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89)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89화(189/344)
제 189화
211화 최고의 작전은 섬멸 (4)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아이템이 바로 이것.
“단검인가? ……하지만 날이 없군.”
손잡이만 있는 단검.
그러나 구경하던 엘메로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보통 도구가 아니란 것을 알아본 것이다.
“여기에 마나를 불어넣으면 작동하는 모양입니다.”
내가 시험 삼아 마나를 주입하자.
치링!
안쪽에서 보랏빛의 물방울 같은 게 튀어 오르더니 그대로 단검의 날 같은 형상을 이루었다.
“……독?! 그것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맹독이로군.”
보기만 해도 알겠는지 엘메로트가 감탄을 터트렸다.
“아마 그 단검 내부에 저장해 놓은 특수한 독을 칼날의 형태로 굳힌 모양이군…….”
“예. 그것도 무려 히드라의 독이라고 합니다.”
히드라의 독은 다른 독성 물질 중에서도 상당히 취급하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 독은 철도 녹여 뚫어 버리고 단 한 방울만 몸에 들어가더라도 어지간한 내성이 없는 자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는다고 하지.
그 독에 당한 시체를 확인하면 근육과 뼈가 보랏빛으로 변색된 채 반쯤 녹아 있다고 해서 악명이 대단하다.
“참 멋진 독이죠!”
이렇게 자랑하자.
엘메로트를 제외한 이종족들이 새하얗게 질린 채 몇 발자국 물러났다.
이해는 한다.
히드라의 독이 얼마나 위험하냐면 현재 남쪽에서 발생한 히드라에 관한 소문은 꽤 유명한데, 아직까지도 토벌이 되지 않은 모양이니까.
엘메로트도 살짝 긴장한 채 내게 엄히 주의를 주었다.
“……히드라라. 무시무시하군. 다만, 관리에 조심해야 할 걸세. 행여나 누군가에게 스치기라도 하면 큰일일 테니. 피부에 닿기만 해도 끝이네.”
“알고 있습니다. 일단은 이 독의 해독 레시피도 별개로 손에 넣었기에 만일의 경우는 없을 겁니다.”
“오? 레시피도 있나? 괜찮다면 알려 주게. 해독제 정도는 만들어 줄 테니.”
“나중에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불어넣는 마나를 끊었다.
그러자 단검의 날을 구성하는 독의 형태가 무너지며 다시 검 손잡이 안으로 쏙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닌가.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건지…….
[내가 주의를 기울여서 만든 걸작이거든!]머리 위에서 아실라가 짐짓 자랑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보다 왜 하필 독과 단검일까.
[…아무래도 내 성과를 질투하면서 기습하는 녀석들이 많았거든. 그래서 덤벼들 거 같으면 그 단검으로 몰래 샥~ 그리고 괴로워하면 해독제를 주면서 그걸 핑계로 반대로 뜯어먹는 거야! 그립네! 그걸로 얼마나 벌었는지 몰라~.]뭔가 신이 났는지 허공에서 팔을 휘젓는 시늉을 했다.
그보다 저 여자는 생전에 독 단검을 휘두르고 다닌 걸까…….
자칭 대마법사, 별거 없군.
어쨌든 실전을 위해서 만든 것 같으니 써먹을 만하겠지.
* * *
아실라가 제공한 보물 덕에 이종족 난민들에게 더욱 여유가 생긴 것은 적어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보통 여유를 가지는 건 패배 플래그라고 하지만, 그것도 그런 사치를 부릴 수 있을 만한 놈들일 때나 가능한 일.
하물며 지금 이곳에서 농성을 벌이는 이종족들은 쫓기거나 속거나 하는 상황 속에서 마음 졸이며 살아가는 이들.
이들에게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것을 절실하게 이해하는 것은 나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으니까.
‘처음 갑자기 해고되었을 때는 정말 되는 게 없었지…….’
문득 떠올랐다.
처음 다니던 회사에서 떼어먹힐 대로 떼어먹히고, 받을 것도 못 받고, 사장은 야반도주하고.
그때 내가 뭘, 어떻게 했더라?
당장 통장에 남은 잔액도 없어서 끙끙거릴 때.
되레 초조해져서 쉽게 풀릴 일도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풀어 줘야 한다.
안심을 해야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생기면 생각이 제대로 돌아간다.
‘뭣보다 아직 나를 경계하니까…….’
마도서를 얻고 싶기에 왔긴 하지만 이들을 도와주려는 것도 목적 중 하나다.
저들이 원작의 전개와 달리 살아남아 주면 그것만으로도 변하는 게 있을 테니까.
별개로 노리는 것도 있고.
나는 찾아낸 보물 중 당장 이곳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부 처분했다.
