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51)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51화(251/344)
제 251화
279화 정령사의 통솔자 (7)
저거라면 이전에도 본 적이 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저분, 조금 맛이 간 거 같네요. 아니지, 조금은 아닌가.”
이전 대륙 통합회의 보스 펠렌트로넬과 결전을 벌일 때와 비슷한 상황이리라.
저 나뭇가지 같은 것이 흡수되면 그 대상은 어쩐지 논리가 붕괴하고 폭주하는 모양이니까.
‘누군가 개입했어.’
아무래도 그 누구누구 씨는 저 두 노친네들이 순순히 화해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
추측이 맞다면 이제부터 그녀가 할 행동은 우리 입장에선 썩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리라.
-아, 엘메로트!
엘메로트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듯 환하게 웃는 정령왕.
-오래 기다렸어! 얼마 만일까? 100년? 아, 그 정도였던가?
“그, 그래. 나요! 이 엘메로트요!”
그러나 엘메로트의 대답은 지금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내가 알던 세닐레이나라는 인물과는 그 의미도, 본질도 다를 테니까.
그녀가 그다음 내뱉은 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응. 죽어.
나는 다시 위기감을 느끼고 바로 전이를 했다.
날카로운 폭풍이 우리가 있던 곳을 추격해 온다.
만약 회피를 선택하지 못했다면 제대로 막아 낼 자신이 없다.
“무슨 짓인가! 실성한 것이오!”
엘메로트가 내게 대롱대롱 붙잡힌 채 외쳤지만 지금의 그녀에겐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거짓말쟁이니까. 죽어.
지극히 어린애 같은 소리.
완전히 논리가 파탄이 나 있다.
사고 회로마저 망가진 건가.
그 뒤에 연거푸 쏟아지는 바람을 회피하며 나는 안타까운 듯한 얼굴을 하는 엘메로트에게 충고했다.
“일단 말해 두는데, 지금 그녀가 하는 말은 잊으세요. 지금 저 정령왕은 정상이 아닙니다.”
이전과 패턴이 유사하다.
갑작스럽게 변심이라도 한 것마냥 파탄 난 사고를 내비치며 폭주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뭐고 자시고…….”
나도 쉽게 대답은 하지 못했다.
선택지?
펠렌트로넬 때는 쓰러트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본래의 전개대로라면 역시 없애야 할지도 모르지.
그야, 역할의 분류로는 보스급이니까.
‘……그게 안 내켜.’
내 개인적 고집도 있거니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녀가 갑자기 변질되어 폭주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의 의도라면?
여기서 만일에라도 그녀를 쓰러트린다면, 그 의도대로 놀아나는 꼴.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든 해 보죠.”
나는 운디네를 불러 엘메로트를 떠넘기듯 맡겼다.
그대로 피해 있으라고 경고한 뒤.
운디네가 그를 데리고 피난을 하는 것을 확인하며 그를 쫓으려는 듯한 세닐레이나를 막아섰다.
“저 뺀질거리는 노인네한테 열 받은 건 이해하는데, 좀 작작하시죠?”
그러나 내 농담이 통할 리도 없다.
그녀는 대규모의 기류를 통솔하여 끌어모으며 내게 적의를 보낸다.
이전에 마주쳤을 때 내 건방진 태도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던 그녀와는 너무나 다른 반응.
-방해한다면. 먼저 벌을 내려 줄게.
바람의 정령왕 세닐레이나는 자신의 기운을 해방시켰다.
터무니없는 밀도의 정령력이 주변 공간을 장악한다.
‘마주치는 것만으로 마치 물속에 있는 것 같아.’
심해에 빠진 것마냥 몸이 눌리는 착각과 함께 숨이 턱하니 막혔다.
이것이 정령왕.
-넌 귀찮은 재주. 가지고 있었지?
세닐레이나의 정령력이 거대한 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부터 막을게.
“정령…… 마법?”
세세한 이론을 알아볼 만큼 대단 견식은 없지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리라.
그리고 이내 그 진에서 새하얀 빛 알갱이 같은 것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슨 효과지?’
일단은 거리를 둬 볼까?
전이를 써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칫.”
바로 혀를 차야 했다.
전이가 방해받았다.
아무래도 저 빛 알갱이는 공간 관련 능력의 제어를 방해하는 채프 같은 것이리라.
‘치사하게 전이부터 막나…… 정령왕씩이나 돼서.’
그 점은 둘째치고서라도 공간 간섭을 방해하는 마법의 효과는 상당하다.
나로서는 이것을 상쇄하기는 어렵겠지.
그러나 감탄하고 있을 여유도 없다.
