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71)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71화(171/344)
제 171화
190화 ‘해치웠지?’라고 말하면 꼭 나온다 (9)
“소문을 듣자니 닐파스 대공이라는 분은 엄청 무섭다던데요?”
“레실리아…….”
“막 한 손으로 사람을 베고 던질 정도로 큰 키에 막 이렇게 우락부락하다고.”
굳이 수상쩍은 손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호들갑을 떠는 동생을 두고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부디 협상 자리에선 경망스러운 태도는 참거라.”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어요.”
공과 사도 구분 못 할 정도로 어린아이는 아니다.
그렇게 주장하고 싶어 하는 듯 레실리아는 입가를 삐죽였다.
“……괜찮습니다. 닐파스 대공은 충분한 상식인이니까요.”
그런 그때 둘의 대화가 들리기라도 하였는지 마차 바깥에서 나지막하게 어떤 여성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케넬리아 경?”
레실리아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마차 바깥의 자리에 앉아 있을 두 황족의 호위의 책임자인 기사의 이름이다.
“늘 하는 장난스러운 호들갑이다. 경이 진심으로 들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가 한때 전장에서 한 손으로 사람을 날린 것은 사실입니다.”
“…….”
“……실언을 했군요.”
“괜찮다. ……그보다 케넬리아 경은 그를 만난 적이 있는 것이냐?”
“직접은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이성적인 노인이라는 평판이 기사들 사이에서 다소 유명할 뿐입니다.”
“그렇군. 참고가 되었다.”
“송구합니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샌가 저 멀리 팔젠트 공국의 국경 요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회담은 저들의 국경 요새에서 나누기로 먼저 제국 측에서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황족이 드나들기에는 다소 번잡한 곳이긴 하나 이 상황에서 공국 내의 도시까지 들여 달라 하기에는 염치없는 짓일 테니 최소한 그만큼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의도도 있다.
직접 적진으로 향하여 대화를 할 의사가 있음을 보인다.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다.
“도착했군.”
알레우스는 조금 전의 느긋한 태도를 버리고는 머릿속을 가다듬었다.
복잡한 논쟁은 필요 없다.
그저 담담하게 회담을 진행시키기만 하면 된다.
이쪽의 잘못을 시인하고 정해진 보상만 제시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으리라.
그렇게 머릿속으로 되새기고는.
“그럼 어디 이곳의 주인과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자꾸나.”
* * *
예정대로 요새에 도착한 두 황족은 최소한의 호위만을 데리고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호위와 마차는 전부 요새 바깥에 주둔시키기로 하였다.
이만한 대군을 끌고 요새로 들어가겠다, 하면 제아무리 의도가 어떻든 저들이 먼저 경계를 하기 마련이다.
뜻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대화로만 사태를 해결해야 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의도는 알겠지만 무모한 모습이로군. 만약 귀공들을 인질로 잡을 거라 생각하지 않은 것인가?”
당연히 닐파스 대공도 가장 먼저 물은 것은 그것이었다.
알레우스는 이미 준비한 대로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어디까지나 이 사태는 어리석은 귀족 하나가 일으킨 참극입니다. 그에 따라 제국에서도 그만한 성의를 보여야겠죠. 저흰 공국의 아픔을 이해하고 더는 싸울 의사가 없습니다.”
“……잘도 말하는군. ……뭐, 되었네. 귀측이 대화를 원한다는 말을 우선은 믿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대공. 부디 저희의 참뜻을 알아주실 거라 믿습니다.”
진심이라고는 담겨 있지 않은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는 두 황족과 닐파스 대공, 그리고 그의 손녀인 엘니아 공녀까지 총 네 명이 모여 서로 마주하고 있었다.
그들을 두고 알레우스는 한차례 고심했다.
‘대공은 둘째 치고 팔젠타니아 가문의 공녀까지 합석했다는 건…… 순순히 믿지는 않는다는 건가.’
그들이 가진 아티팩트에 관한 소문은 들었다.
황실에서도 그것의 진위는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는 건 아티팩트와 계약한 공녀를 앞세워서 진위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겠지.
거기에 돌발 상황도 대비하자는 것일 테고.
‘상관없다. 어차피 대화로만 풀어 나갈 셈이니.’
위축될 것 없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알레우스는 먼저 입을 열었다.
“셀론드 후작의 폭거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제국 측의 관리 소홀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자의 행적에 황실이 관여한 적이 없단 말이오?”
“당연합니다. 폐하께서도 결코 지금의 평화를 깨는 일을 허락하신 적은 없으니 말이죠.”