굳이 전이로 장거리로 날아가서까지 하나하나 처분했지.
그리고 그 돈으로 추가로 여러 가지를 구비했다.
뭐, 특히 당장 필요한 것과는 별도로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 판단으로 제멋대로 구비한 것은 술과 육류 같은 순수하게 기호품들.
“자, 좋은 걸 가져왔습니다. 마침 딱 좋은 걸 우연히 팔고 있더라고요~.”
나는 어디까지나 적당히 두루뭉술하게 흘려 넘기듯 그것들을 권했다.
자고로 환심을 사는 데는 물질적인 제공이 제격이다.
거기에 기호품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
다만 불안한 점이 있다면 나는 솔직히 술맛은 아직 잘 모르기에 그저 정말로 적당한 것으로 사 왔다는 점뿐.
뭐, 기우였던 듯싶지만.
그들도 받는 것을 꺼려 봐야 자기네들만 손해라는 것쯤은 아는 건지 순수하게 기뻐했고.
그날 밤 조촐하지만 내가 가져온 것들을 소비하기 위한 술자리를 열었다.
“크으으으으으윽! 이런 술도 오랜만이군!”
“내일 먹을 것 걱정도 없이 이렇게 떠드는 게 얼마 만인지…….”
다들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 같으니 잘됐다.
엘메로트는 시끄러운 건 질색이라며 이 자리에 끼지 않았지만 대신 그의 공방에 적당히 안줏거리와 술을 집어넣어 뒀으니 알아서 즐기고 있겠지.
“거기 에일런 형씨도 뭘 혼자 궁상맞게 마시고 계십니까! 이리로 오시죠!”
적당히 흐뭇해하고 있자니 나를 향해 축 늘어진 개의 귀를 가진 수인 청년 질론이 다가오더니 그대로 나를 잡아끌 듯 일으켰다.
어떻게 보면 이녀석도 참 대단하다.
따지고 보면 사정을 몰랐다고 해도 내 힘에 두들겨 맞고 다른 녀석들과 함께 기절했던 녀석이다.
그런데도 내가 무섭지도 않은 건가.
“자! 에일런 형씨가 가져온 게 아닙니까! 그럼 당연히 여기서 당당하게 마셔야죠!”
어쩌면 나와 아직 나를 경계하는 녀석들 간의 사이를 해소하려는 듯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디레스?”
“흠. 마음대로 해라.”
반대로 엘프 디레스 같은 경우는 아직도 내게 딱딱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경계 하나?
엘프가 다 그런가 싶어도 루셀 엘베이드는 그러지 않았고, 이곳에 머물고 있는 몇 명밖에 되지 않는 엘프들도 그저 낯설어만 하는 것을 보면 디레스의 태도가 유난히 경계심이 깊은 것이겠지.
“……질론, 너무 유난 떨지 마라. 아직 그자를 신뢰하기에는.”
“디레스 형씨도 너무 꽁해 있지 마슈. 이 형씨에게 얻어맞은 것도 흘려 넘기면 좋잖아?”
“질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제 딴에는 중재하려고 한 소리 같지만, 되레 자존심을 자극한 모양이다.
역시 입이 재앙의 근원일세~.
나는 그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적당히 으쓱이면서 넘길 뿐.
“오해하지 마라. 그때 일은 잊고 있다. 결코 그때 네 녀석에게 압도당한 것에…….”
“네, 네. 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디레스가 뭐라 변명하지만 나는 듣지 않는다. 후후후후.
어쨌든 저들도 슬슬 내 쪽에 의지하는 것 같고 나름의 신뢰감도 보낸다.
충분히 내 행동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해.’
다 좋다.
저들을 돕는 것도, 신뢰받는 것도 괜찮아.
정말로 좋은 일이야.
‘그런데 저들과 관련해서 변화가 생기지 않아…….’
나는 머리 위 허공을 슬쩍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예를 들어 용병들을 선동하고 내쫓고.
그 행동은 포인트를 발생시켰다.
여기서 얻은 보물을 시장에 내다 팔 때도 적은 양이지만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아마 그것을 누군가가 사용하기 때문이겠지.
<잔여 영향력 포인트 : 516pt>
그 덕에 괜찮게 모였지.
그러나 이들을 도운 것에 한해서는 아직 그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아무런 포인트가 생겨나지 않는다.
보통 죽을 운명인 자가 죽지 않으면 발생하기 마련인데도.
‘……바뀌지 않는 건가?’
고작 이걸로는 저들이 몰살된다는 전개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게 의아했다.
설사 지금 적이 쳐들어와도 물리쳐 줄 자신도 있고.
그게 안 될 거 같으면 단체로 내뺄 수단도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저들이 죽도록 놔둘 리가 없다.
