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59)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59화(259/344)
제 259화
289화 정령 마법 (2)
이대로 팝콘이나 가지러 가도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내 용건을 이룰 시기가 늦어진다.
“……말리자.”
크루세가 녀석의 턱주가리를 날려 버릴 주문을 완성하기보다 더 빨리, 내가 잽싸게 끼어들어 그 사이를 가로막았다.
“……에일런?”
크루세에게서 방출되던 마나의 낌새가 단번에 사라졌다.
금세 냉정해졌는지 애먼 용병 하나 잡을 뻔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멋쩍은 듯 시선을 피했다.
뭐, 그 사실마저도 눈치 못 챈 멍청이가 있긴 하지만.
“어엉? 이놈은 또 뭐야?”
“……말버릇 하고는.”
한순간 그냥 끼어들지 말고 한바탕 거하게 당하게 놔둘걸 그랬나, 짤막한 후회가 들었다.
뭐, 피를 구경하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니 마음먹은 대로 내쫓자.
나는 대충 손을 휘휘 저었다.
“이봐, 무슨 뜻이냐?”
“보아하니까 괜히 만만하게 보여서 시비나 거는 것 같은데 허튼짓하지 말고 꺼지라는 뜻이야. 나중에 후회한다?”
“……이 자식이, 누굴 얕보고.”
놈은 결국 내게 덤빌 듯 으르렁거렸지만, 다행히 놈의 동료는 그렇게 눈이 어둡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나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더니 금세 뭔가 생각났다는 듯 황급히 제 동료의 어깨를 붙잡는다.
“야, 말리지 마.”
“그게 아니라…… 이 자식…… 그 에일런 스토어의 점주잖아.”
“……엉? 에일런?”
그제야 놈의 눈동자가 놀란 앵무새처럼 동그랗게 바뀌었다.
“그렇다면…… 설마. 저 자식이 진짜 거기 점주라고?”
“……들었어. 분명히.”
나를 보며 숙덕이는 걸 보면 제법 여기서도 내 이름이 퍼진 모양이다.
단순히 잘나가는 상업 집단의 주인으로서의 관록도 있을 테니까.
“……그 미친 정령사잖아.”
……엥? 뭣이라고?
“……들었어. 분명히 정령사 길드를 뒤엎었다고.”
“……그 뒤에 거기 부길드 마스터가 오히려 저자세로 나와서 협상했다지?”
“……그전에 항쟁이 있었던 모양이야.”
나를 놔두고 자기네들끼리 쑥덕거린다.
그런데 들리는 대화가 어째 흉흉하다.
대체 저들이 말하는 에일런은 누굴 말하는 거야?
“……듣자니 거슬리는 자는 그대로 끌고 나가서 불의 정령의 입 안에 처넣는다던데…….”
“……제정신이 아니군.”
“……완전히 미쳤군.”
“……엮이면 좋은 꼴은 못 본다고 들었어.”
쑥덕쑥덕…….
어째 흉흉한 이야기만 들린다.
그리고 조금 상처받았다.
내가 언제 그런 짓을 했다고?
소문이란 게 원래 과장되기 마련이고 입에서 입을 거칠수록 보다 괴기해진다고 하지만…….
완전히 이야기만 들어 보면 나는 거슬리는 인간을 죄다 정령의 불길에 사정없이 처넣어 대는 정신 나간 놈이잖아?
……에일런은 무척이나 위험한 친구였군요.
자초한 바도 있기에 굳이 부정은 하지 않는다.
약간 두려움을 사는 편이 편리하기도 하고.
보라, 이렇게.
“네. 네. 그 에일런입니다. 아주 위험한 에일런이니 알아서 피하시든가.”
내가 다시 한 번 손을 내젓자, 내 정체를 알아본 그 용병은 흠칫 떨더니 자존심 때문인지 주저하다가 결국 물러나는 것을 택했다.
“두…… 두고 봐라.”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가는 놈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런 놈들 상대해 줄 필요는 없어요. 다음부터는 적당히 마법으로 위협만 하세요. 귀찮아지니까.”
“……그럴 생각이었네요.”
“하아? 조금 전만 해도 매직 미사일 한 방으로 턱주가리를 날리려 했으면서?”
“죽이지는 않으면 되잖아요.”
……무섭네요.
“제 마도구의 가치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트집을 잡는 그자들이 나쁜 것이랍니다. 네. 그렇고말고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합리화를 시전하는 크루세.
놈들이 시비를 건 것이 맞긴 하지만 이래서야 앞으로 제대로 살아가려나, 걱정은 된다.
