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화(2/344)
제 2화
3화 퇴근 후 엑스트라 (3)
방금 그 괴물 한 마리당 병사가 열 명이 넘게 붙어서 간신히 쓰러트리던 참이다.
그런데 그게 100마리나 더 온다고?
‘……그거 끝장이잖아.’
그때 갑자기 후방에서 함성 소리가 들렸다.
‘설마? 또?’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
그 함성은 틀림없는 인간의 것이다.
거기에 함성 사이에 말발굽 소리 같은 것이 섞여 있다.
증원인가?
“영주님께서 참전하셨다!”
“직접 기사들을 이끌고 오셨다아아아아!”
영주?
나는 의아해져서 그들이 함성을 지르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기사로 보이는 자들이 말에 탄 채로 트롤을 향해 돌격하고 있었다.
“……기사?”
그 기사들은 장검을 들어 올리더니 과감하게 트롤의 부대를 향해 돌진했다.
“하아아아앗!”
그들이 검을 휘두르자 은백색의 빛이 번뜩였다.
그 순간, 트롤의 목이 너무나도 가볍게 절단되어 떨어졌다.
일격에 죽인 것이다.
‘말도 안 돼…….’
트롤의 피부가 얼마나 단단한지는 조금 전에 실감했다.
우리들도 간신히 제압하여 그 틈에 심장을 찌르는 게 고작이었다.
베는 건 어림도 없었다.
더욱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고작 몬스터 따위에 겁먹을 것 없다!”
병사들의 사기를 고무시키기 위해서인지 노골적인 고함 소리가 울렸다.
기사들의 사이를 뚫고 말에 탄 채 질주하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무려 트롤 세 마리가 몰려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하는 게 아닌가.
“어림없다! 몬스터 놈들!”
멈추긴커녕 더욱 속도를 올리며 돌진하더니 창을 휘두른다.
“흡!”
순간 창날에서 시퍼런 불꽃같은 것이 휘날린 듯싶었다.
창날에서 몰아치는 바람이 우리들이 있는 곳까지 휘몰아쳤다.
믿기지 않았다.
어느샌가 토막이 난 트롤의 육편이 허공을 날더니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는 게 아닌가.
인간이 펼쳐 보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저게…… 말이 돼?’
내가 벙쪄 있는 사이 더욱 큰 함성이 울렸다.
나와 달리 병사들은 지금의 장면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며 열광한 것이다.
“영주님, 만세!”
“영주님께서 직접 몬스터 놈들을 쓰러트리고 계신다!”
“영주님과 기사님들을 따르라!”
사기가 오른 병사들이 기사들을 뒤따른다.
혼란스러워하는 몬스터들을 창으로 찌르고 때리며 몰아붙이기 시작한다.
나 역시 기세에 떠밀려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적극적으로 싸우진 못했다.
일단은 적어도 저들에게 깔려 짓밟히지 않도록 조심은 했지만.
“……어?”
그때 나는 눈을 의심했다.
그것을 보고는 한순간 “말도 안 돼” 하고 중얼거리고 말았다.
한창 최전선에서 말도 안 되는 활약을 보이던 영주.
그의 머리 위를 보니 이름이 보였다.
<벨레루터스 멜레나스트 – 조연>
문제는 그것이 묘하게 눈에 익은 게 꼭 어디서 본 듯하다는 것이다.
잠깐? 어디서 봤다고?
대체 어떻게? 내가 어디서 저 아저씨를 봤다고?
‘벨레루터스…… 벨레루터스…… 잠깐? 그 벨레루터스?’
그것은 내가 조금 전 완독했던 판타지 소설, 《귀환한 대영웅님》의 1권에 나오는 영주의 이름이다.
그 순간 그의 이름이 적힌 문단이 똑똑히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왜 소설 속 등장인물의 이름이 여기에서 나와?!’
이해할 수 없었다.
* * *
《귀환한 대영웅님》.
그것의 간략한 줄거리는 긴 시대를 건너뛰어 귀환한 주인공 셀베스터가 겪는 사건들을 풀어 나가는 이야기다.
귀환한 주인공이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고 자신의 명성을 키우며 대성하여 마지막에는 세상을 구한다.
뭐, 그런 전형적인 이야기다.
문제는 저 영주 아저씨의 이름이 그 주인공이 1권 초반쯤에 만나게 되는 조력자의 이름과 동일하다.
거기에 얼굴 역시 그 영주와 동일하다.
‘그 소설에 나온 인물 맞는 거 같은데?’
소설 《귀환한 대영웅님》의 특징 중 하나는 작가가 그림을 그릴 줄 안다는 점이다.
그 작가는 중간중간 자신이 그린 인물이나 아이템 혹은 오리지널 마법진 등의 설정을 서비스 차원에서 공개했다.
그 덕에 공개된 인물에 한해서는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다.
