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54)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54화(254/344)
제 254화
283화 전조 (2)
세닐레이나는 내게 그 통로의 정체를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었다.
-내 허가하에 연 입구. 거길 지나치면 정령계로 떨어져.
“그리고 이걸 맨몸으로 통과하는 것 자체가 보다 강한 정령술을 얻기 위한 시련인 셈이고요.”
-응.
내가 요구한 시련.
그것은 바로 정령계로 통하는 입구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이다.
그것만 들으면 그게 무슨 대수인 듯싶겠지만.
“위험하죠?”
-매우 위험해.
세닐레이나는 진지하게 충고했다.
-인간의 감각 기관은 그곳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어.
“알고 있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내성만으로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출구를 찾아야겠죠.”
강한 정령력이 없다면 단번에 정령계의 기운에 휘말려 영혼째로 흩어지고 말리라.
예를 들어 세닐레이나가 길드의 지부장들에게 나눠준 전송 아이템을 사용하는 경우.
그것 역시 정령계를 경유하여 거리를 단축하여 이동시키는 수단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세닐레이나의 정령력으로 보호받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다르다. 아무런 보호 장비도 뭣도 없이 맨몸으로 뛰어드는 거니까.
우주공간에서 우주복 없이 돌아다닌다는 거랑 동급인 소리다.
“사례는 읽은…… 아니, 들은 바는 있습니다. 정령계에 일반인이 조금이라도 맨몸으로 접하면 그대로 실성해 버린다고도 하죠.”
내성이 없는 일반인은 기운을 쬐기만 해도 미쳐 버릴 것이다.
분명 서술된 설정대로라면 간혹 어린 아기들이 정령계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
뭐, 그것에 관해서는 이야기하면 한도 끝도 없으니 일단 생략하고.
“잘도 이런 수련법을 생각했군요.”
정령력이 가득한 정령계를 통과하는 것으로 보다 강력한 정령력을 받아들여 그 한계량을 증폭시키는 수련법.
잘도 이런 미친 짓을 생각했다 싶었다.
-오해 마. 그 방법을 고안한 건 인간이야.
“……저희 인간 덕에 참 민폐를 많이 끼칩니다.”
뭐,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힘을 얻고 싶기에 이런 방법을 고안한 것이겠지.
분수를 모르는 무모함 또한 인간의 특징이니까.
‘물론 나는 해낼 자신이 있지만.’
나도 목숨은 아깝고, 그것을 내던질 가능성이 있는 짓은 어지간하면 하고 싶지 않다.
진지하게 고려하고 시도해 보는 것.
내 정령력의 수치는 이미 인간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단지 아직 내 개인의 정신이 미숙해서 정령술의 상위 단계의 성취가 어려울 뿐.
‘어디까지나 시련은 자극이야…….’
내게 걸맞는 성취를 이루기 위한 착화제다.
내 목적은 정령술의 상급을 넘어 최상급…… 아니, 그 이상의 완성을 노리는 것.
‘포인트를 이용한 달성도 나쁘진 않지만 가능한 이것만큼은 조금 수동으로 이루는 게 건설적이니까.’
할 수 있는 거라면 직접 몸으로 노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적어도 제 정령력의 보유량이라면 정령계에서도 다소 멀미는 느끼더라도 뭐가 잘못될 일은 없겠죠.”
무엇보다 이상하다 싶으면 강제로라도 탈출할 셈이다.
늘 안전선은 두고 있다.
-그렇다면 말리지 않을게.
“뭐, 정 못 보겠다 싶으면 직접 꺼내 주셔도 됩니다만?”
-시련은 공정해야 해.
시련은 제공해 주지만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거군.
뭐, 그거면 족하다.
편애라는 게 말은 달콤해도 뒷감당을 생각하면 좋기만 한 건 아니니까.
“그럼 한번 힘 좀 내고 오겠습니다.”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다시 한 번 더 정령계의 입구 앞에 섰다.
‘말은 자신 있게 했지만. 겁은 조금 나나…….’
허세를 부려도 뛰는 심장은 어떻게 할 수 없기 마련.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는 나는 다시 한 번 팔을 뻗었다.
손가락 정도가 아닌 손을 집어넣는다.
무지갯빛의 물결만이 치는 공간 너머로 내 손이 빨려 들어가고는 보이지 않는다.
‘꽤 장난 아니군.’
그러나 느껴지는 정령력의 밀도는 보통이 아니다.
아니, 그 정도뿐일까. 압력마저 느껴진다.
‘까짓것, 해 봐야지.’
일단 저지르고 보자.
