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45)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45화(145/344)
제 145화
160화 내 본분은 상인! (3)
“……예? ……아! 그거 말입니까!”
귀가 솔깃해진다.
이후에도 나는 사양 않고 그녀에게 이것저것 부탁했지.
그것 중 하나를 바로 지금 막 그녀가 언급한 것이다.
“우리 측에서 생산하는 철을 보고 싶다고 했지? 마침 이쪽의 제철 공방을 다시 가동시키기로 결정이 났다.”
“오오! 그거 좋은 소식이군요!”
바로 팔젠트 공국이 돈을 벌어들이는 주요한 수단.
그들이 보유한 광산에서 캔 철광석을 가공하는 제철 공방에 대한 소식이었다.
전쟁이 소강상태에 들어가니 당연히 그 공방을 재가동할 때가 온 것이다!
나는 그것을 기다렸다.
* * *
팔젠트 공국의 제철 공방은 꽤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모양이었다.
원작에서야 철을 주로 다룬다, 라고 짧게 언급만 되고 말았지만.
‘뭐, 록스 씨도 이곳의 철이 품질이 좋은 편이라고 했으니까.’
내 마차의 부품에 쓸 적합한 철도 이곳이라면 충분히 골라낼 수 있을 거라고 했었지.
실은 이곳에 머문 목적 중 하나도 장사 외에도 이런 면이 있다.
나는 아직 내 엉덩이를 보호해 줄 마차를 포기하지 않았다.
반드시 적어도 올해 안에는 손에 넣고 말 것이다.
본래라면 바로 철을 보고 싶었지만, 하필 전쟁 중이라 대부분의 제철 공방은 문을 닫은 상태.
하물며 장인들도 어딘가로 피신한 모양이었지.
그야 전쟁 같은 상황에서는 장인들 역시 주요 암살과 테러 대상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힘을 약화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그러나 셀론드 후작의 군대는 이미 거의 힘을 잃었고 종전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슬슬 그들도 다시 은둔을 끝내고 굳은 몸을 풀기 시작한 것이리라.
“본래라면 아직 외부인을 들이는 건 조금 어려우나. 뭘, 그대의 조력이 크니 충분히 감안해 줄 수 있지.”
“그건 이해했습니다만 굳이 공녀님께서 따라오실 필요가 있는 겁니까?”
“……마치 거추장스럽다는 듯 말하는군.”
여기서 ‘네!’라고 대답하면 맞으려나.
“에일런. 그대는 외부인이다. 그곳의 장인들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려면 내가 소개해 주는 편이 편할 텐데?”
거기에 지금 가는 공방 역시 엘니아 공녀의 이름으로 관리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녀의 나이가 어느 정도 찼을 무렵, 대공이 어느 정도 일을 맡기기 시작하는 관례의 일환으로 넘긴 곳이라나.
“그리고 에일런 그대가 무엇 때문에 철을 찾는지도 조금은 궁금하더군.”
“……결국, 심심했다는 것이군요.”
“으음…… 곧 도착하겠구나.”
나 참, 부정은 하지 않는군.
뭐, 나로서도 그녀가 이야기를 맞춰 주는 편이 편하겠으니 굳이 사양하진 않았다.
공방에 도착하니 마침 먼저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 바로 공방의 대표 격인 사내가 나와 넙죽 고개를 숙였다.
이름은 가닐.
뭐, 당연히 엑스트라다. 나는 모르는 아저씨야.
“이런 곳에 어인 일이십니까, 공녀님?”
“별일 아니다. 자네들과 거래를 하고 싶다는 상인이 있어서 말이지. 조금 연이 있어서 직접 소개해 주려고 한 참이다.”
“상인……입니까?”
이해하기 어렵겠지.
이 시기에 갑자기 상인을 소개해 주니 말이다.
본래라면 이제 다시 공방을 가동하느라 바쁠 시기다.
당연히 지금 찾아오는 사람도 본래라면 바로 문전박대당해도 할 말이 없지.
“괜찮겠나?”
“공녀님의 말씀이신데 누가 이의를 달겠습니까.”
역시 빽이 최강.
생각해 보면 주문도 밀렸을 테니 소개가 없다면 과연 상담까지 얼마나 걸렸을지도 짐작이 가지 않는다.
가닐은 넙죽 고개를 다시 숙이고는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우리를 안내했다.
“그래서, 자네…… 아니, 손님께서는 어떤 것을 바라시는 것인지?”
약간 말투가 애매하다.
장인답게 고압적으로 나가고 싶지만 하필 귀족이 소개해 준 손님이다 보니 쉽게 대할 수 없는 거겠지.
“편하게 대해 주셔도 됩니다. 저도 그편이 편하니까요.”
“허…… 흠! 그렇다면야. 평소대로 말하겠소. 상인이라고 들었는데, 철을 거래하기 원하는 것인가?”
“본격적인 거래까지는 아직 이르고 우선은 필요한 철을 찾고 있습니다.”
“필요한 철?”
나는 일단은 록스 씨에게 들은 것을 토대로 떠올리면서 그대로 설명했다.
