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16)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16화(216/344)
제 216화
241화 건국제 (5)
“그래서 누가 걸겠습니까? 셀베스터가? 아니면 알닉스 씨가?”
“…….”
“…….”
그 뒤에는 눈치 게임이다.
슬쩍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알닉스는 둘째치고 셀베스터는 흥미가 없으니 내게 떠넘긴다는 느낌이다.
꼭! 만만한 게 나야!
“그럼! 그렇겠죠!”
하여간 이 두 멍청이들 같으니!
생각해 봐라.
이 솔로 삼총사 중에서 누가 그나마 말이라도 잘 붙여 볼 수 있을까?
셀베스터? 쟨 원작에서 워낙 인연이란 인연은 죄다 걷어차는 행보를 보인 끝에 댓글에 ‘주인공은 혹시 고자인가요?’ 하는 댓글이 달린 인물이다.
……물론 그 댓글을 단 건 나지만.
알닉스? 그는 거론할 가치도 없다.
제 근육이나 자랑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솔직히 지금도 산적에게 우아한 옷을 입힌 듯싶어 보기에 부담스럽다.
아아, 재야에 인재가 없구나.
“널 믿어 보마, 에일런.”
“하아……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죠.”
나는 적당히 반쯤 떠밀리듯 나섰다.
몇 마디 말이나 붙여 보고 안 되면 바로 빠져야지.
‘그런데 백탑의 마법사? ……에이, 설마.’
순간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그럴 리가 없다 생각했다.
분명 다른 사람일 거야.
그러나 척하면 척이라고 해야 할지.
그 상대가 날 보았다.
“……에? 에일런?”
왜 상대가 먼저 내 이름을 부르냔 말이다.
한편 나 역시 눈가를 와락 찌푸리며 인상을 구겨야 했다.
“크루세 씨?”
백탑의 기대되는 수재, 6서클의 천재 마법사 크루세 엘파먼트.
그리고 내게 마법의 기초를 강의해 준 인물.
원작의 주연급 인물인 그녀가 어째서인지 이곳에 있는 게 아닌가.
반짝이는 금발에 어울리는 색상의 연한 하늘색 드레스를 차려입고 세심하게 단장한 모습이 여지없이 이 연회의 참가객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잠깐, 어째서 이 사람이 여기 있어?’
다만 나와 다른 의미로 크루세도 비슷한 의문을 품고 있나 보다.
“에일런? 대체 왜 당신이 여기 있는 거죠? 그보다 그 꼴은 뭐고요?”
“꼴이라니 너무하네요!”
하기야 당황스러워하는 기분도 이해는 한다.
크루세는 나를 그저 재야에서 활동하던 일개 용병 정도로 생각했을 테니까.
“별거 아닙니다. 약간 이유가 있어서 아는 분을 따라왔을 뿐입니다만.”
“흐음? 보아하니 별일은 아닌 모양이네요.”
어쩐지 내 얼굴을 보더니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그건 그렇다 쳐도 저도 비슷한 걸 묻고 싶습니다만, 어째서 크루세 씨가 이런 곳에?”
“그거야말로 정말로 하찮은 이유예요…….”
길게 한숨을 내쉬는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자의로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고는 간략한 사정을 들려주었다.
흑마법사 추적을 한차례 마치고 난 뒤 보고 겸 얼굴이라도 비칠 겸 백탑에 돌아간 크루세는 때맞춰 기다렸다는 듯 마탑의 어른들의 명령으로 연회에 참석하라는 명을 받는다.
“아하.”
쉽게 납득했다.
마탑은 왕국 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힘을 가진 집단이다.
왕가 측에서도 그리고 귀족들에게서도 어지간하면 충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겠지.
그렇기에 주요 행사마다 우호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초대장을 보내겠지.
거기에 크루세가 백탑의 대표로 온 것도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그녀의 실력 또한 어지간한 원로에 뒤처지지 않고.
무엇보다 외견도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빼어나다고 하는 편이 낫겠지.
충분히 탑의 얼굴마담을 해낼 수 있겠지.
그런 계산도 있을 것이다.
‘그렇군. 이게 또 원작과 달라진 건가…….’
내가 놀란 이유는 원작에서는 이 연회에 크루세는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가 바뀐 거군.’
그러나 크루세 엘파먼트의 일정에 변화가 생기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리라.
“의외로군요. 그런데 크루세 씨는 이런 연회는 좋아하지 않는 것입니까?”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할 일이 많은데 이런 자리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조금 불편할 뿐이죠.”
다시 한 번 더 한숨.
이대로는 크루세의 불평불만 코스에 어울리게 생겼군.
그때 우리들의 대화를 끊은 것은 마침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영애들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용건일까 무의식적으로 그녀들을 본 내가 무심코 눈을 부릅뜰 뻔했다.
