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27)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27화(227/344)
제 227화
253화 망집의 왕 (2)
“그래서 지적이고 우아하신 영물님께서는 나한테 무슨 볼일이실까?”
-뻔하지.
뱀의 영물은 가볍게 혀를 날름거리더니 나를 향해 고개를 들이밀려 했다.
그러나 휘감고 있는 사슬 때문에 그 이상 나아갈 수 없다.
-성가신 사슬이군…… 움직이는 게 허락되지 않으니 참으로 거슬리는군.
“흐음, 대충 보건대 풀어 달라고 말하고 싶은 거지?”
-바로 그거다!
뱀의 영물은 순간 사슬이 조여지는 고통도 잊은 듯 힘껏 몸을 떨었다.
-인간이 이곳을 발견할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아마 네놈은 짐작도 못 하겠지!
뭐, 올 거 같지도 않은 전역 날짜를 기다리는 심정하고 비슷한 건가.
이곳에 봉인된 영물은 보아하니 자발적으로 나갈 수 없다.
적어도 그들을 길들일 누군가가 오기 전까지.
-더 이상 인간은커녕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정도로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솔직히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흐음…….”
-과거 인간들에게 속아 이곳에 봉인된 것을 얼마나 원통하게 여겼는지 모른다.
아마 그가 말하는 인간이라는 건 설정상 전 시대…… 2만 년 전의 인간을 말하는 게 아닐까.
이 던전이 지어진 목적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긴 세월 동안 방치된 것이겠지.
나가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한다.
“그렇다면 좀 더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군.”
나는 싱긋 웃음을 짓고는 그 자리에 털썩 앉았다.
이 문을 열길 잘했다.
“아 참, 그런데 혹시 꺼내 달라는 의미가 그 닭대가리처럼 싸우자는 뜻은 아니지?”
-걱정 마라. 그 멍청한 것과는 다르니. 무엇보다 여기서 네 녀석을 해치면 다음 인간이 찾아올 지, 그런다 해도 얼마나 걸릴 지 기약할 수 없지.
“현명하시군.”
-물론 이 몸을 해방시켜 주지 않으면 네놈도 나갈 수는 없겠지만.
“……뭐, 서로 입장은 동등하다고 생각합시다, 이 망할 파충류 자식.”
어차피 성과도 없이 나갈 마음은 없다.
단지 입장을 확실하게 다져야 할 뿐.
적어도 내게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는 확언이라도 받아야 한다.
“우선 당연한 말이지만 그냥 해방해 달라는 건 안 통해.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별말이 없다는 것은 수긍한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이제부터 협상을 할 시간이다.
-바라는 게 있는가?
“어려운 부탁은 하지 않아. 충분히 타협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서로 손잡는 게 중요하잖아?”
-간결하게 말해라. 무엇을 원하지?
“툭 까놓고 말하지. 나와 계약을 맺어 주시지?”
-흠…… 평범하군.
대체 이놈은 내가 무슨 말을 할 거라 생각한 걸까.
“단, 계약이 유효한 동안은 댁은 언제든 내게 힘을 빌려줘야 해.”
-흐음? ……일반적인 계약을 원하는 게 아닌가?
약간 다르다.
“말하자면 어디까지나 내게 무상으로 힘을 빌려줘야 한다는 거지.”
일반적으로 영물과 계약하며 그 힘을 빌리는 것은 정령이나 마족을 소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마나를 소모하여 그만큼의 대가를 받아 낸다.
아마 셀베스터도 영물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게 될 것이다.
그게 일반적인 계약.
하지만 나는 그런 평범한 계약을 맺으려는 게 아니다.
“따지자면 계약보다는 약속이지.”
깰 수 없는 약속을 하려는 것이지.
“뭣하면 자유를 찾기 위한 대가라고 생각하면 되고. 그쪽은 자유를 찾지만 그걸 위해 100년 정도는 노동한다 생각하면 되는 거고.”
대충 추정 2만 년을 여기서 묶여 있었는데 까짓것, 인간의 일생 하나 동안 무료 봉사를 못 하리?
이런 뻔뻔한 주장에 뱀도 어이가 없는지 나를 한동안 빤히 노려보았다.
-네놈…… 평소에 치졸하다는 말, 듣지 않더냐?
“아~ 싫으면 말고요.”
협상 결렬.
나는 일부러 읏챠! 일어나려는 시늉을 했다.
늘 그렇지만 아쉬운 건 내가 아니다.
-기다려라. 아직 답을 내린 게 아니다!
당연히 조급한 건 저놈이다.
뱀의 영물이 깊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확실히 100년쯤이야…… 별것 아니겠지.
