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21)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21화(221/344)
제 221화
246화 천공의 미궁 (1)
강제로 전이를 당하는 감각은 빈말로도 편하다고는 할 수 없다.
마치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고 들어 올려 마구잡이로 빙빙 돌리는 듯한 감각.
저항하지 않는 쪽이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힘껏 고개를 젓고는 그 흐름을 억지로 거슬렀다.
책임감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괜찮다 쳐도…… 이 사람만큼은 어떻게든 해야 해!’
내 공간 간섭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저항하며 간신히 누군가 한 명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얕은 비명 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무시했다.
그리고 더는 버티지 못하고 휩쓸렸다.
쿠웅!
“크윽?!”
거칠게 내던져지는 느낌으로 바닥을 구르며 눈을 뜨자 보였다.
널찍한 공동.
어딘가 거대한 구조물 속임은 틀림이 없다.
<축하드립니다.>
<특정 지역에 도달하였습니다.>
<주요 사건이 일어날 지역에 예정보다 이른 시기에 도달하였기에 영향력 포인트가 발생합니다.>
<획득 영향력 포인트 : 50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107pt>
별일이군.
특정한 장소에 도착하는 것만으로 포인트가 발생하는 건 처음인데.
그것도 양이 제법 많다.
역시 장소가 장소라서 그런가?
“……어쨌든 아티팩트는 제대로 발동한 건가.”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다시 한 번 보았다.
‘조금 이르지만, 예정대로 됐을 거야……. 다만…….’
이것만큼은 조금 난색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곤란해했다.
그럴 수밖에.
조금 전 그렇게 서로 차지하지 못해 안달이었던 아티팩트.
그 열쇠를 꼭 붙잡은 채 쓰러져 있는 여성.
포렐로스 제국의 황녀, 레실리아.
그녀를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 아가씨만큼은 전혀 예정대로의 상황이 아닌데.”
설마 거기서 끼어 들어올 줄은 몰랐다.
‘그야 황녀는 원작에서도 비중이 거의 없었으니까…… 그녀의 행적은 예측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다른 인물들의 행동은 어느 정도 읽어 낼 수 있지만, 비중이 낮은 자들만큼은 예측이 안 되기 마련이다.
그나마 내가 그녀의 이름을 알아본 것도 황족의 이름과 언급만 몇 줄 나오는 것을 떠올린 덕분이니까.
“……그러고 보니 예정에 없던 자라면 또 있던가.”
그자의 얼굴을 떠올리자 딱 맞춰서 허공에서 나타난 새하얀 뼈마디뿐인 손이 내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으윽! 성미 한번 급하시군요. 딱 댁 생각하니까 튀어나오네?”
[……잘도 저질러줬군, 어린 정령사여.]뼈마디로부터 냉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허공에서 공간을 강제로 찢고 등장한 리치 크멜스 알프렌스.
그는 눈구멍 안쪽에서 검은 불꽃 같은 기운을 일렁였다.
혹시 열 받았니?
“흑마법사로서 정점에 이르신 분께서도 아티팩트의 발동에는 거스를 수 없나 보군요?”
[얕보지 마라. 이미 이곳이 어디인지조차도 파악이 끝났지. 나가는 것은 일도 아니네.]허세로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현 상황을 파악한 게 아닐까 싶다.
자, 그렇다면 생각을 해 보자.
‘이제 저 리치를 어쩌지?’
지금 놈과 싸울 필요는 없다.
어떻게든 이 리치를 피할 방법은 있을 터.
‘우선은 조금 세게 나갈까.’
약하게 나가 봐야 얕보일 뿐.
거기에 목을 붙잡힌 채로 있는 것도 솔직히 달갑진 않아.
우선은 얕보지 못하도록 한 차례 증명해 주는 게 좋겠지.
“먼저…… 이거나 좀 놓고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뼈만 남은 팔에 손을 얻고는 힘껏 마나를 끌어 올렸다.
기본적으로 나는 상급 정령사의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내 마나에는 자연스레 정령과 친화하기 쉬운 성질이 깃들어 있기 마련.
거기에 이곳이 내가 생각하는 그 장소가 맞다면 지금의 나는 평소보다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에일런 – 조연 A>
<능력 습득 일람(별도 항목 개방)>
<체력 : 323(423)>
<민첩 : 199(299)>
<의지 : 109(159)>
<마력 : 1,117(1,217)>
<정령력 : 989(1,020)>
<비고 : ‘지속 마력 회복’의 효과 발현 중>
<비고 2 : 정신 저항 완전 내성 효과 발현>
<비고 3 : ‘마법 단축 영창술’의 효과 적용 중>
역시나, 능력치에 일시적으로 버프가 걸려 있다.
