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55)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55화(255/344)
제 255화
284화 전조 (3)
분명히 통과했으니 바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정상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그랬어!
뭔가 꼬인 건가?
식겁한 순간, 나는 곧 그 원인을 깨닫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뭐야. 이쪽이었나. 하여간 사람 식겁하게 만들기는…….”
곧바로 깨달았다.
이곳은 아직 정령계다.
다만…….
-인간이라도 편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우리들의 기운의 밀도를 낮춰 보았다. 우리들의 후손과 계약한 인간이여.
목소리가 울렸다.
그 방향을 쫓아 시선을 돌리자.
‘……불씨?’
자그마한 불씨가 보였다.
흡사 양초 정도 크기의 그야말로 작은 불씨.
그러나 그 불씨 안에 깃든 정령력의 밀도는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높다.
‘그렇다는 건.’
그 정체를 가늠하자 단번에 불씨가 확산되더니 거대한 산처럼 치솟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 불은 거대한 거인의 형상을 갖추었다.
“정령…… 그것도 정령왕급인가…….”
두 번째로 조우하는 정령왕.
거기에 속성도 딱 알아보기 쉽다.
불의 정령왕.
아무래도 나를 이곳으로 인도한 범인이 바로 저 덩치 큰 화염 거인임은 틀림없으리라.
다만 이름은 보이지 않는걸 보면 본체가 아닌가. 분신 같은 거겠지.
-양해를 구하마. 마침 우리들의 세계에 발을 담근 지금이 밀담을 나눌 기회라 여겼으니.
불의 정령왕은 참으로 듣는 쪽이 황송하게도 오히려 내 쪽에 양해를 구하는 듯한 말을 먼저 건넸다.
“상관없습니다. 마침 한가해지려던 예정이었으니까요.”
무려 불의 정령왕이 직접 나를 불러냈다.
그 말은 뭔가 뜻이 있다는 의미.
불평할 정도로 나도 생각이 짧지는 않다.
“그건 그렇고, 이 단기간에 정령왕 정도의 존재를 두 번이나 연속으로 볼 줄이야…….”
-만일을 위해 말해 두지만 그녀는 모른다. 어디까지나 끼어든 것은 나의 독단일 뿐.
그 말은 지금쯤이면 세닐레이나는 엄청나게 당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
같은 등급의 정령이기에 할 수 있는 폭거로군.
-걱정 마라. 용건은 길지 않다.
“길어도 상관은 없으니 확실하게 할 말, 못 할 말 다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오히려 할 말을 하지 않으면 신경 쓰여서 못 버팁니다.
그래서 대체 불의 정령왕은 뭘 말하고 싶기에 고작 인간 하나를 직접 중간에 낚아챈 걸까.
가만히 기다리자 그가 바로 직설적으로 내게 그 말을 꺼냈다.
-약속에 따라. 네게 전할 전언이 있다. 다른 법칙의 영혼을 가진 이방인이여.
“…….”
꽤 의외라면 의외랄까.
“이방인이라…….”
혼란스러운 기분도 없지는 않지만, 아닌 척 시치미 떼 봐야 뻔뻔한 짓.
무엇보다 나를 두고 그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단어도 달리 없으리라.
그야말로 다른 세계에서 흘러 들어온 자.
“저에 대해 아시는 것입니까?”
-모른다. 들었을 뿐.
“들었다?”
내가 짐작 가는 것이 전혀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그는 거기까지 설명할 맘은 없는지 먼저 본론을 꺼냈다.
-세상은 창조되고 끝을 맞이한다. 시작하는 것이 있으면 멸망하기 마련이지.
“……당연한 소릴.”
-그 시작과 끝에 관여하는 존재가 있다. 그대의 적에 대해 경고해 주고 싶다.
적이라, 달리 다른 존재가 생각나진 않는다.
유력한 후보는 에필레오트나 그가 관여하는 그 괴인들.
“적이라니.”
-그들은 평상시에는 세상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정되지 않은 일이나…… 그들이 예정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경우 간섭을 해 온다.
그것은 이미 익히 확인해 둔 일이었다.
물론 모든 일에 간섭하는 것은 아니리라.
사소한 단역급이나 혹은 영지 하나 규모 정도의 사태에는 쉽게 나타나지 않으나.
흔히 말하자면 메인 악역급.
그러니까 국가 하나나 향후 그 정도 사태로 번질 불씨의 경우는 놈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그들과 제가 무슨 상관이 있죠?”
-모른다.
“…….”
-나 역시 그에게 들은 것만이 전부일 뿐.
“……그? 대체 누굴 말하는 거죠?”
-먼 과거 나는 지금의 약한 정령들처럼 자그마한 존재였다.
