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57)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57화(257/344)
제 257화
286화 전조 (5)
“뭣?! 이 녀석, 무슨 힘이…… 대체 몸이 어떻게 돼먹은 거야?!”
알닉스가 경악한 건 괴력도 괴력이나 그녀의 몸이 인간의 기준으론 절대 있을 수 없는 움직임을 펼쳤기 때문이다.
허리는 둘째 치고 그녀의 어깨가 분명히 300도 가까이 빙글 돌았다.
등 뒤에 닥친 공격을 팔을 뒤로 빙그르 꺾어 받아 낸 것이다.
그러나 놀랄 여유도 없다.
바로 엘레스의 공격이 셀베스터와 알닉스를 향해 산개한다.
인간의 관절 가동 영역을 비웃는 듯한 괴이한 궤도로 뻗어 나가는 공격에 둘은 당황하며 급히 거리를 벌렸다.
“……지금 허리도 돌아가지 않았냐, 쟤?”
“……아무래도 몸에 뭔가 따로 가공을 해 둔 모양인데.”
언데드라고 해도 인간의 형상을 한 존재가 어깨며 허리며 목이며 빙그르르 돌아가는 걸 보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셀베스터와 동료들에게 엘레스는 담담히 인정했다.
“저를 죽은 자라 먼저 정의한 것은 그쪽이옵니다. 당연히 죽은 자와 산 자는 움직이는 이치도 다르지 않겠사옵니까?”
잘 보니 각 관절의 피부만이 묘한 재질로 덮여 있다.
틀림없이 개조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언데드라기보다는.
“시체 인형.”
엘레스 본인이 먼저 지칭했다.
“……그 명칭은 네 주인의 취미냐?”
“아니옵니다. 이전에 소녀가 마주쳤던 침입자가 말한 감상이옵니다만. 나름 표현이 적절했다 여겼기에 채용하였사옵니다.”
“한 가지 궁금한데, 그 감상 말한 자는 지금 어떻게 되었지?”
“잘 해체해서 실험에 유용하게 사용했사옵니다.”
“잘나셨군.”
“낭비는 하지 않는 주의인지라.”
셀베스터의 눈매가 방금 전보다 예리해졌다.
적의 수준을 다시 평가하였다.
‘방금 전 움직임만이 성가신 비결은 아닌 듯한데…….’
통상적인 인간의 신체 구조로 낼 수 없는 움직임은 셀베스터나 알닉스에겐 약간 대응하기가 귀찮았다.
보통 검술이나 주먹다짐 같은 대인전 기술은 어디까지나 상대가 일반적인 인간의 형상을 갖추고 움직인다는, 지극히 상식 내의 범위를 상정한 후 훈련하고 실전에 사용한다.
그러니 그것을 뒤집는 괴기한 움직임은 대응하기 까다롭다.
막았다 싶으면 바로 엉뚱한 방향을 치는데, 무슨 수로 그걸 예상하란 말인가.
물론 저 언데드 소녀의 성가심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알닉스, 루셀. 먼저 내가 단독으로 상대해 볼게.”
셀베스터는 머릿속으로 그녀의 움직임에 대한 가정을 전부 뜯어고치고는.
주저 없이 스스로 솔선하여 그 언데드 소녀를 향해 뛰어들어 검을 휘둘렀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될 거라 생각하시옵니까?”
그러나 엘레스는 셀베스터가 휘두른 검기를 레이피어만을 휘둘러 막아 냈다.
솜씨도 솜씨지만 잘 보면 그녀가 휘두르는 레이피어의 날에도 검은 오러가 깃들어 있다.
이른바 흑마력으로 발산하는 오러.
“소녀도 참 만만하게 여겨진 모양이옵니다.”
엘레스의 움직임이 다시 펼쳐졌다.
이번에는 괴기한 움직임이 아닌 충분히 정석에 맞춘 검술이다.
까앙!
가벼운 쇳소리와 함께 셀베스터의 검을 쳐내 궤도를 흩트리고 그 순간 재빠르게 연격을 이루며 수십 차례나 되는 찌르기를 뻗는다.
“기연이로군요. 소녀 역시 검술은 조금 자신이 있는지라…….”
“칫! 검술도 수준급인가…….”
셀베스터가 간신히 찌르기를 전부 쳐냈다.
그러나 전부 완벽하게 쳐낸 것은 아니다.
일부 스친 검기가 셀베스터의 몸에 두른 오러를 긁어내었다.
“그리고 다른 것도 조금 할 줄 아니…….”
엘레스가 빈손을 뒤집듯 움직이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셀베스터의 좌측에 검은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그곳에서 검은 불덩이가 쏘아졌다.
