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41)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41화(141/344)
제 141화
155화 대공가 습격 (8)
“……성가셔. 그렇다면 내키진 않지만, 저쪽 꼬마를 먼저.”
엘라우트가 허리춤에 손을 뻗어 또 한 자루의 단검을 꺼냈다.
아마 나를 향해 투척할 셈이리라.
그러나 그녀가 검을 던지기도 전에.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 날아온 얼음의 탄환이 그녀의 손등을 치고 나갔다.
덕분에 빗나간 단검이 내 머리 옆을 스쳤다.
“……음, 살았네?”
“됐고, 계속 공격에나 집중해. 지금 나는…… 이 정도밖에 못 해 주니까.”
조금 전 탄환을 날린 루셀은 분한 듯 혀를 차며 정령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지시한 적은 없지만 루셀도 가만히 있어서는 승산은 없다는 걸 이해한 것이리라.
“……너처럼 조작할 자신은 없지만 그럴듯하게 빗맞히는 거라면 해 줄 테니까. 안심하고 계속해.”
그리고 세 명의 맹공이 퍼부어졌다.
두 명의 정령사가 마구잡이면서도 정밀하게 쏘아 내는 공격이 두 명의 마검사의 주변에 몰아치고, 그 속을 은발의 소년은 마치 아무것도 없다는 것처럼 과감하게 뛰어든다.
오로지 정령술의 여파가 발을 묶는 것은 적발의 여성 용병뿐.
그리고 그 성가신 공격에 틈이 생긴 순간.
“하아아아앗!”
셀베스터가 크게 휘둘러 내리친 검이 그녀의 검을 힘껏 때렸다.
그리고 격돌하는 순간 셀베스터가 마법검의 힘을 개방했다.
마법검 ‘칼리아흐 베라’의 힘은 그 상대가 오러나 마나를 비롯한 강력한 기운을 다루는 자일수록 빛을 발한다.
이 검을 통해 발한 검기에 닿은 모든 기운은 그 힘이 서서히 잃어가는 특징이 있다.
과거에는 파기(破氣)의 검이라 불리었던 설정이 있는 아티팩트니까.
콰아아앙!
그대로 엘라우트의 오러가 흔들리며 몸이 밀려났다.
그것뿐이 아니다.
그녀의 무릎이 잠깐이지만 땅에 닿았다.
아무리 그녀라도 평소보다 약해진 상황 속에서 3대1은 다소 버거운 것이리라.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셀베스터가 과감하게 그대로 부딪혀 박살 낼 기세로 돌진한다.
“이런…….”
엘라우트는 셀베스터의 검을 간신히 쳐냈지만 드문드문 베인 상처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 멀었어!”
그리고 셀베스터를 역으로 검으로 쳐내 반격하여 밀어낸 순간.
바로 그의 등 뒤에서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던 나와 눈이 맞는다.
“아…… 꼬마.”
“그만 주책 좀 떨고 집에 돌아가시죠! 이 철부지 용병!”
중력장을 발동, 그대로 그녀의 몸을 상대로 퍼부어 날려 버린다.
수평으로 발해진 중력장에 떠밀린 엘라우트의 몸이 그대로 튕겨 나가 성벽에 충돌했다.
제대로 먹혔다!
“하아…… 하앗. 어떻게든 명중시키긴 했어.”
“…….”
어쩐지 셀베스터의 기이하게 여기는 듯한 시선이 느껴지지만, 일단은 무시.
그래도 경고는 해 주었다.
“절대 방심하지 마, 저 괴물 용병. 아직 안 끝났어.”
고작 이런 공격에 죽을 거라고는 조금도 믿지 않는다.
바로 엘라우트가 고통스러운 듯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으으으으윽. 지금 건 그래도 조금 위험했나. 한순간 머리가 울렸어.”
자신을 뒤덮은 잔해를 대충 걷어차고 일어서는 엘라우트.
저래 보여도 전혀 대미지가 없는 건 아니다.