태어나면서부터 정령왕인 경우는 없겠지.
닭이 어릴 적 병아리인 것처럼 당연히 정령왕도 하찮은 시절 정도는 있을 것이다.
-지금의 너희들이 세는 시간으로 치면 2만 년 전의 일이다.
어디까지나 원작에서는 설정상으로 주인공이 원래 살았던 시기라고만 나왔던 과거.
굳이 따지자면 원작의 이전의 시대.
-자그마하던 시절…… 그 시대의 끝을 고한 것도 사자들이었다.
2만 년 전의 시대의 멸망.
그것은 이미 아실라에게서 한 차례 들었다.
대부분의 인간과 그 문명의 증거인 유산이 한순간에 증발해 버린 사건.
살아남은 것은 셀베스터나 펠렌트로넬, 그 외에 극소수의 존재나 혹은 던전 같은 방식으로 보관된 아티팩트나 지식뿐.
그리고 저 정령왕.
‘그는 정령 중에도 고참이라는 거군……. 잠깐? 그렇다면…….’
나는 거기서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
“혹시 진상을 아는 겁니까?”
-틀림없이 보았다.
그는 숨기지 않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때는 자그마한 존재였지. 사물을 이해하기에는 미숙했다.
그러니 하급 정령으로서 보고 이해한 수준밖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정보가 될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은 하나. 그들은 끝을 고한다. 당시 그는 말했지. ‘사자’들이…… 그들의 뒤에 군림한 자가 종료를 선언하고 포기하는 순간 문명은 일소된다.
아마 저 정령왕이 말하는 그란, 당시의 계약자가 아닐까 싶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 하지만 진상을 아는 자.
그리고 추측컨대 그자는 저 정령왕에게 전언을 맡겨 둔 것이리라.
특정 조건을 만족한 누군가가 나타나면 대신 말을 전해 달라고.
“그럼…… 그 말을 제게 전한다는 것은 지금의 문명 역시 그때와 같은 결론을 맞이한다는 것인가요?”
-그것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과거에 일어났던 일.
“그렇다면 두 번이고 몇 번이고 일어나겠죠.”
뻔하다.
애초에 가능성이 없다면 새삼 경고하고자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나 역시 짐작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그…… 끝이라는 시기가…….’
아직은 확신이 없어서 가설에 머물고 있지만 혹시 맞다면…….
‘최종 보스…… 에필레오트가 쓰러지는 시기…… 그 뒤.’
내가 아는 원작이 끝나는 시기가 아닐까.
‘사실 가능성은 있어…….’
내가 불안하게 여겼던 것 중 하나가.
과연 원작의 예정이 전부 종료된다면 그 뒤에는 어떻게 될까, 하는 점이다.
하지만 의문도 있다.
어디까지나 내가 아는 원작은 지금의 시대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멸망과 지금의 멸망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원작과 과거는 상관이 없지 않은가.
하물며 그 끝을 결정짓는 존재는 뭐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무엇보다 내가 읽었었던 원작의 존재는 무엇인가?
의문이 샘솟는다.
그러나 저 정령왕이 전부 그것을 풀어 주기에는 부족하리라.
“그 말을 하는 걸 보면 혹시 해결 방법도 제시해 주시려는 겁니까? 혹은 같이 싸워 주신다든가?”
-어렵다.
안타깝게도 대답은 부정적이다.
-우리의 힘으로도 감당할 수 없다. 아니…….
“통하지 않겠죠.”
그렇겠지. 사자인지 뭔지 몰라도 그들에겐 통상적인 능력이나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같은 정령왕인 세닐레이나마저도 그 괴인이 간섭하자 저항도 못 하고 폭주했다.
그런 놈들에게 통하는 유일한 수단.
-그들의 법칙이 닿지 않는 시대의 무기를 찾아라.
“외람되지만 그 무기의 행방은?”
내 킬무리스 같은 숨겨진 수단을 찾으라는 의미.
하지만 근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정보가 필요하다.
그것은 꽤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사람을 불렀다.
내가 만약 과거 저 정령왕의 계약자라면 최소한의 성의는 준비해 놓았겠지.
-일부 그에게 전해 들은 위치가 있다.
“오, 그거 다행이군요. 설마 진짜 지도도 없이 대륙 전체를 수색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위치를 듣는 즉시 움직이면 되겠지.
다행히 보물 찾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그리고 짐작컨대 그것들은 내가 손에 넣기 용이한 방식을 띠고 있을 것이다.
불의 정령왕은 내게 그 숨겨진 무기가 있는 곳의 위치를 말했다.
-북쪽의 끝.
“……망할.”
처음부터 고생길이 열렸다고 탄복하게 생겼다.
