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38)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38화(238/344)
제 238화
265화 결말 (5)
‘……문제는 이대로는 왕국 사회는 궤멸이야.’
저 던전은 틀림없이 왕도를 흔적도 남기지 않고 뭉갤 것이다.
수도 하나를 통째로 잃게 되면 그것이 회복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삶의 터전을 잃게 되어 생기는 혼란부터, 타국의 간섭까지.
어쩌면 셀바스 왕국은 끝장이 날지도 모른다.
에필레오트 그놈은 근본적으로 모든 일을 엎어 버릴 심산이다.
‘방법이…… 큭. ……방법 찾을 여유도 없나.’
궁리를 할 여유도 없다.
던전이 낙하하면서 그 충격으로 일부 붕괴한 건지 바위 덩어리들이 낙하하고 있다.
그 파편은 던전을 띄우는 마법의 영향도 받지 않는지 급격히 가속하고 있다.
“크루세 씨! 저거 전부 쏴 맞히세요!”
“알고 있어요!”
나와 크루세가 동시에 그 돌덩어리를 향해 공격을 퍼붓는다.
소환한 정령들이 떨어지는 바위를 쫓아 격추하고 크루세의 마법이 하늘을 휩쓴다.
하지만 처리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파편 정도.
‘한번 던전 본체에 공격이라도 가해 봐? 아냐…… 오히려 잘못하면 파편만 대량으로 쏟아져…….’
영물 발란트를 소환하더라도 마찬가지겠지.
부수려면 확실하게 파편까지 해치워야 하지만 그게 어렵다.
“……내가 더 강했더라면.”
셀베스터 역시 분한 듯 주먹을 꾹 쥔 채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힘의 부족은 어쩔 수 없다.
그가 엔딩 직전의 완전한 경지에 이르지 않는 한은 단독으로 저 돌덩어리를 막아 낼 리가 없다.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다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렇다면 피난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해야겠군요.”
“어쩔 셈이죠, 에일런?”
“크루세 씨, 저를 데리고 하늘로 이동해 주세요.”
“…….”
크루세가 입을 다물고 꼼짝도 하지 않는 건 내가 생각하는 게 정말로 변변찮은 거라는 것을 예감했기 때문이겠지.
“중력 제어 능력으로 속도라도 늦춰 보겠습니다.”
“……가능해?”
셀베스터가 기대감을 담아 묻지만 안타깝게도 이번만큼은 믿음직한 대답을 들려줄 수 없다.
‘가능할 리가 없지…….’
추정 수백만 톤의 질량 덩어리다.
아직 던전을 유지하는 마법이 남아 있어서 천천히 내려오는 정도라지만 지금도 무게와 운동 에너지는 어마어마하다.
저건 이미 인간이 막을 수 있는 영역을 넘었다.
“그래도…… 1분 정도는 더 늦출 수 있겠죠.”
그 1분을 아쉬워할 바에야 할 수 있는 데까지 힘을 써 두자.
나는 그렇게 결심했다.
“괜찮겠나요?”
“나중에 그 1분이라도 벌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하긴 싫거든요.”
이미 이건 원작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위험할 거예요.”
“뭐, 무모하게 맞설 생각은 없습니다. 한계다 싶으면 빠질 겁니다. 그걸 위해 크루세 씨더러 절 기다려 달라는 거기도 하고요.”
“알겠어요…… 단, 안되겠다 싶으면 강제로라도 끌고 돌아갈 테니 그렇게 아세요.”
“그때는 두들겨 패서라도 끌고 가주시길.”
“싫어도 그렇게 할 생각이니 염려마시길.”
크루세는 농담이라도 하듯 똑같은 투로 말하고는 그대로 나와 자신에게 동시에 비행 마법을 걸고 날아올랐다.
아쉽게도 셀베스터는 지상에 두고 갈 수밖에 없다.
그는 할 말이 많은 듯하지만 결국 분한 듯 이를 악물며 우리를 배웅하듯 지켜본다.
녀석에게 설명해 주는 건 나중의 일.
나는 저 돌덩어리에 집중하고자 했다.
일단은 내 능력의 사정권에 들어가는 거리까지 좁혀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너무 파고 들어가면 충돌할 테고 지나치게 떨어지면 힘이 약해진다.
‘와…… 장난이 아닌데…….’
가까이서 보자 던전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원작에서는 용케 이런 게 떨어지지 않고 끝났었네…….’
그게 얼마나 아슬아슬한 전개였는지 이제야 깨달아 봐야 뒷북치는 소리겠지.
