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44)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44화(144/344)
제 144화
159화 내 본분은 상인! (2)
“……계획대로 우리는 지상에 존재한다.”
“……그리고 인간들은 방심하고 있지.”
보라.
이미 인간들은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이곳에 얼씬거리지도 않는다.
“……조건은 이상적.”
“……용케도 속아 넘어갔군.”
“……어리석은 인간들.”
마족들은 인간들의 허점을 비웃으며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마족은 인간이 직접 소환하지 않으면 이 땅에 불려 나와 간섭할 수 없다.
그것에는 누구도 예외는 없다.
지금 있는 네 마리의 마족 역시 인간이 불러냈기에 이 땅에 존재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소환의 잔재는?”
“……아직 유효하다. ……남은 시간은 없지만.”
인간 중 누구도 이것을 눈치챈 자는 없다.
아니, 눈치챌 리가 없다.
그 정도로 현명한 자였으면 어찌 자신들을 불러내는 소환 따위를 맺겠는가.
그리고 어찌 일개 인간에게 당하는 굴욕을 스스로 자처하겠는가.
마족들은 조소했다.
“……어리석다.”
“……어리석어.”
“……우둔하다.”
“……우둔해.”
물론 그저 인간들을 비웃어 주고자 소환 계약에 응한 것은 아니다.
거기에 패배한 것도 뼈아프다.
이곳에서 소멸한다고 죽지는 않으나 많은 힘을 잃게 된다.
자칫하면 격이 떨어질 수도 있지.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그들이 소환에 응한 이유.
그것을 어서 달성해야 한다.
“……서두르자.”
“……서둘러.”
“……시간이 없다…….”
“……어서 그분을 모셔야 한다.”
마족들은 예정대로 ‘계획’을 실행할 단계에 들어섰다.
누구도 방해할 수 없으리라.
그래…… 누구도.
머지않아 곧 이 세상은 인간들에게 있어서 지옥이라 일컬을 장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그들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는 낙원의 시작이 되겠지.
* * *
셀베스터가 중급 마족을 쓰러트리고 난 지도 보름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나름 안정되어 가는 팔젠트 공국의 분위기 속에서 나는 조용히 지내며 지친 기력을 회복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안하기도 하나 떨기만 하는 것도 건설적이지 못하다.
그동안 힘을 쌓고 쉬고, 그리고 가능한 할 일을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 뿐.
‘거기에 슬슬 그들이 돌아올 때도 되었고.’
잠시 후 예상대로 내게 전언을 전하러 온 심부름꾼이 찾아왔다.
드디어 그들의 배가 공국의 항구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다.
“왔군!”
새 상품을 싣고 오도록 부탁했던 필레로스 상회의 상선이 다시 도착한 것이다.
“그건 그렇고, 생각보다 빠르네?”
마치 나더러 놀지 말고 일하라는 알 수 없는 무언가의 계시 같다.
그래, 일한다! 해! 한다고!
바로 항구로 향했고,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말로 씨가 나를 반겼다.
“무사하셨군요! 에일런 씨!”
“하하! 무사한 게 당연하잖아요?”
굳게 악수를 나누며 우리들은 각자의 근황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행히 필레로스 상회 측은 별일은 없는 모양이었다.
로웰이 보낸 편지를 읽어 보니 딱히 특이한 구석은 없었다.
‘……다행이네.’
내심 안도했다.
약간은 걱정했거든.
혹시 저쪽에 내가 모르는 사태가 터지는 게 아닐까, 하는 점.
아직 내 재산의 기반은 필레로스 상회와의 거래에 중점을 두고 있으니까.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정말로 난처해지니까.
“병사에게 들었습니다. 전쟁은 이미 소강상태를 보인다고 하더군요?”
“들으신 대로입니다. 뭐, 더 이상 위험한 일은 아마 없을 테니 이제 저희들은 그저 마음 놓고 장사를 하면 되겠죠.”
“……그것 참 다행이로군요. 그거 참으로 반가운 소식입니다.”
물론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순수하게 전쟁이 끝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여기는 의미도 있고.
그리고 지금 물건을 팔기 위해 다시 돌아온 이 기회를 천운으로 여긴다는 의미도 있다.
전쟁이 끝나 간다는 것은 이곳의 경제도 다시 활기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다른 상회보다 먼저 도착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 될 테니까.
“정말로 운이 좋으시군요, 에일런 씨는.”
“평소에 정직하게 사니 하늘이 돕는다는 게 아닐까요?”
물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동안 열심히 움직인 보람이 있지.
내 이득은 내가 만들어.
“어쨌든 곧 이곳은 평화로워질 것입니다.”
아직 정식으로 종전을 선언한 건 아니나 그것도 시간문제이리라.
원작에서는 그 선언을 하기 이전에 주인공 일행이 떠났기에 그 뒤의 묘사는 적은 편이지만 분명 확실하리라.