돕기로 마음먹은 이상 끝까지 지켜 줄 셈이다.
그런데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역시 제대로 간섭해야 해.’
확실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 결심을 하며 나는 슬슬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고자 했다.
다음에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무력행사.
그것도 노골적으로 힘을 발휘할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 분위기가 차분해졌을 무렵 나는 슬쩍 모두의 앞에서 그 화제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현재 이곳의 영주라는 작자가 여러분들의 친구들을 다수를 구금해 둔 상태라고 들었습니다만.”
“…….”
다들 침묵하는 것을 보면 언급하기 꺼려지는 문제겠지.
“……엘메로트 님에게 들은 건가?”
디레스가 떨떠름하게 되묻는다.
“저도 이런 화제 꺼내는 건 조금 불편합니다만. 어쨌든 지금 당면한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까요.”
“……그, 그렇긴 그렇수다만.”
수인 질론 역시 난처한 듯 간신히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일단 확인 차 묻겠는데 그들은 아직 무사한 것이겠죠?”
“……이따금 정보를 확인은 해 보았으니 아마 틀림없다.”
염탐 정도는 해 두었다.
영주가 구금해 둔 이종족들을 처벌하였다는 소식은 없다.
그렇다는 것은 아직 가둬 두었다는 뜻.
하지만 이들이 농성을 하는 시점에서 영주가 언제든 그들을 처리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어떻게 보면 이들을 탑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쐐기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그렇게 살려 두려 하는 거지?
그리고 왜 이들을 탑에서는 죽이려 한 걸까?
꼭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게 목적인 것처럼.
알고 있는 원작의 정보는 이 유적탑에서 다수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이곳은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는 것뿐이다.
마치 이곳에서 뭔가 일어난 것처럼.
‘찔러 보면 그 해답을 알겠지.’
그리하여 굳이 이 화제를 꺼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아직 그들을 가두고 있다는 것이죠. 무사하기만 하다면 그걸로 되었습니다.”
“……설마.”
그제야 디레스가 내 진의를 이해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다른 이종족들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귀를 쫑긋 세웠다.
“붙잡혔다면 구하러 가야겠죠.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구출을 핑계로 공격하자.
그게 내가 제안하는 결론이다.
한번 제대로 찔러 볼 필요가 있거든.
* * *
비슷한 시각.
“이 쓸모도 없는 것들 같으니!”
영주 일라나트 백작은 분노를 터트리며 보고하러 온 기사를 향해 마침 쥐고 있던 펜대를 집어 던졌다.
파직!
그가 던진 펜이 기사가 입고 있던 갑옷에 부딪혀 반으로 쪼개졌다.
“……면, 면목이 없습니다!”
이미 사색이 되어 질려 있는 그 기사를 두고 일라나트 백작은 한참을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주먹에서 힘을 풀었다.
“……물러가라.”
“…….”
“물러가라고 했다.”
그제야 기사는 천천히 소리도 내지 않고 물러갔다.
더는 그 기사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관심도 없다는 듯 백작은 “휴우……” 긴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화를 다스렸다.
어차피 저놈은 일개 무능한 지방 기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왜 굳이 그런 자를 가신으로 두냐면, 그래야 존재감 없는 일개 지방 영주로서의 모양새가 갖춰지기 때문.
무엇보다 대외적으로 별것 없는 이들을 가신으로 두어야 외부의 관심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성가시게 되었다.
부릴 인재가 없다.
“……상정했던 것 이상으로 일이 귀찮아졌군.”
용병들 따위에게 의뢰를 넣은 게 잘못이었나.
일라나트 백작은 얼굴을 가린 채 푸념하였다.
그때까지는 순조롭게 풀렸다.
계획대로 이종족 난민들을 끌어들였고 그 유적탑으로 보냈다.
그리고 ‘조직’에서 세운 예정대로 그들을 그곳에 몰아넣었지.
남은 건 그들에게 지독한 현실을 가르쳐주고 예정에 따라 몰살하면 될 뿐이다.
그것만이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의식이 완성된다.
분명 그분은 그렇게 말했다.
‘거기서 하필 꼬일 줄이야.’
방해꾼이 있었다.
그 방해꾼 때문에 때를 놓쳤고, 결국 이종족들은 유적탑을 차지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적탑에 있을 마도서를 얻기 위해 끌어들인 그것들이 반대로 방해를 하게 된 셈이다.
이후 백작이 가진 사병만으로는 그들을 당해 내기 어려울 거라 생각하여 용병들까지 끌어들였으나 점점 일이 꼬이고 있다.
‘그 이종족들은 반드시 그 탑에서 죽어 줘야 하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