사람 많이 잡으실 상이야, 이 아가씨.
“……개인적으로 이런 클레임에 조언 하나만 하자면 마도구에 적당히 사용법과 효과 등을 적어서 붙여서 판매하세요. 그럼 시치미 떼기 쉬워질 겁니다.”
이른바 설명서를 동봉하세요, 라는 팁.
“……굳이 그런 짓을 한다고 읽어 볼까요?”
“일단 나는 설명했다. 이걸 읽지 않은 쪽이 이상한 게 아니냐, 하는 핑계는 되니까요.”
설명서는 중요하다. 읽지 않아도 중요하다.
아무튼 그런 조언을 해 주고는 나는 곧바로 크루세에게 용건을 밝혔다.
“그건 그렇고 크루세 씨, 혹시 정령 마법의 이론에 대해 관심 있으십니까?”
“……말해 보세요.”
진지하게 눈빛이 바뀌는 게 제대로 낚였구나 싶었다.
쉽네.
이걸로 어려운 이론을 기억해 줄 인재 포섭 완료다.
* * *
이제 남은 건 배울 수 있냐, 없냐의 문제.
즉, 내 쪽에 달렸다.
크루세에게는 사정을 설명했고, 아니나 다를까 흔쾌히 자리에 동석해 주기로 하였다.
“정령 마법! 탑에도 자료가 없어서 예전에 알아보는 걸 포기하고 있던 이론이네요!”
마법사다운 지식욕을 빛내며 그녀는 이젠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따라올 기세다.
“오히려 에일런. 왜 그런 재밌는 일…… 아니, 큰일에 제 조력을 요청하지 않은 거죠?”
“……지금 재밌는 일이라고 했죠?”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요?”
오히려 바람의 정령왕과 얽힌 사건에 왜 자신을 끼워 넣지 않았냐며, 반쯤 불평을 보냈다.
어쩔 수 없다.
크루세는 백탑 소속의 마법사다.
정령사 길드와의 문제에 끼어들게 하기에는 뒷일이 골치 아플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
아무튼 새로운 이론을 접할 기회에 신이 났는지 크루세는 시키지 않았는데도.
“걱정은 마시길. 부족한 이론은 제가 어떻게든 해석해서 도와 드릴 테니까요.”
의욕이 폭발할 기세다.
어쨌든 크루세를 데리고 도시에서 꽤 떨어진 평원에서 기다리자 곧 정령왕 세닐레이나가 강림했다.
-기다렸어?
“기다렸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우리.
“……정말로 정령왕이군요.”
크루세는 한차례 듣긴 했지만 눈으로 보자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그 인간은?
“일단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론 부분 문제 좀 같이 고민할 친구입니다. 믿을 만한 사람이니 걱정 마세요.”
-상관없어.
시원스레 말하며 크루세의 동석을 승낙한다.
애초에 그녀의 정체는 정령사 길드에서도 일정 선에서는 공표할 생각인 모양이었으니까.
“크루세 엘파먼트라고 합니다. 정령의 정점 중 일각이시여.”
크루세는 진지하게 자신을 소개했고, 정령왕 역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그럼 슬슬 정령 마법에 대해 좀 가르쳐 주세요.”
“……에일런, 예의가.”
-괜찮아.
“괜찮다잖아요.”
-포기했으니까.
“그런 의미였습니까?”
고작 조금 채근한다고 해서 틀어질 사이는 아니니까.
정령왕은 바로 정령 마법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정령 마법. 우선 그것은 정령사가 구사하는 것이 아냐.
정령왕은 시범을 보이듯 가볍게 팔을 앞으로 내밀고는 주문을 외웠다.
주문을 외자 바람이 휘둘리며 정령력이 복잡한 배열로 움직이기 시작하며 술식을 만든다.
-정령 마법은 정령의 오의.
정령사의 오의가 아니라 정령의 오의.
“정령의 오의라…… 확실히 인간에게 대대로 이론이 전수될 수 없는 건 당연하네요.”
크루세가 골치 아프다는 듯 신음하며 이 기술의 습득법이 왜 어려운지 지적했다.
“인간의 오의가 아니라 정령의 오의니까요.”
이 비법이 사실상 실전된 취급을 받는 근본적인 이유다.
배워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내가 계약한 정령인 셈.
“……짐작이지만 정령 마법을 개발한 건 그쪽 같은 고위 정령이지 않을까요?”
-정답.
그녀는 가볍게 긍정했다.