그녀가 가볍게 손을 까딱이자 갑자기 내 몸이 떠밀려 나가 허공에 그대로 속박되었다.
바람을 이용한 구속.
“큭…… 빨라.”
반응할 틈도 없었다.
바람이 분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는 이미 붙잡힌 뒤.
‘유일하게 계약자가 없이도 온 힘을 제약 없이 쓸 수 있는 최강의 정령.’
방심할 수 없다.
“실프!”
우선은 내 몸을 붙잡은 바람을 어떻게 하고자 같은 바람의 힘을 가진 실프를 불러내려 하나.
-돌아가.
소환된 실프의 소환이 바로 해제되었다.
“역시…… 같은 속성의 하위 정령한테는 강제권이 있구나.”
같은 속성의 하위 정령에게는 명령권이 무조건 우선시된다.
“뭐…… 바람을 다루는 방법이 그것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실프를 불러 본 것은 원작대로 정령왕의 권한이 어느 정도인가 확인하는 작업.
나는 바로 소환할 정령을 바꾸었다.
“샐러맨더!”
샐러맨더를 불러내고는 화염을 있는 대로 분출시킨다.
내 주변을 향해서.
-……무슨 짓?
괜찮다.
샐러맨더가 뿜는 불길은 내 정령력을 태워서 만드는 것.
아무리 고온이라고 해도 마음만 먹는다면 그것에 내가 화상을 입을 일은 없다.
‘……뭐, 덥긴 하지만.’
주변의 열기가 급격히 달아오른다.
“이번에는!”
아톰 메타모르포제를 발동, 샐러맨더의 불길의 열량에 변화를 가한다.
열을 전달하는 분자 배열을 건드려 극저온의 화염이라는 물리 법칙을 엿 바꿔 먹은 현상을 일으킨다.
한순간 대기 중에 서리가 낄 정도의 냉기가 몰아치더니.
그 순간.
파앙!
공기가 파열하는 듯한 소리가 사방에 울리며 정령왕이 장악하고 있던 바람이 흐트러진다.
열기를 이용해 공기를 덥히고, 그것을 급격히 식혀 일시적으로 기압을 어그러트린다.
‘단 몇 초뿐이지만 제어력을 잃겠지!’
그리고 그 몇 초의 틈이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세닐레이나의 주의가 흐트러진 사이, 아공간에서 마법검 킬무리스를 뽑고 그대로 공중을 내달렸다.
공간 제어 능력이 막혔지만 기동성을 살릴 수단이 없는 건 아니다.
대체할 수단은 충분히 있다.
‘다행히 이 검에 깃든 기술 중에는 공중에서 위치를 바꾸는 방법도 있단 말이지.’
오러를 발판으로 삼아 그것을 터트려 가속한다.
파앗!
단번에 세닐레이나의 배후까지 이동한 내가 몸을 뒤집듯 비틀어 그 회전력을 살려 크게 검을 휘둘렀다.
상대는 정령왕, 봐줄 필요도 없다.
내가 온 힘을 다해 뻗은 검기가 푸른빛을 뻗으며 단번에 그녀를 집어삼킬 듯 퍼부어진다.
-어림없어.
그녀가 팔을 휘둘러 내 검기에 일부러 부딪혔다.
휘두르는 그 가느다란 팔에는 매서울 정도의 바람이 집약되어 있다.
콰앙!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대기가 흔들린다.
그러나 요란하기만 할뿐 그녀의 피부에는 상처 하나 나지 않는다.
정령의 신체는 정령력을 실체화한 물질, 당연히 그 가진 힘에 따라 밀도 또한 비례하는 법.
겉보기에는 가녀린 여성의 형상이나 그 몸에 품은 밀도는 흡사 거대한 산과도 같다.
검 한 자루로 산을 후려쳐도 씨알도 안 먹히는 건 당연한 이치.
“……역시 이걸로는 안 먹히나.”
나는 재빨리 허공을 쏘다니며 그녀가 퍼붓는 바람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날렸다.
“스프라이트! 플루라이트!”
소환된 스프라이트가 번개를 쉴 새 없이 쏘아 내고, 바로 아래에서는 플루라이트가 끌어들인 그림자가 실체화하여 대량의 송곳이 치솟는다.
그러나 번개는 마치 바람에 떠밀려 휘어져 빗나가고, 송곳 역시 그녀의 발치 아래에 발생한 소용돌이에 턱하니 막히고 만다.
-겨우 이거?
마치 도발이라도 하는 듯 그녀가 좀 더 힘을 보이라며 손을 까딱인다.
‘그럼 다른 방법으로…… 윽?!’
