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48)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48화(248/344)
제 248화
276화 정령사의 통솔자 (4)
“뭐, 실제로는 별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다만 제가 어르신을 모셔 온다고 하니 반대하는 말은 하지 않더군요.”
그는 도리어 허를 찔린 듯 나오려던 목소리를 삼켰다.
“……정말인고?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원망하는 말을 한 게 아니고?”
“한심한 소리 하지 마시고. 자, 슬슬 결심하시죠.”
나는 그를 재촉했다.
“어쩌실 겁니까?”
“……알겠네.”
결국, 엘메로트는 체념한 듯 한층 더 힘이 빠진 소릴 내며 수긍했다.
“……알겠으니 우선은 이 늙은이의 이야기부터 듣게나.”
그는 드디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마음이 든 모양이다.
알고 있던 일이나 혹시나 내가 알던 것과 얘기가 다를 수도 있기에 직접 들어야 할 필요는 있다.
그렇기에 나는 얌전히 듣기 시작했다.
그가 어째서 그 길드 마스터와 알고 있는가.
……그리고 어째서 피하고 있는 채 지금까지 허송세월을 보냈는가 하는 이야기다.
* * *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의 일.
당시 연금술사 엘메로트는 어떤 소재를 구하기 위해 저 먼 대륙 변방을 탐사 중이었다.
모든 연금술사가 다 그와 같은 것은 아니지만 엘메로트는 이것저것 시험해 보고 고찰해 보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 타입.
그렇기에 그는 한곳에 거점을 두는 것이 아닌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소재를 접하기 위해 모험을 했다.
당연히 모험은 위험을 동반하고, 그라도 목숨의 위협을 느낄 때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래도 나름 그 위험들을 거쳐 가며 잔뼈가 굵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엘메로트 역시 이번만큼은 글렀다고 여겼다.
“……길을 잃었나.”
진귀한 소재를 찾기 위해 탐사하던 숲에서 길을 잃은 것이었다.
숲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대영지 하나 정도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인간이 살지 않기에 길은 없고 정체불명의 식물이나 짐승만이 들끓는 곳.
운이 나빴다 싶었다.
당연히 나름의 조사를 하고 대비를 했다.
숲 깊숙이 들어갈 생각은 없었고.
숲 바깥에 위치한 마을에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주민을 고용하여 안내도 시켰지.
거기에 호위로 고용할 용병도 고용했다.
그러나 일정이 틀어진 건, 예상치 못한 강력한 몬스터의 습격 때문이었다.
먼저 용병들이 당해 버리고 안내역도 당해 버리고 말았다.
간신히 피했지만 짐을 대부분 잃어버렸기에 사실상 조난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
“……차라리 도적놈들이랑 대면하는 게 낫겠군.”
자연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
협상이나 위협을 할 수도 없다.
그대로 어긋나면 죽을 수밖에 없겠지.
엘메로트는 절망감을 느끼며 어떻게든 길을 찾기 위해 애썼지만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철을 금으로 위장하고, 때로는 멍청한 귀족 놈들을 구슬리는 기술이 있으면 뭐 할까.
간신히 독초나 가려내는 게 고작이다.
그나마 그 지식 덕에 최소한의 체력만 유지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가망이 없었다.
결국,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 얼마 남지 않는 체력도 한계를 맞이한 엘메로트가 쓰러졌다.
걷던 끝에 발이 미끄러져 진흙탕 위에 엎어진 채, 그 불쾌한 감촉마저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희미한 감각 속에서 의식이 사라질 때.
엘메로트는 묘한 바람이 분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흙탕의 불쾌감을 씻는 듯한 바람.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자 보인 것은 그 바람을 거느리는 여성의 모습을 한 정령.
“……정령?”
그것이 엘메로트와 정령왕 세닐레이나의 우연한 만남이었다.
세닐레이나가 엘메로트를 발견, 구조한 것은 우연이었다.
본래 그녀는 이곳에 거점을 차리고 틀어박혀 있었다.
대부분의 정령은 용건이 없으면 정령계에서 주로 머물겠지만 세닐레이나는 다른 정령들과 비교해도 특이한 편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실체화한 채 보낸다.
그러던 중 인간이 돌아다니는 것을 감지하고는 그의 기척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간이 죽어 간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고민 끝에 도와주는 것을 택한 모양이었다.
-볼일. 끝나면 나가.
