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88)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88화(188/344)
제 188화
210화 최고의 작전은 섬멸 (3)
“거기 서!”
반쯤 될 대로 되라.
나는 무심코 노움을 불러냈다.
곧 바닥이 치솟으며 얇은 돌벽이 만들어지고.
[으아아앗!]그대로 유령이 튕겨져 나왔다.
돌벽에 부딪힌 게 아니다.
돌벽에서 방출되는 정령력에 반발하여 나가떨어진 것 같았다.
“……통하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럼 망설일 이유가 없다.
다시 도망치기 전에 재빨리 마저 벽을 만들어 그곳에 강렬한 정령력을 덧씌우고 모든 면을 닫았다.
즉석 유령 채집통 완성.
[너무해! 죽은 사람에 대한 경의도 없는 거야!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안에서 그 유령 소녀가 무어라 외치는 모양이나 그게 문제가 아니다.
‘……무심코 잡긴 했는데 이제 어쩌지?’
풀어 주면 또 도망칠 것 같고.
그렇다고 없애 버리는 건 문제가 있을 것 같다.
대화를 하고 싶다.
어쩌면 중요한 것을 발견한 걸지도 모른다.
“잠깐 들어 주세요, 유령 씨! 아니, 아실라 님! 결코, 무례를 끼치려고 이렇게 붙잡아 둔 게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직접 붙잡을 수가 없잖아요.”
나는 대체 죽은 사람 상대로 뭔 소릴 하는 걸까.
“무례는 사과드릴 테니 일단 제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이곳에 있는 마도서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곳에 피신한 이종족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입니다. 좀 들어주세요.”
[……일단 이거부터 열어.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약간 불안하긴 하지만 열지 않는 것보단 낫겠지.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벽을 해제했다.
“방금 전에는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뭐…… 나도 조금 전에는 놀랐어. 이제 와서 날 발견한 사람은 처음이었거든. 이게 얼마 만이더라? 죽고 나서 처음?]“……그럼 대충 2만 년은 되었겠죠.”
뭐, 본인이 맞다면, 이겠지만.
위험한 낌새는 아직 없다.
여차하면 바로 소멸시켜 버릴 생각으로 대비를 하자.
“요컨대 그 아실라 본인이 맞는 거지요?”
[……후후후후. 무엇을 숨길까.]처음에는 내가 직접 이름을 거론하자 놀라는 눈치였으나 곧 되레 반가운 것인지 안색이 환해지는 게 아닌가.
[바로 내가 대마법사! 아실라! 이 탑의 주인이자. 누구보다 위대했던 마법사!]“와아아아아아…….”
일단 박수는 쳐 줄까.
대충 맞춰 주자.
덤으로 작게 폭죽처럼 불꽃도 터트려 주자.
짝짝짝!
정말 이게 뭐 하자는 짓인지…….
“뭐, 지금은 그냥 유령이지만요.”
[…….]아차, 말실수.
완전히 깬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보다 무슨 유령이 이렇게 말이 통하냐.
적어도 원혼 같은 건 아니니.
어찌 될지는 몰라도 저주를 받지는 않을 모양이겠어.
“그럼 이야기는 들어주실 수 있겠죠?”
[……상관없으려나.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별일이고. 어쩌면 이것 또한 운명일지 모르니까.]의외로 그녀는 순순히 수긍했다.
[그리고…… 조금 지루하기도 했으니까.]* * *
다만 다른 이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하기에 이야기할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일단은 실물을 보면서 묻고 싶었기에 내가 마도서가 봉인되어 있는 그 비밀 장소는 어떻냐고 묻자 그녀는 별로 상관없다는 듯 흔쾌히 승낙했다.
“그건 그렇고, 의외로 유령이란 건 존재했군요.”
원작에서 유령은 존재할 수 없다고 설정이 되어 있었는데, 이것도 달라진 점인 걸까?
[아냐. 유령 같은 개념은 아냐.]그러나 아실라는 단번에 부정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나는 아실라라는 인물의 영혼을 가진 본인이라고는 할 수 없거든.]“……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뭔가 애매합니다만.”
[지금의 나는 이곳에 고여 있는 마나에 의지를 담은 복사체. 어디까지나 마도서에서 흘러나온 마나에 생전의 나…… 정확히는 ‘아실라 크렐벨트’라는 인간 개인의 의지와 기억이 녹아든 거야.]“그게 유령하곤 다른 겁니까?”
[달라. 영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지식과 인격이라는 정보만이 복사된 거니까. 내겐 영혼은 없어. 단지 복사된 인격과 지식만이 뭉쳐서 마나 속을 떠돌 뿐.]요컨대 아실라 본인은 이미 죽었고, 더는 세상에 없다.
그리고 지금 내 머리 위에서 잘도 떠드는 저 유령은 그저 복사된 인격이라는 것뿐일까.
[그래도 나는 나지만. 기억도 있고 사명도 기억하니까.]비유하자면 백업된 파일 같은 건가?
뭔가 복잡하군.
