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85)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85화(185/344)
제 185화
206화 태세 전환 (6)
내 생각대로 물자를 구매하는 것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흉년이 든 것도 아니니 식량 사정에는 여유가 있고, 무엇보다 대량으로 돈을 써 주는 손님은 어딜 가도 반가울 터.
상인들과 주민들이 아주 함박웃음이 되어 나를 맞이했지.
“자! 이것도 가져가시게!”
“모처럼의 손님 아닌가! 이것도 얹어 주지!”
얼마나 인심이 좋은지 덤까지 제법 올려 준 덕에 당분간은 굶을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거봐. 내 말 맞죠? 돈이면 다 구한다니까요.”
“……그, 그렇군.”
나는 구매한 대량의 물품을 공간 제어를 이용하여 탑 근처로 날리면서 감시를 위해 따라온 디레스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봐라! 역시 돈이 최고야!
한편 디레스는 약간이지만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이건 우리로서는 어림도 없겠군.”
“뭐, 그건 어쩔 수 없죠. 여러분들이 잘못하신 건 아닙니다.”
우선 그들에게는 당장 그만큼의 돈이 없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만으로는 거래를 할 수 없다.
당연히 주민들은 그들의 사정을 모른다.
특별한 악의도 없다.
하지만 저들은 외모부터가 눈에 띈다.
수인들은 당연하고 엘프인 디레스조차도 평범한 인간보다 눈에 띄기 마련이지.
비록 지금은 후드로 덮어서 외모를 감추고 있지만, 그것도 내가 같이 다니기에 의심을 받지 않는 것이다.
하물며 이미 수배령이 걸렸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인간이니까 누가 의심할 일도 없지.
그것도 적어도 당분간이지만.
“이것도 할 수 있는 건 한두 번뿐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저도 도시에 출입하기는 힘들어지겠죠.”
나를 납치한 병사들을 물리친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심을 받고 있진 않지만, 곧 의혹의 눈길이 오는 건 시간문제라고 여기고 있으니까.
“그러니 지금 사 둘 수 있을 때 아끼지 말고 사 두는 게 좋습니다.”
식량뿐이 아니다.
여러 가지 물자나 약초 같은 것도 구매해 두자.
다소 수상쩍은 시선을 받아도 상관없다.
“그럼 다음은 약초를 구하러 가죠. 그렇지 않아도 오는 김에 엘메로트 어르신께서 몇 가지 사 오라고 심부름도 시켰잖아요?”
“그, 그래…… 그러지…….”
어쩐지 디레스는 약간 얼빠진 눈으로 나를 허둥지둥 뒤쫓기 시작했다.
처음에 내가 돕겠다고 했을 때 과연 이게 옳은 선택인가, 미심쩍게 여기던 눈매를 하던 사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얼이 빠진 모습이다.
* * *
그다음 문제는 역시 계속해서 몰려드는 용병들.
그놈들도 골치 아프다.
“오늘 오전쯤에 유적탑의 상태를 살피려고 근처를 기웃거리던 용병무리가 있던 모양이더군요.”
나는 바로 모두를 모아 놓고는 그 대처 방안에 대해서 의논하기 시작했다.
“영주가 내건 의뢰에 낚여서 밀려드는 용병들을 방치해 두는 것도 꽤 성가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동의하시죠?”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게 아닐까?
내가 제안했지만 모두의 반응은 약간 떨떠름했다.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실제로 에일런 자네도 아무것도 모른 채로 따라왔지 않는가?”
“그렇긴 하죠. 하지만 용병들이 보수에 낚여서 몰려드는 건 솔직히 귀찮습니다.”
“귀찮은 거군.”
“네. 너무나도 귀찮습니다.”
나는 계속 말했다.
“지금까지는 B등급에서 간혹 A등급의 용병만이 왔을 뿐이지만 어쩌면 소문을 듣고 더 강한 용병이 올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나보다 더 강한 자가 올지도 모르고.
“……확실히 그건 난감하군.”
“용병 중에는 정말로 괴물 같은 것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큰일 아닌가?”
다들 표정이 흙빛이 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말한 것들을 상상한 모양이다.
“그럼 용병 길드 측에 호소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수인 중 한 명이 조심스레 의견을 말했다.
용병 길드에 모든 사실을 알리자는 것.
“썩 좋지는 않군요.”
“추천은 하지 못하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고 연금술사 엘메로트 역시 별로 내키지 않는 얼굴을 했다.
전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용병 길드는 굳이 선뜻 악행을 하려는 무리는 아니다.
“문제는 그 영주의 뒤편에 연결된 자들입니다.”
“뒤편이라고?”
“그 영주가 모든 것을 조장한 것이 아닐 겁니다.”
모든 것을 밝힐 수 없지만 나는 그 영주의 뒤에 수상쩍은 자들이 있다고만 해 두었다.
당연히 확신할 수밖에 없다.
원작에서 이들의 몰살에는 대륙 통합회가 관련하였을 것은 분명했다.
“그렇겠군. 그 영주 놈이 수상쩍은 건 사실이니.”
