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31)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31화(131/344)
제 131화
144화 지하에는 보물이 있는 법 (2)
루셀은 마법에 대한 소양은 거의 없다.
할 줄 아는 건 정령술이랑 사소한 재주 몇 가지뿐.
그 정령술조차도 삼류를 벗어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감이 외친다.
뭔지 몰라도 저것은 극도로 위험한 것이라고.
“거기 너! 당장 엎드려!”
루셀이 외치면서 최대한 조금이라도 영향에서 피하기 위해 몸을 숙이는 순간.
그 거대한 마법진에서 새하얀 빛이 팔젠타니아 대공가의 성을 향해 쏟아졌다.
명백하게 대공가를 직접적으로 노린 마법 테러.
그것이 누구의 소행인지, 무슨 목적인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몇 초나 지났을까.
큰 충격을 각오하고는 가까이 있던 시녀를 반쯤 멱살을 움켜쥐고 테이블 아래로 몸을 피했던 루셀은 눈동자를 멍하니 깜박였다.
“어……?”
아무 일도 없다.
방금 마법진의 규모로 봤을 때 얼추 짐작은 할 수 있었다.
틀림없이 그냥은 끝나지 않을 거라고.
그런데 충격은커녕 빛 외에는 소리도 없었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어라? 추워?”
피부가 오싹거렸다.
조금 전의 소름과는 별개로 정말로 춥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럴 리가. 조금 전에는 이런 추위는 전혀 느낄 수 없었는데?
“엘베이드 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아니, 그거 내가 묻고 싶은데…….”
시녀가 의아해하는 가운데 루셀은 황급히 몸을 일으켜 창밖을 보았다.
“……뭐야.”
할 말을 잃은 것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전체가 마치 서리라도 낀 듯 미묘하게 새하얗게 물들었기 때문이다.
“……방금 마법의 영향?”
그것만은 의심의 여지도 없다.
이런 게 자연 현상일 리도 없지.
무엇보다 루셀 본인이 계약한 정령 중에도 빙결 계통의 정령이 있으니까.
그렇기에 이해할 수 없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한 것인가.
만약 자신이 반대로 테러를 하려는 입장이라면 무얼 할까.
그냥 가장 강력한 공격을 처먹이고 말 것이다.
“……저어? 그냥 실패한 게 아닐까요?”
당혹스러워하는 루셀의 뒤편에서 시녀가 조심스레 의견을 꺼냈다.
“실패?”
“대공가에는 이런저런 방어용 마도구가 많아요. 그리고 마법진도 있고요…….”
어느 귀족의 성이든 어지간히 가난한 귀족이 아닌 이상은 당연히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마법적 테러다.
당연히 큰 성일수록 마법사에게 있어서 그것보다 부수기 쉬운 타깃은 없지.
대충 적당히 파이어볼만 날려도 명중할 테니까.
그러니 대비를 하는 건 상식이다.
팔젠타니아 대공가 역시 다르지 않다.
특히나 그들은 안고 가야 하는 비보가 있으니까 다른 곳 이상으로 마법적 테러 대비에는 철저하다.
“저는 마법은 모르지만 5서클 이하의 마법이라면 충분히 위력이 줄어든다고 알고 있어요.”
“……그건 나도 들은 적이 있긴 한데.”
루셀이 찝찝해하는 것은 당연히 그것이 그녀들만이 아는 상식일 리가 없다는 점이다.
방금 전과 같은 규모의 마법진을 펼칠 수 있는 자가 과연 그런 당연한 것을 모를까?
그럴 리가 없다.
모든 걸 안다고 오만을 떨 마음은 없지만 루셀은 그럴 리가 없다는 것만은 직감하고 있었다.
“……응?”
그때 상공에 두 번째 마법진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다수.
방금 전 같은 터무니없는 규모는 아니지만 숫자가 많다.
이번에는 붉은 마법진이 수십 개가 펼쳐지더니 그곳에서 같은 숫자의 화염 덩어리가 떨어졌다.
설마 바로 두 번째 공격을 가할 줄이야.
“괜찮을 거예요! 방금 전 것도 효과가 없었으니까요.”
시녀가 자랑스레 믿는 듯 말했지만 루셀은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그녀의 인생 경험상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믿는 구석이 있다면.
콰아아아아아앙!
꼭 그게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니까!
“꺄아아아아아아아!”
“젠장! 효과 있잖아!”
사방에서 폭발한 화염이 솟구쳐 오른다.
화염구가 터질 때마다 발밑에서 심상치 않은 진동이 느껴졌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나 방금 시녀가 자랑스레 말했던 마법 테러 방지책이 조금도 듣지 않았다는 뜻이다.
“조심해! 뭔지 몰라도 또 올 거야! 안에 있는 것도 위험해! 겁나더라도 피해.”
“네, 넷!”