“그런데 그 사실을 잘도 태연하게 말하시는군요. 보통은 그거 정체성 혼란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쯧쯧.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유를 알고 충분한 지식이 있다면 결론을 내리고 받아들이는 건 의외로 간단해. 요컨대 내가 아니라도 나는 나라는 거야. 알겠어?]“뭔 소린지 통 모르겠다는 건 알겠습니다.”
더욱 기이한 것은 역시 그녀는 내게만 보인다는 것이다.
이곳에 내려오면서 허가를 받기 위해 엘메로트에게 한번 대면시켰으나 그는 이 유령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즉,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점을 묻자. 그녀는 오히려 내가 이상하다는 투로 말했다.
[보통은 육체가 있는 인간은 날 못 봐. 어디까지나 나는 마나에 뒤섞여서 떠도는 처지니까. 보통은 안 보이는 게 정상이야.]설사 마나를 시각화하는 능력이 있어도 그저 마나가 약간 뭉쳐 떠다니는 걸로 보일 거라는 모양이다.
내가 시험 삼아서 확인해 보니 정말로 그녀의 모습 대신 마나만 뭉쳐 다니고 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럼 왜 제 눈에는 보이는 거죠?”
[몰라. 네가 이상한가 봐.]……그거 참, 서글프네.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드디어 마도서가 안치된 방에 도착했다.
이걸로 두 번째 방문.
역시 달라진 건 없다.
아실라의 시신이 있고, 그녀가 안고 있는 마도서가 있다.
“묘하군요. 저쪽에는 당신의 시신이 있고…… 그리고 복사된 인격이라 해도 대놓고 떠드는 똑같은 얼굴이 있으니.”
[괜찮아~ 의외로 빨리 익숙해지거든. 나도 이 꼴이 되었을 땐 꽤 놀랐어.]“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그거 적응하는 데 얼마나 걸리셨습니까?”
[대충 체념하는 데 2천 년쯤?]“참 길게도 걸리시네요.”
그 정도면 적응 못 한 거 같은데…….
뭐,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럼 역시 저 마도서를 봉인한 것도, 이 탑의 주인도 아실라 님 당신이라는 것이군요.”
[맞아. 그런 셈이지. 전부 생전의 내가 한 일.]“……그럼 저것의 해제는? 가능하십니까?”
바로 그것부터 물었다.
그녀도 그걸 물을 거라 예상했는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후후. 해 줄 거 같아?]응. 안해주는구나.
왠지 그럴 것 같았다.
[농담이고. 나도 하고 싶어도 못 해. 이 꼴이 되었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건 떠도는 것밖에 없거든. 유감스럽게도 탑 바깥에도 못 나가.]“그 꼴로 잘도 버티셨군요.”
[이후에도 가끔 탐사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내가 만들어 둔 함정이나 지키기 위해 만들어둔 가디언에 걸리는 게 꽤 재밌었거든.]성격도 별로군.
[그런데 최근에 뜸해졌는가 싶더니 갑자기 저렇게 엘프니, 수인이니 하는 것들이 눌러앉고 살지 뭐야.]“양해 좀 부탁드립니다. 다들 갈 데가 없거든요.”
[사정은 알고 있어. 일단은 행동을 지켜보긴 했으니까. 의외로 세상이란 변하지 않네…….]신경 쓰이는 말투지만…… 지금 내가 물어야 하는 건 마도서에 관한 정보다.
“저들을 도울 힘을 얻기 위해서 마도서의 봉인을 풀고 싶습니다. 정말로 방법이 없는 건가요?”
[……아. 그거 말이지.]어쩐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유는 알겠지만 그래도 알려 줄 수 없어.]“무엇 때문이죠?”
[그것도 알려 줄 수 없어.]“비밀입니까?”
[비슷한 셈이야. 적어도 그 정도 각오는 되어 있기에…… 나는, 아니 아실라는 그 결말을 용인한 걸 테니까.]“결말?”
[아~ 그런 게 있거든.]그녀의 시선을 따라 나는 마도서를 안고 있는 시신을 흘겨보았다.
“그렇다면 만약 저것을 풀어내면 가르쳐 주시는 건가요?”
[네가 풀 수 있다면. 다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저 봉인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술을 담아서 자아낸 봉인이니까. 바로 희대의 천재 아실라가 말이야!]“오호?”
[설사 생전의 나랑 동급의 마법사가 와도 못 뚫어.]머지않아 그 말, 쏙 들어가게 해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내겐 편법이 있으니까!
역시 믿을 건 포인트뿐인가!
[……봉인에 관해서는 도와줄 수 없지만. 다른 건 음…… 뭐, 괜찮으려나.]아무래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게 조금 미안한 모양인지 그녀는 무언가 궁리하다가.
[대신 기념으로 좋은 걸 줄 수 있는데? 어때?]내게 살짝 장난이라도 치듯 제안을 해 왔다.
“좋은 거입니까?”
[모처럼 말동무가 돼 준 기념으로 기념품 정도는 챙겨 줄 수 있어. 어때?]거절할 리가 없다.
“그거 좋네요.”
나는 척, 엄지를 치켜들었다.
* * *
그리고 수 시간 뒤.
“……이게 진짜인가?!”