판스프링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성질을 갖춘 철.
그 흔들림과 하중을 견딜 만한 유연성을 가진 녀석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확실히…… 철이란 녀석이 단순히 딱딱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 암. 충분히 다루기에 따라 얼마든지 유연한 녀석도 있기 마련이오.”
“우선은 제작에 필요한 것을 몇 종류 구입하고, 이후 본격적인 거래를 확정하고 싶습니다만.”
“어려울 건 없지. 하지만 우리도 주문이 밀렸네. 그렇게 빨리 거래를 하긴 어려울 것이오.”
“그건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이쪽도 개발을 해 두고 거래를 해야 하니 시간이 걸리는 것쯤은 염두에 두고 있다.
뒤편에서 구경 중인 공녀가 “의외로 거래가 빨리 끝나는군” 하고 중얼거리고 있다.
아니, 무슨 재밌는 광경을 기대하셨는지요?
“그런데 흠…… 문제는 자네가 원하는 철 말일세.”
“예. 그것을 골라야 합니다만.”
“일단 몇 종류는 추천을 해 주겠네만…… 자네는 기술자는 아니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상인은 장사꾼이지 기술자가 아니다.
물론 물건의 품질을 보는 안목은 있지만 더욱 깊이 파고드는 것은 어려운 것이겠지.
“아니면 다음에 기술자를 대동하고 올 텐가? 약속이라면 얼마든지 비워 두겠소.”
“아뇨. 괜찮습니다.”
“흐음?”
“제가 고르도록 하겠습니다.”
오라 가라 할 필요도 없다.
처음부터 내가 고를 셈이었기도 하고.
“허어? 자네가 보겠다고?”
그가 조금 흥미로운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어쩌면 상인이 기술자의 영역에 침범한 것에 자존심에 자극을 느꼈을지도 모르지.
조금 전보다 명백하게 흥미로워하는 눈치다.
어쩌면 도전장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좋소. 그렇다면 일단 몇 가지 가져오도록 하지.”
그대로 그는 도제에게 시켜서 몇 종류인가 철괴를 가져오게 했다.
전부 이곳에서 다루는 철의 견본.
겉보기에는 다 그게 그거인 철로 보여도 녹일 때의 배합이라든가 첨가물들의 영향으로 조금씩 성질이 다르다.
어떤 것은 강성이 높고, 어떤 것은 경도가 높다.
각각 용도가 다르지.
“마음대로 골라 보시오.”
어쩐지 그 말은, 능력이 된다면 어디 한번 골라 보라는 말로도 들리는군.
뭐, 아마 될 리가 없다, 여기는 거겠지.
나는 별말 없이 그대로 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에일런, 뭔가 알겠느냐?”
공녀가 살짝 기대하듯 묻자 나는 적당한 미소로만 뭔가 있어 보이는 척했다.
그래, 품질 말이지?
‘응…… 모르겠어.’
그야 알 리가 없잖아?
내가 무슨 숙련된 기술자도 아니고.
그래 봐야 간단한 도면이나 흉내 내는 평범한 소년에 불과하다.
결국엔 지금까지 부린 건 그저 허세.
다만 근본이 없는 허세는 아니지.
<재료 감촉 간파>
<능력 ‘재료 감촉 간파’를 획득합니다.>
<소모 영향력 포인트 : 43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1,890pt>
포인트가 많이 모였으니 쓰는 데 거리낌이 없어 좋군.
하고 싶은 게 있어 조만간 대대적으로 소모할 계획을 잡고 있지만 뭐, 이 정도는 써도 괜찮겠지.
이곳에는 물건의 품질을 알아보는 재주도 존재한다.
일류 장인으로서 자질을 타고나는 자들이나 그 적성이 있는 종족들이 가진 기초 특성.
이것을 가지면 감각적으로 재료가 가진 성질의 미묘한 차이를 분간할 수 있게 된다는 모양이다.
나는 능력을 발동시킨 채 다시 철을 쓰다듬으며 변화한 감촉을 느꼈다.
‘이건 약간 끈적한 느낌? 이건 뭔가 까칠하군.’
신기하게도 이질감이 느껴진다.
발동된 능력이 뇌에 별도로 감각을 전달하는 것이다.
“일단 묻겠습니다. 이 철의 경우는…….”
나는 그에게 철괴를 하나하나 집어 보이면서 물었다.
어떤 철인가, 어떤 특징인가.
그것을 하나하나 세세히 물었다.
그 정보를 조합해 보면 대략적으로 느껴지는 감촉이 어떤 특성을 나타내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끈적이는 건 탄소의 함량을 의미하는 건가? 거친 건 다른 것을 의미하는 모양이군.’
법칙만 알면 응용하긴 간단하지.
어떤 성질이 강하냐에 따라서 감촉도 다르다.
세세한 질문과 답을 통해 어느 정도 기준을 잡고 나는 그것을 다시 구분하기 시작했다.
“호오? 뭔가 감을 잡은 모양이구나.”