이번에야말로 그 시녀는 진심으로 위기감을 느꼈는지 사색이 되어 낮은 자세로 기어 먼저 밖으로 나갔다.
루셀도 뒤따라 이동했다.
그사이 바깥에서 심상치 않은 함성이 울렸다.
“팔젠타니아 대공가를 쳐라!”
“놈들은 지금 얼이 빠져 있다!”
“놈들의 낯짝을 걷어차 주어라!”
거친 함성과 말투.
딱 들어도 이곳에서 종사하는 기사나 병사들이 낼 법한 소리가 아니다.
곧 이쪽의 병사들이 맞서 함성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고는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이 들렸다.
‘……뭐야?! 완전히 습격당하고 있잖아.’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 모르겠으나 습격자들은 대공가의 모든 마법 방어 수단을 무시하고 타격을 입힌 후 추가로 병력을 동원하여 성 전체를 포위했다.
더할 나위 없이 계획적인 흐름이다.
‘그게 가능한 거였어?!’
이런 분야는 전문이 아니라지만 루셀은 이런 게 가능할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도 않았다.
마법은 둘째 치고 대체 병력은 어디에서, 어떻게 옮겨 왔단 말인가?
문제는 여기서 불가능하다고 외쳐 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
지금 이 상황을 넘기면 자연스레 알게 될 일.
루셀은 바로 사고를 전환하고는 주저 없이 복도 창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진짜! 모처럼 마음 편히 있나 싶었는데! 이게 뭐야!”
하필 지시를 내려야 할 책임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이 터질 줄이야.
루셀은 마구잡이로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침 병사들의 방어를 막무가내로 헤치고 밀고 들어오는 무리들이 접근해 오고 있었다.
딱 걸렸군.
루셀은 히죽 웃으며 지금 저들에게 이 짜증을 풀어 주기로 했다.
“고작 계집 한 명이다!”
“무시하고 짓밟고 가라!”
정중하게도 적들은 루셀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아 주는 모양이었다.
“흥, 갈 수 있으면 가 보시든가.”
루셀은 거리낌 없이 적들을 막아서며 바닥에 가볍게 손을 짚었다.
그녀의 등 뒤로 얼음으로 구성된 새의 형태의 정령이 출현했다.
루셀의 계약 정령, 빙결 속성의 정령 그레이스.
“그레이스, 사정 봐주지 말고 전부 얼려 버려.”
빙결의 정령이 날갯짓하자 그 냉기가 적들의 몸에 옮겨 붙는다.
그렇지 않아도 기온이 낮아진 편이기에 추위에 둔감해진 적들은 처음에는 그 정령의 발하는 냉기를 잘못 판단하고는 별것 아니다 비웃으려 했다.
하지만.
쩌저저저저저적!
무언가가 갈라지며 깨지는 듯한 소리가 울리더니 그들은 곧 거대한 얼음에 갇히고 말았다.
그리고 얼음은 곧 무너지듯 깨지며 그 안에 갇힌 적들 역시 한꺼번에 처참히 박살 나고 만다.
그러나 그녀의 정령술은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아직 멀었어! 이프리트!”
추가로 정령을 소환, 이번에는 불타는 화염을 두르고 있는 붉은색의 거한이 소환되었다.
에일런이 다루는 불의 정령과 순수하게 동격의 힘을 가지고 있는 불의 정령.
그 불의 거한이 추가로 몰려오는 적을 향해 달려든다.
그대로 팔을 휘둘러 적들의 선두에 부딪히자 화려하게 폭발하며 화염이 치솟는다.
“끄아아아아아아아!”
“불의 괴물이다!”
“정령이거든?”
루셀이 발끈하듯 외치자 화염이 더욱 격렬해진다.
이토록 거센 화염이지만 적들과 맞서는 아군 병사들에게는 조금의 열기조차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방어해! 이미 뚫린 건 어쩔 수 없어! 조금이라도 수습해서 농성을 해!”
루셀은 병사들에게 외쳤다.
지시를 내릴 생각도 없고 입장도 아니지만, 지금은 그녀라도 나서는 편이 낫다.
혼란스러울 때는 누군가가 대신 각오를 하고 앞으로 나서는 편이 좋으니까.
루셀은 그 점은 어느 정도 깨우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부탁도 받았으니 최소한의 의리는 다해 줄 셈이다.
“버거운 적이 오면 내가 상대해 주겠어! 그러니 너희들은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걸 지금이라도 준비해! 어서!”
병사들은 조용히 경례를 짧게 올리고는 바로 태세를 정돈하고 본격적으로 방어에 들어갈 채비를 서둘렀다.
외부인의 명령은 들을 이유도 없지만, 지금의 그들을 위해 나선 것 또한 외부인이다.
“……어디의, 어떤 놈 짓인지 몰라도. 올 테면 와 봐!”