엘메로트가 기가 찬 듯 탄성을 질렀다.
소동을 듣고는 디레스나 다른 이종족들이 오고는 마찬가지로 경악하는 소리를 냈다.
“에, 에일런? 이게 대체 어디서 가져온 것인가?”
“뭐고 자시고, 위층에서 건져왔어요.”
“위층이라고?! 자네, 지금 위층에 다녀온 건가?!”
경악하는 것도 당연하다.
지금 이들이 거주하는 층 외 위로 약 2층까지는 안전을 위해 완벽하게 수습이 된 상태.
그러나 그 위는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그곳은 위험할 텐데.”
그곳에 배치된 함정이 압도적으로 난해하고 이곳의 주인이 배치한 강력한 가디언이 버티고 있었다는 모양이다.
다만, 그것들은 접근만 하지 않으면 날뛰지 않기에 건드리지 않았던 듯싶었다.
“대충 가서 슬쩍 가져오는 건 제 특기거든요.”
그 위험한 곳에 내가 몸소 가서 가능한 챙겨 올 만한 것들을 잔뜩 가져왔다는 말씀!
[뭐래, 이 인간이…… 내가 알려 준 샛길로만 갔잖아…….]물론 머리 위에서 투덜거리는 아실라의 목소리는 나 외에는 들리지 않을 테니 무시해 버리자.
그래도 속으로는 감사하고 있다.
이걸 얻은 건 어디까지나 아실라가 직접 알려 준 정보 덕분이니까.
마도서에 관한 정보는 함구하려는 모양이나 대신이라고 해야 하나.
그녀는 내게 무려 위층의 비밀 창고로 가는 샛길을 알려 주었다.
[저 연금술사 애송이, 적어도 손재주는 있어 보이니까. 그것들을 가지고 가면 조금은 편하게 지낼 거야.]그리고 창고에 깃든 소재나 도구 등을 전부 가져가도 된다고 통 크게 말하는 게 아닌가.
미련은 없나?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어차피 죽은 시점에서 그거 따져 봐야 뭐 하게? 마도서만 아니면 상관없어.]생각해 보면 이미 이 아래층까지는 전부 싸그리 긁어낸 것처럼 비워진 뒤였다.
[도둑맞는 거보다 가여운 애들이 써 주는 게 나을지도 모르고. 저들은 내가 안 보이니까 도와주지 못하지만. 널 통하면 조금은 사정은 봐줄 수 있지.]불평 한마디 없는 것을 보면 정말로 미련은 없어 보였지.
오히려 털어 가도 좋으니 누가 찾아오는 게 즐겁다고 말할 정도면 오죽할까.
[마도서에 관해서는 양보할 수 없지만 다른 거라면 얼마든지 괜찮아.]“상냥하시군요.”
[그냥 물건 따위에는 미련이 없을 뿐이야.]그러니 감사히 받자.
거기에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아래층에 있었던 것들은 그녀가 숨겨 놓은 소재나 재산 중에서도 가장 값어치가 낮은 것들만 배치해 놓았다고 한다.
[최상층부터 3층까지가 진짜 창고거든.]지금 알려 준 창고가 진짜 알짜배기에, 그 일부라는 모양이다.
그걸 거리낌 없이 가져가라고 알려 주다니.
참, 통이 크다고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사람이 좋다고 해야 할까.
그야말로 유령의 모범일세.
“어쨌든 이것들이 있으면 생활도 좀 더 편해질 테고 몸을 지킬 만한 도구도 만들 수 있겠죠. 그렇죠, 엘메로트 어르신?”
“……뭐, 할 수 있는 만큼은 해 보겠네만. 그보다 이걸 전부 넘기는 건가? 자네가 찾았으니 필요한 게 있다면 조금 가지는 게 어떤가?”
“괜찮습니다. 이미 챙길 만한 걸 챙겼거든요.”
당연히 먼저 챙겼지!
나는 싱긋 웃으며 어느샌가 팔에 끼고 있는 팔찌를 비롯하여 몇 가지 아이템을 슬쩍 보여 주었다.
실은 미리 알아서 가장 쓸 만한 것들을 챙겨 두었다.
엄선하여 챙긴 보물이 세 개.
<강고한 정신력의 팔찌>
<민첩 증폭의 팔찌>
<히드라 대거>
쌓여 있는 도구의 효과를 하나하나 아실라에게 물어 가면서 쓸 만한 것들을 먼저 추린 것이다.
능력치를 보조하는 아이템은 당연히 필요하고, 정신 저항력도 나쁘지 않다.
환술이나 혹은 상대의 정신을 어지럽히는 능력은 걸린다면 치명적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그런 계통의 힘은 거는 것이 어렵다.
어느 정도 실력이 완성된 최소 오러 프렉티션이나 3서클의 마법사 레벨만 돼도 어지간한 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극한으로 연마했을 땐 다르다.
상급의 정신 계통의 마법이나 능력은 한 번 잘못 걸리면 전멸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단 한 명의 상급자가 건 환술이 수만 명의 군대를 자멸시키는 경우도 있다.
‘미리 대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