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6)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6화(26/344)
제 26화
31화 응징에는 응징으로 (1)
나는 놈의 시체를 내려다보고는 혀를 찼다.
놈의 손에는 대체 언제 뽑은 건지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설마 그 상태에서 반격을 할 셈이었나? 자신이 죽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거냐?
그들의 악의를 깨닫고 나니 등골이 서늘하다.
“……독한 놈이군. 보통 이렇게까지 해?”
“범죄 길드에 몸담은 놈들은 다 이런 법이에요. 얕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나름 필사적인 셈이죠. 그나저나 아야야야야…… 뒤통수 깨지겠네.”
어느샌가 정신을 차렸는지 에멜이 말을 걸어왔다.
무사했던 모양이다.
뒤통수를 문지르는 것 외에는 부상은 크지 않아 보이고.
오히려 짜증 난다는 듯 슬쩍 놈들의 시체 하나를 잘근잘근 밟고 있다.
나도 같이 밟을까?
그 무렵 마침 아래층에서도 소란이 잦아들었다.
“아~ 끝났나 보네? 살피러 내려갈까요?”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
“그럼 제가 먼저 살펴볼게요. 점주는 뒤따라서 살피면서 오세요.”
만일의 상황도 있을 수 있기에 에멜이 앞장서서 내려갔다.
아마 동료들이 당했을 경우를 생각하는 거겠지.
다행히 바닥에 쓰러진 건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의 시체뿐.
우리 쪽 용병 중에는 희생자는 없다.
“휴우…… 그쪽도 끝난 겁니까?”
“역시 두 분 다 무사하셨슴까? 한숨 놓았슴다.”
하지만 그들 역시 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에게도 역시 힘든 전투였다는 뜻이겠지.
바로 용병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상황을 살폈다.
“에일런 씨? ……에멜, 위층은 정리된 건가?”
“응, 일단은. 너희도 무사한 거 같네?”
“어떻게든 처리는 했지만. 놈들 꽤 질기더군. 마지막까지 반항하더군.”
그들은 한숨을 쉬지만, 여전히 무기에서 손을 떼진 못했다.
방심한 순간 적이 다시 몰려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나는 일단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우선 자잘한 부상부터 어떻게 해야겠어. 자! 포션부터 나눠 줄 테니 마시고 정비하자.”
모두에게 한 병씩 넘겼다.
또 언제 적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니 우리는 1층에 집결한 채 잠시 한숨 돌렸다.
이럴 땐 모여 있는 게 가장 현명하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침입당하니 유쾌하지가 않다.
‘그리고…… 나도 위험했어.’
내 뺨을 매만졌다.
포션 덕분에 상처는 이제 남아 있진 않으나 검에 스쳤을 때의 감촉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다.
괜히 방심하다가 한 방 먹을 뻔했다.
다행히 적의 역량이 내 능력을 웃도는 정도가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바로 대책을 익혀야겠어.’
시급하다.
이제 겨우 첫 번째 습격을 물리친 것이고 쓰러트린 놈들은 고작 말단에 불과하다.
이제 시작이 아닌가.
‘서두르자.’
용병들이 주변을 경계하는 사이 나는 슬쩍 등을 돌리고 내 머리 위의 이름표를 끌어 내려 상태창을 열고는 작업을 시작했다.
우선 지금까지 포션 팔면서 쌓은 포인트를 확인할 때다.
<잔여 영향력 포인트 : 28pt>
흠, 28포인트 정도 모인 상태군.
그사이 또 쌓였어.
그렇다면 지금 쓰자.
내게 필요한 건 조금 전에 떠올랐으니까.
<강철 같은 피부>
우선 요놈부터 입력 완료.
<해당 능력을 검색합니다.>
<검색에 성공했습니다.>
<능력 ‘강철 같은 피부’를 획득합니다.>
<소모 영향력 포인트 : 8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20pt>
좋아, 배웠다.
나는 용병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가린 채 나이프로 살짝 손등을 긁어 보았다.
근처 대장간에서 파는 싸구려 나이프로는 긁히지도 않는다.
‘제대로 능력의 효과가 반영됐어!’
강철 같은 피부는 일종의 특성에 가깝다.
본래라면 리자드맨같이 외피가 질긴 몬스터나 그 체질을 물려받은 혼혈에게 발현되는 특징이다.
그걸 억지로 내 능력으로 삼은 셈이다.
‘예상대로 이곳에 존재하는 능력이면 그게 몬스터의 것이든 누구의 것이든 상관이 없는 거구나.’
이게 있으면 피부의 강도가 질겨진다.
대략적으로 피부에 얇은 가죽 갑옷을 덧댄 정도의 방어력을 얻는 셈.
다만, 어디까지나 외피가 질겨지는 것뿐이라 자잘한 찰과상이나 베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에 지나지 않는다.
