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73)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73화(173/344)
제 173화
192화 돌아갈 때까지가 출장 (2)
나는 오전부터 셀베스터에게 잠시 검술을 봐 줬으면 하고 요청했다.
거절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의외로 순순히 수락했지.
시간이 없으니 본격적인 검술을 사사하긴 어려우나 기초 정도는 봐줄 수 있다나.
문제는 내 기초가 상당히 처참하다는 거지만.
지금처럼 몇 합 겨루다가 놓치거나 나자빠지는 것은 예사인데다 부러트린 목검만 몇 개나 된다.
“내게 검의 자질은 없어?”
“그런 의미가 아냐. 에일런. 넌 착각하고 있어.”
셀베스터는 그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나름대로 기초 연습은 꾸준히 한 모양이고…… 힘도, 반사 신경도, 동체 시력도 어느 하나도 나쁘지 않아. 초짜라고 믿기 어려워.”
“그런 것치고는 널 상대로 할 때는 아무것도 못 하는 거 같은데?”
나는 이 연습 동안 셀베스터에게 단 한 대도 맞힐 수 없었다.
그뿐일까.
한 번 검이 부딪히면 그대로 얽히듯 붙들려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검을 빼앗기거나 넘어트려지거나.
완전히 갖고 놀고 있지.
“그야. 연습한 시간이 다르니까.”
아주 자신 있게 말하는군.
하긴, 철들기 전부터 집착에 검을 든 녀석과 이제 와서 검 좀 쥐어 본 사람하곤 당연히 다르겠지.
자질 이전에 그 한 가지에 투자한 시간은 결코 무시할 수 없지.
“에일런, 네가 못하는 건 아니야. 적어도 검술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수련한다면 분명 상당한 성과를 거두겠지.”
“……좀 속물적인 말이다만, 만약 내가 검을 배운다면 세상에 통용될 정도로 익히는 데 얼마나 걸릴까?”
“아무리 그래도 못해도 8년은 수련해야 해.”
“8년.”
“8년도 특출 난 천재의 경우나 가능한 것이고. 실제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더 걸릴지도 몰라.”
그건 나도 안다.
하지만 8년이라니, 원작 다 끝날 쯤에서야 검의 진가를 터득하게 생겼군.
뭐,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다.
셀베스터는 내 기초 능력과 신체 능력을 칭찬했지만 그것은 능력을 여러 개 얻어 두면서 상생 효과로 만들어 둔 몸이니까.
적어도 아무것도 밑천도 없는 몸에서 자질이 있는 몸으로 바뀐 셈이니까.
“만약 내가 오러를 익히면 실전에 좀 쓸 만할까?”
“글쎄…….”
셀베스터는 미묘한 듯 말을 흐렸다.
역시 어울리지 않나.
무리하게 근접을 시도해 봐야 현재의 전투 센스와 경험으로는 지금처럼 농락당하기만 하겠지.
차라리 여태까지처럼 거리를 두고 정령술이나 마법을 때려 박아서 화력으로 밀어붙이는 게 훨씬 승산이 높다.
하물며 오러, 정령술, 마법, 이걸 전부 한꺼번에 병용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루셀조차도 그나마 셀베스터가 가르쳐 준 검을 기초 정도만 흉내 내는 게 고작.
‘특히 근접은 기술이나 재능보다 때론 경험이 승패를 가를 때도 있으니까.’
능력은 얻을 수 있다. 더 강한 힘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하지만 경험만은 얻을 수 없다.
아무리 능력을 날로 먹듯 얻어서 익힐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컨트롤하는 주체는 나라는 자아일 뿐.
탐난다고 무조건 얻어 두는 게 능사는 아닌가.
‘제대로 된 스승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고, 하물며 짐작이 가는 곳도 달리 없으니 이렇게 조금씩 체감하는 걸로 만족하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내가 셀베스터에게 한 번 더 겨뤄 달라고 조르려고 할 때.