세닐레이나는 엘메로트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그가 기운을 차리면 언제든지 숲 바깥의 적당한 곳에 내려 줄 예정이다.
엘메로트 역시 그 이상 깊게 관여하지 않았다.
목적으로 하던 소재만 얻으면 그만이고, 그녀가 보통의 존재가 아니란 건 가늠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먼저 말을 걸게 된 건 그 세닐레이나 쪽이었다.
고작 희귀한 소재를 하나 손에 넣겠다고 험한 숲에서 죽어 가는 위험을 감수하던 그를 이상하게 여긴 것인지, 아니면 변덕인지는 모르나.
엘메로트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는 처음에는 지켜보기만 했지만 이윽고 이것저것 참견하기 시작했다.
무시할 수도 없기에 엘메로트는 그녀가 묻는 것에 하나하나 대답해 주고, 나름의 성의를 다해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보여 주고, 또는 그녀가 묻는 인간에 대해서도 답변하게 된다.
세닐레이나는 인간의 사회 구조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에 관해서도 이것저것 듣게 되었다.
“……길드를 창설한 것이란 말이오?”
-응. 길드. 맞아. 길드라고 불러.
그녀가 정령사 길드의 길드 마스터라는 것을 들은 것도 그때였다.
대략적인 길드의 설립 배경부터, 그녀가 어느 정도로 관여하고 있는지까지.
사실상 정령사 길드 자체의 핵심 정보는 죄다 이때 들었다.
그러나 정작 그 정령은 아직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엘메로트에게 물었다.
모처럼 길드와 상관이 없는 인간을 직접 접할 기회기에.
-엘메로트. 인간의 본성이란 뭐야?
“인간……이란 탐욕스러운 존재요.”
엘메로트는 솔직하게 자신이 보고 겪은 인간상에 대해 알려 주었다.
다행히 예시로 말할 사례는 적지 않았다.
그간 연금술사로서 여러 인간을 보았다.
그의 기술을 탐내며 접근하는 귀족도 적지 않았고, 혹은 순수하게 도움이 필요한 인간도 많았지.
엘메로트는 그들의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물론 그 행동에 따른 답례도 있었다.
세닐레이나는 엘메로트가 원하는 소재를 찾는 것을 도와주든가, 혹은 그도 몰랐던 것들을 가르쳐 주거나 하였다.
적어도 훗날 연금술사로서 대성할 수 있었던 이유 중 그 중심은 그녀에게서 들은 정보가 적지 않게 한몫하고 있었으리라.
다만 그 모든 행동이 단조로운 거래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 역시 눈치는 없지 않다.
연금술사로서 제 몫을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눈치다.
2순위가 지식과 기술이고.
눈치가 있는 연금술사만이 탐욕스러운 후원자의 금고를 열 수 있기 마련.
엘메로트는 세닐레이나의 관심이 단순히 호기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차츰 눈치채고 있었다.
그러나 엘메로트는 알면서도 방치했다.
무상으로 호의를 이용하자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나름대로의 성의를 발휘했다.
그녀가 원하는 인간에 대한 것을 가르쳐 주며, 또는 여러 가지 기술을 보여 주었다.
사소하게는 화폐의 단위부터 그것을 속이는 기술까지.
본래는 썰렁한 동굴뿐이던 그곳에 여러 가지 것들을 만들어 준 것도 엘메로트의 소행이다.
정령에게 인간의 가구나 혹은 물건들은 필요치 않겠지만 인간에 대해 이해하려는 그녀에겐 필요하기 때문이겠지.
물론 과했다는 자각은 훗날에서야 깨닫게 된다.
그렇게 그는 뒤늦게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호의에 성의껏 대할 수밖에 없던 자신의 모습이 그저 가식은 아니라는 것을.
물론 엘메로트도 그것을 입 밖으로 말하진 않았다.
그 정령왕 역시 말한 것은 아니고.
그는 당시에는 속내를 순순히 말할 만큼 원숙하지 못했으며.
그녀 역시 그것을 이해할 만큼 인간상을 이해하지 못했던 시기였으니까.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엘메로트가 그 동굴을 떠날 시기가 왔다.
-가야 하는 거야?
“어쩔 수 없소.”
애초에 엘메로트가 소재를 찾아 떠난 건 단순히 자기 지식 향상욕 때문은 아니었다.
“중요한 의뢰를 내팽개쳐 둘 수는 없으니.”
