 협의를 끝마치고 난 뒤.
엘니아 공녀는 직접 비보를 보관 중인 ‘금고’를 보여 주겠다며 이동을 제안했다.
나로서도 거절할 이유는 없다.
그렇게 우리들은 대공가의 성 지하로 향했다.
“선조님께선 먼저 ‘금고’를 이 땅에 매설하고 그 위에 지금의 성을 건축하셨다지.”
“그리고 얼마나 정성껏 파묻었는지 정작 대공가의 분들도 그 비보에 손을 못 대게 되셨죠~.”
“…….”
“농담입니다만?”
“농담이라 해도 참 마음이 아프군.”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문제는 그들의 후손조차도 그 금고에 손을 댈 수 없다는 점이다.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어도 써야 할 때 쓸 수도 없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말이지.
“음! 여기다.”
지하 최심부 가장 깊숙한 복도를 지나고 몇 분이나 천천히 내려오자 간신히 문이 보였다.
두툼한 철문으로 단단히 봉해져 있다.
저것이 팔젠타니아 대공가의 ‘금고’로 향하는 입구겠지.
“이거야? 보통 철문이잖아. 이거면 나도 열 수 있을 것 같은데?”
루셀이 문을 낑낑거리며 밀려고 한다.
엘니아 공녀는 그게 아니라며 그 멍청이 엘프를 말렸다.
“정확히 말하면 단순히 가는 길이다. 금고는 아직 한참은 멀었지.”
“즉, 이 아래에 더욱 깊숙한 보안 시설을 짓고 그 끝에 놓았다는 뜻이군요?”
“그래, 그렇다.”
누구도 닿을 수 없도록, 설사 팔젠타니아 대공가의 후손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접근조차 할 수 없도록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녀의 선조 분들은 꽤나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그 결과 도달한 발상이.
“선조 분들은 당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이곳을 지으셨지.”
“헤에? 이 안에 뭐가 있는데?”
루셀이 궁금하다는 듯 묻자 엘니아 공녀는 계속 설명했다.
“함정이며 미로에, 심지어 이 안에서 몬스터마저 자생하도록 꾸며 놓은 듯싶더군.”
그야말로 물건을 숨기기 위한 종합 선물 세트.
아티팩트 하나 지키자고 그 안에 미궁을 지어 버린 것이다.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으엑…… 그 정도까지 해?”
“그 정도로 중하다는 것이겠지.”
실제로 보물에 관한 소문을 듣고 몰래 숨어든 용병들이 있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숨이 붙은 채 간신히 탈출한 자가 빈사 상태로 숨이 끊어질 때, 간신히 중얼거렸다고 하지.
저 안엔 괴물들이 바글거린다고.
“……무슨 성 지하에 몬스터 소굴을 키웁니까?”
알고 있지만 역시나 직접 들으니 황당하다.
반면 엘니아 공녀는 그런 것은 별것 아닌 듯 여기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다지 신기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듣자니 셀바스 왕국의 어느 귀족은 태어난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일정 나이가 되면 몬스터들을 가둬 둔 지하 굴에 떨어트리고 몇 년이나 방치한다고 들었다.”
귀족 무서워라!
어둠이 깊어.
참고로 더욱 무서운 건 그게 정말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이 안에 있는 것은 미로에 몬스터라…… 거의 던전이군요.”
“실제로도 선조 분들은 던전에서 발상을 빌린 게 아닐까 싶더군.”
“그래서 이곳을 지나가지 못한다는 것이군요.”
“지키는 후손이라 하더라도 그저 이 땅에 자리를 잡고 다스리는 것 정도다. 실제로는 나도 할아버님도 이 안에 든 것을 꺼낼 수 없다.”
결코, 직계 후손에게도 이곳을 답파하는 법을 남기지 않았다.
“후손을 믿지 않으신 거겠지.”
다만 엘니아 공녀의 말투에는 그렇게 비관하는 느낌은 없다.
의도에 공감하는 구석은 있는 것이다.
선조가 고결해도 후손이 고결하라는 법은 없다.
“언제가 가문이 몰락해도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만들어두신 의중이라 생각이 드는군.”
이곳에 자리를 잡은 선조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아티팩트를 원한다면. 가져도 상관없다. 단, 꺼낼 수 있다면.
참 성격 한번 고약하신 분이네.
“가문에서 답파를 시도해 보지 않은 것입니까? 전혀 불가능하진 않을 텐데요?”
“우리도 한가한 건 아니다.”
선조님들과 달리 지금의 팔젠타니아 대공가의 최우선 사항은 영지와 영지민의 안녕을 위한 것.
“아무리 아티팩트가 중요해도 이것만 안고 있을 수도 없지.”
얼굴도 모르는 선조님의 당부보다는 지금 살아가는 영지민이 우선이겠지.
“그렇다 쳐도 내버려 둘 수도 없기에 할아버님께서 직접 녹탑에 의뢰하여 해결하시려고 하신 모양이다만…….”