‘그러고 보니 아직 셀베스터들은 떠나지 않은 모양이던데?’
그것도 조금 달라진 점이지.
본래는 바로 셀바스 왕국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뭐, 안전하다고 확신이 생길 때까지 그놈들이 여기 있어 줬으면 하니까.
군말은 말자.
그놈들은 그놈들이고 나는 내 할 일이나 하자.
“이후에도 제게 맡겨 주시고 기다려 주시면 반드시 좋은 소식을 몰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믿고 있습니다, 에일런 씨.”
“팍팍 믿어 주시죠! 하하하핫!”
나는 생긋 미소 지으면서 마음 푹 놓으라고 선언했다.
내가 이곳에서 한 일이 얼마던가.
분명 잘 풀릴 거라 확신한다.
* * *
“그래서…… 공녀님? 대체 무엇을 하시는 것인지요?”
“음? 에일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라. 마침 한가하던 참이었으니까.”
열심히 물건을 멋대로 구경 중인 엘니아 공녀는 확실히 한가해 보이긴 했다.
도착한 상인들과 같이 상품을 한 차례 정리하고 확인하는 사이 멋대로 방문한 엘니아 공녀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침 그녀에게 용건이 있던 것도 사실이라 상관은 없었지.
그나저나 영지 내 문제들이 대부분 해결되어서인가, 어딘가 홀가분해진 것인지 자유분방해졌군.
“이번에도 이것저것 가지고 온 모양이더구나. 흐음? 뭔가 자질구레한 게 많군.”
“지난번처럼 식량이네, 보존식이네 하는 것들을 팔아 봐야 수요가 그리 많진 않겠죠. 그런 판단입니다.”
“음? 의외로 그대가 넘긴 것들은 인기가 많았다만?”
“……뭐, 그것도 듣긴 했습니다.”
의외로 병조림이 인기가 많았던 것인지 공국군에서는 진지하게 그것을 전투 식량으로 채용할 방안이 슬쩍 기어 나온 모양이었다.
물론 그것이 승인을 받고 거래가 체결된다 해도 전쟁이 완전히 끝난 뒤겠지만.
“그리고 물건 하나만 팔아서 배부르겠습니까? 이래 보여도 저희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모토로 활동 중이니까요.”
“과연…… 뼛속까지 상인이로군.”
“그보다 한가하시면 일이나 하시죠. 지난번에도 시녀들이 걱정하는 것 같던데.”
“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일을 걱정하는 건 어떨까 싶다만…….”
“네. 네. 그런고로 공녀님 뵈면 바로 잡아다가 끌고 와 달라고 실은 부탁도 받았거든요.”
“……대체 어느 놈이 그딴 부탁을 하는 것이냐.”
델레스로스 씨요, 라고 말하면 혼나겠지.
나는 비밀을 지킵니다.
“델레스로스군.”
쓸데없이 눈치만 좋아서!
“됐고, 들어가서 일이나 하세요.”
일하고 싶지 않다고 노래나 부르는 내가 다른 사람을 닦달하는 건 어떨까 싶지만, 아무렴 어때~.
나는 공녀가 살펴보고 있던 상품을 슬쩍 낚아채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후후훗! 어림도 없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 움직임을 미리 간파한 듯 빠져나갔다.
……덧붙이자면 봐주지 않았다.
적어도 내 신체 능력은 지금의 그녀가 당해 낼 수준이 아니니까.
힘은 빼도 움직임은 확실히 빠를 텐데.
나는 지금 그 움직임의 비결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
“……완전히 그 아티팩트와의 계약은 적응하신 모양이군요. 그보다 뭔 낭비입니까. 예언 기능, 그딴 데다 쓰지 마시죠.”
“그 셀베스터라고 하는 자 덕분이다. 그리고 그대 덕이기도 하지.”
현재 엘니아 공녀는 아티팩트 <예지의 원판>과 계약 중인 상태다.
습격 때 나는 급한 대로 아티팩트와의 계약과 사용 방법을 가르쳤고.
이후 원작의 전개에 따라 셀베스터가 한 번 더 강의를 했으리라.
이젠 그것도 거의 숙달된 것일까.
과한 이용은 무리지만 방금 같은 장난은 이젠 별것 아니리라.
“……예지의 원판이라…….”
다만 나는 그것과 별개로 그 아티팩트에 관한 설정 하나를 떠올려야 했다.
그것의 문제점.
어째서 그렇게 강력한 능력을 두고 나도, 셀베스터도 그것을 직접 계약하여 쓰지 않는가.
아니, 쓸 엄두도 내지 않는가.
그 이유는 하나다.
그 부작용 때문이지.
계약자의 몸에 간섭하여 능력을 사용하기에 최적화된 마나의 흐름으로 강제로 교정해 버린다.
때문에 그 아티팩트와 계약한 자는 해당 능력 외에는 다른 힘을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
정확히는 얻을 수는 있는데 그걸 쓰지 못하게 되어버리는 것이지만.