거래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고려할 범위 내겠지.
……사실 셀베스터처럼 정석적인 계약도 나쁘진 않지만, 가능한 날로 먹는 게 좋아.
가능하면 대가 없이 저 영물의 힘을 이용하고 싶다.
이미 나는 정령을 다수 거느리고 혈계 능력, 거기에 일부 마법까지 사용하고 있다.
그에 더해 영물까지 사역하여 쓴다?
‘용량 오버지.’
마나가 아무리 넘쳐 나도 부족하겠지.
자원을 소모하지 않으며 강력한 존재를 부리려면 여기서 확실하게 해 두어야 한다.
‘뭐, 놈이 정말로 내켜 하지 않으면 평범한 계약으로 방안을 바꿔야겠지만.’
그럴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알겠다. 네 제안을 들어주지.
결국, 뱀은 항복이라도 한 듯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정했다.
-약속하마. 네 일생 동안 불러내는 한 언제든 조력을 해 주지.
“뭐, 인간의 일생은 짧을 테니 그저 한때의 빚을 갚기 위해 일한다고만 생각해.”
약 100년짜리 대출금이라 생각해라. ……비싸네?
-……좋다. 그렇다면 계약을.
내용이 보통은 있을 수 없는 변칙적인 구성이 되었지만 계약은 성립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되지?”
-이 몸을 묶고 있는 사슬에 손을 대고 마나를 흘려 넣거라.
“간단하군.”
내가 그 뱀을 묶고 있는 사슬로 다가가 조심스레 손을 대며 마나를 흘려보내자 그 사슬이 가루가 되어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오! 풀리고 있다. 풀리고 있어! 그래! 이 감각을 얼마나 기다렸는가!
놈이 감격스러운 듯 중얼거린다.
그래, 기뻐하는 건 좋은데 말이야.
‘설마 여기서 뒤통수치진 않겠지.’
그런 것도 흔하지 않나.
‘잘 풀어 줬구나, 인간이여!’ 하고 외치면서 바로 전투로 들어가는 흐름 말이야.
다행히 내 하찮은 의심으로만 끝날 모양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향해 뱀은 어째서인지 어이가 없다는 듯 노려볼 뿐이다.
-걱정 마라. 약속은 깨지 않는다. 그것을 어긴다면 이 몸의 명예가 흔들린다.
놈은 시원스러울 정도로 당당하게 말하더니 마치 악수라도 청하듯 꼬리의 끝을 내밀었다.
나는 마찬가지로 웃으며 양손으로 그 꼬리를 잡아 가볍게 흔들었다.
“잘 부탁해.”
그리고 놈이 봉쇄했던 문도 해방이 되어 다시 열렸다.
“에일런!”
“살아 있어요?!”
바로 기다렸다는 듯 크루세가 난입하고 문 바깥에서 황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이밀었다.
다행히 버리고 가진 않았구나.
만약에 열렸는데 둘 다 없었다면 솔직히 상처받을 뻔했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헉?!”
크루세는 들어오자마자 그곳에 있는 거대한 뱀의 영물을 보고는 떡하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물?!”
바로 정체를 알아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이 안에 있는 게 영물이었나요?!”
크루세는 경계심을 높이듯 지팡이를 굳게 쥐고는 대응하려 했다.
내가 급히 끼어들어 말렸다.
“워, 워.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다 끝난 일이니까요.”
나는 대략적인 사정을 말했다.
닫혔던 문이 열린 이유는 저 뱀과의 계약을 이뤄 냈기 때문.
그 증거로 지금 저 뱀은 우리를 내려다보기만을 할 뿐 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자의 말이 맞다, 마나를 다루는 인간이여.
거기에 직접 보증까지 한다.
“말까지 하는 건가요!”
말까지 할 수 있을 법한 개체는 처음 보는지 그것만으로 크루세는 어지럽다는 듯 잠시 비틀거렸다.
상식이 흔들리나 보다.
“아마 이걸 마탑의 원로들이 보시면 뒤집어지겠죠.”
“가능한 이건 비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알려지면 제가 귀찮아지거든요.”
“……알겠어요. 그래서? 계약을 했다는 건 앞으로 저 뱀의 힘을 빌릴 수 있다는 거겠죠?”
“뭐, 그렇습니다만.”
“그런데 그렇다면 지금 저쪽은…….”
크루세가 마찬가지로 현재 멍하니 놀라고 있는 황녀 쪽을 눈짓하며 물었다.
“……저걸 보여 줘도 괜찮은 건가요?”
“상관없습니다. 아마 황녀 본인은 영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모양이니까요. 거기에…….”
“헤에…… 이게 영물이군요.”
