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47)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47화(147/344)
제 147화
162화 내 본분은 상인! (5)
아마 낮에 있었던 정령들의 호객질을 말하는 것이리라.
“옳네.”
“맞는 소리지.”
다른 상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내며 동의하듯 둘스와 비슷하게 트집을 잡았다.
역시 담합했군, 담합했어.
담합! 훌륭한 짜고 치기 수단이죠.
그거 저도 좋아합니다.
“거기에 이렇게나 먼저 공국에서 거래를 하다니…… 어째서 정보를 독점하는지도 묻고 싶군.”
“혹시 결탁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상인으로서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지!”
차례차례 항의가 쏟아진다.
“흐음…… 도리라.”
나는 일부러 그들이 끝까지 불평을 토해 내도록 기다린 다음.
살짝 몸을 앞으로 숙이며 여유롭게 턱을 괸 채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
건방지지만 나는 그래도 된다.
“요컨대 지금 여러분께서는 제가 정령술을 쓰거나. 혹은 먼저 와서 이곳에서 유리하게 거래를 시작한 것에 대해 꽤 할 말이 많으신 듯싶습니다만.”
“확실히 해명해야 할 것이오. 그리고 보다 균등한 기회를 배분하기 위해 협력해야 하지 않겠소?”
“균등한 기회? 가령 어떤 것이죠?”
“우선 에일런이라고 하였소? 귀측은 정식 필레로스 상회에 몸을 둔 자는 아닌 모양이더군.”
음? 나?
“그렇다면 필레로스 상회와만 거래를 계속하는 것도 부자연스럽지 않겠나?”
“아하…….”
즉, 내가 그들하고만 거래하고 있는 품목을 자신들에게도 공급하라는 뜻.
독점을 깨라는 소리다.
“우리 역시 나쁘지 않은 조건을 줄 수 있네.”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고 후려치지 않는 사람 못 봤다.
내가 현대 지구에서 다니던 회사도 처음 입사 때는 무조건 2년 뒤면 연봉 올려 준다 했거든?
근데 5년 지나도 안 올려 주더라.
치사하네. 거참.
거기에 정령술을 이용한 호객질도 금지하라는 듯 갖가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기 시작했다.
‘어쩔까?’
힘으로 한바탕 뒤엎어 버리고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도 있지만.
그건 너무 교양이 없는 짓.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그들이 던지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따지고 넘어가기로 했다.
“우선 여러분들의 의혹에 조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괜찮겠죠?”
“상관없네.”
“먼저 필레로스 상회의 정보 독점에 관해서는 사실무근입니다.”
“……그럴 리가.”
“필레로스 상회 측은 이전부터 공국과 거래를 하던 입장입니다. 이전에도 포션을 팔거나 여러 물자를 공급했죠. 제가 거래가 가능했던 건 그것을 기존에 추진하던 로웰 씨의 주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았소?”
“그것에 관해서는 이전부터 공국의 소문은 꽤 퍼져 있었습니다. 그럼 반대로 묻죠. 어째서 여러분들의 상회에선 이곳에 배를 보내지 않은 걸까요?”
“……그건.”
“전쟁 중인 국가가 좋은 장사터가 되는 것은 이 판에 앉은 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입을 다문 것은 그들 스스로가 몸을 사리느라 주춤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확실히 피차 불행한 사고 때문에 다소 이곳에 배를 보내는 게 늦었으니 말이지.”
“맞는 말입니다.”
다들 슬쩍 모르는 척 회피한다.
뭐, 저들도 이건 트집거리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겠지.
일단 닥치는 대로 던져 보고 하나라도 들어맞길 바라는 것이리라.
“하, 하지만 정령술은! 자네가 정령술을 멋대로 그런 사사로운 일에 쓰는 것은…….”
“그것은 금지된 법은 없지요.”
“하지만 정령사 길드에선 그런 짓을 금지하였을 텐데!”
“전 길드 소속이 아닙니다. 그쪽에 항의를 해 보셔도 상관없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에일런? 걘 어디의 잡것이니?
같은 소리나 돌아오지 않을까?
거기에 이젠 정령사 길드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나도 뒷배가 생기고 돈과 힘을 얻었다.
과연 항의를 받는다고 내게 쉽게 해코지를 할까?
적어도 당장은 어렵다.
길드 마스터 그것이 작정하고 나서 버리면 난처하지만 그럴 일은 확률이 희박하지.
무엇보다 그렇게 나서면 그들이 손해고.
‘어중간하게 잡것을 보내면 오히려 내가 바라는 일이기도 하지.’
