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49)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49화(249/344)
제 249화
277화 정령사의 통솔자 (5)
굳이 관여할 필요도 없는 길드의 질서 유지를 도와준 셈.
“참, 어련하시군요.”
“……그야 알고 있으니 어쩌겠나.”
그는 한숨을 쉬었다.
세닐레이나가 어째서 정령이면서도 그 길드의 장을 맡고 있는지 알기 때문이리라.
최초의 길드를 설립한 이들은 사실상 정령왕들이 키운 자식들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 아이들이 만든 집단을 내팽개칠 수 없겠지.
“하물며 거기서 비난이 계속된다면 그녀가 먼저 그들에게 환멸을 느끼게 되겠지.”
고민할 것도 없다.
“그녀는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듯하지만 동시에 정령이기에 무자비한 측면도 있네.”
그녀가 오해라지만 규탄을 받아 단념하여 직접 길드에 등을 돌리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니, 등을 돌리기만 하면 다행이지.
초월적 존재의 분노를 사면 과연 어떻게 될까.
“길드의 간부 놈 따윈 상관없네만 그 밖의 놈들은 아무것도 몰랐지.”
길드가 박살 난다면 많은 정령사들이 갈피를 잃게 된다.
지금과 다르게 당시의 정령사 길드는 구조 측면에서 위태로운 면이 있던 모양이었다.
결국, 엘메로트는 자신보다 타인의 안위를 우선시한 것이다.
은근히 무른 노인네지, 아마 젊은 시절에는 그게 더 했을 테고.
“……참, 어지간하시군요.”
그러나 나는 그것을 비난할 수 없다.
만약 같은 입장이라면 나는 주저 없이 타인의 안위를 내팽개치고 감정대로만 움직였겠지.
그러나 내 선택이 꼭 옳다고 할 수 없다.
엘메로트의 결론이 정답이라고도 할 수 없고.
세상이란 모든 게 정답이고, 모든 게 오답.
무엇보다 엘메로트는 다수의 정령사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실상은.
‘결국, 세닐레이나…… 그 정령이 상처받는 걸 보기 싫었던 거겠지.’
그 정도는 나도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정령사들은 그것도 모르고 계속 수배령만을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던데요.”
“끙…… 그건 조금 고약하다고 여기고 있네. 뭐, 어쩌겠나. 그때 당시 길드를 운영하던 부길드 마스터 놈도 이젠 이 세상 사람도 아니니.”
“그러니 더더욱 놔둘 수 없는 것이죠.”
그때의 결정에 관해서는 내가 무어라 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달라야 한다.
오해는 풀고 건설적으로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
“생각해 보세요. 그때 이후로 얼마나 지났죠?”
이미 100년은 더 된 일이 아닌가.
“지금의 정령사 길드는 위태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있는 꿀, 없는 꿀 다 빨아 처먹는 집단입니다. 정말로 부럽…… 아니, 괘씸하죠.”
슬쩍 본심이 나올 뻔했군.
“이젠 배려해 줄 필요는 없잖아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까놓고 말해서 오해고 나발이고, 다 풀어도 눈치 볼 것도 없다는 겁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해야죠.”
나는 엘메로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래야 하고.
“가장 중요한 건 그게 과연 그녀를 위한 걸까요?”
“…….”
“제가 그 정령왕을 직접 대면하고 오는 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허…… 흠, 그랬지.”
아무래도 적잖게 신경은 쓰이는 듯싶은 모양이다.
“일단 제 직감이지만 아마 그녀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을 겁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인고. 무엇보다 적잖게 시간이 흘렀네.”
“네. 시간이 흘렀죠. 그런데도 그 정령왕은 제가 어르신을 데려와 줄 수 있다 말하니 뭐라 한 줄 아십니까?”
“뭐라고 했는고?”
“별말은 없었습니다. 데려와 달라느니 필요 없다느니, 그런 말은 없더군요.”
“…….”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약속은 유효합니다. 애초에 시간이 흘렀네, 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이죠. 정령의 체감 시간은 인간과 단위가 다릅니다.”
무엇보다 엘메로트 역시 신체의 노화를 멈추는 영약 덕에 시간은 다른 이들보다 많은 편이고.
“고정관념에 얽힌 건 오히려 어르신입니다.”