알고 있다.
내 능력 중 하나인 ‘미궁의 주민’이 발동되었기 때문.
‘왜냐면 이곳이 던전이니까.’
거기에 놈이 내포한 것은 누구보다 짙은 흑마력.
필연적으로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극이다.
[……오?]마나를 끌어 올려 발생시키는 압력만으로 놈의 뼈가 삐걱거리는 희미한 소리가 들린다.
[설마 힘만으로 이 크멜스 알프렌스를 떨쳐 내고자 하는 것인가! 맹랑한 짓을 하는구나!]오히려 기뻐하는 것같이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그럼 기꺼이 어울려 주겠네!]순수한 힘겨루기인 셈이다.
내 마나와 놈의 흑마력이 서로 밀어붙이는 대결.
한순간 주변의 풍경이 일그러져 버릴 정도의 힘이 맞물리는가 싶더니.
콰앙!
푸른색과 검은색, 두 가지 힘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이는 폭발이 일어나 나와 놈을 밀어낸다.
바닥을 구르며 잽싸게 몸을 일으키는 나와 크멜스가 공중에서 뚝 정지하듯 그대로 충격을 줄이며 착지하는 것은 거의 동시.
그러나 놈은 타격을 느끼지도 못한 것 같았다.
‘역시 보유한 힘은 현시점에서는 저쪽이 위구나…….’
그러나 원작에서도 손꼽히는 악역과 이 정도까지 겨룰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묘한 짓을 하는군. 무슨 생각이지?]“냉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자면 저도 얌전히 듣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저항하겠습니다. ……라는 뜻입니다만.”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군. 마음이 바뀌었다.]들어 줄 마음이 생겼는지 크멜스는 발산하던 흑마력을 서서히 거두고는 내가 발언을 하길 기다렸다.
힘이 있는 존재는 무시하지 못하기 마련이지.
“우선 질문부터. 어째서 이곳으로 향하는 열쇠를 원하신 겁니까?”
[하하핫. 어린 정령사여, 이 크멜스가 대답할 의무가 있나?]“그래야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마치 이 크멜스가 원하는 것을 알려 줄 수 있다는 말투로구나.]“조금 오만한 뜻으로 들린 모양입니다만. 제 말뜻은 서로 간에 대화를 하지 않는 이상 각자의 진의를 조금도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만.”
[별난 소릴 하는군. 네놈의 눈앞에 있는 자가 누구인 줄 알고 하는 소리인가?]그저 리치 한 명이죠.
“리치건 뭐건 서로 말할 수 있는 데 하지 않을 이유가 있습니까?”
나는 그 말을 하며 어깨만 으쓱였다.
[크하하하하하핫! 대화라! 그때도 그렇고, 여전히 맹랑하기 짝이 없는 소릴 하는군.]크멜스는 폭소를 터트렸다.
그러나 나를 비웃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한바탕 웃어 젖히고 난 뒤 크멜스는 다시 나를 응시했다.
[그래, 얼마든지 이야기를 하지.]어쩐지 조금 전보다 인간다움이 묻어나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니겠지.
[생명의 옥새.]“……예?”
[그것이 이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을 뿐.]“잠깐만요? 그걸 원한다고요?”
내가 놀란 것은 놈의 목적이 새삼스럽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왜 그걸 여기서 찾아?’
놈이 그걸 찾아 헤매는 건 알고 있다.
원작에서도 그렇게 찾아 헤매며 온갖 사고를 쳐 댔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아니다.
그가 목적으로 하는 것이 있을 리가 없다.
다만 워낙 황당한 상황인지라 그만 겉으로 그 심정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걸 놓칠 놈이 아니다.
[……설마 알고 있는 건가?!]어느샌가 내 어깨를 놈의 앙상한 뼈마디뿐인 손가락이 덜컥 붙잡고 있는 게 아닌가.
이 리치가 왜 이래?! 부담스럽게!
“잠시만요. 이렇게 들이대시면 쑥스럽습니다만.”
[내 눈을 속일 수 없네! 분명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로군!]“네. 알고는 있습니다! 일단 풍문으로 들은 정도지만요! 그러니 좀 놓으시죠!”
[오오오오! 정말인가!]정말로 조금 전의 그 리치와 동일 인물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동요하고 있다.
제 속내를 숨기지 못하고 있어.
‘……이해는 하는데.’
당연히 그렇겠지.
그건 놈이 수백 년을 찾아 헤매던 목적을 위한 핵심 아이템이니까.
‘……문제는 이걸 어떻게 하냐는 건데.’
잠시 궁리해 보았다.
문제는 없나? 없겠지?
그렇다면 써먹지 않을 이유는 없나.