큰 충격을 받으면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상하는 건 변함없다.
당연히 그 대책 또한 생각해 뒀다.
<강인한 신체>
나는 하나 더 추가로 능력의 이름을 입력했다.
<해당 능력을 검색합니다.>
<검색에 성공했습니다.>
<능력 ‘강인한 신체’를 획득합니다.>
<소모 영향력 포인트 : 10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10pt>
강인한 신체.
숙련된 전사들 중 일부가 타고난 특성이다.
뼈의 골밀도, 근육의 강도, 거기에 기초 근력까지 전부 상승하는 귀중한 능력이다.
이것을 얻었으니 방어 능력, 까놓고 말해 나의 맷집도 어느 정도 올라갔을 것이다.
일단 확인 겸 나는 내 능력치를 다시 한 번 재검토해 보았다.
<에일런 – 단역 A>
<고유 능력 : 정령술(최하급)>
<습득 능력 : 공간 제어(최하급). 최하급 재생력. 강철 같은 피부. 강인한 신체>
<체력 : 37>
<민첩 : 22>
<의지 : 17>
<마력 : 50>
<정령력 : 54>
그간 꾸준히 훈련을 한 덕에 약간이지만 기초 능력도 올라 있다.
특히 체력은 강인한 신체 능력의 영향인지 꽤 상승했군.
‘어쨌든 이걸로 당장 할 수 있는 건 했어.’
최하급 재생력으로 자잘한 상처와 출혈을 막는다.
강철 같은 피부로 방어력을 올리고.
강인한 신체로 기초 맷집을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조금 실수했다고 갑자기 치명상을 입고 죽진 않겠지.
“……점주? 뭐 해요?”
내가 딴짓하고 있자 마침 용병들도 걱정스러운 듯이 이쪽을 향해 말을 건다.
괜히 멍하니 있어서 걱정하는 건가?
나는 괜찮다며 어깨를 으쓱이고는 천장을 보는 시늉을 했다.
“별거 아냐. 조금 저쪽에 웬 벌레가 보인 거 같아서 말이지. 그 검은 녀석 말이야.”
모든 가게와 가정의 적 말이지.
이렇게 변명하자 그들은 기가 막힌 듯 웃음을 터트렸다.
“점주? 이 상황에 그게 문제예요?”
“여긴 포션 파는 가게야. 위생이 중요하지.”
“위생…….”
다들 기가 막힌 눈을 한다.
나도 알아, 임마.
이미 시체가 굴러다니는 시점에서 위생 걔는 진즉 사직서 내고 도망갔지.
가게도 가구가 멀쩡한 것이 하나 없고 온통 피범벅이다.
나중에 싹 새로 사는 게 편할 지경이군.
‘젠장! 이래서야 당분간 장사는 쫑 났네.’
무엇보다 범죄 길드와 충돌했다는 게 알려지면 손님들부터가 꺼릴 것이다.
아~ 괜히 짜증 나네?
이게 다 누구 때문일까?
나는 1층에 굴러다니는 검은 복면들의 시체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야, 이놈들 때문이지.’
얌전히 기다릴 게 아니었나.
“……이렇게 된 이상 저놈들의 책임자에게 당장이라도 이 대가를 물어야겠군.”
싸움을 걸어온 이상 제대로 응해 주는 게 이 바닥의 도리라는 건 알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아하게 대처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전쟁이다.
* * *
외성 도시 외곽 구획.
가장 치안이 좋지 않은 슬럼가로서 어지간한 용병도 잘 발을 들이지 않는 구역.
이 구획의 중심에 범죄 길드 ‘검은 뱀’의 아지트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길드 아지트에는 늘 검은 뱀의 조직원들이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고 있다.
그들은 늘 밤이 새도록 술을 마시거나 혹은 내기 도박을 하거나 하며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낼 뿐.
덕분에 야심한 시간까지 주변이 시끄럽지만 항의하는 자가 있을 리가 없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곳은 제 세상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오늘도 시끄러운 그들 중 한 조직원은 마시던 잔을 반쯤 비우고 나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늘 몇 놈이 안 보이는군. 뭔 일 나갔냐?”
“그거잖냐, 그거. 그 정령사가 차린 가게에 볼일이 있다는 모양이던데? 왜 포션 파는 놈 있잖냐.”
“그러고 보니 그놈이 제안을 거부하고 모욕했다고는 들었는데. 그 일인가?”
“낮에 갔다 온 놈들이 아주 이를 갈더군.”
사실이라면 참으로 겁도 모르는 녀석이다.
조직원은 그 정령사의 앞날을 상상하고는 조소를 띠었다.
“그럼 그놈은 곧 뒈지겠군.”