“평화라…….”
대공은 그의 말을 듣고는 내심 코웃음 쳤다.
“제국을 지탱한 것은 평화가 아닐 텐데?”
포렐로스 제국이 성장한 건 치열하게 침공을 반복한 덕이다.
본래 제국이라 이름을 거는 곳은 수백 년 전까지만 해도 엘파르크 제국뿐이었다.
그러나 엘파르크 제국은 여제의 어리석은 폭거에 사실상 몰락하고 허우적거리는 동안 신흥 제국을 일으킨 것이 포렐로스 제국.
그리고 대를 거듭하여 권력을 물려받은 현 황제 역시 만만찮게 탐욕적인 인물이다.
그가 얼마나 공격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자인지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요컨대 저 가식은 실패한 책임을 회피하고 싶다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겠지.’
그 역시 전쟁을 끝내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순순히 손을 잡아 줄 수는 없다.
“나라고 귀측의 뜻을 어찌 모르겠나.”
“하면…….”
“그렇다면 책임 소재는 명확하게 걸고 넘어가야겠군. 물론 그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지 않나?”
“……셀론드 후작은 사망했으나 그와 밀약을 나눈 자들은 곧 제국 내 회의에서 엄히 벌할 것입니다.”
“그건 제국 측의 내정일 뿐. 이쪽과는 상관이 없다.”
“물론입니다. 그들에게서 배상을 받아 내어 공국 측에게 사과의 뜻을 밝힐 것입니다.”
“흠…….”
대공은 거기까지는 별 불만은 없는지 다른 말은 없었다.
공녀도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다.
“한 가지 묻지. 제국에서 주장하는 후작의 책임이란 그놈의 일탈을 말하는 것이겠지?”
“당연합니다.”
그가 멋대로 군대를 일으켜 침공한 것, 멋대로 제국에서 연구하던 몬스터 병력을 이용한 것.
그리고 마족을 소환한 것까지.
“그럼 그 마족이 벌인 짓에 대해서는?”
“그것 또한 후작의 책임이겠지요.”
“그렇군.”
“당연히 그 피해 역시 제국에서 감당할 것입니다. 그것이 저희의 뜻이자 책임입니다.”
“과연. 그 진심은 참으로 진실되었음을 이해했소.”
대공이 어째서인지 입가에 슬며시 호를 걸었다.
진실됨을 이해했다?
너무 섣부른 대답이다.
알레우스는 순간 뭔가 자신이 실언을 한 건가? 스스로 의심했다.
그럴 리가, 책임 소재와 그것에 대한 보상에 관해서는 이미 한 차례 검토한 대로다.
“그런데 그 마족이 꽤 재미난 짓을 하더군.”
“……예?”
“우선 이것부터 보게.”
대공은 하인을 시켜 자료를 가져오게 한 다음 보란 듯이 넘겼다.
그 테이블 위를 미끄러지듯 넘어온 종이 뭉치를 알레우스는 한 글자 한 글자 놓치지 않기 위해 신중히 보고는.
“……잠깐?! 이게 사실입니까?!”
자신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고 말았다.
그 자료에는 마족들이 묘한 의식장을 건축하고 있었고, 무언가 의식을 벌였다고 한다.
그에 따라 드래곤마저 소환되었다는 목격 정보가 있었다.
하물며 그곳에서 발견된 자가 셀론드 후작의 가신이자 제국의 기사들 중 한 명인 크롤드의 시신.
난처해졌다.
관련이 없다고 부정할 수 없지 않은가.
“다행히 발견하고 막았기에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하면 대륙의 안위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목격자도 다수에 증거도 상당했다.
그저 조작되었다고 모른 척 발뺌을 할 수도 없다.
“대체 셀론드 후작은 무엇을 하려 했단 말인가? 참으로 두렵지 않소?”
“……그, 그게.”
오히려 이쪽이 알고 싶다.
알레우스는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저들이 주장하는 피해와 폭거가 황실 측에서 상정하고 있던 것을 훨씬 넘었다.
알려진다면 규탄 정도로도 끝나지 않는다.
마족을 소환한 것도 모자라 추가로 무언가를 벌였다면 성국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거기에 드래곤까지 나왔다 하면 적탑을 제외한 각 마탑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겠지.
드래곤이 인간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은 것도 수백 년이나 유지된 일이다.
그 균형을 깨트린 것이다.
무엇보다 엘파르크 제국.
몰락하고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그곳에서, 다 무너져가는 황성 속에서 기거할 뿐인 그 망집의 여제 또한 이 실수를 두고 좋은 기회다. 하고 이를 갈겠지.
