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03)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03화(203/344)
제 203화
226화 탈출은 계획적으로 (2)
“……진심입니까?”
“여러분들을 쫓으려 반드시 행동하겠죠. 그러니 그 틈을 노려서 이번에야말로 없애 버릴 생각입니다.”
내가 왜 그 여자가 살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뒤쫓지 않았나.
그녀가 역습을 꾸미길 기다렸다.
다시 한 번 어떤 행동이든 보이면서 방심한 순간 그때야말로 퇴로를 끊어 버릴 것이다.
그렇기에 집착하고 덤벼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만약 때를 놓치면 그 뒤에는 다소 귀찮아질 테니까.
“확실하게 놈들이 여러분들께 관여하지 못하도록 미련도 끊어 버릴 셈입니다. 그러니 그걸 위해서도 도망쳐 주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나는 당당히 계속 말했다.
“확실히 약속드리죠. 반드시 도망치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믿고 따라 주셨으면 합니다.”
차분하게. 비굴하지 않게 담담하게.
그렇게 나는 그들에게 제안했다.
엘메로트는 그저 뒷짐을 진 채 말을 아꼈다.
결정하는 건 그가 아니다.
바로 이종족들 당사자지.
“……까짓것, 에일런 형씨가 말하는 대로 따르죠?”
의견을 낸 건 수인 질론이었다.
“엘메로트 님께도, 에일런 형씨께도 계속 도움만 받지 않았습니까? 까짓것, 마지막까지 따라야죠.”
“……하긴. 염치없는 말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겠군.”
“뭘, 저분들이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나.”
“마침 이곳도 지겨워진 참일세.”
수인들도 하나둘씩 동의하는 의견을 내기 시작했고, 반대하는 자들은 없다.
“그럼 동의한 걸로 알겠습니다.”
“예. 에일런 님의 말씀대로 바로 피난 준비를 서두르도록 하겠습니다. 단.”
동의한 줄 알았는데 디레스가 뭔가 다른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에일런 님께서 싸우실 때 저희들도 동행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피난을 유도하셔야죠. 싸우긴 뭘 싸웁니까?”
“그 인원을 제외하고서입니다. 저와 질론, 그리고 다른 몇 놈들을 포함하여 그들만이 에일런 님을 돕고자 합니다.”
“위험할지도 모르는데요?”
물을 것도 없다는 듯 나와 동행하는 것을 자원한 이들이 각오를 했는지 눈 하나 깜짝이지 않는다.
“……할 수 없죠.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뭐, 저도 일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저도 도시 주민들 전체를 상대로 어떻게 할지 조금은 고민되던 참이니까요.”
이걸로 결정되었다.
“그럼 지금부터. 바로 준비에 들어가도록 하죠.”
목표는 전원 무사히 이곳에서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
그리고.
이들을 이용해 잔인한 계획을 꾸미는 원흉을 반드시 단죄하는 것.
그 두 가지다.
괜찮다. 두 가지 전부 문제없이 달성할 수 있을 테니까.
“역습을 가하는 건 놈들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들입니다.”
뭐, 구체적으론 나고.
* * *
아실라가 마도서를 넘겨주면서 몇 가지 쓸 만한 것들을 내 머릿속에 남겨 놓고 떠났다.
샛길도 그렇고, 또 다른 것이 있었다.
“마도서를 얻게 되면서 유적탑 내에서 활동 중이던 모든 가디언들이 활동을 정지했습니다.”
잠시 위층에 다녀온 나는 그곳에서 끌고 온 몇 대의 가디언들을 퉁퉁 주먹으로 두드렸다.
본래는 이곳을 수만 년이나 지킨 든든한 문지기들.
그러나 지금은 참으로 얌전하게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본래대로 제대로 활동한다면 나 역시 상대하기 버거운 마법 병기들이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겁날 것도 없다.
“덕분에 안전하게 운반해 올 수 있었죠.”
수고 하나 들이지 않고 멀쩡히 온존해 둔 채로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총 몇 대가 있는지까지는 불명이나 대충 찾아낸 것이 열 대.
“이건…… 설마 에일런 자네? 이놈들을 쓸 셈인가?”
감탄하듯 그것의 동체를 살펴보던 엘메로트가 내 진의를 눈치채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바로 그거다.
이것들을 쓰면 됩니다.