-그래도 과거 몇 명인가 이것을 계약한 정령에게 습득시킨 인간은 있었어.
“……일단 참고삼아 묻겠는데 마지막 정령 마법 구사자는 언제쯤이죠?”
-음, 4천 년?
그쯤 되면 그게 누군지도 모르겠다.
“기록이 남지 않은 것도 어쩔 수 없겠네요.”
크루세가 이해한다는 듯 쓴웃음을 짓자, 정령왕은 그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틀려. 마법사 중에도 과거 이 이론을 통달한 자가 있어.
“……누구죠?”
-이름은…… 기억 안 나. 내 쪽이 전수한 게 아니니까. 아마 물의 정령왕이었던가?
“뭐,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누구냐보다는 지금 제가 배울 수 있냐가 문제니까요.”
결론적으로 이것을 배우려면 절대적인 조건이 있기 마련.
“그렇다면 마법을 쓰려면 그만큼의 지성과 그리고…… 스스로 정령력을 컨트롤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게 조건이겠군요.”
-너희들이 나눈 기준으로 치자면 최소 상급.
개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최소 상급 이상의 정령만이 간신히 그것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겠지.
허들이 괜히 높은 게 아니다.
아주 높다 못해 고개가 부러지겠어!
일단 현재 이쪽에서 가용이 가능한 정령들의 리스트를 꼽아 보며 그 정령 마법의 전수가 가능한 개체를 궁리해 보았다.
‘일단 가장 무난한 건 그 녀석이겠지…… 성질적으로도 적합할 테고.’
나는 바로 운디네를 불러내었다.
그러고는 운디네에게 정령 마법에 관해 대략적으로 설명하고 전수받으라 부탁을 해 두었다.
-정령 마법? 그게 뭐야아아?
천진난만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군.
“운디네, 할 수 있겠어?”
-모르겠지만 해 볼래!
“그래…… 긍정적인 자세는 좋구나.”
의욕은 넘쳐서 다행이야.
나는 운디네를 쓰다듬으며 세닐레이나에게 다시 확인 차 물었다.
“일단은 얘는 의욕적인데 정말로 이 녀석에게 전수가 되겠습니까?”
-상관없어. 오히려 적합해.
그녀는 운디네를 한 번 쭉 훑어보고는 고평가를 내렸다.
이거 참으로 영광이로군.
-정령 마법은. 강하게 성장한 정령이 익힐 가능성이 높으니까.
“운디네라면 충분히 최소 자격은 된다는 것이군요?”
그렇다면야 기대 정도는 해 볼 만하겠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
“……그런데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죠?”
-걱정 마. 시간은 걸리지 않아.
“음…… 꽤 좋은 방법을 쓰시나 보네요?”
대체 무슨 방법을 쓰는 걸까, 조금 호기심이 들었다.
-보면 알아.
굳이 설명해 줄 마음은 없는 건지, 아니면 귀찮은 것인지 그녀는 운디네를 바라보며 손을 까딱였다.
-이리 와.
보통은 소환한 정령사 외의 타인의 명령은 허가가 없으면 듣지 않는 게 기본적인 정령의 상식이나.
상대는 정령왕, 속성은 다르더라도 그래도 정점에 군림하는 상사 중 하나다.
운디네는 잠시 몇 초 정도 주저하다가 순순히 정령왕의 앞으로 이동했다.
뭘 하려는 걸까.
나는 일단 지켜보았다.
-인간과 가르치는 방법은 달라. 인간은 배우기 위해선 시간을 소요해.
“뭐, 그게 어려운 점이죠. 그럼 정령은 다르다?”
-우리에겐 보다 직접적인 방법이 있어.
그렇게 말하며 정령왕은 운디네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고는 기이한 반응을 보이는 정령력을 발산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운디네의 정령의 구성 요소에 직접 간섭하는 건가?’
보통이라면 감히 내 정령에 간섭하게 두는 수상쩍은 짓은 허가할 리 없지만, 저 정령왕이 내게 손해가 될 만한 일을 할 리가 없다.
나는 얌전히 지켜보았다.
그렇게 그녀의 정령력이 운디네에게 깊이 침투하여 강한 간섭을 발하는 것을 몇 초간 지켜보자.
-끝났어.
그리고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말한 뒤 그녀는 운디네에게서 손을 뗐다.
곧바로 다시 운디네가 내게 날아왔다.
-에이러, 끝났대!
“……아, 그렇구나.”
일단은 수긍하는 시늉만 했다.
이걸로 최신 패치 완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