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84)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84화(184/344)
제 184화
205화 태세 전환 (5)
당연히 봉인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면 그것을 봉하기 위한 물건도 있기 마련.
아마 마찬가지로 봉인을 위한 장치로 추측되는 물체들 가운데에 한 소녀가 마치 잠자듯 안치되어 있다.
내가 반사적으로 식겁하자, 엘메로트는 차갑게 일갈했다.
“애송이, 오해하지 말게. 저건 단지 오래된 시체에 불과하니.”
그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저 소녀에게 조금의 마나도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마 이 탑과 관련이 있는 자겠지.”
“주인이거나 혹은 뭐, 그만큼의 연관이 있는 자겠군요.”
“그리고 하나 더 알아본 결과 이 탑의 추정 건축 시기는 2만 년 정도 될 걸세.”
“…….”
즉, 저 시체는 이미 2만 년도 전에 눈을 감은 자라는 뜻이다.
“의외로 꽤 동요하는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그렇다면 저 소녀가 안고 있는 것이 혹시 마도서인 것일까요?”
잠자듯 누워 있는 소녀가 품에 꼭 안고 있는 석판 같은 물체가 있다.
마도서라고 해서 꼭 책의 형태를 하고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마법식을 기록하기만 한다면 국자에 마법식을 새기더라도 마도서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니까.
형태로만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방법.
무엇보다 저 석판에서는 심상치 않은 마나가 잔류하는 것이 감지되었다.
“아마 그럴 걸세. 저것이 마도서지.”
“……젠장, 골치 아프게 됐군.”
“왜 그러나?”
“아뇨…… 아닙니다. 너무 쉽게 발견하여 놀랐을 뿐입니다.”
나는 가볍게 얼버무렸다.
실은 엘메로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동요한 결정적 이유가 있다.
2만 년이나 보존된 저 소녀의 시신 때문도 아니다.
찾던 마도서를 이렇게 쉽게 발견했기 때문도 아니다.
‘젠장…….’
속으로 이를 갈며 나는 저 소녀의 머리 위를 보았다.
<아실라 크렐벨트 – 에피소드 보스 no. 6>
잘못 본 게 아니겠지.
마도서…… 아무래도 기대와 달리 쉽게 얻지 못할 거 같네요.
* * *
우선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나는 아실라라는 소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
설사 원작에서도 그녀에 관해서 나와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 위 메시지에는 에피소드 보스라고 분류되어 있다.
‘에피소드 보스라면…… 등장 시기와 저 마도서를 연관 지으면 대충 계산이 돼.’
원작 11권.
그것은 총 두 가지 짤막한 에피소드로 되어 있다.
하나는 별로 의미도 없는 일상 파트니 대충 넘어가고, 나머지 하나.
그것이 셀베스터가 본래 그 마도서를 발견하게 되는 에피소드.
‘정확히는 그 마도서를 가지고 있는 괴물을 퇴치하는 에피소드였을 텐데…….’
마도서를 보유한 괴물이 날뛰고 있고, 그것을 토벌하고자 하는 것이 11권의 흐름의 기초다.
그랬기에 나는 이 상황을 상정치 않고 있었다.
단순히 핍박받는 이들을 조금 도와주면 될 거라고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내가 계산했던 것 이상으로 꼬여 있다.
‘그럼 저 소녀가 그 괴물이라고?’
무엇보다 그게 믿기지가 않았다.
원작에서 마도서를 삼킨 괴물은 덩치만 해도 무려 5미터에 흉측한 늑대 같은 형상을 한 몬스터였다.
울음소리도 어찌나 괴이한지 다들 꿈에 나올까 무섭다고 벌벌 떨었다는 묘사가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저 소녀를 보면 누가 저걸 몬스터라고 생각하겠나.
모르겠다.
‘단서가 너무 부족해…….’
어쨌든 마도서가 저기 있다면 그걸로 된 걸까?
“그런데 어째서 발견하시고도 저대로 방치해 두시는 것입니까? 확보하면 되잖습니까?”
“크크큭. 왜겠나?”
“……가져갈 수 없는 것이군요.”
“한번 자네가 손대 보게.”
“…….”
“왜. 저것이 탐나지 않나?”
“아니…… 왠지 결론이 뻔히 보이는뎁쇼.”
그러나 확실히 직접 겪어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일단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넘어간 척.
그 아실라라는 소녀의 시신을 향해 다가갔다.
조금 꺼림칙하긴 하나 어쩔 수 없지.
“설마 갑자기 팍 살아나서 날뛰는 건 아니죠?”
갑자기 분위기 언데드물!
이렇게 되는 건 아니지?
“……차라리 그랬으면 간단했을 거네.”
아니, 그러니까 불길한 소리 좀 하지 마시죠, 이 겉만 젊은 영감님?
내가 한숨을 푹 내쉬며 그대로 그 시신을 향해…… 정확히는 그녀가 안고 있는 마도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럼 그렇지.