나는 씨익 자신감을 불어넣듯 강제로라도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그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그리고 내 시야가 그대로 빛에 휩쓸려 새하얗게 물들었다.
* * *
시련은 간단하다.
들어간 정령계에서 길을 잃지 않고 그대로 출구까지 쭉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일.
보통은 정령계에 빠지면 그 기운에 중독되어 미쳐 버리지만 내성이 있는 정령사라면 오히려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받아들여 단기간에 그 그릇을 키울 수 있다.
걷는 동안 대량의 정령력을 쭉쭉 흡수하면서 나 자신의 틀을 키우는 과정이다.
하지만…….
‘간단한 게 실은 가장 어렵다고도 하지.’
왜 걷기만 하는 이 행위가 시련이라고까지 하며 악명이 높은가.
그것을 몸으로 체감하는 것은 감회가 새롭다.
눈을 뜨자 처음 보인 것은 온통 무지갯빛이 가득한 세상.
‘……사물을 분간할 수 없는 거구나.’
정령계가 이렇게 무지갯빛이 찬란한 세계는 아니다.
과도한 정령력에 의해 시신경이 일시적으로 맛이 가서 착각하는 것일 뿐.
즉, 가장 먼저 시각이 쓸모없게 되었다.
그다음이 후각.
냄새는 나지 않는데도 코 안이 얼어붙는 것 같다.
차례로 촉각, 그리고 기타 여러 가지 감각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내성이 있다고 확신해도 이 정도란 말인가.’
그나마 발을 내디딘다는 행위는 스스로 인식하고 있길 망정이지.
보통은 자신의 움직임조차 자각하지 못하며 영원히 이곳을 떠도는 신세가 될 테니까.
그러나 발을 내디뎌도 뭔가 땅을 밟는 감촉조차도 없다.
일단은 나는 다리를 움직여 걷는다는 행위를 잊지 않으며 계속 걸어 나갔다.
이 시련의 근본적인 요소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그것을 잊는 순간 끝장이다.
‘걷고…… 또 걸어서, 아무튼 걷는 것만은 멈추면 안 돼.’
제대로 걷고 있는지 의심이 되었지만 그 감각에 빠져들면 안 된다.
나는 억지로라도 지금 내가 길을 나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고작 감각 좀 맛이 가는 걸로 끝나면 시련은 아니겠지…….’
각오를 해 두고 있자 그 기대에 부합하듯 다음 현상이 일어났다.
헛것이 보인다.
과도한 정령력에 의해 안구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사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환각이다.
‘……뭐야?’
그러나 내가 한순간 그 헛것에 사고를 빼앗기고 만 것은 보인 것이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왼쪽 눈에는 붉은 기가 감도는 갈색 머리의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의 나, ‘에일런’의 모습.
어린 시절인지 그 소년의 부모로 생각되는 이와 밭일을 거드는 광경이 보인다.
내 기억이 아니다.
분명 이것은 ‘에일런’의 기억.
‘…….’
그리고 오른쪽 눈에는 그립다고 해야 할지…… 어디선가 많이 본 아저씨가 보이는군.
‘이건 현실 지구에서의 나인가…….’
바로 나, 직장에서 의미도 없는 야근을 하며 시간을 채우고 집에 돌아가고 잠드는 나.
육체의 기억과 정신의 기억이 얽히듯 보여 주고 있는 건가?
아무래도 이곳의 정령력의 밀도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던 모양이다.
내 정신에 침범하는 것이다.
‘신경 쓰지 마…….’
함정이다.
신체가 받아들이는 정령력의 밀도가 보다 높아지는 과정의 일환일 뿐.
현혹되면 안 된다.
이대로 무시하고 나아간다.
나는 머릿속에 뒤엉키는 두 명의 인생의 기억을 억지로 흘려 넘기며 나아갔다.
‘에일런’은 부모님이 돌아가셨는지 그들의 장례를 치른 뒤 쓸쓸히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맡은 프로젝트의 성과를 날름 먹어 치우고 튄 상사와 그가 싸지른 패악만 뒤집어쓴 채 사장에게 문책당하는 내 모습.
둘 다 과거의 쓰디쓴 기억인가.
……자고로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부각되는 건 당연한 심리겠지만 꼭 동시 상영할 필요가 있나.
‘그보다, 이 시련이 이렇게 고약했나…….’
본래는 사소한 환각 정도만 보이면서 길을 못 찾게 할 뿐일 텐데.
개인차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현혹되지 않아.’
어차피 과거의 짜증 나는 기억이다.
육체의 기억이야 내 것은 아니고, 내 실제 기억도 그냥 무시하면 그만.
그러나 그런 나도 무시 못 할 기억이 한순간 눈에 들어오고 말았다.