‘원작의 서술상으로는 다른 능력과 상성이 맞지 않는 모양이고.’
마나에 심하게 간섭하는 능력이라 다른 힘, 특히 마나를 기반으로 하는 능력에 문제점이 생겨 버린다.
검술 같은 기술은 문제없지만, 오러를 깨우칠 수 없다.
마법도 마찬가지, 마나의 컨트롤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드래곤 같은 마나의 컨트롤이 선천적으로 뛰어난 종족은 극복이 가능한 모양이나 인간은 불가능.
따지고 보면 심각한 결점이다.
‘그걸 내가 얻어버리면 큰일 나지.’
지금의 내 강함의 비결은 무수히 많은 패시브 능력의 조합과 정령술 덕이다.
아무리 좋은 능력이라 해도 다른 것들을 포기하며 얻을 가치가 있냐면?
‘글쎄다?’라는 느낌이지.
어쩌면 포인트를 이용하면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도박이다.
되돌릴 수도 없으니 시도도 하지 말자.
‘저것만을 믿고 버티다가는 다른 사건에 휘말려 죽어 버릴 테니까.’
그렇기에 원작에서도 그것을 다루는 것은 보관 중인 가계의 직계 후계자인 엘니아 공녀였다.
뭐, 그녀라면 문제없지.
어차피 이곳에서만 살아간다면야 해가 될 리 없으니까.
‘……하지만 그녀에게 원작대로 저것을 사용하는 걸 강요하는 게 옳은 일이었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나는 그것을 개인의 가능성을 좁히는 선택지라 보고 있으니까.
설사 그게 원작의 전개대로라도.
“또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군.”
그러나 엘니아 공녀는 그런 나를 보고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대로 내 머리를 쑥 손으로 누르면서 마구잡이로 문질렀다.
“우윽?! 무슨 짓입니까?!”
“그거 아는가. 에일런? 그대는 가끔 이상한 얼굴을 하더군.”
“네? 이상한 얼굴입니까?”
“뻔하지. 보나 마나 이 아티팩트에 관한 걸 생각하고 있겠지.”
정곡이다.
“……휴우, 에일런. 괜한 말은 말거라.”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눈치챘는지 공녀는 마치 아이를 타이르듯 말했다.
“그대가 제안했더라도 정한 건 나다. 그러니 고민할 일은 아니지. 그리고 알지 않더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음…….”
“그때뿐이 아니다. 그 이후에도 나는 이것을 써야 했다. 그런 상황이었지.”
셀베스터에게 협조하기 위해 잠시 다녀올 때의 일을 말하는 것이리라.
“왠지 모르게 결과는 변하지 않았을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
“……결과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여튼 자잘한 걱정은 됐다! 에일런! 무엇보다 이것도 나쁘지 않지! 후후후후…… 그거 아느냐, 에일런?”
“무엇을 말씀이신지요?”
“지금까지 어느 가문의 직계도 이것을 직접 얻은 자가 없었지.”
어쩐지 그녀는 기쁜 듯이 키득거리며 아티팩트를 쓰다듬었다.
“앞으로 이것을 이용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구나! 후후후후…….”
“그거 농담 같지는 않군요.”
“팔젠트 공국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왜 여기서 야망을 불태우시는지 몰라.
“우와…… 선조님들께서 들으시면 천국에서 머리를 싸매시겠는데요.”
당신들의 자랑스러운 후손은 벌써부터 대대로 지켜 온 보물을 이용할 생각이 가득하답니다.
신났군, 신났어.
그야 저걸 이용하면 보다 확실한 영지의 발전이 가능할 테니까.
무리한 운용은 평범한 인간인 그녀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많은 게 가능하리라.
그리고 저들이 번영하면 나는 좋지.
앞으로 보다 좋은 뒷배가 되어 줄 테니.
그녀는 결코 의리를 저버리지 않을 테니까.
음, 그러니 열심히 악용해 주세요! 저도 일조할 테니까요!
……어? 뭔가 어감이 이상한데?
“여튼 그대의 은의도 있다. 이것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거라. 할 수 있는 건 도와주마.”
“……기회가 될 때마다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저것의 도움을 받을 구석이 그렇게 많지 않지.
저것을 이용해 봐야 가능한 건 미래 예지 정도.
셀베스터 그놈이야 알고 싶었던 정보가 있으니까 찾은 것이지.
‘그러고 보니 놈이 저걸로 찾고자 하는 건 자신외의 다른 귀환자의 소재지였던가?’
셀베스터는 원작대로 엘니아에게 아티팩트를 통한 예지를 부탁했을까?
묻고 싶지만 참았다.
거기에 관여해 봐야 내 손해다.
어쨌든 지금 결과에 만족한다면야 내가 굳이 무어라 할 필요는 없겠지.
“참, 에일런. 그러고 보니 그대가 얼마 전 부탁했던 것, 준비가 되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