“바라신다면 알려 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래. 말해야겠지. 말하지 않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머리 뚜껑을 열고서라도 알아내겠다는 집념이 느껴지네…….
문제는 그게 정말로 가능한 리치라는 게 오싹할 뿐.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설마 대화에 응하겠다고 해 놓고 협박으로만 알아내고자 하는 건 아니시겠죠?”
[……그렇군. 일리는 있군. 자네는 무엇을 바라는 거지?]기세만 봐서는 이대로 펠렌트로넬 목이라도 따와 달라고 하면 순순히 넘어가 주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러나 그런 바보 같은 부탁은 하지 않는다.
애초에 나는 이 리치를 신용하지 않는다.
동료로 삼아 봐야 배신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기서 꺼져 주세요, 라고 말한들 수지는 맞지 않는다.
언제든 배신을 당해도 지장이 없을 범위 내에서만 요구를 해야 할 뿐.
……뭔가 그럴듯하게 요구할 만한 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아, 그러고 보니.’
부탁해 볼 만한 게 있을지도 몰라.
나는 아공간에서 내 어깨까지 되는 길이의 거푸집을 꺼냈다.
그 안에 들은 것은 이전 저택을 손에 넣을 때 우연히 발견한 망가진 마법검.
[그건 뭐지?]“망가진 마법검인데…… 이걸 고치고 싶습니다.”
이 마법검에 관해서는 연금술사 엘메로트에게 부탁하여 마법 회로 수복 용액에 처리를 해 둔 상태다.
‘하지만 수리여부가 확실하지가 않아.’
이대로 복원이 완료될지도 의문이다.
엘메로트도 가능성은 썩 높지 않다는 투로 말했었고.
그렇지만 이 리치라면?
세계 최고의 흑마법사이기도 한 이 거물에게 맡긴다면?
[그것을 이 크멜스더러 고치라고? 고작 그런 것을 요구할 셈인가?]“물론 제 대답을 듣고 난 뒤에 정하셔도 상관없습니다만…….”
[좋네.]어이쿠, 단번에 승낙하셨네.
[자네의 말을 검증하지 않고 승낙해도 상관없나? 라고 생각하나?]끄덕. 끄덕.
[이미 자네는 한 차례 그 입을 놀려 거래를 청한 적이 있지.]“그것 때문입니까?”
[비록 이런 몸이 되었지만, 사물을 보는 눈은 쇠하지 않았고말고. 틀림없이 자네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지!]놈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모양.
[무엇보다 거짓이라면 그때 단죄해도 될 일이지.]“역시 그렇겠죠.”
결국엔 정신이 나갔긴 해도 리치는 리치라는 뜻이리라.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정보부터 가르쳐 드리죠.”
어차피 가르쳐 줘도 문제는 없다.
‘분명 내 짐작대로면 이후 얼마 뒤에 놈은 그걸 얻으니까…….’
원작에서도 아마 다른 경위로 그 아이템의 소재지를 알아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르쳐 주어도 상관없겠지.
“대륙 서쪽 끝에 최근에야 발견된 던전이 있을 겁니다. 그곳을 서둘러 공략하시면 원하시는 것을 손에 넣으실 수 있겠죠.”
[……그곳이란 말인가?]“믿지 못하겠다면 직접 보시면 될 일입니다만.”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과거 한 번 내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바도 있으니.
[그래, 가지. 가고말고. 크흐흐흐흐흐흐흑.]놈은 어깨까지 들썩이며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믿어 주지! 그래, 거래를 받아 주마.]크멜스는 그대로 내가 대가로 제안한 마법검의 수리를 받아들이겠다며 내게서 그것을 받았다.
먹튀는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정보가 사실인 게 증명만 된다면 수리해 주겠지.
[거래대로 우선은 물러나도록 하지. 더 이상 자네를 방해하지 않겠네. 거기에…….]크멜스가 고개를 돌려 어느 한곳을 응시했다.
[이 이상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는 건 자네에게도 곤란하겠지?]그 의미를 나도 곧 이해했다.
바로 대량의 화염 덩어리가 그를 정확하게 노린 듯 퍼부어진다.
마법 공격이다.
“흑마법사! 거기 있었군요!”
쏘아 낸 것은 지금 이쪽을 향해 저 멀리서 날아오고 있는 크루세 엘파먼트.
“당장 거기 서세요! 크멜스 알프렌스!”
[……소란스러워졌군.]크멜스는 제 몸을 검은 마기로 감싸 공격을 막아 내며 게이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언젠가 인연이 되면 또 보세. 어린 정령사…… 아니, 이 나조차 헤아릴 수 없는 이질적인 자여.]마지막으로 묘한 말을 남기고는 놈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