“하긴. 마법적 시설이나 건축물은 녹탑이 전문이라는 풍문은 들었으니까요.”
그것도 아니면 닐파스 대공이 직접 돌파를 해 볼 심산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향후 엘니아 공녀가 자리를 이으면 은퇴 후 여흥 거리 삼아 해결하려 하지 않았을까.
“그 전에 셀론드 후작이 저것을 요구하며 억지 명분으로 전쟁을 터트린 것이군요.”
“그런 셈이지.”
공녀는 지긋지긋하다는 듯 눈매를 찡그렸다.
셀론드 후작의 주장은 당시 그 보물의 소유권이 원래 제국의 시조에 있다는 것.
날조된 근거와 억지로 밀어붙였다.
문제는 그 반박을 하려 해도, 혹은 직접 그것을 써서 반격을 하려 해도 그 보물을 꺼낼 수도 없으니 난처한 것이겠지.
“그래서 에일런? 해결할 수 있겠느냐?”
공녀는 조금은 기대하듯 묻는다.
그렇다면 원하는 답을 들려주는 게 프로의 자세겠죠.
“즉, 요점은 접근하기도 성가신 이곳을 돌파하여 무사히 금고까지 도달하면 된다는 것이군요. ……마치 던전처럼.”
“그 점에서 에일런 네 경험은 정말로 예상외였다. 그리고 행운이었지.”
내가 어필한 던전 돌파 경험이 큰 점수를 얻었다는 뜻.
“확실히 어지간한 용병도 해내긴 무리겠죠.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이게 가능한 자는 스물도 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의외로 많군…….”
“세상은 넓으니까요.”
내가 모르는 실력자까지 포함하면 더 많겠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 문 안쪽에 있는 건 팔젠타니아 공작가의 선조들이 어떻게든 침입자를 막기 위해 머리를 굴린 결정체니까.
거기에 함정과 몬스터가 가득하다는 것도 성가시고.
“가능하겠나?”
“가능은 할 것입니다.”
원래라면 주인공이 해야 할 작업.
그렇다는 건 이곳의 난이도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가능하다는 계산은 해 두었지.
‘거기에 루셀도 끌고 들어가면 훨씬 간단하겠지?’
능력만은 지금의 나와 동등…… 아니지, 그 이상인 정령사 루셀을 앞세워 고생시키면 될 것이다.
그렇게 계획을 짜고 있자니 루셀이 뭔가 소름끼치는 듯 몸을 오싹이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칫, 감이 좋군.
“어쨌든 에일런, 가능하다면 바로 해결을 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고 이미 모든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그래, 그런데 나도 따라 들어가야 할 것이다만, 상관은 없겠지?”
“문제없습니다.”
괜찮다. 그것도 알고 있다.
가는 과정은 둘째 치고 금고에 도달하고 나서는 후계인 공녀가 직접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니까.
‘거기에 순전히 내게만 맡기는 것도 말이 안 되겠지.’
직접 감시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겠지.
그러니 괜찮다.
어차피 그것도 루셀을 앞세우면 되지.
“……어?”
루셀이 또 뭔가 오한을 느낀 듯 두리번거리나 알 게 뭐냐.
그러나 내 이런 완벽한 구상을 무너트린 것은 바로 공녀의 다음 발언이다.
“그리고 루셀, 미안하지만 나와 에일런이 지하에 다녀오는 동안 나머지는 네게 부탁하마.”
“어? 나 안 들어가?”
루셀은 의아하게 여기는 듯싶었다.
나도 적잖게 놀랐고.
설마 나와 단둘이 동행하자는 제안을 그녀가 먼저 꺼낼 줄이야.
“셋이나 들어가는 건 낭비라고 생각하니. 그리고…… 만일의 경우를 위해 루셀 그대가 잠시 바깥을 지켜 주었으면 한다.”
일리는 있다.
만일을 위해서도 믿을 만한 사람 하나는 남겨 두는 게 좋겠지.
‘아티팩트를 활용해서 권세를 누린 영향인지 몰라도 대공가의 인간들은 감이 좋은 편이지.’
어쩌면 그녀는 뭔가를 우려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반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142화 전장에 선 자들 (6)
‘내가 아는 원작 내용으로는 이 시기에는 별일은 없을 것 같지만 어차피 미묘하게 사건들이 틀어진 시점에서 의미가 없어.’
그리고 실은 나 역시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원작대로라면 남은 전개는 궁지에 몰린 셀론드 후작이 무언가에 쫓기듯 마족을 소환하는 것뿐이지만.
정말로 그것뿐일까?
의심하기에 반대하지 않았다.
“으응…… 나는 상관없는데 정말로 그걸로 괜찮아?”
“괜찮다. 그렇지 않나, 에일런?”
“어차피 하루도 채 걸리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예.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입니다.”
이 말을 하면서도 나는 조금은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꼭…… 플래그 같단 말이지.
이렇게 된 거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돌아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