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19)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19화(19/344)
제 19화
23화 포션 사세요! (4)
그날 밤, 영업을 끝내고 완전히 불이 꺼진 에일런의 가게를 한 사내가 골목 구석에 몸을 가린 채 고개만 내밀어 눈치를 보듯 살피고 있었다.
손님은 아니다.
손님은 손님이지만 밤손님.
흔히 말하는 도둑으로 말해야 할 목적을 가진 자다.
“……분명 그 정령사 놈 가게가 꽤 번다고 했지?”
똑똑히 주점에서 그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문대로라면 벌어 둔 돈이 상당하리라.
매번 포션을 전부 팔아치운다지 않는가.
금화가 수두룩하겠지.
그 소문을 듣자마자 생겨난 건 질투심과 욕심.
‘그 정령사 놈 가게를 털면 되겠군!’
그 사내는 에일런의 가게를 털 계획을 꾸몄다.
정령사도 사람이니 밤에는 눈이라도 붙일 것이다.
인간이 잠을 자지 않을 리가 없다.
“그사이 놈의 금고를 털자.”
소문에 의하면 그 정령사는 닷새에 한 번꼴로 사람을 불러 환전을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는 건 상당한 소득이 있다는 뜻이렷다?
그는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때를 기다렸다.
더 이상 인기척이 들리지 않자 주변을 살피며 가게에 접근, 그대로 벽을 타고 올라가 창문으로 기어 들어갔다.
침실로 짐작되는 방은 미리 위치를 확인해 뒀으니 그곳만 피하면 된다.
그렇게 작업실로 보이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놈의 창고는?’
작은 발소리도 내지 않도록 주의하며 작업실을 빠져나와 복도를 돌아다녔다.
금고를 어디에 숨겼을까?
창고로 보이는 곳을 뒤졌지만 약초뿐이다.
‘……침실에 둔 건가.’
잠시 주저했다.
정령사와 싸울 엄두는 나지 않는다.
‘놈은 잠들었겠지? 그렇다면.’
잠들었다면 정령사라 해도 뻔한 인간.
까짓것, 목에다 이 단검을 찔러 넣기만 하면 그만이다.
힘들게 숨어들어 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가자니 상상만 해도 뱃속이 뒤틀릴 일이 아닌가.
그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들고는 에이런의 침실이 있는 방으로 향하려 했다.
그때.
복도 너머에서 뭔가가 희미하게 빛이 났다.
“……뭐?!”
그에겐 그것의 정체를 눈치챌 능력도, 그리고 짐작할 겨를도 없다.
그 순간 허공에서 쏘아진 전격이 그의 몸통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커흐억!”
온몸이 타 버리는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비틀거리는 순간 또 한 발의 섬광이 추가로 타격했다.
그대로 반쯤 의식을 잃고 뒤로 넘어간 그는 하필이면 뒤에 있던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그야말로 허무한 최후였다.
* * *
와당탕탕탕!
어디선가 귓가를 강렬하게 때리는 소음이 울렸다.
나는 바로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껴안고 강제로 눈을 떴다.
“뭐, 뭐야?!”
남은 잠기운마저 확실하게 달아났다.
침입자다!
“젠장! 스프라이트!”
오늘의 경비 담당을 불렀다.
그제야 스프라이트가 내 앞에서 모습을 반짝 드러냈다.
-야호!
“야호고 나발이고. 어떻게 된 거야? 보고부터 해야지! 그렇게 말했잖아!”
내가 스프라이트의 코를 쥐고 살짝 흔들자 요 녀석은 그제야 방방 고개를 흔들며 설명했다.
-사람 왔어!
역시 침입자군.
“그래서 어떻게 했어?”
-부탁대로!
“그래, 부탁대로 했구나. 잘했다.”
나는 도시에 와서도 연습은 결코 게을리하지 않았다.
특히 정령 소환 요령을 잡는 연습만큼은 나름 집요하게 해 댔지.
그 결과 이젠 영체 소환의 감각을 자면서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의외로 방법이 간단했지.’
정령을 소환하여 영체 소환으로 지정한 다음 그대로 잠들면 되는 거였다.
잠들면 마나 공급 폭이 불안정해서 이따금 정령의 일부가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했다.
잠결에 소모한 마나는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다.
님프의 치료수에는 약간이지만 마나를 보충해 주는 효능도 있다.
그래 봐야 극소수라 어지간해선 이걸 마나 회복 포션으로 쓰진 않지만.
그래도 잠드는 동안 소모한 만큼은 회복은 된다.