“듣자 하니 두목이 살려서 끌고 오라고 했던 모양이던데? 죽지는 않겠지.”
“그럼 그 정령사 놈 꼴 한번 볼만하겠군. 나중에 한번 그놈 꼴이나 보러 가 볼까. 크하하하하핫!”
조직원은 천박한 웃음을 터트리고는 연신 그 정령사를 비웃으며 남은 술을 들이켰다.
“그럼 한 잔 더 하면서 나간 녀석들이 돌아오기나 기다려 볼…… 음? 뭐야, 너 벌써 뻗었냐?”
빈 잔을 채우러 일어나려던 조직원은 조금 전까지 떠들고 있던 동료가 테이블 위에 엎어져 있는 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인마! 뭘 처자냐? 얼마나 퍼마셨다고…….”
걷어차서라도 깨울까 고민하던 그는 문득 위화감을 깨달았다.
뭔가 미심쩍다.
이 녀석이 고작 이 정도 마시고 뻗을 리가 없는데?
거기에 이상하게 고요해지고 있었다.
돌아보니 마찬가지로 뻗어 있는 얼간이들이 보였다.
“……뭐야?”
동료가 마시던 술잔의 냄새를 맡았다.
그러나 보통 마시는 것과 다름없는 싸구려 술이다.
그는 위화감은 다른 곳에 있다는 걸 곧 깨달았다.
“안개?”
발아래에 짙은 새하얀 안개 같은 게 흐르는 게 아닌가.
그 안개에선 어딘가 기이한 향기가 나는 것도 같았다.
맡으니 어쩐지 힘이 빠진다.
“뭣?! 자, 잠…….”
그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휘청거리더니 쓰러졌다.
그대로 그는 완전히 잠이 들어 버렸다.
이미 다른 조직원들도 하나둘 쓰러지더니 결국 태반이 잠들어 가고 있다.
그들이 코를 고는 소리만이 남았을 때.
단 한 명의 발소리만이 들려온다.
“이제야 조금은 조용해졌군. 그래, 착한 어른들은 잘 자야지? 아, 너흰 나쁜 어른들인가? 뭐, 그래도…….”
새하얀 안개를 헤치고 에일런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얌전히 잠이나 처자. 밤중에 민폐니까.”
* * *
나는 상황이 심각해졌으니 지금 이 기회에 병사에게 신고하자고만 말하며 이동했다.
‘그래 봐야 핑계지만.’
병사들이 있는 초소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용병들에게는 일단 돌아가라고만 해 두었다.
그리고 나는 샛길로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
신고는 무슨,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다.
그걸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
근본적인 해결도 되지 않고.
‘이 지경까지 왔으면 최대한 빨리 끝장을 봐야 해.’
놈이 뒈지든 내가 죽든, 둘 중 하나다.
타협은 없다.
그러나 지금부터 할 일에는 고용한 용병들을 데려가지 않는다.
‘보이고 싶지도 않고.’
다른 이유보다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을 보이고 싶지 않다.
그들을 못 믿는 건 아니나 내가 이제 하게 될 일이 도시 내에 알려지면 귀찮으니까.
‘바로 놈들의 아지트에 쳐들어간다.’
검은 뱀의 아지트의 위치에 관해서는 습격을 당하기 전 이미 용병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의외로 아는 이들은 아는 모양이다.
외성 도시 외곽 쪽, 가장 치안이 나쁘기로 소문난 곳에 터를 잡은 모양이다.
거기에 검은 뱀의 길드 아지트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무려 건물에 길드의 문양을 걸고 있는 게 아닌가.
대놓고 뱀을 그려 둔 간판이 보이자 힘이 빠졌다.
“범죄자 주제에 참 쓸데없이 당당하네?”
황당하기 그지없다.
생각해 보니 이유는 그거겠지?
그 뱀파이어 로드가 세뇌한 귀족이 뒤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겠지.
‘인맥이 있으니 대놓고 간판까지 세워도 잡히지 않는 거군.’
놈들을 소탕하려면 증거를 잡아야 하는데 문제의 인맥들이 전체적인 증거를 은폐해 주는 것이다.
뭐, 질이 좋지 않은 양아치 무리라고 해도 그것만으로 잡을 수는 없으니까.
‘거기에 일부 병사들을 매수했을 수도 있고.’
영주가 그딴 것에 회유될 성격은 아니나 아랫것들까지 깨끗하길 바라는 건 불가능하다.
어쩌면 바로 병사들에게 가지 않은 게 신의 한 수였는지도 모르겠어.
나는 근처에 숨은 채 드나드는 조직원들의 머리 위를 살펴봤다.
‘엑스트라. 엑스트라. 엑스트라. 또 엑스트라. 음! 엑스트라 되게 많네!’
훗! 온통 엑스트라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