뭐야, 저거?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그 영애들 중 가장 입장이 높아 보이는 여성이 크루세를 향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소문은 들었어요. 백탑에서 오신 마법사님이라고 하시던데요.”
크루세가 떨떠름하게 수긍하는 척하자 그 여성은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포렐로스 제국의 헬텐 후작가의 삼녀. 할나테 헬텐이라고 해요.”
“……크루세 엘파먼트라고 합니다.”
크루세는 일단은 그녀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좋든, 싫든 일단은 탑의 입장을 대표해야 하니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겠지.
‘그런데 할나테 헬텐?’
나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한 그 여성을 두고는 이게 무슨 개소리냐는 심정을 할 수밖에 없다.
거짓말이다.
<레실리아 루팔레트 겔루나오스 – 엑스트라>
정작 이름은 엉뚱한 게 보이는군요, 아가씨?
거짓말하면 혼난다고 안 배우셨나요.
대체 제국 황실은 교육을 어떻게 하는 거람.
‘빌어먹을.’
머리가 아프네.
그 이름을 내가 모를 리가 없다.
원작에 언급이 된 이름이니까.
포렐로스 제국의 황녀가 아닌가.
‘……이해할 수 없는데, 왜 황녀가 여기에? 그것도 굳이 정체까지 숨기고?’
정체를 숨길 이유가 없다.
포렐로스 제국과 셀바스 왕국 사이에는 현재 공식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오고 싶다면 당당하게 황녀 신분으로 오면 될 터.
뭣보다 저 황녀는…….
‘말도 안 돼. 이 시점에서 저 황녀가 여기 있을 리가 없는데.’
내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자칭 할나테 헬텐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아차, 너무 지켜봤어.
“저어? 그분도 백탑에서 오신 손님이신가요?”
내 정체는 짐작 가는 게 없는 모양이다.
뭐라고 답해야 할까.
고민하자니 크루세가 먼저 대답했다.
“그는 마법사는 아닙니다. ……조금 아는 입장이기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뿐이죠.”
조심스레 나 대신 입장을 정리했다.
나로서는 딱 바라던 적당한 수수한 대답이다.
“에일런이라고 합니다. 로안트 후작의 소개로 온 일개 상인에 불과합니다.”
“상인…… 분이시군요.”
혹시 몰라서 일부러 내 본명과 그리고 상인이라는 적당한 핑계를 대 보았는데 별 반응은 없다.
나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다.
그렇다면 황녀가 자기 정체를 숨기고 이곳에 있는 이유는 나랑은 상관없다는 뜻.
그럼 괜히 불똥 튀기 전에 빠질까?
“그럼 아무래도 나누실 말씀이 꽤 길어질 듯싶으니 나중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크루세 씨.”
“……에일런? 설마 이대로 절 놔두려고요?”
크루세가 갑자기 배신이라도 당한 듯한 눈초리를 보낸다.
성가신 일에서 나를 핑계로 빠질 셈이었나? 어림도 없지!
“귀족분들 앞에서 잘 떠들 배짱은 제겐 없습니다.”
눈도장 찍히기 싫거든요.
뭔가 수상하기도 하고.
크루세가 불평하는 것을 슬쩍 흘려 넘기고 나는 셀베스터와 알닉스가 기다리고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아, 그러고 보니 크루세에게 말을 걸라고 부탁한 건 저 두 멍청이 때문이었지.
잊지 않으마.
“에이런? 결과는?”
“글렀습니다. 포기하시죠. 저 아가씬 가망이 없어요.”
무엇보다 황녀도 끼어 있고.
자칫 잘못 얽히면 괜한 음모에 휘말릴라.
“포기하죠. 늘 그렇듯 이렇게 사내놈들끼리 지내면 되는 겁니다. 남자 셋이서도 사이좋게 놀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하긴, 그렇겠지?”
“‘그렇겠지?’가 아니잖냐, 셀베스터…… 잠깐 기다려 봐. 정 뭣하면…….”
그래도 아직은 포기하긴 싫었는지 알닉스가 다음 상대를 물색하고자 궁리하려던 때였다.
“……읏?!”
한순간 내 눈가에 날카로운 빛이 반짝였다.
신호다.
누군지는 물을 것도 없었다.
“에일런?”
“아…… 별거 아냐. 잠시 볼일이 생각나서 그런데, 나머지는 둘이 알아서 어떻게든 해 봐.”
의아하게 여기는 셀베스터에게 적당히 말을 해 두고는 나는 핑계를 대고는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일할 시간이라는 거군.’
놀 때는 끝났다.
의논했던 대로 때가 되자 협력 상대가 나를 불러낸 것이다.
로안트 후작이다.