“너희들, 또 여기서 이러고 있냐?”
“우와…… 목검 부러진 개수 봐. 무슨 이거 들고 난투라도 벌였어?”
알닉스와 루셀이 반쯤 당황하는 투로 들어오면서 우리를 불렀다.
두 사람이 왔다는 건 슬슬 연습도 끝났군.
“아, 마침 잘 왔군.”
덧붙여 저 둘을 부른 건 우리다.
루셀은 부르지 않았지만, 겸사겸사 따라온 거겠지. 부상도 나은 모양이라 심심한 모양이고.
“그럼 슬슬 그때 얻은 것들을 나눠 보도록 하자.”
마족의 의식장을 공략하고 얻은 전리품들에 대한 분배는 아직 하지 않았다.
그동안 해야 할 일도 있었고, 이것들에 대해서도 한 번은 대공에게 물어봐야 했으니까.
대공은 전리품에 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대답해 준 참이었다.
수상쩍은 마족들에 의해 얻은 것들을 공국 내에 유통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전부 우리가 가져도 된다고 허락을 받은 참이다.
그리하여 이제야 즐겁고도 즐거운 분배 타임을 가져 볼까 한다.
“자~ 각자 챙긴 것들 전부 꺼내 봅시다. 조금도 숨기는 거 없이 꺼내는 겁니다?”
내가 얻은 것 중에서 공개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 것들을 아끼지 않고 전부 방출하기로 했다.
아공간을 열자 여러 가지 소재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어이쿠, 잘도 이 정도로 모았구먼.”
“……이건 뭐, 걸어 다니는 인간 가방이야?”
“……솔직히 이 정도면 반대로 우리가 분배를 받기가 미안해지는 정도 같은데?”
알닉스가 어처구니없어하고, 루셀이 황당해하고, 셀베스터도 뭔가 면목이 없는 듯 머쓱해했다.
그들이 꺼낸 것들도 적지는 않으나 내가 얻은 수확에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양이 적을 수밖에 없지.
거기에 나는 저들이 하층을 공략하고 있을 때 열심히 채집만을 하고 다녔다.
당연히 딴짓한 만큼 수확한 양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약속은 약속이고. 그만큼 고생했으니 굳이 사양하지 말고 나눠 가지죠.”
나도 평상시라면 내 몫을 좀 더 주장했겠지만, 이번만큼은 가능한 저들의 몫을 챙겨 줄 생각이다.
‘저들에겐 돈이 필요할 테니까.’
주인공이란 역할은 자고로 돈이 많이 들지.
가난한 자는 주인공도 해 먹기 힘든 편이야.
내 개인적인 주관이지만 주인공에게 일반적으로 필요한 게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외모.
두 번째, 힘.
세 번째, 재력.
요 3종 세트가 갖춰져야 비로소 일반적인 주인공의 관상을 띤다고 보고 있다.
참 속물적인 세상이지.
거기에 지금은 셀베스터의 재산이 꽤 간당간당할 시기다.
셀베스터는 장사에는 그다지 재주가 없다.
의뢰나 혹은 악인을 퇴치해서 보수를 얻는 게 주 수입원.
주로 상업으로 이익을 얻는 것은 훨씬 이후에 그것을 주도할 인재와 안면을 트고 난 뒤.
‘지금은 적당한 핑계로 용돈 정도는 쥐여 주는 게 편하겠지.’
주인공에겐 용돈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은 용돈이.
그렇다고 내가 정말로 손자에게 용돈 쥐여 주는 할머니처럼 준다고 해도 저들이 받을까?
‘나라면 안 받아.’
오히려 변질자를 보는 눈으로 보겠지.
그러니 공평한 분배를 핑계로 나눠 가지게 하는 쪽이 훨씬 유익하다.
“거기에 내가 헤매는 동안 둘은 의식장 내부를 공략했다고 들었어. 들어간 수고로 치면 결코 불공평한 건 아니야.”