‘우선은 할 수 있는 만큼은 힘을 쓴다.’
각오를 다진 나는 조용히 고갯짓을 했다.
크루세가 내 등에 천천히 손을 올리고는 단단히 일대를 고정하듯 비행 마법을 몇 중으로 확고히 건다.
몸을 띄우기 위한 마법뿐이 아니라 일대의 풍압까지 조절하여 확실하게 나를 지지하기 위한 방법을 쓰는 것이다.
“시작해요! 에일런!”
“그럼! 아끼지 않고 퍼붓도록 하죠!”
바로 모든 마나를 중력 제어의 컨트롤과 발동에만 전부 돌린다.
두웅!
보랏빛의 역장이 진하게 전개되며 그대로 던전의 아랫부분을 감싸듯 퍼져 나간다.
“윽?!”
“에일런!”
“괜찮습니다. 예상보다 버거워서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허세다.
능력을 발휘하는 순간 폐와 심장이 짓눌리는 게 아닐까 싶은 압박감이 들었다.
실제 무게가 느껴지는 것도 아닐 텐데…….
‘이건 이미 일개 인간 하나가 어떻게 할 영역이 아니야…….’
그렇지만 이제 와서 우는소릴 할 수는 없다.
그 망할 최종 보스의 뜻대로 놀아나게 할 수도 없다.
나는 이를 질끈 물어뜯을 기세로 악물고는 온 힘을 다해 모든 마나를 쥐어 짜낸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그러나 내 능력을 전부 쏟아부어도 낙하가 늦어지는 것인지 기별도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나는 힘을 쥐어 짜내었다.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
결과가 미리 보인다고 손을 떼는 것이 아닌 실패하더라도 무언가 하고 실패하리.
죽을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내가 살아 있는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만큼은 해 줘야겠지.
‘……한계야.’
마나의 허용량은 둘째 치고 내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전투를 거듭하여 피로도 적지 않게 쌓여 있고.
무엇보다 방법이 없다.
이미 도시 바깥쪽에서는 수많은 인파가 개미 떼처럼 몰려나오는 광경이 보인다.
‘아슬아슬한가…… 슬슬 빠져야 해.’
이젠 방법이 없다 싶었을 때였다.
[……자네도 어지간하군.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두고 부딪히는 것인가.]어딘지 모르게 씁쓸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누가?”
“적어도 저는 아닙니다만.”
크루세가 당황한 듯 두리번거리고, 나는 그 목소리의 정체를 눈치채고 의아하다는 듯 아래로 시선을 떨구었다.
“설마 계속 지켜보고 있었습니까? 이 저질 리치 같으니.”
[자네의 행동에 조금 흥미가 생겨서 말이지. 약간 관찰을 했지.]아마 검을 돌려주고 나서도 지켜보았으리라.
[거기에 자네가 준 정보의 가치는 검 한 자루로는 부족하다고 여겼지. ……이 크멜스에게 감사하도록 하게, 어린 정령사여.]그 순간 왕성 부근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보였다.
성이 흔들리며 대량의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설마.”
느껴지는 것은 대량의 흑마력.
그리고 곧 그 의미를 이해한 내가 크루세에게 외쳤다.
“빨리 뒤로! 휘말립니다!”
“알고 있어요!”
크루세도 이해했는지 나를 데리고 전속력으로 뒤로 빠졌다.
그리고 그 순간.
빠직.
왕성 꼭대기를 부수고 급격히 치솟아 오르기 시작하는 물체가 있었다.
마치 새하얀 새싹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의 정체를 본 우리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스켈레톤?!”
대량의 스켈레톤이 서로의 몸체를 단단히 엮은 채로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멀리서 보면 마치 새하얀 나무가 빠른 속도로 자라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미친. 저게 뭐야?”
“아마…… 흑마력으로 복제한 스켈레톤인 것 같네요…….”
그리고 그 스켈레톤을 엮어 짜낸 기둥이 그대로 솟아오르며 떨어지는 던전과 격돌했다.
쿠웅!
묵직한 소음이 울리고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무려 받아 낸 것이다.
“……세상에.”
“……터무니없군요.”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저런 방식으로 막아 낸 것도 놀랍지만 그걸 가능하게 해 주는 힘이라니…….
“하지만 응급조치에 지나지 않아요…….”
이미 스켈레톤의 기둥은 계속해서 부러지고 있다.
부러질 때마다 새로 증식해서 받아 내고, 또다시 부러지면 계속해서 받아 낸다.