“흑마법?!”
“이 정도는 언데드도 구사할 수 있으니까요.”
오러 마스터급의 검술에 이어 수준급의 흑마법까지 구사한다.
심상치 않다.
처음 한 번은 셀베스터가 검기를 휘둘러 급히 쳐냈지만 바로 그 뒤를 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화염 덩어리가 쫓는다.
화염 덩어리에 정신이 팔렸다간 그 사각을 노리고 바로 저 언데드 소녀가 검으로 찌르겠지.
실제로도 그녀는 그 화염 덩어리를 방패로 삼듯 슬쩍 몸을 이동시키고 있다.
‘그렇게 되면 화염을 오러를 펼쳐 막아 주고…… 검을 쳐내서…….’
셀베스터가 다소 손해를 각오하며 이를 악물자.
“아! 진짜! 혼자 폼 잡더니 뭐 하는 거야!”
뒤에서 루셀이 눈치 좋게 정령술을 발동시켰다.
셀베스터의 옆에 얼음의 방패가 생겨난다.
얼음의 정령을 이용한 방어였다.
“살았다, 루셀!”
셀베스터는 동료에게 감사를 말하고는 그 언데드 소녀에게만 집중하여 검을 휘둘렀다.
엘레스 역시 정령술은 귀찮은 듯 루셀에게 짜증 어린 시선을 보냈지만 셀베스터를 처리하는 게 우선이라 판단한 듯 검기를 펼쳤다.
수십 명의 궁병이 쏘아 내는 것 같은 검은 찌르기가 셀베스터를 향해 퍼부어지고 그는 그것을 유려한 검기를 펼쳐서 쳐냈다.
까가가가가가가가가가깡!
쉴 새 없이 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살벌하게 울린다.
공방을 주고받으며 셀베스터가 서서히 미세하게 간극을 좁힌다.
“신중하게 공략할 셈입니까? 어림없사옵니다. 그렇다면 소녀 역시…….”
“그래, 다른 수단을 쓰겠지.”
“……?”
“나도 같은 생각이거든.”
셀베스터가 짓궂은 웃음기를 머금으며 조금 전과 명백하게 성질이 다른 검기를 발산했다.
“단번에 끝내주지.”
셀베스터의 검기에 시퍼런 뇌기가 감싸이더니 강렬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간극을 좁힌 건 네가 내 검기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서야.”
그리고 속도에 익숙해진 틈을 노려 명백하게 성질이 다른 기술을 펼쳐 한 번에 힘으로 무너트린다.
파지지지지짓!
뇌기를 머금은 검이 그대로 엘레스의 허리를 반절 베어 냈다.
그 일격을 막지 못한 그녀의 레이피어는 반절 정도가 뇌기에 뜯겨 나가듯 녹아 부러졌다.
“하물며 영물의 기운과 언데드의 기운은 상성이 좋지 않겠지.”
예상대로 셀베스터의 검을 제대로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허무할 정도로 베였다.
“…….”
엘레스는 말없이 놀라는 것 같은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어차피 상대는 죽은 자다.
죽은 자를 상대로 자비를 보일 이유는 없다.
셀베스터는 개의치 않고 바로 다음 연격을 펼쳤다.
“그만 잠들어, 시체 인형.”
셀베스터가 뻗은 찌르기에서 발산된 오러와 뇌기의 폭풍이 그녀의 어깨를 꿰뚫다 못해 집어삼켜 그대로 벽까지 날려 버렸다.
* * *
엘레스를 쓰러트리고 난 뒤.
셀베스터는 남은 것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곳의 목적은 무엇인가?
대체 무엇을 노리기에 이렇게나 많은 흑마법사에 저 정도의 언데드까지 머물고 있는 거지?
이제는 그것을 확인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 예상외의 것을 목격해야 했다.
“……이거 뭐야?”
루셀이 질린 듯 간신히 중얼거렸다.
“여기…… 이놈들, 뭐 하던 거야?”
“이번에는 나도 같은 의문이 든다만.”
알닉스 역시 기분 나빠하는 루셀의 반응을 이해해 준다는 듯 마찬가지로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이건 불쾌하군. ……야, 셀베스터. 보통 흑마법사 이놈들, 다 이러고 사냐?”
“그건 나도 확답은 못 해. 관심도 없고”
셀베스터는 의외로 담담하게 대꾸하며 먼저 앞서 나가 직접 그것들을 살폈다.
그들이 진입한 구획에는 어째서인지 괴기한 것들이 가득 있었다.
아마 이곳은 놈들의 연구 자재를 채워 넣은 공방이리라.