그들의 어설픈 악의를 잡아먹고 더욱 이권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슬슬 요령도 잡아가고 있고.
따라서 저들이 기대하는 정령사 길드라는 견제 효과는 이젠 의미가 없다.
뭐, 이대로 내키는 대로 누리며 살다가는 언젠가 충돌하겠지만, 그때쯤이면 이미 우리의 주인공이 단죄할 때쯤이라고 생각되니까.
“……큭.”
내가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나오자 그들도 말문이 막힌 듯 이를 갈며 초조해하고 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견해이고, 실제로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는 장담할 수 없겠죠.”
“그, 그래! 그렇다면!”
그들이 기회를 잡은 듯 반색했으나, 그 표정이 구겨지는 건 내가 바로 다음에 한 말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예 저희가 철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뭣?”
왜 그리 놀란 토끼 눈을 하는 건가요?
그쪽들이 저희를 거슬려 한다잖아요?
그럼 빠져야지. 흑. 흑.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면 제 입장에서도 좌시할 수는 없는 일이겠죠. 저도 목숨은 아까우니까요. 그렇다면 이 의논이 끝나는 즉시 바로 이곳에서 철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요점은 내 쪽에서는 이 논의가 어떤 결과가 되더라도 전혀 손해 볼 게 없다는 점.
이미 대공가로부터 상당량의 이권을 약속받은 시점에서 솔직히 욕심내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한 번 물러나고 한 1년쯤 지나고 나서 다시 돌아와서 차근차근 다시 판을 벌여도 된다.
‘오히려 그게 준비 기간을 생각하면 나을 수도 있지.’
나중에 뻔뻔하게 찾아와도 팔젠타니아 공작가는 뒷배를 봐줄 테니까.
나는 그들의 의리를 믿거든.
결국은 배짱.
여차하면 테이블 엎고 뛰쳐나가 버릴 거라는 것만 보여 주면 그만.
당연히 그들이 ‘이건 아닌데?’ 하는 느낌으로 눈을 깜박이더니 조금 목소리를 낮추며 당황했다.
“……자, 잠깐. 에일런이라고 했나? 너무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닌가?”
“신중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여러분도 아시잖습니까, 펠푸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물며 실제 사례까지 들면 어쩔까.
“……아니, 그러니까 우리들의 말은.”
“그러니까 떠난다니까요?”
“조금 신중히…….”
“말로 씨, 바로 짐 싸도록 하세요. 책임은 제가 지도록 하죠. 자, 집에 돌아갑시다!”
그렇게 내가 양보라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발휘하여 조용히 자리를 떠나려 하자.
“기다려 보게!”
결국, 그 아쉬운 쪽이 먼저 일어났다.
“너무 섣부르게 듣는군. 자네도 참, 성격이 급하지. 이야기는 마저 들어 봐야 할 게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그가 동의를 구하듯 묻자 다른 상회의 상인들도 역시 어쩔 수 없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척했다.
“흐음? 조금 전 맥락으로는 저희를 꽤 불편해하시는 눈치였습니다만.”
“그럴 리가 있겠나!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걸세! 피차 어려움을 나누고 잘 지내자는 뜻이 아닌가.”
저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그들이 계산했을 때 우리가 빠지는 것이 결코 이득이 아니란 점 때문이다.
사실 지금 우리는 이곳에서 거의 은인 취급을 받고 있다.
여러 가지 소문이 퍼진 것이 좋게 작용한 것 덕분이지.
그런데 내가 야반도주해 버리면 어떻게 되겠나.
고맙게 여기던 상인이 없어지고 갑자기 그 뒤에 엉뚱한 이들이 물건을 사라고 들이민다?
당연히 미심쩍게 여기는 시선이 생겨난다.
잘못하면 저들이 우릴 내쫓았다는 추문이 생길지도 모르지.
아마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리라.
이제 이쯤 해 두면 되리라.
나는 그들의 타이름을 마지못해 듣는 척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부턴 그들의 트집을 듣는 것이 아닌 제대로 건설적인 협상의 자리를 펼쳐야겠지.
“그래서 여러분들은 이 회의를 끝으로 뭘 하실 셈이십니까?”
* * *
회합은 나 개인의 기준을 놓고 말하자면 정말로 나무랄 곳 없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들의 활동을 어떻게든 제약하고 싶어 했지만, 우리가 조금이라도 양보할 바에는 아예 물러나겠다는 방식으로 일관하자, 결국에는 내 쪽에서 거래하는 것에 한해서는 그들도 터치하지 않는다는 어느 정도 룰을 둘 수 있었다.