다름 아닌 ‘에일런’의 기억 쪽이었다.
시기는 아마 토벌전에 징집되었을 쯤으로 추측되었다.
그야 ‘에일런’은 갑옷을 입고 있었고, 주변에도 비슷한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보였으니까.
무엇보다 잊을 리가 없다.
내가 이 몸에 떨어진 그날 입었던 갑옷인 만큼 잘못 알아볼 리가 없다.
그렇다면 내가 빙의하기 전인가?
그날 ‘에일런’은 야간 불침번을 섰던 모양인지 병사들이 잠든 텐트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러나 이상한 것은 지금 본 기억은 내 머릿속에도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이런 기억 따윈 없었는데?
몇 번을 떠올려 봤지만 처음 보는 기억이다.
설마 빙의하면서 잊혀지기라도 했던 건가?
문제는 그 과거의 ‘에일런’이 보았던 광경.
그때의 ‘에일런’은 수상쩍은 존재와 조우하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다.
전신을 검은 붕대로 가린 인물이었다.
당연히 그때의 ‘에일런’은 그자를 두려워하듯 경계했으며 겁에 질린 듯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누구도 그 사태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누구도 오지 않는다.
[소용없다. 그들은 나를 인식하지 못할지어니……. 그들은 내게 간섭할 수 없을지어니…….]그 수상쩍은 존재는 그리 말하며 ‘에일런’에게 다가갔다.
‘에일런’은 당연히 무기를 내던지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지만.
어느샌가 저 멀리 도망쳤어야 할 자신이 그 수상쩍은 존재에게 뛰어들 듯 부딪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용없다, 소년. 네 존재 영향력으로는 거스를 수 없을지어니.]그 수상쩍은 존재는 그리 말하며 겁에 질려 말도 잇지 못하는 소년을.
직접 가슴 안쪽으로부터 꿰뚫었다.
그대로 절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육체가 더러운 흙바닥 위에 쓰러지기 전에.
그 괴인은 조심스레 그 시체를 받았다.
[용서를 구하는 말은 하지 않으마, 네 얕은 존재를 비워. 그 공백에 이방인을 초대할지어니. 그것을 위한 희생이로다.]의미 불명의 말을 지껄인 괴인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초대할 이방인으로 하여금 이 모든 예정을 흔들게 하여 그의 영향력으로 세계는 변수에서 벗어날지어니…….]그리고 기억은 끊긴다.
‘에일런’의 육체가 완전히 한 차례 사망했기 때문에 그 이상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대체 그건 뭐야?’
당혹스럽다.
분명 그것은 내가 ‘에일런’에게 빙의하기 전의 일.
내가 빙의하기 전에 ‘에일런’은 이미 죽었다?
아니…… 그건 있을 수 없어.
‘분명 내가 눈을 떴을 때는 한창 트롤과 싸우던 도중이었을 텐데?’
그때는 밤은커녕 한낮이었다.
짐작건대 며칠 정도 시기에 차이가 있다.
‘정말로 ‘에일런’의 기억인가…… 아니면 정령력이 보여 준 환각인가.’
확신을 내리기가 어렵다.
고심하려던 나는 그때 한 가지 중대한 문제를 깨달았다.
‘아차…….’
그만 기억에 정신이 팔려서 걷는 감각을 유지하는 것을 잊었다.
집중력이 끊긴 것이다.
‘실수했다…….’
감각이 어긋난 바람에 그대로 정령력에 휩쓸려 표류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뒤늦게 감각을 잡으려 했지만 늦었나.
그래도 포기할 수 없기에, 조금이라도 감을 잡기 위해 허우적거릴 때였다.
내 손을 무언가가 잡아 끌어당겼다.
-이쪽이야!
무언가가 말하며 나를 계속 끌어당겼다.
-이대로 가면 돼! 에이러!
운디네인가.
생각해 보면 정령계다.
어딘가에 나와 계약한 정령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겠지.
고맙다, 운디네! 덕분에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
그런 내 감상이 그대로 전해졌는지 운디네가 고개를 끄덕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보이지 않아도 대충 모습은 짐작이 된다.
운디네 덕에 다시 제대로 길에 복귀한 나는 계속 걸어 나갔고…… 드디어 출구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온통 무지갯빛밖에 보이지 않던 공간에 새하얀 빛이 보였다.
출구다.
이제 끝이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곳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리고…….
“……잠깐? 이런 건 못 들었는데?”
이번에는 새하얀 공간 위에 덩그러니 내던져졌다.
설마 이렇게 사람을 엿 먹이는 건가?
이보세요? 정령왕님?
아무래도 버그 난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