“……잘도 말하는군.”
“글쎄요. 적어도 이런 쪽은 제가 더 잘 알걸요?”
무엇보다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고.
……나는 원래 이들의 이야기의 결론을 아니까.
‘애초에 이 이야기는…… 원래라면 다른 결론을 맞이할 테니까.’
내가 엘메로트를 처음 끌어들일 때 조기에 문제를 해결해 주고자 생각한 것도.
본래는 전개가 지금과 달랐다.
만약 내가 읽었던 원작대로만 흘러가게 한다면 이들은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원래는 이런 상황이 아니니까…….’
원래 엘메로트의 이야기가 언급되는 것은 지금보다 한참은 뒤, 약 19권쯤의 일이다.
결국은 엘메로트를 기다리다 지친 세닐레이나는 그가 변심했다는 결론을 내려 버린다.
그리고 엇나가 버린 정령사 길드를 두고 회의감마저 느끼게 되지.
그녀는 그들의 욕망을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측면이라 긍정했지만 그것도 한도가 있다.
결국, 참았던 것까지 그 대가를 묻게 된다.
정령이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법칙은 없다.
화를 내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오히려 인간이 정령을 학대하다가 분노한 상위 정령에게 응징당했다는 설화는 심심찮게 있지.
결국 세닐레이나는 대가를 길드의 정령사들에게 묻게 되었고.
그날로 정령사 길드는 파멸한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정령사들은 그저 정령왕이 미쳤다고 여기게 된다.
결국, 그녀는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존재로서 지정당하게 되고 주인공과 싸우게 된다.
그리고 자초지종도 듣지 않고 셀베스터는 그녀를 격전 끝에 없애 버리지.
오해와 오해를 거듭한 전개와 결말.
그렇게밖에 표현할 길이 없지.
‘그게 보스로서 배역을 가진 그녀의 결론이니까…….’
원작에서는 싸워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아직 전개는 시작하지도 않았다.
싸우지 않아도, 피를 흘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정령사 길드와 접촉한 근본적 이유다.
‘싸울 필요가 없다면 안 싸우게 하면 그만이지.’
의외로 해결법은 간단한 법.
다만 시기를 놓치면 원작대로의 사태가 되겠지.
원작에서 셀베스터는 오로지 인간의 안위를 우선했기에 그 정령왕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문답 무용으로 베어 버렸지.
하지만 그 모든 진상이 드러난 건 그 뒤.
비극밖에 남지 않는다.
무엇보다 엘메로트 스스로도 그 결정을 후회한다.
그렇게 서술되었고.
‘굳이 똑같은 실수를 하게 할 필요는 없지.’
그렇다면 바꿔 줄 필요가 있다.
그게 내 진의다.
‘문제는 바꾸려면 내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당사자들의 생각이 달라져야 해.’
내 설득이 먹힐까?
엘메로트는 주저하고 있다.
그것은 내가 알고 있던 원작대로의 그다.
그대로 계속 둘 수도 없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세요. 정말로 지금이라도 찾아가는 게 늦은 걸까요?”
“…….”
주저하고 있나.
“간단하잖아요. 지금 여기서 나가서 절 따라가 그 당사자와 만나서 이야기만 몇 마디 해도 알게 될 겁니다.”
허무할지 몰라도 그것이 진실.
“까놓고 말해서 대면해서 할 말, 못 할 말 다 털어 내는 건 어린애도 하는 일입니다. 그걸 나이 먹을 대로 먹은 두 노친네가 뭐 하는 짓입니까?”
“말이 참…… 심하군.”
“사실인데요, 뭘.”
가장 이상적인 건 그가 결심을 내리고 따라오는 것.
“……그렇다면.”
엘메로트가 드디어 답을 내린다.
“한번 이야기해 봄세.”
그 말을 듣고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바로 행동하죠.”
* * *
에일런이 제안한 협상에 관해 수락하고 난 뒤.
세닐레이나는 가만히 동굴 내부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엘메로트.
설마 이제 와서 다시 그의 이름을 들을 줄은 몰랐다.
약속하였지만 결국은 돌아오지 않은 인간.
물론 그 진상 또한 알고 있다.
그 정도 내막을 모를 정도로 그녀는 어리석지는 않다.