“어차피 세뇌해도 적들은 태반이 평범한 용병이나 병사들에 불과합니다. 그럼 그들로도 당해 내지 못할 것들을 배치해 놓으면 충분한 저지력은 발휘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정지한 게 아닌가?”
“딱히 고장 난 건 아닙니다. 제가 마도서를 얻으면서 그것으로부터 공급되는 마력이 끊겼기에 활동을 멈춘 것입니다.”
그렇기에 수리는 비교적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엘메로트 어르신께서 이것을 우리들이 쓸 수 있게 개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쓸 수 있다면 든든한 아군이 되리라.
“음…… 일단 한번 보도록 하지.”
대충 대답한 엘메로트는 어느샌가 슬쩍 그것을 살펴보고 있다.
심지어 동체의 장갑까지 뚝! 멋대로 열어젖히더니 안을 살펴보는 게 아닌가.
그 안쪽에서 쉴 새 없이 감탄하는 소리가 울렸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이곳의 설계자는 터무니없는 지식과 식견을 가진 자인 모양이군.”
“그 정도입니까?”
“만약 그자가 살아 있었다면 몇 년을 걸쳐서 이야기해도 질리지 않을 걸세.”
기술자로서의 호기심이 자극을 받자 주체할 수 없는 듯싶었다.
“그 의견을 못 들려 드리는 게 안타깝군요.”
“뭐라 그랬나?”
“아뇨. 별거 아닙니다.”
“……여튼 자네 말대로 활동을 정지한 것뿐이니 충분히 쓸 수 있겠군.”
“거기에 창고도 몇 개 추가로 발견해서 재료도 충분하니 그걸 써서 이들이 쓸 장비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은 아까울지 몰라도 아끼면 구할 사람도 구할 수 없게 된다.
“확실히 나쁘지 않군. 하지만…….”
엘메로트는 내 제안을 반기는 듯싶으면서도 표정이 흐려졌다.
“아무래도 일손이 부족해.”
그가 뛰어난 기술자라 하더라도 몸뚱이는 하나고 손은 두 개밖에 없다.
“저놈들의 정비만 해도 시간이 부족해. 저것만 해도 반도 못 끝낼 거네.”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 고충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일손이라면 충분히 넘치지 않습니까?”
“……흠.”
나와 엘메로트의 시선이 이종족들을 향했다.
생각하는 게 일치했다는 것이다.
“저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란 것인고? 지금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건가?”
“까짓것, 못 할 게 뭐 있습니까? 다행히 저들의 자질은 나쁘지 않을 겁니다.”
체력이 좋고 무엇보다 지금 한창 절실하겠지.
복잡한 기술은 무리라 하더라도 부려 먹기에는 썩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할 수 있겠나?”
엘메로트가 묻는다.
“최선을 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까짓것, 뭔들 못 할까요.”
“이래 보여도 전 전에 살던 곳에서 대장간에서도 일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종족들 역시 흔쾌히 앞다투어 돕겠다고 나섰다.
“알겠네. 그럼 바로 시작하지. 단, 휴식은 꿈도 꾸지 말게나.”
엘메로트는 진지하게 그들을 향해 말했고 곧바로 작업을 개시했다.
* * *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지시한 것들을 실행에 옮기려면 모두가 최단 시간으로 바삐 움직여야 한다.
장비를 점검하고 저들에 맞설 ‘수단’ 역시 확보하여 점검해야 하니까.
거기에 나 역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우선은 얻은 마법을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어야 해…….’
나는 얻은 마법의 이론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어 인식해 보았다.
복잡하다.
만약 내가 이것을 평범하게 익히고자 했으면 평생을 들여도 1할이나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 점에선 그야말로 날로 먹듯 이 비술을 익힌 것이나 다름없지만.
머릿속에 강제로 쑤셔 넣는 것과 그것을 구사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시험 삼아 발동해 보았다.
“……아톰 메타모르포제(Atom metamorphose).”
손을 뻗자 손에 그녀가 구사했던 것과 똑같이 새하얀 빛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곧 수명이 다 된 전구처럼 끊어졌다.
“……끙, 써먹기가 어렵군.”
발동은 가능하나 유지가 어렵다.
무엇보다 내 머리로 복잡한 술식을 연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난이도가 너무 높다.
‘본래라면 얻고 나서도 몇 년을 수련해서야 간신히 그 일부라도 써먹는 종류의 힘이겠지.’
뭐, 그것도 반칙적으로 빠른 것일 터.