‘……왜 그 소설의 인물이? 그냥 닮은 사람인가?’
나는 병사들 앞에서 위용을 과시하는 영주의 모습을 보며 얼떨떨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름은 둘째 치고 생김새도 똑같다고?
더욱 신경 쓰이는 건 그의 이름 옆에 떠 있는 ‘조연’이라는 단어.
엑스트라도 그렇고…… 설마?
“그 소설에 나오는 인물에…… 그가 다스리는 영지도 멜레나스트령…… 완전히 그 소설에서 나오는 지명까지 싹 일치하는데?”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래, 어렵겠지.
하지만 확증을 내리기에도 아직은 근거가 부족하다.
‘아니, 그게 말이 돼?!’
소설 속 세계라니.
그러나 대놓고 부정하기에는 지금 이곳부터가 뭔가 이상하다.
‘뭣보다 여긴 내가 아는 지구 같지도 않고…….’
지구에는 몬스터 따윈 없다.
그런 건 영화나 소설에나 나오는 가공의 괴물일 뿐이다.
없다고 믿고 싶다.
영주와 기사들이 싸우던 모습도 냉정히 생각해 볼수록 말이 안 된다.
고작 인간이 검이나 창 따위로 괴물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힘을 과시한다?
불가능하다.
이미 물리 법칙을 엿 먹이고 있잖아.
‘생각해 보면 그 영주가 창을 휘두를 때 푸른빛이 보였어…….’
그런 종류의 힘이 있지.
마법이니, 오러니 하는 것들.
아마 그 영주도 오러를 어느 정도 쓰는 사내였을 것이다.
그럼 몬스터를 쓰러트리고도 남겠지.
인정하긴 싫지만.
내게 있어선 불가능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에게 있어선 가능한 것들.
그것이 이곳이 지구가 아니란 근거를 조금씩 뒷받침해 준다.
‘만약 진짜 여기가 그 소설 속 세계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진짜 모르겠어.
이렇게 머리 싸매고 고민해 본 건 고3 수능 때 이후로 처음이다.
아니, 그때도 5분 만에 끝내고 그냥 냅다 퍼질러 잤지만.
‘일단 당장 결론은 내리지 못하나.’
적어도 지금 내가 해야 할 건 단 하나.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이를 악물었다.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여긴 전쟁터다.
몬스터며 인간이며, 시체가 굴러다니는 광경은 보기만 해도 사람의 마음을 죄어 온다.
‘살아야 해.’
고민도 목숨이 붙어 있어야 하는 법.
나는 다른 문제는 다 머릿속 한구석에 몰아넣고는 그것 하나만을 우선하기로 마음먹었다.
생존!
일단 살아남는다!
* * *
토벌전에서 살아남자!
그것만 생각하고 나는 다른 병사들을 따라 죽어라 뛰어다녔다.
탈영도 고려는 했는데 리스크가 너무 크다.
잡히면 군기를 다스리기 위해 바로 사형.
잡히지 않아도 시민권을 박탈당하는 모양이다.
‘싸우는 시늉이라도 하자.’
용감한 싸움은…… 무리지만 그래도 창을 찌르는 시늉까지는 할 수 있게 되었다.
군 복무 시절 남들 틈에 섞여서 하는 척하는 요령에 통탈한 게 이리도 도움이 될 줄이야.
근데 전혀 기쁘지 않다.
어쨌든 그렇게 10일이 지나 지금에 이르렀다.
상황은 대강 이해했다.
진정될수록 지금의 내 몸, ‘에일런’에게 새겨진 기억이 점차 떠오른 덕분이다.
‘트롤의 대량 발생으로 인한 토벌전이라…….’
최근 대량으로 트롤을 비롯한 몬스터가 발생했고, 영주는 고민 끝에 신속한 토벌전을 벌이기로 결심했다.
몬스터 개체 수가 워낙 많아 사병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기에 영주는 16세 이상의 남성에게 징집령을 내렸고.
지금의 내 몸의 원래 주인 ‘에일런’은 재수 없게도 이번 토벌전에 징집된 모양이다.
마침 올해가 딱 그가 16세가 된 해였기 때문이다.
병역의 의무 축하해!
눈물이 났다.
‘불쌍한 자식, 하필 딱 걸려서 군대에 끌려가다니.’
그 고통만은 이해해 줄 수 있다.
다만 그 덕에 내가 졸지에 전쟁터 한가운데에 놓인 셈이라 씁쓸하지만.
‘아냐…… 차라리 다행이라고 치자.’
어디 극한 지대나 던전 최심부에서 눈 뜨는 것보다 낫지.
오히려 다른 소설들의 전개를 생각해 보자.
특히 환생이나 빙의하는 소설 같은 것들.
시작부터 던전 밑바닥 같은 데서 눈 뜨는 경우가 더 많다.
‘그것만은 싫어!’