중력장을 제대로 막지 못했기 때문인지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오른팔도 지금 움직이지 않고 있다.
혹시 부러졌나?
하지만 위험한 건 지금부터다.
‘어설프게 몰아넣으면 엘라우트도 싸움을 즐기는 건 관두고 진심을 낼 게 뻔한데…….’
선전하더라도 아직 부족하다.
‘좀 더, 하나만이라도 더 밀어붙일 수단만 있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지이이이이이이.
그때 귓가를 누르는 것 같은 기이한 압력이 느껴졌다.
엘라우트의 검에서 느껴지는 힘이다.
아니나 다를까, 진심으로 나오고자 마음먹은 것이겠지. 거기에 저주도 꽤 회복이 된 것이리라.
진짜 고수는 어느 정도 상처를 입었을 때가 가장 무섭다고 하던가.
“애들 상대로…… 이렇게까지 하는 것도 어떨까 싶지만 일은 일이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엘라우트는 현재 남아 있는 반절의 오러만을 전부 불태우듯 끌어 올린다.
“인정해 줄게. 너희는 틀림없이 내가 사력을 다해 싸워야 할 상대야.”
“그거 별로 기쁜 인정은 아니네요.”
진짜 고비는 지금부터 시작되리라.
이미 셀베스터 역시 긴장한 채로 말없이 검을 겨누고 보다 앞으로 나섰다.
‘셀베스터가 앞으로 어디까지 버텨 줄지는 나도 확신은 서지 않지만…… 사력을 다하면 어떻게든 될까?’
희망이 없는 건 아닐 것이다.
그대로 나도 긴장하며 태세를 갖추려 할 때.
“……응?”
갑자기 맥 빠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셋은 아니다.
지쳐 쓰려진 엘니아 공녀도, 다른 병사들도 아니다.
엘라우트 본인이다.
“뭐 하자는 거야?”
갑자기 그녀의 검이 발하는 압력이 급격히 낮아졌다.
그녀는 무언가가 당혹스러운 듯 위를 보더니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무슨 생각이야, 영감?”
그제야 우리도 눈치를 채고는 같은 곳에 시선을 보냈다.
그곳에 늙은 마법사가 출현해 있었다.
기이하게도 우리가 알아챈 건 그의 존재감 때문이 아니다.
지금도 눈으로 보이지만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물며 저 노인이 발하는 마나도.
그래도 저자의 정체는 알아볼 수 있다.
‘제국의 마법사 클로포드?’
역시 있었나?
하지만 어째서인지 엘라우트는 저 노인의 출현에 상당히 의아해하는 눈치던데?
“무슨 생각이야?”
“……전언을 전하러 왔다.”
“전……언?”
의아해하는 엘라우트에게 클로포드는 코웃음 치고는 순식간에 그녀의 뒤로 이동했다.
단거리 텔레포트.
그러나 역시나 발동될 때의 마나가 감지되지 않는다.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저 노인의 마법을 감지하는 게 불가능하리라.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저 주인공 녀석도.
그 노인은 그대로 엘라우트의 뒷덜미를 움켜잡는다.
“……대답에 따라선 영감이라도 가만히 안 둘 건데?”
당연 엘라우트는 날카롭게 노려보지만.
그녀의 살기가 낮아진 건 그 노인 마법사가 한 다음 말을 듣고 난 뒤였다.
“네 의뢰주의 전언이다. 의뢰는 포기한다.”
“……뭐?”
“상황이 바뀌었다……고 하더군. 더 이상 의뢰를 수행하지 않아도 좋다.”
무슨 말인가?
의뢰의 취소라니?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포기라니! 이쪽도 체면이 있어! 한 번 고용한 용병을 멋대로 돌려보내는 게 말이나 된다 생각해?!”
“알 게 뭐냐. 보수에 관해선 그에게 따지거라.”
“그러니까 좀 들으라고!”
엘라우트는 짜증스러운 듯 항의했지만 듣지 않고 클로포드는 바로 마법을 발동시켰다.