당연히 나는 그 비밀 조직, 대륙 통합회의 수장과 전투를 벌인 것은 싹 숨겼다.
그걸 말해 봐야 좋을 건 없다.
서로 고생을 비교하는 노예근성 따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납득은 했는지 얻은 수확물을 순순히 분배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풀떼기들은 다 뭐냐?”
“마계에서 주로 서식하는 약재인 모양입니다. 대충 제가 아는 정도만 채집했습니다만.”
“약재? 막 보랏빛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뭐, 독도 잘 쓰면 약이라잖아요?”
평생 듣도 보도 못한 식물을 들고 질색하는 알닉스를 타이르며 그것을 나누고.
“몬스터의 소재도 있군? 잠깐? 코카트리스? 그 의식장 안에 이런 몬스터도 있던 거야?!”
“보아하니 셀베스터는 만나지 못한 모양이네.”
“……정말로 이런 걸 두고 전혀 고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긴 한 거야?”
몬스터의 소재도 가능한 공평하게 나눴다.
다만 일부 희귀한 몬스터는 먼저 발견한 공로를 따져서 상대적으로 값어치가 있는 부위는 내가 갖고 나머지는 나누었다.
그게 기본적 도리인 모양이다.
그리고 저들도 내놓은 게 없는 건 아니다.
그때 그 어린 드래곤의 뼈, 마족이 가지고 놀던 것을 회수한 것들이다.
“이렇게 나누고 나니 상당하군…… 전부 이것만 해도 얼마인지 모르겠는데. 야, 셀베스터. 이 정도면 왕도에 저택 하나 세울 수 있을 정도 아니냐?”
“……저택이라도 세우고 싶은 거야?”
“아니…… 왠지 숙사 신세 지는 것보다 세우면 좋잖아? ……좋잖냐, 저택.”
저들이 뭔가 안쓰러운 대화를 하는 동안 나도 대충 이득을 머릿속으로 계산해 봤다.
‘돈은 당장 부족하지 않으니까 대부분은 약이랑 내 장비용 소재로 삼을까.’
뭐, 남는 걸 팔아도 나 역시 주머니가 두둑해지겠어.
임시 수입치고는 괜찮다.
한편 그런 우리들을 두고 부러워하는 녀석도 있다.
루셀이다.
“……치사해. 그렇게 좋은 데 갈 거였으면 나한테도 제대로 권하든가.”
루셀 엘베이드, 그녀는 부러운 듯 분배하는 우리를 보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완전히 너희들끼리만 재미 본 거잖아.”
“어쩔 수 없었잖아, 루셀. 그때 넌 데려간다 해도 위험했어.”
“……하아, 이게 다 그 이상한 용병 때문이야.”
루셀도 알기에 불평은 못하는 눈치다.
그렇게 한몫 벌고 싶으면 차라리 정령술을 이용한 노골적인 장사를 하면 꽤 벌 텐데.
그러나 나름 아직 남아 있는 긍지 때문에 그건 또 못 하는 모양이기도 하니까.
원작 3권에서도 돈을 모아야 할 때 제법 고민했던 묘사가 있었다.
“원한다면 내 몫을 좀 떼 주어도 상관은 없는데?”
“됐어, 됐어. 농담이야. 그 정도로 추하진 않아. 대신 다음엔 좋은 건수 있으면 제대로 나한테도 권해. 아니, 그냥 억지로 끌고 가.”
굳이 철판 깔고 빌붙으려 하지 않는 점을 보면 그래도 뼛속까지 속물은 아닌 듯싶지만.
하여튼 충분히 나눌 것도 나누었고, 이제 더는 의논할 문제도 없을 듯싶다.
그리고 아마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리라.
“에일런, 마침 해 둘 이야기가 있어.”
느닷없이 셀베스터가 이렇게 말했다.
“……우린 내일 바로 셀바스 왕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야.”