조금만 까딱 잘못됐으면 맛대가리 없는 호밀 빵이 아닌 몬스터의 똥을 짜 먹으면서 생존 다큐멘터리를 찍어야 했을지도 몰랐으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위기를 피해 간 셈이다.
적어도 옆에는 사람이 있고, 말이 통한다.
전황도 영주가 기사들을 데리고 작정하고 타격을 입힌 덕에 나쁘지 않다.
최악의 상황까진 아니야.
그러나 나와 달리 다른 병사들의 안색이 썩 편치는 못했다.
또 무슨 근심, 걱정거리가 있단 말인가.
사람 불안하게시리.
나는 모닥불 근처로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마침 정보도 필요했다.
에일런의 기억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들었나? 조금 전 조장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무래도 토벌전이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더군.”
“확실히 몬스터의 수가 많긴 했지.”
“얼마나 더 있는지도 파악이 되지 않았다던데?”
“그렇다면 이대로 해를 넘기지 않을까가 먼저 걱정되는군…….”
생계를 걱정하는 모양이다.
확실히 징집된 이들 대부분은 각자 생계로 바쁜 몸이다.
토벌전이 길어지면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지.
내 기억에는 보상금도 있긴 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던 듯싶다.
이곳의 영주가 쩨쩨한 게 아니라 영지 사정이 넉넉지 못한 것이다.
“우리 마을도 큰일이네.”
켈먼 씨 역시 언제 왔는지 그들과 같이 푸념을 하고 있었다.
“당장 농사를 짓지 못하면 이후가 걱정인데…… 마을엔 지금 제대로 경험도 없는 놈들밖에 없지. 에일런 너도 밭이 걱정되지?”
“예?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나는 푸념을 듣다가 반사적으로 대꾸했다.
당연히 돌아오는 시선은 저놈이 무슨 미친 소릴 하냐는 눈빛.
너무하네.
“에일런? 갑자기 무슨 소리냐?”
“아뇨. 음…… 아마 제 예상이 맞는다면 토벌전은 곧 끝날 지도 모르거든요.”
당연히 내 주장을 믿지 않는 자가 태반이다.
“거기 애송이,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군. 너도 그 몬스터의 숫자를 봤잖냐. 그 정도 수라면 올해는 족히 넘겨야 토벌이 끝날 거다.”
내게 핀잔을 준 병사는 15년 전에 토벌전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나.
다른 병사들도 그의 주장을 지지하는 느낌이고.
“뭐어~ 의외로 잘 풀릴지도 모르는 법이죠.”
“고놈, 참 당돌한 소릴 하는군.”
그 아저씨는 껄껄 웃으며 이런 말까지 했다.
“좋다. 만약 네 말대로 된다면 내가 이 은화를 한 개 주지!”
뭐, 반쯤 농담 같은 거겠지.
나도 싱긋 미소 지으며 동의했다.
사실 근거는 있다.
‘몬스터 증식의 원인은 실은 주인공 때문이야.’
몬스터의 개체 수 증가의 원인은 주인공의 귀환 때문이다.
그가 귀환하는 시기에 맞춰 일대의 마나의 밀도가 올라서 생태계가 변화를 일으킨 거지.
원작 1권 초반에도 언급이 있었고.
영주가 주인공을 만난 뒤에 토벌전의 고생을 언급하며 푸념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생각해 보니 그 서술이 글자 하나하나까지 똑똑히 떠올랐다.
‘영주가 주인공을 만나는 그때는 이미 토벌전은 끝난 뒤니까.’
어디까지나 일어났었던 설정상의 사건으로만 서술되고 끝날 뿐이다.
그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렇다면 지금은 원작 1권 초반이라는 게 되겠지.’
내 추측이 맞다면 토벌전은 곧 끝나리라.
길어 봐야 한 달이다.
물론 이곳이 그 소설 속 세계가 맞다면, 이지만.
자, 과연 어느 쪽일까?
그리고 약 열흘이 더 지났다.
“몬스터 놈들이 후퇴를 하였다더군! 멜레나스트령 바깥으로 도주한 모양이네! 파멜트령으로 흘러갔다는군!”
“그렇다는 건 이제 몬스터 문제는 파멜트령의 녀석들이 떠맡는 건가?”
“그렇게 되는 모양일세.”
“영주님께서도 상황을 지켜보고 토벌전의 종료를 검토하신다지 뭔가!”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대로 되어 가고 있다.
“거봐요, 내 말이 맞죠?”
“……거참, 별일도 다 있군.”
나는 지난번 내게 핀잔을 준 아저씨에게 으스대며 손을 내밀었고, 그는 무안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약속대로 내게 은화를 한 개 넘겼다.
근데 내 기분은 뭔가 복잡해.
‘그렇다는 건 역시 여기는 소설 속 세계라는 거지?’
정말로 이곳이 소설 속 세계일 확률이 점차 올라가기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