구경 중인 공녀가 나를 흘겨보고는 무언가 눈치챘는지 중얼거렸다.
다른 이들의 시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으며 나는 순식간에 철들을 골라낸다.
일단은 록스 씨가 지난번 언급한 성질에 가까운 철로 짐작되는 걸 몇 종류인가 잡아내었다.
“이것들을 시험해 보기 위해 구입하고 싶군요.”
“……흠. 그래, 그것 말이지? 바로 준비하라 지시하도록 하겠소.”
다만 어쩐지 그 장인의 표정이 떨떠름하다.
뭐지? 내가 대충 골랐나 싶나?
“비슷하군…….”
다만 중얼거리는 말을 들으니 뭔가 묘했다.
“지금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무언가와 비슷하다 들었습니다만.”
“아…… 별것 아니오. 실례했군. 그게, 그렇게 물건을 고르는 걸 보니 예전에 보았던 어떤 손님이 떠올라서 말이오.”
“어떤 손님?”
“내가 저기 저 녀석만 할 때의 일이었소.”
그는 저쪽에서 주섬주섬 일하는 도제를 눈짓으로 가리키고는.
“그때의 공방은 내 스승이 관리하고 있었지. 아마 겨울쯤이었나?”
그는 먼 과거를 떠올리듯 멋대로 떠들기 시작했다.
“어떤 연금술사가 왔었지. 실험에 쓸 철을 구하고 싶었던 모양이더군.”
“그 정도라면 흔한 일이 아닐는지요?”
“그런데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고르더군.”
처음에는 워낙 행색이 초라한 자라 단순히 삼류로 여긴 그때 당시의 스승이라는 자가 이것저것 시험할 셈으로 권해 본 모양이었다.
그는 그것을 무려 만져 보기만 하는 것으로 모든 품질을 가려냈다고 하지.
“…….”
“어디까지나 20년도 더 지난 일이네. 우리도 무게나 열기로 품질을 가려내는 건 많으니 그렇게 이상할 건 없겠지.”
“으음? 그러고 보니 할아버님께서 20여 년 전쯤에 누군가가 방문했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의아한 듯 여기는 두 사람.
그리고 입을 다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흘려듣는 나.
안타깝게도 짐작이 가는 일이다.
‘아마 그 연금술사는…… 엘메로트라는 연금술사겠지.’
엘메로트 파셀네오스.
아마 추정 배역으로는 조연급에 준할지도 모른다.
대륙 최고의 실력을 가진 연금술사이자…….
그리고 현시점에서 연금술사 길드 최고 1순위 척살 대상.
현상금이 걸린 지 40년도 더 지났지만, 그거 아직 유효하던가?
그가 위화감을 느낀 것도 당연하다.
지금 내가 쓴 능력이 원래는 그 연금술사가 가진 재주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그가 한때 이곳에 왔던 모양이군.’
설마 이곳에 그를 목격한 자가 있을 줄이야.
이건 원작 외의 요소기에 예상할 수 없는 점.
하기야 그들도 사람이고 인생이 있다.
당연히 원작에서 언급된 곳 외에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활약했겠지.
“에일런? 그대는 연금술에 재주가 있었나?”
“아뇨. 그딴 거 조금도 모릅니다.”
나는 깔끔하게 부정했다.
실제로도 모르는 것이 정직한 사실이고.
‘그래도 가능한 티는 내지 않는 게 좋겠네.’
누군가의 능력을 쓰면 누군가는 그것을 알아볼지도 모른다는 것인가.
염두는 해 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어쨌든 목적으로 한 철들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지금은 그거면 되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은 서둘러서 끝내는 게 좋으니까.’
굳이 조바심을 내고 싶진 않지만 할 수 있는 시간 내에 정리해 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냐면.
나는 내 머리 위에 뜬 메시지를 노려보았다.
‘……아직 별 일은 없군.’
그 뒤에는 여전히 변함은 없다.
마지막으로 뜬 메시지 이후 여전히 변한 게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마 얼마 남지 않았겠지.
그때까지는 사사로운 일은 죄다 해둘 셈이다.
* * *
팔젠트 공국과 셀론드 후작령의 전쟁은 거의 종전 선언만을 앞두고 있었다.
그에 따라 시민들은 점점 불안에서 벗어나 하루하루 활기를 찾아가는 것이 내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주인공이군.
그렇게 다시 한 번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지.
뭐, 나 같은 소심한 시민은 그저 주인공의 활약을 소문으로 들으면서 멀리서 박수만 쳐 주면 돼.
잘한다, 잘해. 그러니 더 해라.
주인공을 믿고 나는 열심히 내 할 일에나 전념하기로 했다.
그런고로…….
“자! 어서 오세요! 좋은 물건이 잔뜩 들어왔습니다!”
내가 진심을 발휘할 곳은 바로 여기!
장사다!
“저 물 건너 셀바스 왕국으로부터 들여온 물건들입니다! 자! 없는 거 빼고 다 있습니다!”
잊지 말자.
내 본분은 원래부터 이것이었다.
장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