관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의 뜻은 늘 지켜본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분노를 품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엘메로트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 역시 엘메로트 개인보다는 길드를 우선시하여 지킬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단념하기도 했다.
인간의 삶은 정령에 비하면 짧다.
그렇기에 다시는 그를 보는 것도, 아니 이름조차 들을 일은 없다 여겼다.
과연 정말로 에일런은 그를 데려올까?
세닐레이나는 말없이 동굴에 안치된 물건들을 차례차례 손으로 훑었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그에게 물었고, 그가 당시 인간에 대해 가르쳐 주기 위해 만들어 준 것들.
지금 시대에 있어선 그저 낡은 골동품에 지나지 않고 가치는 없을지 모르나, 그것은 아직도 이곳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이유를 모르진 않는다.
그 소년의 말대로 인정하는 게 좋겠지.
-……그런데.
그녀는 과거를 상기하는 것을 중단하고는 의식을 어느 한 곳을 향해 집중했다.
-너 같은 건 초대한 적. 없어. 누구?
침입자다.
처음에는 그 소년이 돌아온 건가 싶었지만, 그 기척이 인간이 아닌 것만은 눈치챌 수 있었다.
나타난 것은 마른 나뭇가지 같은 몸을 가진 괴인.
-……너는? 뭐야?
“……예정…… 수행. 역할의 방기 가능성…… 개입의 허가.”
그 괴인이 팔을 뻗는다.
세닐레이나는 그 괴인의 행동에서 불쾌감을 느꼈다.
저것에 붙잡히면 안 된다.
본능적으로 이해하고는 바로 날카로운 바람을 뻗어 절단하려 했지만.
정령왕의 바람은 그 괴인의 팔에 닿자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
경악할 새도 없이 세닐레이나는 바로 공격이 아니라 이곳에서 피하고자 했다.
그녀의 몸이 그대로 새하얀 빛에 잠겨 사라졌다.
실체화를 풀고 정령계로 몸을 던진 것이다.
저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정령계까지 따라올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오로지 이곳은 정령에게만 허용된 세계.
이곳에 들어오려면 같은 정령왕의 허가라도 받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러나.
“단층 차원…… 확인. 개입…….”
공간을 뚫고 그 괴인이 침입해 왔다.
있을 수 없다.
그녀가 정령으로서 탄생하고 지금의 존재가 된 지도 어언 1만 년은 되었다.
그러나 저런 괴이한 존재는 본 적도 없다.
“개입…… 개시. 강제…… 개시.”
그 괴인이 세닐레이나의 몸을 꿰뚫었다.
그것은 단번에 그 정령왕을 향해 변질을 가한다.
“강제 영향력 행사…… 사건 개입. 조기 실행.”
무미건조하게 울리는 괴인의 목소리와 함께 정령왕의 의식은 한없이 변질되어 가기 시작한다.
“허가 완료.”
그 작업이 끝났을 때는 이미 그녀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네 역할을 해라.”
* * *
저 고집불통 노인네도 설득에 성공했고, 이제 둘을 마주치게만 하면 된다.
간단하네!
‘두 노인네 맞선만 주도하면 전부 해결되다니! 이렇게 간단한 걸 말이야!’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엘메로트를 데리고 이제 그 정령왕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하려 했다.
해피엔딩이 보인다!
“아, 혹시 모르니 디레스 씨가 저 영감님 도망 못 치게 잘 감시해 주세요. 저 인간 은근히 쫄보니까요.”
“알겠습니다.”
마지막에 쫄아서 도주할 가능성은 있으니 방심할 수 없지.
“……이 고얀 놈들.”
엘메로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차며 당당하게 앞장섰다.
“걱정하지 않아도 도망치지 않네.”
“……하여간 말은 잘하셔.”
지난 100년간 약속 파투 내고 뺀질거린 노인네의 말에는 신빙성이 없기 마련.
“도착하는 건 순식간일 겁니다.”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여기며 우리가 자신 있게 공방 밖으로 나오자.
“……다만 그전에 귀찮은 일은 있겠네요.”
나는 조금 전 한 말을 바로 번복해야 했다.
“귀찮게 손님이 왔네요. 꼭 손님은 바쁠 때 오더라.”
공방 주변에 다수의 기척이 매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전원이 정령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