‘크멜스라고 해도 언제까지 힘을 쓸 수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어린 정령사여. 이걸로 자네가 준 정보에 대한 값어치는 했다 생각하네. ……그러니 나머지는 자네들이 알아서 하게나.]“……네? 자네들?”
나와 크루세를 말하는 건가?
하지만 이제 와서 고작 두 명이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할 리가 없는데.
그리고 곧 그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다수의 기척.
처음에는 피난하지 못한 시민들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뚜렷한 기운을 품고 있다.
옅게는 오러 비기너 수준의 기사부터 익스퍼트, 프렉티션 수준의 실력자까지.
그리고 허공에 텔레포트 특유의 반응이 보이더니 마법사들도 다수 출현하였다.
“……저분들은 백탑의?”
크루세가 그들을 알아보고 놀라워했다.
아무래도 백탑 소속의 마법사들인 모양이다.
그리고 그 외에도 왕성소속의 마법사나 혹은 용병으로 일하는 이들 심지어 루셀 엘베이드까지 있다.
많든 적든, 조금이라도 힘을 가진 인간들이 다수가 집결하고 있다.
심지어는 흑마법사나 대륙 통합회의 잔당까지 몰래 섞여 있는 게 아닌가.
‘……설마 이 사람들.’
무슨 의도로 집결하였는지 깨달은 순간.
던전의 위쪽에서 기척이 있었다.
비틀거리며 그 위를 딛고 올라선 것은 피투성이의 거구의 사내.
펠렌트로넬.
“……저 꼰대 왕, 살아 있었어?”
사망 메시지가 뜨지 않아서 혹시나 싶긴 했었다.
능력의 효과라고 해도 그 범주를 넘어섰다.
기력만으로 버틴 거겠지.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챈 크루세가 나를 데리고 위쪽으로 올려 보내 주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펠렌트로넬은 비틀거리면서 나를 응시하고 있다.
“살아 있었습니까?”
“아직 죽지 못했을 뿐이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미 한계를 넘은 게 명확히 보인다.
그는 피를 토하면서도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것은 짐이 추태를 부린 결과인가.”
“하지만 이 던전을 떨어트린 건…….”
“알고 있다.”
펠렌트로넬은 이미 안다는 듯 말했다.
“그 배신자 놈이겠지.”
응? 배신자?
“들어라…… 에일런. 짐은 실패했다. 아니, 그 실패조차 놈들의 뜻대로 예정된 것이겠지. 짐은 극복하지 못했다.”
“…….”
그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듣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보아하니 네놈 역시 이 운명과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네놈에게 경고하마.”
펠렌트로넬은 내게 경고라고 말했다.
“놈들의 뜻대로 농락하게 두지 마라.”
놈들?
“잠깐만요! 대체 뭘 알고 있는 겁니까?”
“……네놈들의 문명은 언젠가 결말에 도달한다. 그러나 네놈들로는 결말을…… 이루지 못한다……. 셀베스터, 그 애송이는 분명 그르치고 말 것이다! 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미 하는 말에 일부 내용이 끊겨 있다.
문맥의 두서를 알 수 없다.
의식이 거의 없다는 뜻.
그럼에도 놈은 어째서 버티는가.
“……시간이 없나. 네놈은 물러나라.”
“잠깐만요. 뭘 하려는 겁니까?”
“짐이 방심과 추태를 부린 결과다. ……약간의 수습은 해 주마.”
펠렌트로넬은 자신의 플레임 액스를 들어 올렸다.
조금 전 폭주할 때와 달리 그 도끼는 다시 제 주인을 인정한 듯 맹렬히 화염을 뿜는다.
그 불꽃은 이내 펠렌트로넬 본인을 집어삼킬 정도로 번져 나가며 하나의 거대한 불의 도끼의 형상을 갖춘다.
설마…….
“위험해요!”
크루세가 나를 붙잡고 다시 날아올랐다.
그러나 그가 공격하려는 건 우리가 아니다.
발아래.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의 기합 소리.
그대로 내려쳐진 화염의 도끼가 폭발하며 그 화염이 던전 안으로 파고든다.
플레임 엑스에 깃든 정령왕의 불꽃을 폭주시켜서 한계 이상의 파괴력을 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던전을 통째로 불사르더니 단숨에 무너트리기 시작한다.
던전이 붕괴한다.
이미 펠렌트로넬은 자신마저 불사른 일격에 휘말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부서진 플레임 엑스의 파편이 먼저 저 멀리 떨어질 뿐.
나는 시선을 내려 지상 쪽을 보았다.
“……던전을 박살 내고. 동시에 대량의 인간이 아래에 모였다는 건.”
이미 그들은 해야 할 일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