그녀를 포함해 적들의 병사 전원의 몸이 희미하게 빛나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전부 옮겨 버린 것이다.
“저 많은 수를 한 번에 텔레포트한 건가? 하지만 그런데도 감지되지 않다니…… 대체 저 노인은…….”
셀베스터는 검을 살짝 내린 채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연이은 최정상급 고수들의 출현에 자극을 과하게 받은 거겠지.
“어쩔 거야? 그 녀석들 쫓을 거야?”
루셀이 조심스레 묻는다.
나는 고개를 젓고 셀베스터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추격할 마음은 없다.
그 의견이 일치했다.
이렇게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이긴 것이나 다름없지.
살았다…….
나는 그제야 긴장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정말 아슬아슬했어…….’
명백하게 열세였고, 엘니아 공녀를 아티팩트와 계약시켜 그것을 활용하어 디버프를 씌워도 만만치 않았다.
일류급 초고수의 반열이 허투가 아니란 걸 실감했지.
만약에 셀베스터가 난입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지거나 죽을 마음은 없지만, 꼭 마음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문제는 하필 여기서 주인공이 와 버렸다는 건데…….’
아마 슬슬 저쪽도 4권의 마지막 전개에 들어간 거겠지.
그렇다면 용건은 하나밖에 없겠군.
‘혹시 아티팩트 가지러 왔나?’
한편 문제의 주인공, 셀베스터는 “휴우……” 숨을 고른 뒤 검을 검집에 넣고는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급한 대로 거들긴 했지만, 아직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리라.
아마 속으로 꽤 동요하지 않을까?
원작이 3인칭 소설이라고 해도 제법 그의 속내는 자주 묘사되니까 절로 상상이 된다.
제법 위가 쓰리겠지.
저래 보여도 아직 인격적으로 완성이 덜 되어 제법 걱정이 많은 편이니까.
주인공이지만 실은 속은 은근히 소심한 소년이니까.
“……루셀, 살아 있어?”
“살아…… 있거든? 그보다 셀베스터! 오면 온다고 먼저 이야기해야 할 거 아니야!”
루셀이 상처를 누르고 신음하며 셀베스터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다만 찬 본인이 더 아픈지 곧 웅크리며 끙끙거린다.
쟤 뭐 하는 거람.
나름 친우끼리의 장난이겠지.
실은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보다 너, 어떻게 돌아온 거야?”
“……잠깐. 루셀? 저번에 이야기했을 텐데? 네게 준 아티팩트가 있었잖아. 그거 그때 설명했는데, 잊었어?”
“아티……팩트?”
루셀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티팩트라니?
나도 그건 짐작이 가는 게 없는데?
원작에서 셀베스터가 루셀에게 뭔가 줬었나?
어쩌면 전개가 바뀌면서 무언가 건네준 모양이군.
그것이 아마 지금 난입한 것과 관련이 있을 테고.
“…….”
“…….”
“……어?”
모두가 루셀을 보자 그녀는 그제야 식은땀을 삐질 흘리면서 품속을 급히 뒤지기 시작했다.
“아차차…….”
혀를 차며 꺼낸 것은 완전히 빛이 바랜 구슬 형태의 아티팩트.
의외로 저건 나도 알고 있는 아이템이다.
전이 마법을 딱 한 번 사용하게 해 주는 고가의 아티팩트다.
설마 셀베스터가 루셀에게 맡긴 건가? 만일을 위해서?
“루셀, 여차하면 그걸 써서 돌아오겠다고 했잖아. 분명히 그렇게 말한 기억이 있는데?”
“아, 아니, 그때…… 그게 나도 정신이 없어서 반쯤…… 잘 못 들었다고 해야 하려나…….”
“잊었군.”
“아하하하하…… 아야야야야야, 상처. 상처 때문에 기억이.”
루셀이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엘프 특유의 귀를 축 늘어트린 채 변명을 늘어놓았다.
원작과 다르게 셀베스터는 이곳을 비우는 것을 불안하게 여기고는 동료를 남기고, 그것도 모자라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대비책을 준 모양이었다.