“내일? 꽤 갑작스러운데?”
“본래는 더 일찍 돌아가려고 했어.”
그야 그렇겠지.
본래라면 용건만 끝마친 대로 바로 돌아가야 했던 게 원작의 흐름.
물론 변수의 발생으로 별개의 사건이 생겼고, 나도 이놈의 힘을 조금 빌려야 했으니까 불평은 하지 않는다.
“이후엔 어쩔 셈이지?”
가볍게 묻는 식으로 그의 향후 일정을 물어보았다.
대강 가는 길 정도는 알려 주겠지.
이젠 이놈의 동선도 조금은 파악해 둬야 할 필요가 있고.
“우선은 왕도로 돌아갈 셈이야. 아직은 거기에 있어야 하는 몸이거든.”
“아하…… 그러고 보니 로안트 후작께서 관리하시는 아카데미에 적을 두고 있던가?”
“맞아. 뭐, 어쩌다 보니 그곳에 들어갔거든.”
굳이 그가 특정한 집단에 소속된 채 얽매이는 이유는 주변의 부탁도 있었고, 아직은 그곳에 있는 게 주변 정보를 듣는 데 유익할 테니까.
또한, 먹고살 길이 묘하다면 차라리 왕국 쪽에 연을 두어서 기사든, 뭐든 되는 게 낫다는 생각도 있던 모양이고.
그가 본격적으로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건 그 단물이 다 빠지고 난 뒤 이후다.
“에일런, 넌 앞으로 어쩔 생각이지? 계속 공국에 머물 건 아니지?”
“나도 몇 주 정도는 이곳에서 상인들에게 지휘할 것만 하고 셀바스 왕국으로 돌아갈 셈이야.”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원작 요소든, 원작 외 요소든.
에일런 정착 계획의 다음 단계를 슬슬 진행해야 하니 한 번 정도는 돌아가야 한다.
“어쩌면 머지않아 왕도에 한 번은 방문할지도 몰라.”
“그렇다면 언젠가 왕도로 오게 되면 연락하도록 해. 언제든 환영할 테니.”
셀베스터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그들이 주로 머물고 있는 곳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일단은 도움을 서로 주고받거니 했으니 어느 정도 알아 두는 게 좋다는 거겠지.
“이쪽이야말로. 음……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찾아와.”
다만 내 쪽이 하는 말은 겉치레가 아니다.
“돈 문제든, 무슨 문제든 기꺼이 들어주지.”
“하하하. 기억해 둘게.”
아니, 꼭 찾아와라. 웃지 말고 들어. 난 진지해.
괜히 일 꼬인 뒤 혼자 대처하려다가 훅 가지 말고.
반드시 찾아와라.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도와주지.”
생각해 보면 차라리 이렇게 대놓고 조력을 해 줄 수 있다고 어필해 놓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가능한 익명으로 기부를 하든 뭘 하든 하려 했지만 차라리 그것보다는 제대로 얼굴을 까고 나서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그편이 덜 수상쩍어 보일 것이다.
‘물론…… 가장 최고는 내가 사건에 끼어들 일은 없었으면 하는데…….’
그러나 이미 경험으로 직감한다.
머지않아 저 은발의 소년과 다시 조우할 것이라고.
어차피 그것도 또 몇 달 남지 않았을 것이다.
쟨 그런 팔자거든요.
나도 아마 그런 팔자 같고.
* * *
셀베스터는 그다음 날 정말로 미련 없이 돌아간 모양이었다.
나도 셀바스 왕국으로는 한 차례 돌아갈 필요가 있기에 슬슬 출항 준비를 해 두라고 부탁해 놓았다.
그래도 우리 쪽은 인원이 많으니 며칠은 걸리겠지.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래, 그것밖에 없다.
못했던 관광이나 하자.
개인 수련과는 별개로 너무 여유가 없게 지낸 감도 있으니까 며칠 정도는 한숨 돌려도 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