‘이런.’
알레우스는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
황녀 역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감히 발언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해 혼란스러워해야 했다.
닐파스 대공은 여유롭게 눈짓으로 방금 전 자료를 가리키듯 흘겨보며 엄숙히 물었다.
“수습을 원한다면 그에 따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네.”
“…….”
“황실은 이 사태를 두고 어떤 성의를 보일 것인가. 귀측이 말한 대로 그 책임감이 얼마나 굳건한지 한번 알고 싶군.”
그리고 수십 분 후.
결국, 알레우스는 상정한 모든 협상 재료를 전부 꺼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매듭을 지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 뿐이었다.
* * *
알레우스 황자는 순순히 인정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 협상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간신히 정신을 수습할 수 있던 것은 추태를 벌여서는 안 된다는 강압감 때문이었다.
협상을 끝내고 나서 그는 제국으로 향하는 귀로에 올랐다.
“……오라버니.”
“……괜찮다. 별일 없이 끝마쳤으니 그것만으로 된 것이다.”
레실리아에겐 조용히 타일렀지만 그라고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조금이라도 실책을 줄이는 것이 황제로부터 받은 명이었지만.
그들이 주장한 근거는 그도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이었다.
어느샌가 입장이 불리해졌다.
“……아빌, 그 망할 놈 같으니. 대체 뭘 하고 다닌 것이냐.”
저도 모르게 어금니에서 뿌득거리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마침 마차 한구석에 둔 통신용 아티팩트가 반응했다.
“…….”
알레우스는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줘 보라는 의미.
황녀가 쭈뼛거리면서 그것을 집어 내밀자 받아 들고는 작동시켰다.
이 통신용 아티팩트는 오로지 황실의 고유의 인원의 마나를 흘려 넣어야만 작동하는 장치다.
그러니 지금 연락하는 상대는 마찬가지로 황실의 피를 이은 자뿐.
[귀환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형님.]“그래. 아빌이더냐.”
마침 그 아빌 본인이 먼저 스스로 연락을 걸어왔다.
낯짝도 두꺼운 놈 같으니.
알레우스는 노골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협상은 무사히 끝나셨는지요?]“그래, 공국은 더 이상 셀론드 후작의 일을 거론하지 않을 것이다.”
[참으로 수고하셨습니다. 폐하께서도 참으로 기뻐하실 것입니다.]“그래. 기뻐하겠지. 후작령의 반을 그들에게 넘기고 관여한 놈들의 목과 재산을 그들에게 줘야 했으니.”
[……예?]대체 이놈은 뭘 모르는 척하는 것인가.
“후작 놈이 벌인 짓의 대가가 만만치 않았다.”
그는 전부 말했다.
그 뒤에 일어난 여파며, 그들이 주장한 것들을 전부.
[……그들의 억지인 것이 아닌지요?]“너무나도 증거가 명확하더구나. 적어도 후작이 벌인 일과의 인과관계는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아빌은 말이 없었다.
“설마 네 녀석, 이 형님에게 일부러 어려운 일을 맡기고자 꾸민 것이냐?”
시치미를 떼도 소용없다.
물증만 없을 뿐 어차피 황족들은 서로의 속내를 잘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싶은 듯 알레우스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얼버무려도 소용없다.”
분명 황제조차도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셀론드 그자의 업이 도를 넘은 것이겠지요. 저조차도 짐작하지 못했습니다.]“흥, 됐다. 여튼 폐하께서는 이 결과를 두고 꽤나 실망하실 것은 분명하구나.”
[……저런. 그렇다면 저라도 같이 폐하께 탄원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마음대로 하거라.”
그는 아티팩트에 흘려보내는 마나를 끊은 뒤에 더는 들리지 않을 그곳에 대고 중얼거렸다.
“가증스러운 놈 같으니.”
놈이 다른 황족들을 곤란에 빠트리고자 획책한 것이라면 생각이 있다.
그는 짜증을 억누르며 다짐했다.
* * *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제국은 팔젠트 공국에 적지 않은 것을 약속하고 지불해야 했다.
책임자들의 목과 그들의 재산을 환수하여 배상금을 지불하고.
또한 셀론드 후작령의 반을 공국에게 넘기게 될 것이다.
대신 공국은 이번 일에 관해서 모든 조사 결과와 협상의 내용을 함구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나 그들의 입을 무겁게 하는 데 제국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지불해야 했다.
했던 일, 그리고 하지도 않은 일까지 전부 물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업이라는 것이니까.
라고 어떤 소년이라면 분명 그렇게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