북쪽의 끝이라면 백색 지옥밖에 없다.
“거긴 패스! 다음!”
-악마들의 고향.
“사람 죽는 꼴 보고 싶어요?”
보나 마나 마계잖아!
-하늘의 세계.
“그냥 뒈지라고 해!”
아이템 파밍 위치를 참 거지 같은 곳에다가 해 두었네!
그 외에도 그가 말한 곳은 하나같이 찾아가기가 참 거시기한 곳들뿐이다.
아실라의 마도서나 마법검 킬무리스가 손에 넣기 쉬워서 안심했더니 이것들은 튜토리얼이었구만?
-오해 마라. 전부 손에 넣을 필요는 없다.
“전부 가야 했다면 울려고 했습니다. 아니, 진짜 만만한 곳이 없네…… 정말로 다른 곳은 없어요?”
-마지막으로 들은 곳은 한곳이다.
“네. 네…… 일단 듣죠.”
기대는 하지 않으며 나는 그가 말한 마지막 무기가 있는 위치를 들었다.
-인간들은 포렐로스 제국이라 부르는 땅.
“……하아.”
다른 곳에 비하면 만만하긴 한데, 그렇다고 한숨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네요.
나는 한숨을 터트리며 일단은 기억해 두기로 했다.
어차피 언젠가 신경 쓰긴 해야 했을 테니까.
포렐로스 제국, 말이야.
‘그 뜻은 슬슬 그 녀석들이 사고 치고 있다는 거군.’
아마 지금쯤이면 나와 별개로 셀베스터…… 주인공이라는 숙업을 지닌 그 친구는 열심히 뭔가 플래그를 꼽고 있을 테니까 말이지.
아마 조만간 뭔가 소식이 들려오겠지.
‘그러고 보니 그놈, 뭐 하고 있으려나?’
하긴, 보나마나 사고치고 있겠지만.
* * *
셀바스 왕국 변두리의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어느 영지.
본래의 예정대로라면 셀베스터와 그의 일행들은 이곳을 바로 지나쳐서 포렐로스 제국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예정보다 이곳에 길게 체류한 이유가 있었다.
“……설마 이런 곳에서 흑마법사 퇴치해 달라는 부탁이나 받을 줄이야.”
알닉스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지금 자신들이 있는 지하 시설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수일 전.
셀베스터는 제국까지 가는 여비를 벌기 위해 들른 마을에서 간소한 의뢰를 받았다.
최근 산에서 계속 난생처음 보는 몬스터가 내려와서 가축이 잡아먹히거나 밭을 망치거나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싸매던 중이었던 모양이다.
혹시나 흑마법사의 공방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주민들은 그것을 두려워했다.
셀베스터는 흔쾌히 마을 주민들이 주섬주섬 모은 의뢰금을 받아 들고 기운차게 그 몬스터가 나온다는 근원지로 향했다.
그리고 며칠간에 걸친 조사 끝에 그들은 묘한 점을 발견했다.
“……동굴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온다는 점. 그리고 그 몬스터도 일반적으로는 이 근방에서 자생하지 않는 것들. 그리고 이 흑마력.”
“어느 쪽이든 특징이자 증거네.”
루셀이 주변을 경계하며 어쩐지 기분 좋은 듯 말했다.
“야…… 루셀, 너 어쩐지 즐거워 보인다?”
“아하하~ 안 그래도 제국까지 여비가 조금 아슬아슬하지 않을까 걱정했거든. 뭣보다 지난번의 던전은 알닉스 너랑 셀베스터 둘이서만 가서 꿀 빨았잖아!”
“꿀은 무슨! 가서 죽을 뻔했다!”
아무래도 루셀은 지난번 알닉스와 셀베스터만이 하늘의 던전으로 날아가 여러 가지를 얻은 것이 어지간히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 뒤에도 몇 번이나 ‘하아~ 근처에 남는 좋은 건수 없을까?’ 하고 농담 삼아 말했는데.
“설마 정말로 흑마법사의 공방이 있을 줄이야!”
주먹을 불끈 쥐고 진심으로 기뻐하기까지 한다.
던전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흑마법사의 공방도 참으로 노다지라고 할 만한 곳.
동족들을 위해 안정된 출세를 원하는 이 엘프 소녀에게는 딱 좋은 것이겠지.
“……아직 확실한 것도 아냐. 단정 짓기는 이른 거 같은데?”
“에이~ 이렇게 넓은 동굴에 몬스터도 계속 나오고, 딱 봐도 뻔하잖아? 그리고 우리라면 걱정도 없을 테고!”
셋의 실력이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면 돌파할 수 있겠지.
“방심은 위험해. 음?”
주의를 주려던 셀베스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