‘몸의 안전이 제일이지.’
내가 가장 무방비할 때, 즉 잘 때만큼은 주변을 경계할 존재가 있어야 하니까.
최근의 나는 늘 이렇게 정령을 소환해 두고 마나 소모를 최소한으로 해 둔 뒤 잠을 청했다.
스프라이트에게 지정해 둔 명령은 단 하나.
누군가 내 방에 접근하면 쏴라.
‘그걸로 무력화되면 다행. 아니라고 해도 소란 때문에 내가 깰 테고 그대로 튀면 되니까.’
만일을 위해 침대 옆에는 언제든지 도망쳐도 좋도록 짐을 싸 둔 가방을 두었다.
이 안에는 옷과 장비들, 그리고 최소한의 식량, 그리고 여유 자금이 들어 있다.
비상용 대피 세트인 셈이다.
소리가 계속 들렸다면 이걸 들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서 도망쳤을 것이다.
‘언제든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늘 마음 한구석에는 수틀리면 야반도주를 할 생각을 품고 살아야 한다.
그것이 선량한 시민의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그 들어온 손님은 어쨌어? 도망쳤어?”
-저기! 있어!
스프라이트가 획 몸을 돌려 복도 쪽을 가리킨다.
……아직 있다니 죽은 건가? 아니면 무력화만 된 건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검을 챙겨 뽑아 들고는 범인을 확인하고자 했다.
‘그 정도 전격에 당할 정도면 별 볼 일 없는 놈이겠지.’
잠든 동안 정령이 쓸 수 있는 능력의 위력은 상당히 약하다.
고것에 당했다면 놈의 수준도 알 만하다.
만일 살아 있고 놈과 전투가 벌어져도 어떻게든 되리라.
정 안 되면 도망치면 되고.
다행히 그럴 일은 없었다.
계단 아래에 그 침입자로 의심되는 놈의 시체가 있었다.
‘전격에 감전돼서 죽은 건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마무리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업자득이군.’
무슨 의도로 왔는지는 복도에 떨어져 있던 단검만 봐도 명백했다.
‘젠장, 하필 도둑이었나.’
배역도 확인했지만 엑스트라다.
도둑일 확률이 더욱 올라갔다.
아무래도 오늘 밤 잠은 다 잔 것 같군.
* * *
해가 뜨자마자 병사를 불러서 사정을 설명하고 수습을 부탁했다.
도둑이라고 해도 사람이 죽은 이상 간단히 끝낼 수도 없다.
다행히 놈이 침입한 흔적이 노골적으로 남아 있던 점.
내가 결백하다는 증거는 제대로 남아 있기에 떳떳하게 고개를 들어도 무방하다.
“……이런, 또 이놈인가.”
병사는 놈의 시체를 보자마자 바로 미간을 찡그렸다.
혀까지 차는 게 신경 쓰였다.
“아는 녀석입니까?”
“이전에도 몇 번이나 문제를 일으킨 자였지. 지난번에도 의심을 받았지만, 증거가 없어서 풀어 줬거늘…….”
거기에 평상시 평판이 썩 좋지 않았나 보다.
듣자니 몇 번이나 문제를 일으킨데다가 증거는 없지만, 도둑질했던 의심을 받던 사내라나.
그렇다면 내가 억울하게 몰릴 일은 없을 것 같다.
“주인장도 재난이구려. 이런 도둑까지 들다니.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뭣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겠군.”
병사가 자리를 수습하며 이런 말까지 하자 나는 살짝 목덜미가 시큰거리는 착각이 들었다.
‘확실히, 생각해 보니 이거 위험하네…….’
이런 별것 아닌 도둑까지 들 정도로 내 가게의 보안이 빨간불일 줄이야.
‘역시 주의하는 편이 좋았나.’
이런 도둑도 작정하면 침입이 순조로운데 진짜 고수들은 어떨까?
보안 대책을 최소한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을 새삼 실감했다.
* * *
보안이라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현대 지구의 문명처럼 편리한 수단이 있을 리 없고 기껏 해 봐야 조금 튼튼한 문고리를 다는 정도.
그것도 부수는 건 매우 간단하다.
고수라면 그냥 입김만 불어도 날아가겠지. 마치 동화처럼!
‘할 수 있는 건 유사시에 대응할 수단을 늘리는 것뿐인가.’
침입을 방지하는 게 아니라 침입 후의 대처를 궁리해야 할 것이다.
뭐가 있을까.
혼자 궁리하는 것보단 주변에 의견을 구해 보는 게 좋겠지.