유효할 만한 수단을 생각하기 위해 다른 공격 패턴을 떠올리려는 순간,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섬뜩할 정도의 무게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다 또 한 번 정령 마법을 펼친다.
크구구구구구구궁.
어느샌가 상공에 거대한 구름이 회오리치고 있는 게 아닌가.
문제는 구름이 아니다.
소용돌이치는 바람은 구름을 포함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그 안에서는 번개가 번쩍이고 사나운 비가 쏟아진다.
“……태풍.”
자연 현상마저 재현하는 건가?
내가 전율을 감추지 못하며 중얼거린 그때.
콰앙!
소음과 함께 눈앞이 깜깜해졌다.
세닐레이나가 만들어 낸 태풍이 나를 향해 직격으로 떨어진 것이다.
쿠콰아앙!
흡사 대규모 폭격이라도 떨어진 듯 지축이 흔들리며 숲의 일대가 그대로 날아간다.
나무와 바위의 파편에 얻어맞으며 그대로 이리저리 휩쓸리던 나는 다음 순간 그 태풍 속에서 튕겨져 나갔다.
반사적으로 오러를 펼치고 방어계통 능력을 전부 펼치고 거기에 방어력을 올려 주는 버프 마법을 걸어 몸을 가드했으나, 눈앞이 뒤집어지는 듯한 충격까지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다.
어디로 튕겨 나가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거칠게 내던져진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족히 1킬로미터는 넘게 튕겨 나온 뒤였다.
“으아…… 정령왕. 장난 아니네…….”
먼저 감탄이 들 지경이다.
조금 전 태풍이 떨어진 그 자리는 그대로 풀 한 포기 남기지 않고 소멸하여 일대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패였다.
말 그대로 바람으로 지상을 후벼 파낸 것이다.
‘……힘의 규모가 다르군.’
원작 전체를 통틀어 저런 존재와 싸울 수 있는 건 그야말로 후반에나 등장하는 인물이나 가능하겠지.
정면으로 힘을 겨루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신했다.
‘그렇다면 나도 수단, 방법 가릴 건 없나.’
그나마 저런 존재와 싸워 볼 만한 카드를 꺼내고자 한다.
“와라! 발란트!”
내가 발란트의 이름을 부르자, 곧 지면 아래가 빛에 감싸이며 그 안에서 거대한 뱀의 영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의외로 자주 불러내는군.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그 거대한 뱀의 영물은 자신의 모습을 뽐내듯 거대한 머리를 힘껏 치켜들었다.
-그래, 이번엔 무슨 도움이 필요한 것이냐? 설마 지난번처럼 던전이라도 떨어지는 건 아니겠지? 하하하. 하긴 그럴 일도 없겠군.
저 뱀 자식,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것 같은데.
친절히 알려 주는 수밖에 없나.
“뭐, 저기 보이는 정령만 살짝 상대해 주면 돼.”
-정령? 정령과 싸우라니 별일이…… 음? 허어?
그제야 정령왕의 존재를 알아본 듯 발란트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에일런.
“왜?”
-저 정령은 정령왕으로 보인다만.
“네~ 정답입니다. 바람의 정령왕입니다.”
나는 칭찬하듯 박수를 두 번 정도 짝짝, 쳤다.
“사정이 있어서 저 정령왕한테 한 방 먹여 줘야 하거든. 그러니까 부탁해?”
-이 정신 나간 녀석!
발란트가 억울하다는 듯 고함쳤지만 이미 세닐레이나는 행동에 들어갔다.
대량의 바람을 끌어모아 퍼붓기 위해 준비에 들어간다.
또 같은 공격이 올 것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불러서 소환된 시점에서 댁도 같이 공격 대상으로 인식되었답니다.
“아, 공격 온다.”
-나중에 실컷 따질 줄 알아라!
그래도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게 녀석답다.
발란트는 대량의 마나를 발산하며 힘을 끌어낸다.
적어도 보유한 마나의 양만큼은 저 정령왕이 퍼붓는 기운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정령의 우두머리 중 일각이라 하더라도! 이 영물의 왕을 얕보지 마라!
발란트가 외치자 그의 기운으로 빚은 대량의 수정이 땅 아래로부터 솟으며 그대로 덫처럼 세닐레이나를 집어삼킨다.
“오?”
플루라이트의 그림자도 가볍게 막아 낸 바람의 벽을 발란트가 만들어 낸 수정이 뚫어 내며 그대로 강타했다.
-성가셔.
세닐레이나마저 그 위력에 당혹스러운 듯 얼굴에서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거기에 무엇보다 발란트의 정체를 알아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 기운. 땅의 뱀?
아는 사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