조금 전 영애들과의 밀회를 핑계로 빠져나갔던 그는 때를 봐서 나를 불러낸 것이다.
“보아하니 즐거웠던 모양인데. 괜히 불러냈나?”
“아뇨. 마침 딱 좋은 시기였습니다.”
어차피 지체할 때가 아니었으니까.
“슬슬 움직일 준비를 해야 합니다.”
“자네 말이 맞다면, 이겠지.”
로안트 후작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말하지만 에일런, 자네 말을 믿어 주는 건 자네가 말한 상황이 정말로 일어났을 경우네.”
“알고 있습니다.”
그 점은 걱정 없다.
그리고 내가 딱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연회장 안쪽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국왕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때가 되었구나.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원작대로라면 이쯤에서…….
본래라면 국왕이 입장하고 그를 칭송하는 환성이 울려야겠지만.
대신 들린 것은 비명과 파괴음.
“……대체 어떻게?”
로안트 후작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지 식은땀을 흘리는 가운데 나는 한숨만을 쉬었다.
“제 주장대로 일이 일어난 모양이네요.”
시작된 것이리라.
이미 안쪽의 상황은 알고 있다.
원작대로 습격 이벤트가 일어날 것이다.
“가죠. 일할 시간입니다.”
* * *
소란이 일어나기 몇 분 전.
“국왕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셀바스 왕국의 주인이자 이 연회의 주최자라고 할 수 있는 국왕이 입장한다는 말이 울리자 모든 이들이 자연스레 말수를 줄이고는 거리를 두어 상석을 비워 두었다.
이제 곧 국왕과 왕비가 나오며 이 밤을 축하하는 말을 하며 이 자리가 더욱 무르익겠지.
셀베스터 역시 국왕의 등장에는 조금은 관심이 깊은 듯 그곳을 주시했다.
국왕이 어떤 자인지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얼굴 정도는 보고 싶은 것이리라.
“……이게 어떻게?”
그러나 셀베스터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기이한 의문이었다.
남들보다 직감이 좋기에 반사적으로 위화감을 품을 수밖에 없다.
“있잖아, 알닉스.”
“……뭐야? 잡담은 나중에 해. 지금 떠들다간 불경죄로 목 날아가도 할 말이…….”
“여기 국왕은 강자야?”
“뭐? 뭔 헛소리야?”
“묘한 압력이 느껴지는데.”
“어엉?”
알닉스의 표정이 구겨졌다.
셀바스 왕국의 국왕은 올해 60에 접어든 노인이다.
강자고 뭐고 이전에 무슨 질문이란 말인가.
그러나 이 소년이 허튼소릴 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그러나 그 뜻을 그에게 물을 필요는 없었다.
“참으로 기가 차는군. 백성들에게는 싸구려 술과 고기만을 은혜랍시고 베풀고 정작 위에 군림하는 것들이라는 자들이 사치나 즐기다니, 그야말로 가축보다도 꼴불견이지 않나.”
홀 내에 무거운 저음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울렸다.
당연히 귀족들은 발끈했다.
“누, 누구냐!”
“언 놈이 불경한 소릴! 썩 나오지 못할까!”
귀족들은 분노를 터트리며 지금의 발언을 한 자를 찾았다.
“좋다. 네놈들이 바란다면야.”
그 목소리에는 가소롭다는 듯한 웃음기가 섞였다.
“짐을 직접 배알할 기회를 주마.”
곧 연회장의 벽에 빠직! 금이 가는가 싶더니 그 벽이 단번에 무너지며 거구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자를 보자마자 귀족들은 이곳의 수비를 담당하는 병사들과 기사를 찾으며 분노를 터트렸다.
“경비는 뭘 하고 있는 것이냐!”
“어서 저자를 내쫓지 않고!”
감히 왕성에…… 그것도 기념할 자리에 저런 사내가 침입하도록 놔두다니.
귀족들이 가장 먼저 병사들의 태만을 질타했지만 곧 그들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대체…… 뭘…….”
누구도 막지 않는다.
그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쯤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어리석군.”
그 거구의 사내는 경멸하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좋다. 네놈들의 어리석음은 익히 알고 있었으니. 짐이 이제 와서 그것을 질타하진 않으마.”
그 거만한 말투.
그것에 발끈하듯 무어라 외치려던 귀족이 있었으나.
“호오? 하고 싶은 발언이라도 있는 것인가? 들어 주마.”
“으아아아아아……”
그 거구의 사내와 눈을 마주치자 그대로 덜덜 떨더니 주저앉았다.
위압감에 압도된 것이다.
“우선은 순서대로 설명해 주지. 우선은 네놈들이 찾던 그 나약한 지배자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겠지.”
나약한 지배자?
그게 누굴 말하는지 그들이 연상하기도 전에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뒤늦게 눈치채고는 다들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