대신 향후 몇 달간은 지금 거래하는 것 이상으로 품목의 가짓수를 당장은 늘리지 않는다는 확약만 해 주었다.
그렇게 끝을 맺은 셈이다.
“이 정도면 됐을까요?”
내가 묻자 말로 씨가 나무랄 데 없다는 듯 칭찬했다.
“아주 훌륭하셨습니다, 에일런 씨.”
“어차피 저들이 억지를 썼을 뿐이니까요. 훌륭하고 뭐고 할 것도 없습니다.”
아마 말로 씨만 보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내 목적인 눈에 띄는 상인을 발견한다는 것은 달성하지 못했나.
그건 좀 아쉽군.
“아, 그리고. 어차피 우리는 머지않아 이곳에서 떠날 겁니다. 그건 확실히 다른 분들께 전해 주세요.”
“……네?”
무슨 개소리냐는 얼굴 하지 마시죠, 말로 씨.
“조금 전에 제가 말했잖아요. 슬슬 짐 싸도록 준비를 시키라고.”
“그거 농담 아니었습니까?”
제가 농담하는 거 보셨나요?
아, 많이 보셨겠네요.
“애초에 지금 싣고 온 상품 양이 얼마나 갈 거라 생각하나요?”
“아…….”
“솔직히 한 달도 못 버티잖아요? 오늘처럼 팔면요. 그렇죠?”
애초에 나는 팔젠트 공국에 더 이상 장기간 머물면서 생활할 마음은 없다.
저들은 내가 몇 년이고 이곳에 머물 거라 착각한 모양이나 말도 안 되지!
내가 상인, 상인 노래를 부르고 다닌 건 인정하지만 정말로 한곳에 정착할 마음은 아직은 없다.
‘어차피 나도 슬슬 떠나야지?’
이미 4권의 에피소드는 지나 버렸다.
확인할 것만 끝마치면 바로 다음 일정을 세우고 떠나 버릴 생각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저도 셀바스 왕국으로 돌아가고 싶으니까요. 이 뒤는 나중에 대리인을 파견해서 거래를 지속할 생각입니다.”
“과연…… 하긴 에일런 씨께서도 슬슬 고향이 그리우시겠군요.”
“……하하. 그런 셈 치죠.”
말로 씨의 말에 나는 일단은 인정하는 식으로 대충 둘러댔다.
고향? 훗! 그립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지금 신경 쓰이는 건…… 여전히 아직도 셀베스터 그놈이 공국을 떠나지 않았지?’
사실 내가 여기서 떠나지 않고 굳이 더 머무르고 있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어째서인지 셀베스터는 아직도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그것도 계속 활동 중인 모양이고.
나는 엘라우트를 물리친 이후로 우리 주인공님의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고.
‘대체 그놈, 뭘 하는 거야?’
주인공이 좀 바쁜 건 나도 인정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 거 아니니?
나는 주인공의 노동량에 대해서 살짝 의문을 품었다.
‘아마 징조겠지.’
그리고 허투루 넘길 마음도 없다.
늘 주인공 계시는 곳에는 사건, 사고가 터지는 법이니까요.
* * *
그날 밤.
팔젠트 공국과 셀론드 후작령의 경계가 맞닿는 지점인 평야.
몇 차례나 치열한 전투가 반복되었던 그 땅에 지금 열 명 남짓한 병사들이 조를 짜서 이동하고 있었다.
“스산하군요…….”
팔젠트 공국의 병사 울은 왠지 모르게 한기 같은 것이 느껴지는 기분에 어깨를 오싹였다.
“쓸데없는 소리는 마라. 임무 중이다.”
그를 나무란 것은 지금 그들의 임무를 지휘하고 있는 기사 텔론델.
상관의 지적에 울은 다시 어깨를 움츠리며 주의를 기울였다.
현재 그들의 임무는 이 평야 일대를 수색하는 것이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팔젠트 공국과 셀론드 후작령, 양국의 병사들끼리 처절하게 피를 흘리며 죽고 죽였던 곳.
오죽 피 냄새가 짙었으면 싸움이 멈춘 지금조차도 짐승조차도 오기를 꺼리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그들마저 이곳을 꺼리면서 외면할 수는 없었다.
낮에는 아군의 시체를 찾아야 하고, 혹시 밤에는 이 꺼림칙한 환경을 적이 이용하지 않을까 경계하며 수색을 해야 하니까.
고요한 틈을 타서 기습이나 혹은 수상한 공작을 펼치는 건 당연한 상식이니까.
그것을 미리 경계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