엘메로트 역시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는지 쉽게 수긍했다.
“자칫하면 길드에 전해지기도 전에 혹은 그 과정 중에 귀찮은 개입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륙 통합회는 곧 계획을 실행하기 직전이니 그 전에 일어날 불안 요소를 방치하지 않으리라.
자칫하면 먼저 그들의 본대가 습격할 수 있다.
그럼 나도 이들을 온전히 보호해 줄 수 있다고 장담해 줄 수 없다.
“그럴 수가.”
축 늘어진 개의 귀를 가진 수인 청년이 난처한 눈치를 보였다.
이름은 질론. 이곳에 왔던 첫날 나와 싸웠던 녀석 중 하나다. 엘메로트가 만든 병기를 타고 있던 녀석이었지?
“에일런 형씨 그럼 이대로 놈들을 방치해야 하는 겁니까?”
“아뇨.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조용히 방법이 있다고만 말했다.
“용병들 스스로가 의뢰를 포기하게 만들고 물러나게 하면 됩니다.”
“……그걸 어떻게?”
“간단하죠.”
나는 씨익 웃으며 제안했다.
“용병이란 자고로 일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바로 내빼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 결론을 내게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지.
“까짓것, 목숨의 위협 한 번 찐하게 느끼면 알아서 내뺄 겁니다.”
당연히 그 방법도 생각을 해 둔 게 있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잘 알거든.
그야 나도 비슷한 부류니까.
치졸한 사람의 마음은 똑같이 치졸한 사람이 아는 법이다.
* * *
도시를 몰래 전이를 이용해 드나들면서 분위기를 살피니 다시 고용된 용병들이 유적탑 탐사에 자원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곧 새로 고용된 용병들이 다시 수색대를 이루어 출발한다는 정보를 접했다.
빌어먹을.
포기를 못 하네.
그렇기에 아예 이번 기회에 쐐기를 박아 넣어 줄 참이다.
“……에일런, 놈들이 왔다.”
가만히 숨어서 대기하고 있자 디레스가 소리도 없이 폴짝 내려와서는 내게 고용된 용병 무리들이 오고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틀림없겠죠?”
“잘못 볼 일은 없다. ……무엇보다 그들은 꼭 병사들과 기사를 대동했으니. 틀림없겠지.”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영주 측의 병력이 동행 한 이유는 감시 겸 그리고 여차할 때 입막음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만약 내가 그때 그 자리에서 저들의 정체를 까발렸으면 바로 우리를 죽이려 들었겠지.
그래도 내겐 위협은 아니었겠지만, 상황은 더 귀찮아졌을 것이다.
“자, 그럼 다른 분들은 위험하니 근처에도 오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세요.”
내가 당부하자 디레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만일을 위해 근처에서 망을 보는 자들과 합류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
앞으로 용병들이 유적탑 근처에도 오지 못하도록 쫓아낼 셈이다.
그러나 죽일 생각은 없다.
그들 대부분이 아무런 사정도 모르는 이들이다.
모두가 선한 것도 아니고, 진상을 알더라도 오히려 영주 편을 들 놈도 있겠지.
‘사람은 정의롭기만 하진 않아.’
슬프지만 보수만 조금 올려도 영주에게 붙을 자들이 태반이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죽이는 것은 과한 짓이다.
“그럼 시작하지.”
나는 신호하고는 정령력을 끌어 올렸다.
“플루라이트, 샐러맨더. 너희가 고생 좀 해 줘야겠어.”
계획에 필요한 것은 플루라이트의 그림자와 샐러맨더의 화염.
이 두 가지만으로 용병들을 쫓아내고 그들이 이 의뢰를 꺼려하도록 확실하게 쐐기를 박을 작정이다.
“시작하자!”
내가 신호하자 두 정령이 대답하듯 힘을 끌어 올려 방출하기 시작한다.
플루라이트가 끌어모은 그림자가 비대화하며 부풀어 오르고는 탑의 거의 절반 정도의 크기의 형체로 자리 잡는다.
“최대한 형상은 괴기하게~.”
꾸물꾸물 수많은 촉수까지 만들면서 내 지시대로 형체도 보다 괴기하게 잡아 간다.
멀리서 보면 정체불명의 몬스터로 보이겠지.
그리고.
샐러맨더가 뿜은 녹영의 불꽃이 그 그림자에 달라붙어 휘감는다.
화력은 그리 강하게 해 두지 않았으니까 괜찮아.
“생물은 불을 본능적으로 꺼려하지.”
하물며 녹색으로 타오르는 불길은 더욱 불길하게 보일 것이다.
“어디 이쯤이면 됐겠군.”
나는 자신 있게 척, 하고 고개를 치켜들고 내가 만들어 낸 자작 괴수를 보았다.
그림자를 최대한 부풀리고 거기에 불을 입혀서 아무것도 모르는 자가 보면 전신이 타오르고 있는 몬스터로 보일지 모르지.
그야말로 지옥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것 같은 끔찍함.
그것이 중요하다.
“자~ 그럼 이제 장난을 치러 가 볼까요~.”