나는 약초 거래 겸해서 찾은 상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로 했다.
약초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를 꾸리는 상인 알스 씨.
내가 평소 약초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덕에 그는 이런 상담에도 선뜻 응했다.
“알스 씨? 실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만.”
대충 사정을 설명하자 그는 재난이었다면서 동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내 고민을 이해하는 것이리라.
“알스 씨의 가게에선 불손한 친구들에 대해 어찌 대처합니까?”
“별건 아니네만 우리는 여차하면 저 녀석들을 앞에 세울 수밖에 없겠지.”
그가 힐끗거리는 곳에는 한창 노동을 하는 사내들이 보인다.
그들의 목과 팔목에는 어떤 신원을 증명하는 사슬이 채워져 있다.
“저 친구들은 노예군요.”
“그러고 보니 에일런 씨는 아직 노예를 사지 않았나? 일이 힘들면 생각해 보지 그러나?”
“……노예라.”
이곳에서 노예를 부리는 것은 상당히 흔한 일이다.
주인공도 노예에 관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비친 적이 없다.
그것이 당연하기 때문이겠지.
셀바스 왕국은 공식적으로 노예를 부리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
이곳에서 노예란 크게 두 가지 경우로 전락한 자를 일컫는다.
하나는 빚을 갚지 못해 노예가 되거나, 혹은 모종의 이유로 팔린 경우.
또 하나는 범죄 노예인 경우.
당연히 범죄자가 노예가 된 경우는 여기에서 볼일은 없다.
그런 자들은 광산이나 혹은 배에 태워져 험한 곳으로 나가니까.
“그러고 보니 전투에 능한 노예도 있었죠?”
“음, 우리 상회에선 그런 놈은 없지만 저쪽 라탈 상회 있지 않나? 거기에는 세 놈 정도 전투 전문 노예가 있다던데.”
“전투 노예라. 그 방법도 있군요.”
노예를 단순히 노동만을 위해 사는 것도 아니다.
전투를 비롯해 특정 분야에 특화된 노예도 있다.
당연히 그들은 몸값도 비싸고 구매에도 더욱 절차를 따지는 편이지만.
“에일런 씨는 노예를 살 생각인가?”
“……으음, 역시 아직은 내키지 않네요.”
그러나 나는 노예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은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상식 운운을 떠나서 약간의 거리껴지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노예를 무관심하게 대할 자신이 없어…….’
나는 셀바스 왕국 내의 노예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
전문 노예를 만들어 내는 과정의 진실을 말이지.
‘노예가 주인을 해치지 못할 법은 없어.’
내가 약해서 전투에 능한 노예를 구입하는 거겠지만 과연 나보다 강한 놈이 약한 주인을 따를까?
‘보통은 자기보다 약한 놈의 명령을 듣고 싶어 하는 놈도 없고.’
나 같아도 뒤에서 찌를 궁리만 하겠지.
그렇지만 정식 루트로 구입한 노예에 한해서는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배신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런 노예에겐 필히 ‘가공’을 하니까.’
그것은 노예가 결코 주인의 뒤를 노리지 않게끔 취하는 예방책이다.
마법을 이용한 세뇌.
그것을 통해 노예는 자신의 처지에 조금도 의문을 가지지 않게 되고.
심한 경우는 기억도 뭣도 죄다 날려 버리고 주인이 원하는 인물로 처음부터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정할 수도 있다.
그것을 노예 시장에선 암묵적으로 해내고 있다.
‘……그걸 알고 있으니 찝찝하단 말이지.’
특히 전투나 마법을 쓰는 노예는 가공을 거친 노예일 경우가 많다.
그걸 알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동정하고 말게 될 것이다.
그럼 다음 방법을 눈여겨봐야겠군.
“그러고 보니 용병들을 고용하는 상회도 있지 않습니까?”
“확실히 있긴 있네. 하긴, 그것도 나쁘지 않네. 뭐, 제대로 된 용병을 만난다면야 든든하긴 하겠지.”
결국은 뭐든 장단점이 있다는 거네.
자금 사정과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용병을 고용해서 가게 경비 및 일을 거들게 시키는 쪽이 건설적일 것 같았다.
‘노예는 한 번 구입하면 어지간하면 책임을 져야 하니까.’
나는 이 도시에서 평생 머무를 생각은 없다.
가게도 언제든지 처분도 가능하다.
적어도 여기서 반년 이상은 머무르는 일은 없겠지.
그런 상황에 노예는 조금 부담스럽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내가 내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용병 쪽이 낫겠네요.”
나는 진지하게 고려해 보고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