“……하아, 젠장!”
파짓.
내 손 끝에 정전기 같은 것이 순간 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 그러…….”
내가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눈앞이 새하얗게 빛나면서 그대로 내 몸이 튕겨 나갔다.
단숨에 시야가 멀어진다.
내 몸이 마치 화살과 같은 기세로 뒤로 튕겨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어이쿠.”
그대로 서로 부딪히게 생기자 엘메로트는 가볍게 옆으로 물러나서 피했다.
어차피 댁이 받아 줄 거라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몸을 비틀듯 그대로 반전시키고는 벽에 부딪히기 전에 감속시켜서 착지했다.
중력 제어를 사용하여 충돌하기 전에 그 속도를 늦춘 것이다.
“재주가 좋군. 디레스 녀석은 그대로 벽에 들이박았거늘…….”
“……어르신, 나중에 두고 봅시다.”
언젠가 한 방 제대로 갚아 주리라, 일단 마음속에 적어 두고서 나는 몸을 바로 했다.
확실히 이해는 했다.
“자네라면 그걸 이겨 내고 손을 댈 수 있을 것 같나?”
“……어렵겠죠.”
불가능하다.
“단순히 튕겨 내는 정도가 아닐 겁니다. 아마 추측건대 그 힘이 더 강할수록 훨씬 먼 거리까지 날려 가겠죠.”
“바로 그걸세.”
“그렇다고 한도까지 힘을 주면 잘못하면 마도서를 부술 수도 있겠고요.”
예를 들어 내가 온 힘을 다해 반발력을 이겨 내려고 달려든다면 아마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난처하네.
눈앞에 목적으로 하는 물건이 있어도 결코 가져갈 수 없다는 뜻이 아닌가.
“해제할 방법은 없는 겁니까?”
“틈틈이 알아보고 있네만 뾰족한 수는 없군. 내가 몇 달이나 공을 들였거늘 지금도 알아낸 것이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지.”
“그거 참으로 난처하군요…… 음?”
나 역시 혹시 뭔가 방법이 없을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원작의 페이지를 휘리릭 넘기며 거슬리는 것을 찾으려던 때.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채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뭔가 알림이…… 생겼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별일이 없었는데 막 무언가 메시지라도 뜬 듯 내 머리 위의 이름이 반짝거리고 있다.
아마 내가 엘메로트의 장난에 넘어가서 저 시신과 접촉하고 날려 갈 때 생긴 것이리라.
뭐지?
일단은 확인부터 해 보자.
나는 바로 그 메시지 내용을 확인했고, 바로 어이가 없어서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를 뻔했다.
……이게 어째서, 왜 이렇게 되는 건데?
<축하합니다.>
<당신은 히든 에피소드에 접근하셨습니다.>
<당신이 모르는 결론에 이르기 위한 조각을 발견하셨습니다.>
이게 뭔 소리냐.
내가 모르는 결론?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어쩌면 내가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설렘도 잠시.
<실패하였습니다.>
<개방할 수 없습니다.>
<조건이 맞지 않습니다.>
조건이라니?
<개방 조건 : 당신이 이 세계에서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셔야 합니다.>
<상세 설명 : 당신이 지금까지 획득한 영향력 포인트의 총량이 일정 수치만큼 도달하면 됩니다.>
<필요 누적 획득 영향력 포인트 : 6,000pt>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누적 획득 영향력?
<누적 획득 영향력 포인트란. 지금까지 당신이 이곳에서 살아가며 세계에 파장을 끼친 영향력의 총량입니다.>
<숨겨진 요소에 접근하기 위해선 많은 영향력을 발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망할…….
아무래도 맨입으로 넘어갈 생각은 없는 모양이십니다.
그럼 그렇죠.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손에 넣을 방법을 찾은 것이나 다름없긴 해.’
일종의 편법인 셈이다.
만약 정석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조건만 맞으면 전부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참으로 혜자네!
‘불만도, 문제도 없지만~.’
난처한 것은 지금 내 누적 획득 포인트가 얼마냐 되냐는 점.
‘요구 누적치가 6천이라고 했지? 그런데도 접근에 실패했다는 건 지금까지 내가 얻은 양이 6천 포인트 치는 되지 못한다는 거겠지.’
그래도 어림잡아서 생각해봤을 때 어느 정도 근접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 과거를 돌이켜보자. 음. 잘 모르겠군.
‘어림잡아도 못해도 6백에서 많으면 9백 포인트 정도 더 얻으면 될 것 같은데.’
그러나 그것도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무리라는 거구나…….’
차근차근 계획을 진행해 가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포인트를 벌 만한 방법은 주변에 널려 있는 셈이니까.
우선은 이종족들을 돕자.
그리고 빌어먹을 영주를 견제하자.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해결이 되리라.
하지만 느긋하게 할 수는 없다.
바로 나는 추가로 뜬 메시지를 확인하며 혀를 찼다.