물론 못된 장난이 아니라, 참으로 정의로운 장난을 치러.
괜찮다. 죽이지는 않을 거니까~.
만약 어디 다치거나 부러진다면?
나중에 몰래 에일런 특제 포션 종합 선물 세트를 슬쩍 머무시는 숙소 앞에 놔두고 가겠습니다.
무엇보다 용병 일을 해서 먹고사는 자가 의뢰의 진상을 판가름도 못 하여 생기는 일은 전부 그들의 책임이지.
나는 키득거리며 손가락을 따악, 울렸다.
* * *
용병들이 유적탑 탐사 의뢰를 계속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이곳의 영주가 한 가지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바로 보수를 대폭 올려 버린 것이다.
무려 의뢰를 달성하고 어느 정도 성과만 가져온다면 금화 25개를 주겠단다.
본래 의견 충돌로 길드 측에서는 영주의 체면을 고려하여 그가 지급해야 할 보수를 조정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었다.
그러나 되레 영주는 바로 그 보수 금액을 확 올려 버렸다.
마치 유적탑 탐사 자체를 포기할 마음이 절대 없다는 듯.
그 집착을 보여 준 것이었다.
그것은 용병들의 발을 붙잡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위험에 망설이기에는 보수가 지나치게 좋았다.
수상쩍긴 하지만 어떠리. 금화만 먹고 성과만 적당히 이뤄서 빠지면 되지 않겠나.
당연히 용병들은 금화에 넋이 나가 버리고 말았고, 되레 돌아오는 이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전만은 못하더라도 적지 않은 이들이 의뢰를 받아들였고.
그에 따라 또다시 새로운 탐사대가 꾸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유적탑으로 향했다.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가만 생각해 보면 위험하다느니 뭐니 난리 친 것도 설레발 아니었겠나?”
탑을 향해 가던 중 누군가가 갑자기 그런 말을 꺼냈다.
그 발언을 꺼낸 상대는 B등급의 용병 풀릿.
그리고 바로 그의 옆에서 걷던 C등급의 신참 용병이 의아한 듯 되묻는다.
“네? 무엇이 설레발인지요?”
“얼마 전에 이 의뢰가 위험하다고 난리 친 용병 있지 않았냐?”
“……전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는 대답을 피하려고 얼버무리는 게 아니라 실제로도 몰랐다.
그 신입 용병이 여기 온 건 채 며칠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소문은 들었다.
규정 이상으로 버거운 의뢰가 아닌가, 하는 논쟁이 있었고.
결국에는 길드 본점에까지 그 심의를 신청하는 등 소동이 있었다고.
풀릿은 마치 그때의 일을 비웃듯 코웃음 쳤다.
“하긴, 덕분에 의뢰비도 오르고 성가신 겁쟁이 놈들도 줄었으니 만만세지만.”
그 소동 덕에 몸을 사리느라 떠난 용병도 있지만, 오히려 반대로 기회라며 눈을 빛내는 자도 있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남은 자들의 대부분이 그런 이들이다.
하물며 보수까지 올렸으니 그들의 눈에는 떠난 자들이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겠지.
“어쨌든 이걸로 우리 몫이 늘어났다는 거지. 무엇보다 보수도 늘어났지 않은가. 아주 좋지! 안 그렇나?”
다른 용병들도 대놓고 찬성은 하는 시늉은 하지 않으나 적당히 어깨만 으쓱이며 동의하는 척했다.
“푸흐흐흐흐흡! 우리가 제대로 한탕 벌어 그 겁쟁이들 배를 아프게 해주자고!
그렇게 한 차례 선동한 풀릿과 마침 그의 발언을 듣고 뒤돌아본 기사와 눈이 맞았다.
서로 간에 별말은 없지만 풀릿과 기사의 시선은 그대로 몇 초간이나 얽힌 채 머무른다.
묘한 의견이 섞인 시선이다.
실은 풀릿은 출발하기 전에 저 기사에게 한 차례 소소한 보수를 받고 부탁을 받았다.
출발하는 동안 다른 용병들을 대상으로 선동을 해 달라고.
이전의 소동은 별것 아닌 겁쟁이들이 난리를 친 것이다.
그렇게 분위기를 조장해 달라고.
물론 치졸한 말에 넘어가는 건 신참뿐이다.
나머지는 말싸움을 하기 귀찮아서 흘려 넘길 뿐.
그러나 이들도 믿는 구석이 없어 조용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탐사대에는 무려 A등급 용병이 두 명이나 끼어 있다.
설사 의뢰를 포기한 자들의 걱정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 인원이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불안감을 애써 떨치며 용병들은 열심히 유적탑으로 향했다.
이제 몇 시간만 더 행군을 하면 도착할 것이다.
“그럼 도착하는 목적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이번 의뢰의 리더 격을 맡은 A등급 용병 실룬이 그리 말하면서 앞서 나아가려던 때였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구름이 하늘을 가린 것처럼 주변에 큰 그늘이 진 것이다.
용병들은 의아해하며 반사적으로 위를 향해 고개를 들었고.
그리고 일제히 할 말을 잃었다.
그곳에 무언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