‘과연 주인공은 주인공. 나름대로 생각해 둔 건가.’
어쩐지 딱 맞춰서 등장했더라니, 그런 내막이 있었나.
어쨌든 뒤처리는 주인공에게 맡겨 버리자.
‘이대로 나는 슬쩍 말년 병장처럼 구석에서 낮잠이라도.’
자! 지금이야말로 나무만도 못한 존재감을 발휘해야…….
“……그러고 보니 그쪽 정령사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혹시 이곳에 고용된 자인가?”
그러나 이미 셀베스터는 나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큿! 내 존재감이 아주 넘치나 보네!
그럴 만도 하다.
처음부터 싸우던 건 나였고, 직접 원호하기까지 했으니까.
이래 놓고 발 빼는 건 역시 어렵겠지.
나는 체념하고 표정을 바꾸고는 당당히 나섰다.
“에일런입니다. 얼마 전에 이곳에 체류하게 된 일개 상인입니다.”
“……일개 상인? ……어? 잠깐만? 상인?”
주인공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우리 주인공은 눈앞의 인물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에 빠졌다, 라는 느낌이다.
……무슨 말을 묻고 싶은지 알지만 참아다오.
그야 이제 와서 평범한 상인입니다, 하고 우겨대는 것은 무리수라고 나도 생각은 해.
그래도 고집을 꺾을 마음은 없다.
억지로라도 계속 우길 생각이다.
“그것보다, 엘니아 공녀님? 괜찮으십니까?”
주의도 돌릴 겸 그리고 걱정도 되었기에 주저앉아 있는 엘니아 공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아까보다는 나아진 것인지 애써 괜찮은 듯 대답했다.
“걱정은 마라. 너희들만큼 힘든 건 아니다.”
“……어련하시겠습니까? 그럼 좀 더 거기 엎어져 계실래요? 오늘은 다행히 바닥이 차진 않은 모양이니까요.”
“에일런. 넌 배려심을 좀 배우는 게 좋겠군.”
“농담입니다.”
내가 장난스레 대답하자. 결국엔 엘니아 공녀는 솔직하게 손을 내밀었다.
“그래, 그럼 일단은 일으켜다오. 계속 주저앉아 있는 걸 보이긴 꼴사납군.”
“네입, 네입. 그것도 참 어련하시겠습니까.”
나는 일단은 공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그녀도 달리 거부하지 않고는 순순히 나를 붙잡았다.
“그건 그렇고, 이 아티팩트는 원래 이런 것이냐? 지금까지 쓰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르군.”
“음, 그거 제 계산보다 조금 반동이 과한 것 같네요.”
“조금?”
“……인정하겠습니다. 아마 많이 과할 겁니다.”
뭐, 조금 정도가 아니겠지만.
“……보아하니 그 아티팩트를 쓴 것 같은데?”
셀베스터 역시 그녀와 그녀가 쥐고 있는 지팡이를 번갈아 보았다.
이제야 눈치챘는지 제법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그야 꺼내지 못해 난처해하던 그 아티팩트를 대놓고 들고 다니고 있으니까.
“일단 말해 두겠습니다만 이걸 지시한 건 저입니다.”
일단 내가 앞서 밝혔다.
어차피 곧 드러날 일이다.
괜히 숨겨 봐야 의심만 받겠지.
차라리 화끈하게 밝히고 당당해지는 게 낫다.
모든 건 제 덕입니다. 엣헴!
“그쪽이 이걸…… 쓰는 법을 가르쳤다고?”
“제가 이런 분야에 다소 견문이 있어서 공녀님께 사용법을 급한 대로 가르쳤을 뿐입니다.”
“……그런 일도…… 있는 건가?”
“상인이라면 대충 흔한 일이죠.”
“과연…… 응? 상인?”
셀베스터가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아직 그가 지금의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상인이 그런 일을 하는 자였던 거야?”
아마 그의 안에서 상인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