루셀은 당당히 정령술을 구사해 적들을 향해 퍼부으면서 일갈했다.
이 일에 관해서는 나중에 직접 따로 수당을 받아 주겠어.
루셀은 지금쯤 지하에서 열심히 이동하고 있을 두 명의 인간을 떠올리며 적들을 막기 시작했다.
* * *
한창 괴한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팔젠타니아 대공가의 성.
그 전체의 정경이 내려다보이는 지점에 몇 명의 인간들이 그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같잖은 마법 방어만을 믿고 있었으니 이런 기습에 당할 수밖에 없는 법이지. ……마법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다, 애송이 놈들.”
그들 중에서 나이가 지긋한 노인 마법사가 지팡이를 쥔 채로 코웃음 쳤다.
“그래서? 영감? 어떻게 뚫은 건데?”
채근하듯 질문한 것은 망원경을 든 채로 지켜보고 있던 붉은 머리의 여성이었다.
짐승의 가죽과 털을 엮어 만든 방어구를 걸친 그 여성은 마치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듯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었다.
“영감도 저기 마법 대책 수단은 상당하다고 하지 않았어?”
“확실히 우수한 방어 수단이긴 했지만, 전혀 맹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
대공가의 성에 배치된 모든 마법 방어 수단이 제대로 발동했다면 당연히 그것을 깨는 것은 저 노인이라 해도 수고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인은 단 한 번의 마법으로 그것을 무력화시키고 다음 공격으로 타격을 입혔다.
“7서클 광역 동결 마법. 프로스크 클라우드. ……처음 쓴 것은 그것이지.”
“오오! 7서클! ……엥? 잠깐? 7서클? 그런 것치고는 위력이 별 볼 일 없지 않았어?”
처음 마법을 펼칠 때는 그 규모를 보고 기대했지만.
곧 효과가 서리만이 낄 정도였다는 것을 보고 실망했던 것을 떠올렸다.
“마법을 위력으로만 가늠하지 말거라, 애송아.”
같잖은 편견이다.
노인 마법사는 그녀의 태도를 내심 비웃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위력 자체만 따지자면 해당 마법은 2서클의 빙결 마법만도 못하지. 원래부터가 개발에 실패한 마법이니.”
본래 노리던 것은 광역적인 범위를 통째로 얼리는 효과를 기대하였지만 마법식의 설계 실수로 인하여 본래 효과에도 미치지 못한 결함 마법이 되었다.
그러나 그 결함 마법에는 개발자도 인식하지 못한 이점이 있었다.
“냉기가 마나의 흐름에도 간섭하지.”
“흐음? 영감? 그게 이상한 거야?”
“마법으로 일으킨 현상이라지만 온도가 마나의 흐름에 간섭한다는 게 얼마나 기묘한 일인지 설명해 봐야 자넨 흥미 없어 보이는군.”
“응. 결론만 말해, 영감. 귀찮은 건 듣기 싫거든~.”
노인은 “이래서 마법의 진미를 모르는 자들이란” 하고 혀를 차며 계속 말했다.
“모든 마법은 마나의 흐름과 변화로 이루어지지. 간섭한 냉기는 그것들을 정체시키고…….”
“즉?”
이론은 됐으니까! 결론!
그 붉은 머리 여성은 딱 잘라 묻는다.
“……모든 마법진과 마도구의 반응이 둔화된다는 뜻이네.”
발동이 늦어지거나 발동이 되지 않는다.
“그거 사기 아냐?”
“그 대책 역시 알고 있다면 마련하기 쉽네. 다만 애송이들은 모르는 법이지.”
거기에 썩어도 7서클 마법이다.
보통 이것의 존재를 아는 마법사는 극소수.
쓸 수 있는 마법사는 더욱 적다.
그러니 어지간해선 한 번은 당할 수밖에 없는 맹점이다.
“흐음~ 역시 제국 최강의 마법사라는 거구나.”
붉은 머리의 여성은 순순히 감탄하며 히죽거렸다.
그런 태도가 못마땅한 듯 코웃음 치는 노인이야말로 제국이 자랑하는 최강의 마법사.
제국 마법 병단의 수장이자 동시에 적의 마탑, 즉 적탑의 마스터를 겸임하고 있는 자.
클로포드 벨페나스.
이른바 제국 최강의 마법사.
일설에는 소문으로만 취급되는 그 미친 리치 크멜스와 한때 접전까지 벌였다는 설이 있는 강자다.
“그러니 최강의 마법사님께서 한 방 더 날려 주시지? 아예 저 성 통째로 가라앉게 할 수도 있잖아?”
“헛소리 집어치워라.”
그러나 클로포드는 붉은 머리 여성의 부탁을 듣고는 냉소를 지을 뿐이다.
“의뢰를 잊은 것이냐, 용병. 그건 네 일이거늘.”
속셈을 들켰는지 여성이 “칫” 입가를 삐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