만약 이걸 가지고도 불평한다면 난 전 대륙에 있는 모든 마법사들에게 지팡이로 두들겨 맞아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필요한 건 지금이다.
‘반칙은 참 편리하니까.’
문제를 안다면 해결도 가능한 법.
<마력 연산 보조>
<마력 증폭 신경>
<본능적 마법 유지력>
<극한 단축 영창술>
<해당 능력들을 습득합니다.>
<소모 영향력 포인트 : 307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160pt>
고난이도의 마법을 발동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자질들을 얻자.
하나같이 일류 천재급 마법사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니 전부 얻어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정도나 되는 마법을 얻는 데 포인트 좀 소모하는 건 손해가 아니니까.’
거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이걸 구사하는 편이 내 전투력이 비약적으로 오를 것이다.
<에일런 – 조연 A>
<능력 습득 일람(별도 항목 개방)>
<체력 : 317>
<민첩 : 194>
<의지 : 107>
<마력 : 1,103>
<정령력 : 789>
<비고 : ‘지속 마력 회복’의 효과 발현 중>
<비고 2 : 정신 저항 완전 내성 효과 발현>
<비고 3 : ‘극한 단축 영창술’의 효과 적용 중>
“음! 잘됐네!”
능력들을 완전히 얻고 난 뒤 나는 다시 한 번 더 마법을 발동시켜 보았다.
이번에는 제법 오래 빛이 유지된다.
이 정도면 어지간해선 마법의 발동이 취소될 일은 없으리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제대로 쓸 수 있을까, 하는 점인데.”
시험 삼아 작은 불꽃을 피워 보였다.
그리고 그 불꽃에 마법을 걸어 구성 요소를 변화시켜 보자.
그녀는 차가운 불꽃을 만들어 보였었다.
‘열은 원자의 활발한 진동으로 전달되는 거였던가…… 그러니까 마나로 그 원자에 변질을 가해서…….’
열이 발생하는 원리를 떠올리며 그것을 토대로 조작을 가해 보자.
다행히 먼저 시범을 보인 이미지는 있으니 따라 하면 된다.
먼저 쓰는 예시를 보았길 망정이지 그것도 몰랐다면 사용하는 데 애를 먹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설마…… 그 예시를 보여 주려고 일부러 나를 시험한 건가?’
하여튼 의미도 없이 고생시키진 않는다는 거겠지.
그렇게 믿자.
마침내 불꽃의 온도가 차가워졌다.
분명 타오르고 있는데 그 온도는 서늘하기 그지없다.
모순된 현상.
그것을 보자 쓴웃음이 나온다.
성공했다.
“……마법이란 참 비상식적인 거군. 물리학자들이 보면 거품 물고 기절하겠어.”
보다 이것을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궁리하면서 나는 불꽃을 꺼트렸다.
마침 뒤에 다가온 기척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금술사 엘메로트.
“방해했나?”
“마침 혼자 있기 심심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부탁드린 작업은?”
“흥. 걱정하지 말게나, 제대로 해 뒀으니. 자네가 제안한 건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 걸세.”
“정말로 안심이 되는군요.”
“감사는 그놈들에게 하게나.”
그는 조수로 부려 먹은 이종족들에게 그 공로를 돌리는 말을 했다.
“이르게 끝난 것도 놈들이 제대로 일해 줬기 때문이네. 설마 정말로 휴식도 없이 뛰어다닐 줄이야. 덕분에 나까지 숨도 돌릴 틈도 없었지 뭔가.”
“그러니 더욱 감사드리는 것입니다만.”
“됐네. 어차피 할 수 있는 건 조금 손재주가 좋은 것뿐이니. 한참은 어린놈에게 빈말 들어 봐야 썩 즐겁진 않군.”
그런 말을 하는 그의 손에는 반쯤 내용물이 차 있는 병이 들려 있다.
술이군.
“한잔하겠나?”
“나중으로 미루겠습니다. 실은 일이 있을 땐 입에 안 대는 주의입니다.”
“성실한 척이나 하긴.”
억지로 권할 마음은 없는지 그대로 그는 멋대로 걸터앉은 채 자기 몫의 잔만 꺼내 따르기 시작한다.
아니, 지 혼자 마시라는 소린 아닌데…….
괜히 약 올리려고 올라온 건 아니리라.
할 말이 있는 거겠지.
그는 잔의 내용물을 끝까지 삼키고 나서야 다시 말을 꺼냈다.
“에일런 자네, 설마 저 친구들을 거둘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