황녀는 어디까지나 보기 드문 희귀 생물을 보는 것처럼 호기심만을 빛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이미 제국에는 영물과 계약한 자가 두 명이나 있으니 그렇게까지 신경 쓰진 않을 겁니다.”
아마 저 황녀는 이게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닌 건지 잘 모르겠지.
-구경거리가 되는 것도 썩 유쾌하진 않군. 에일런? 볼일이 없다면 이 몸은 이곳에서 나가겠다.
던전에 갇혀 있는 것도 지긋지긋한지 당장이라도 빠져나가고 싶은 눈치다.
저렇게 덩치 큰 녀석을 내내 뒤에 달고 다닐 이유는 없다.
그렇게 돌아가도 좋다고 말할 뻔했지만.
마침 좋은 게 생각났다.
“한 가지만 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지?”
마침 시켜 보고 싶은 게 떠올랐거든.
* * *
콰앙!
단단한 지반을 뚫어 버리는 듯한 굉음이 울리며 주변이 마구잡이로 흔들린다.
“솔직히 승차감은 별로군요. 이상한 냄새도 나고…….”
-쓸데없는 불평은 말도록.
마치 동굴 속이 울리듯 녀석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낮게 울린다.
어쩔 수 없지.
지금 우리는 녀석의 입 안에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뱀의 입 안에 올라탄 채 녀석의 혀를 난간처럼 붙잡고 버티고 있다.
-계속 불평한다면 단번에 삼켜 줄 수도 있다만?
“히익?! 에일런! 이상한 소리 말아 주세요!”
진담으로 받아들인 걸까, 레실리아가 움찔거리며 놀라지만 어차피 농담이라는 걸 알기에 나는 그저 웃어넘길 뿐.
한편 크루세는 이젠 감상을 달기도 지친 건지 씁쓸한 표정만 지은 채로 버티고 있었다.
“설마 영물의 입 안에 탄 채로 던전을 돌파하겠다는 생각을 할 줄이야…….”
“제가 생각했지만 기막힌 아이디어지 않습니까?”
나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묘안이라고 생각하며 자랑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꽤 남아 있는 것도 사실.
순순히 걸어 올라가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거기서 발상을 바꿨다.
굳이 내 발로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꼼수를 쓰면 되지 않겠나 싶었다.
그리고 이 뱀은 내 기대를 더할 나위 없이 부응해 주었지.
과연 영물.
견고한 던전의 각층을 가로막는 암반을 뚫어 버리며 마치 바다뱀이 헤엄을 치듯 돌파하고 있다.
멋지군.
-그러고 보니 조금 전 또 한 마리의 영물이 풀려난 모양이더군.
“아마 그거…… 내가 아는 사람일 거야.”
원작대로 셀베스터가 성공적으로 번개의 영물을 손에 넣은 것이리라.
나와 다르게 순수하게 힘으로 굴복시켜서 계약을 맺은 거겠지.
-인간 따위에게 굴복하다니 영물의 수치로군.
……인간과 협상한 녀석이 할 소리인가.
나는 그 말은 꾹 참았다.
괜한 헛소리를 했다가는 진짜로 삼켜 버릴라.
굉음과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탑승감을 버티며 체감상 서너 시간을 그대로 버텼을까.
-도착했다.
녀석이 담담하게 말하면서 입을 쩌억 벌렸다.
곧바로 서둘러 내린 우리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 최상층 맞아?”
-유감스럽게도 문제가 있다…….
최상층은 이 던전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마법 장치들이 포함되어 있기에 무턱대고 뚫어 버리다간 던전째로 추락해 버릴 위험이 있다나.
그렇기에 안전을 고려하여 최상층에서 약 두 층 정도 아래에서 멈춘 듯싶었다.
-도박을 감행하겠다면 옮겨 줄 수는 있다만. 이 몸이 조심한다면 비집고 들어가는 건 가능하겠지.
“됐어. 이 정도면 충분해.”
실수로라도 던전을 떨어트릴 수는 없지.
이 아래에는 셀바스 왕국의 왕도가 있다.
떨어지면 대참사가 벌어지고 만다.
-대신 이것을 주도록 하마.
뱀의 영물이 꼬리를 사뿐히 흔들자 반짝이는 물체가 각각 셋의 머리 위에 하나씩 떨어졌다.
남의 머리에 뭘 떨어트리는 거냐.
-이 몸의 비늘이다. 지니고 있으면 적어도 달이 서른 번 떠오르는 날 동안은 잡것 따위는 접근하지 못하겠지.
몬스터에 습격당하지 말라고 주는 부적 같은 것인가 보다.
좋다. 효력이 다하면 나중에 팔아 치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