본래 그가 이 숲에 들어오게 된 진짜 이유.
돌림병 때문에 고통받는 도시가 있었고.
그것의 해결책을 의뢰받았기에 왔던 것.
의뢰도 내팽개칠 수도 없고, 무엇보다 그곳의 영주는 좋은 사람이다.
외면할 수도 없었다.
지금까지는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머물 수밖에 없었지만 의뢰를 마치기 위해선 떠나야 했다.
“걱정은 말게. 의뢰만 마친다면 다시 돌아오지. 그대가 구해 준 은혜를 잊을 만큼 배은망덕하진 않으니 말이오.”
본래라면 좀 더 진실되게 말할 수 있겠지만 그는 완곡하게 둘러대는 게 고작이었다.
그때는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여겼으니까.
세닐레이나는 엘메로트의 의지를 인정하고는 순순히 보내 주었다.
무엇보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 또한 믿고 있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올 것이며, 그녀 휘하의 정령사들 역시 협조해 줄 것이라 그리 당부했다.
……본래라면 그래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의 엘메로트는 미숙했다.
안일하게 생각했다.
세상이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의뢰는 순조롭게 달성했다.
영주는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표했고.
엘메로트는 그가 말하는 감사와 그리고 권유를 반쯤 흘려듣다시피 하고는 그의 성을 나왔다.
의뢰를 지켰으니 이번에는 약속을 지킬 차례.
그러나 결과만 말하자면.
엘메로트는 세닐레이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약 10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단 한 번도 말이지.
* * *
“약속을 깼으니 이 늙은이의 잘못이지.”
거기까지 설명한 엘메로트는 자조적인 한숨을 쉬었다.
“어디까지나 이 늙은이의 자업자득일세.”
“정작 중요한 이유를 빼먹으셨군요.”
알고 있다.
일부러 말하지 않을 것을.
아무래도 지적하지 않으면 끝까지 발뺌할 셈이겠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본의가 아니라는 걸 말이야.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조사입니다만. 당시 정령사 길드와 연금술사 길드 간에 한 차례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무슨 이유인지는 나도 잘 모르나 두 집단 간에 충돌이 있었고.
그 결과 양측에 적지 않은 피해까지 나온 모양이었다.
“사망자까지 나왔던가요?”
문제는 하필 그때 엘메로트는 연금술사 길드 소속이었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사고를 쳐서 자유로운 몸이라지만 그때는 아직 집단에 얽매일 시기였으니 이상할 건 없지.
그런 사이에 소문이 돌았다.
연금술사 길드 소속의 인간과 정령사 길드의 마스터가 유착하고 있다.
하필 흉흉한 분위기에서 그 이야기까지 나돌기 시작한 것.
그 원인은 엘메로트가 가져온 소재에서 정령력이 검출된 것.
그것도 예사로운 힘이 아니다.
당연히 정령사들은 길드 마스터를 떠올렸다.
그녀의 정체는 길드 내에서도 일부 간부밖에 모르나, 그렇다 해도 그 정도 힘을 가진 게 마스터밖에 없다고 여긴 거겠지.
“자칫하면 불신 끝에 서로 전쟁까지 할지도 모르죠. 사람이란 참 속이 좁으니까요.”
“…….”
“듣자니 당시 부길드 마스터는 어떤 자와 협상을 한 모양이더군요.”
길드의 내부 통솔을 위해 그 추문의 근원인 당사자에게 부탁을 한 모양이었다.
혼란을 일으키지 말아 달라고.
거기까지 말하자 엘메로트 역시 입을 다물 수도 없다.
그는 길고 긴 탄식 같은 소리를 내뱉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정말이지, 몹쓸 놈이군. 자네, 대체 평소에 뭘 하고 다니는 건가?”
“뭐, 조금 남 뒷사정 캐는 데 관심이 많고 능숙할 뿐입니다.”
정확히는 원작의 내용을 떠올리며 말하는 것일 뿐이지만.
“여튼 간에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길드원들은 길드 마스터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던 모양입니다.”
“자넨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자칫 길드 자체가 와해될 수도 있었지. 그 시절에는 그 편견이 더더욱 심했네.”
“그래서 협상에 응한 것입니까?”
협상에 응해 엘메로트는 길드 마스터를 속여 소재를 얻고 이용했다고 스스로 떠벌린 모양이었다.
스스로 자초하여 떠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