흑마력 같은 것들을 채워 넣은 수조에 떠 있는 것들.
그것을 처음 봤을 때 루셀은 반사적으로 헛구역질을 참아야 했다.
생물의 일부, 온갖 장기들이 그곳에 있는 게 아닌가.
“……이거 아무리 봐도 몬스터의 것은 아니지?”
“적어도 내가 볼 땐 아니다. ……제길.”
문제는 그것들이 아무리 보아도 인간의 것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명백하게 인간의 일부다.
얼추 수만 잡아도 수백, 아니 천 단위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것이 쫘악 펼쳐져 있다.
“……이상한 기분이 드는군.”
“응…… 마치 뭔가 집념이라도 쌓여 있는 느낌이야.”
무슨 이유가 있기에 이런 광경이 펼쳐져 있는 것인가.
대체 흑마법사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던 걸까?
“……설마.”
그 가운데 유일하게 말이 없는 셀베스터는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나아갔다.
섣부른 행동이라며 동료들이 만류하는 말도 듣지 않으며 계속 셀베스터가 안쪽으로 향한다.
“기다려 봐, 셀베스터! 습격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
“……하려면 진즉에 했겠지.”
“어?”
“아냐. 그보다 안쪽에 뭐가 있어.”
“뭔데?”
“잘은 모르겠지만…….”
셀베스터는 그곳을 응시하며 작게 말했다.
“……살아 있는 생물의 기척.”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해도, 얌마…… 설마 이것들을 잘못 느낀 건 아니고?”
“달라. 저것들과는 다르게…… 하나의 어엿한 기척이 있어.”
신경이 쓰였던 것은 그 점이다.
“일단은 대비는 해 둬. 어쩌면 아직 남아 있는 잔당일지도 모르니까.”
“으아…… 보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구나.”
“……이곳의 주인이라면 그것 나름대로 추궁하고 싶은 것도 있으니까.”
셀베스터는 허리춤에 매어 놓은 검 손잡이에 손을 대고는 신중히 앞으로 나아갔다.
단순히 신경이 쓰이기 때문은 아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수상쩍은 곳은 파헤쳐 보았고 악인과도 대면했다.
설사 더 끔찍한 지옥도가 펼쳐져 있어도 놀랄지언정 이렇게까지 긴장할 이유는 없다.
‘……뭐지.’
예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마치 그곳에 빨려 들어가듯 어느샌가 자신의 발길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거부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것처럼.
‘뭐가 있는 거지…… 뭐가 나를…….’
셀베스터는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그곳의 문을 열었다.
그것을 드디어 발견하였고.
그리고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
“뭐야! 잠깐만! 이거 말도 안 되잖아.”
마치 그의 속내를 대변하듯 고함친 것은 루셀이었다.
어쩔 수 없다.
이 중에서 저것을 보고 가장 동요하는 건 그녀밖에 없을 테니까.
거대한 수조 속에 잠긴 채 떠 있는 것은 아무리 봐도 엘프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것도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
“……동족? 하지만 저거…….”
“걱정 마. 살아 있으니까.”
최악의 염려는 하지 말라는 듯 셀베스터가 말했다.
“됐고! 저렇게 둘 수 없잖아! 꺼내야 할 거 아냐!”
동족이 얽힌 문제인 만큼 루셀은 평상시 때보다 초조한 듯한 목소리를 내며 수조를 향해 달려갔다.
다행히 함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면 여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셀베스터로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셀베스터!”
“그, 그래. 우선은 저 아이부터 구출하자.”
셀베스터는 급히 검을 뽑고는 수조의 앞에서 섰다.
휘두른 검이 일선을 긋자 그대로 잘려 나간 수조의 벽이 깨지며 무너진다.
수조가 깨지자 넘쳐 난 액체는 바로 공기 중에 닿자마자 흩어졌다.
“물이 아니었어?”
“마나를 액화시킨 것 같아.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아마 바깥에 닿으며 그대로 흩어질 거야.”
직접 지나치게 들이쉬지만 않으면 해는 없다.
그렇게만 경고해 두고는 셀베스터는 재빨리 뛰어올라 그 쏟아지는 액화 마력 사이로 떨어지는 소녀를 받아 내었다.
“……다행히 무사한 것 같은데.”
기척만으로도 알 수는 있지만 혹시나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 그 소녀는 제대로 숨을 쉬고 있고, 틀림없이 온기도 남아 있다.
틀림없이 살아 있는 존재다.
“그래서 그 꼬맹이 구한 건 좋다만. 어쩔 거냐?”
“……물러나야겠어.”
셀베스터는 후퇴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