<주의 사항>
<히든 에피소드의 유효 영향력의 만료가 가깝습니다.>
<조속히 개방하여 주세요.>
<유효 기간이 지나게 되면 해당 에피소드의 영향력은 변질될 것입니다.>
<변질된 영향력은 획득할 수 없게 됩니다.>
하필 제한 시간이 있는 타입의 퀘스트라는 거냐.
정확히 언제인지는 몰라도 아마 그 만료 시기란 게 그리 멀지는 않았으리라.
서두르자.
* * *
돕겠다고 한 이상 어설프게 도와줄 생각은 없다.
하는 김에 확실하게! 그것이 내 방침.
바로 나는 이종족들 앞에서 당신들을 도와주겠노라 선언했고, 그들이 멍하니 바라보건 말건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들과 생활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그들의 고충을 알아야 한다.
“먼저 해야 할 건…… 여기 꼬맹이들의 식생활 개선이네.”
궁리할 것도 없이 식사 시간이 되자마자 나는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나 정할 수 있었다.
이곳의 아이들이 웬 풀떼기를 씹어 먹는 것을 보고는 확신을 얻었다.
“……아저씨, 안 먹어? 자! 아저씨도 먹어.”
심지어 내 몫도 있다.
챙겨 주는 건 고마운데 눈물이 나네.
식사가 열악하다.
다른 건 둘째 치고 먹을 것을 구하기가 상당히 난감한 모양이었다.
‘그야 쉽게 외부로 나가긴 힘드니까.’
보통 숲 속에서 먹을 걸 구하기 쉽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큰 오해다.
인적이 드문 숲일수록 먹지 못할 것만 널려 있는 것이 기본.
그렇기에 숲에서 조난을 당하면 보통 굶어 죽거나 혹은 독초를 먹고 죽거나 하는 것이 태반.
이들도 마찬가지다.
“얘들아, 혹시 고기 먹고 싶지 않니?”
내가 슬쩍 이 말을 꺼내자 수인 아이들이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는 꼬맹이 중 메이나가 마치 애를 타이르듯 내 무릎을 툭툭 두드렸다.
“……아저씨, 반찬 투정은 좋지 않아.”
“아니, 투정하려고 하는 소리 아닌데?”
물론 내가 풀떼기 먹기 싫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아프지 않니.
한창 때에 이런 것만 먹으면 키가 안 커요.
그리고 나도 키가 크고 싶으니 이런 것만 먹고 싶지 않습니다.
응. 그럼 결론은 간단하네.
“……조금만 기다려 봐라, 꼬맹이들아. 이 형이 제대로 된 밥을 구해다 주마. 너희들은 이런 거 먹는 거 아니야.”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선언하고는 나는 바로 자신 있게 밥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식량을 구하긴 어려울 텐데?”
몰래 지켜보고 있었는지 디레스가 어느샌가 내 뒤에 조용히 따라와서는 충고를 했다.
“어떻게든 구하면 되잖아요?”
“우리라고 구하지 않으려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사냥을 하려 해도 이 근방은 야생 동물도 쉽게 접근하지 않는다만.”
“뭐, 그건 그렇겠죠.”
그것은 나도 파악하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허세를 부리려고 말한 것도 아니고.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못 믿겠으면 따라오셔도 괜찮습니다만.”
“……어떻게 할 셈이지?”
“뻔하죠. 먹을 거 구하러 도시로 갈 겁니다.”
그곳이라면 먹을 것이 당연히 있을 테고 지금 시기는 딱히 흉작도 아닌지라 식량을 구하는 데 애를 먹을 것도 아니다.
“기다려라. 약탈은 곤란하다.”
“엥? 무슨 소리입니까? 약탈이라니. 우와~ 이거 큰일 낼 사람이네.”
그 무슨 끔찍한 생각이니.
나는 일부러 몸서리치는 시늉을 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 처한 자들이 도시로 가서 물자를 구하겠다고 말하면 무엇을 생각하겠나.
“딱히 약탈하러 가는 건 아닙니다.”
그럴 생각도 없고, 그래선 안 된다.
만약 그런 짓을 했다가는 단번에 영주에게 저들을 몰살할 명분을 추가로 주는 셈밖에 되지 않는다.
‘왜 영주가 굳이 이들을 이 탑에서 못 죽여서 안달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뜻대로 하게 둘 수도 없지.
저들도 그걸 알기에 얌전히 농성만 할 뿐 굳이 약탈 같은 수단은 선택하지 않은 것이리라.
당연히 그 뜻을 내가 어지럽히려는 생각도 없다.
“도시에 간다면 굳이 이것 때문이지 않습니까?”
나는 품에서 그것을 꺼내어 디레스에게 보여 주며 씨익 웃었다.
적당히 손때가 묻은 금화가 한 개.
먹을 게 없다?
그럼 사 오면 되는 겁니다.
“이럴 땐 돈이면 다~ 해결돼요.”
다행히 내겐 돈은 어느 정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