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8)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8화(28/344)
제 28화
33화 응징에는 응징으로 (3)
놈이 멍하니 눈 뜨는 표정이 왠지 모르게 상상이 되었다.
“설마 도주입니까! 정말로 웃기지도 않는군요!”
싱겔이 어이가 없다는 듯 외친다.
동시에 내가 있던 자리에 깊게 검흔이 남는다.
이런! 조금만 느렸어도 맞았다.
예상보다 노려 오는 조준이 정확하다.
‘역시 발소리로도 내 위치를 눈치채나…….’
행여 작은 소리라도 나올까 나는 입가를 손으로 틀어막으며 달렸다.
발소리까진 어쩔 수 없다 쳐도 최대한 소리를 아끼면서 거리를 벌려야 한다.
그게 1차적인 작전의 핵심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것!
‘……운디네, 스프라이트. 계속 놈을 때려. 내 마나는 신경 쓰지 말고.’
정령들의 공격을 유지하며 나는 달리는 데만 집중했다.
이것이 정령술의 유리한 점 중 하나.
일일이 조준할 필요가 없는 것.
명령만 내려 두면 재량껏 목표물을 노려 준다.
그렇기에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
정령들은 물체를 시야로 판단하는 게 아니거든.
파파파파파팟!
물화살이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전격이 놈을 향해 정확히 쏟아지며 안개 너머로 쉴 새 없이 번쩍인다.
“성가시군요! 이것이 정령술!”
놈이 혀를 차며 부웅! 휘두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정령들을 쫓아내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것이리라.
검에 오러가 덧씌워져 있으니 정령에게 명중하면 소환을 깨고 되돌려 보내는 건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기미는 느껴지지 않는다.
헛방만 맞히고 있다는 뜻이다.
‘저놈은 정령의 기척까지 간파하는 경지는 이르지 못했구나. 어설퍼.’
점점 놈의 바닥이 가늠된다.
나머지는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면 어떻게든 될 터.
‘그때까지 최대한 피하고, 또 피한다!’
내가 다시 한 번 힘껏 고개를 젖히자 놈의 검이 애꿎은 벽을 가른다.
진심으로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래도 위치가 잡히냐…….’
이 술래잡기도 영원히 이어질 리 없다.
지금도 내 마나는 실시간으로 정령들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고, 그 감각은 자각하기 싫어도 체감이 된다.
놈도 나를 쫓고 계속 퍼부어지는 정령들의 공격을 오러를 둘러 가드하느라 힘을 쓰겠지.
누가 먼저 지치는가?
말 그대로 목숨을 건 레이스다.
지쳐 멈추는 쪽이 죽는다.
그 후 아마 10분도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마침내 짧은 술래잡기의 끝이 보인다.
그 징조는 내가 쳐 놓은 안개가 옅어지면서 끝을 알렸다.
사라지는 안개 너머에서 놈의 모습이 드러났다.
“하아…… 하…… 드디어 보이는군요, 정령사…….”
싱겔이 검을 겨누며 이를 가는 듯한 소리를 냈다.
보아하니 어지간히 짜증이 쌓였나 보군.
아쉬운 건 정령에게 계속 공격을 하라 명령했는데도 불구하고 상처는 입지 않았다.
전부 오러로 막았나.
피로가 쌓인 기색은 꽤 엿보이나 아직 불안하다.
“발악도 끝입니다.”
“……그래, 그런 모양이야.”
나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안개를 방패 삼아 거리를 유지할 수 없다.
운디네와 스프라이트도 조금 전 되돌려 보냈다.
‘무엇보다 이제 마나가…… 없어.’
정령 한 마리를 다시 불러서 한 번 정도 쥐어짜는 게 한계.
딱 한 번이다.
그 뒤에는 아마 기절하지 않으면 용하겠지.
분명 내가 궁지에 몰린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끝이다! 정령사!”
싱겔이 결판을 내기 위해 돌진해 온다.
그가 휘두르는 검이 정확히 내 목을 향해 노려 온다.
방어는 불가능.
공간 전이도 썼다간 바로 기절한다.
그렇다면…….
‘되든, 되지 않든 걸어 봐야지!’
남은 건 몸으로 들이대는 것뿐.
나는 도망치는 것이 아닌 주저 없이 몸을 앞으로 내딛었다.
나는 두 팔을 교차해 세우며 날에 주저 없이 부딪혔다.
이미 베일 각오는 끝냈다.
검날이 내 팔뚝을 찢어 나간다.
“이런…….”
그러나 정작 놈이 이를 악문다.
내 의외의 행동에 검이 살짝 빗나간 덕에 검날은 뼈까지 이르진 못했다.
지금이다!
주저 없이 검을 움켜쥐었다.
날이 피부에 파고들며 핏방울이 맺혀 떨어졌다.
뜨겁다.
그리고 아프다.
베인 팔이 그리고 손바닥이 전부 아프다 못해 뜨겁게 달군 쇠를 집은 것만 같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 목에서 처절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이러지라도 않으면 놓칠 것 같았다.
놓치게 되면 그때야말로 끝장이다.
그걸 알기에 절대 손을 놓지 않는다.
“제정신입니까?!”
싱겔 역시 내 행동에 당혹한 듯 억지로 검을 회수하려 한다.
멍청하긴.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했으면 내가 검을 움켜쥐는 순간 과감히 포기하면 그만이다.
놈이라면 맨손으로도 나를 쓰러트릴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지 못한 건, 결국엔 놈도 피로가 쌓여 판단이 둔해졌다는 뜻.
‘놈도 지쳤어!’
무엇보다 결정적 증거는 베이고도 내 팔뚝이 조금 찢어진 정도로 그친 것.
그리고 이렇게 멀쩡히 검을 움켜쥐고 있다는 것!
오러가 깃든 검의 절삭력은 무시무시하다.
만약 오러가 건재했다면 내 팔과 목이 동시에 날아갔겠지.
하지만 지금 검을 쥐고 있는 내 손가락도 약간 베였을 뿐 무사하다.
능력에 의해 피부나 몸의 강도가 질겨진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오러의 날카로운 맛이 사라졌다는 뜻!
“내놔아아아아아아아!”
나는 검을 움켜쥔 채 억지로 끌어당겼다.
손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심상치 않으나 무시했다.
“이 건방진 애송이가!”
놈이 분노와 피로에 냉정함을 잃은 채 검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버틴다.
아마 곧 내 의도가 무엇인지 깨닫겠지만 그때는.
“이미 넌 끝났어!”
냉정해지기 전에 끝을 본다.
“스프라이트!”
스프라이트를 온 힘을 다해 재소환.
순간 무언가 몸 안에서 빠져나가나 마찬가지로 무시했다.
“온 힘을 다해 지져 버려어어어어어어!”
남은 한 발.
스프라이트가 대답이라는 양 남은 마나를 전부 전격으로 치환하여 놈을 꿰뚫을 기세로 뛰어들었다.
파앗!
아래에서 튀어 오른 푸른 섬광이 몸통에 명중한다.
마지막 전격이 놈의 심장을 관통하는 순간.
틀림없이 공격에 저항하는 오러 따윈 없었다.
내 승리다.
* * *
눈을 떠 보니 어느샌가 내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언제 쓰러졌지?
정령술을 쓰고 바로 기절했었나?
“크으으윽…… 힘이 안 들어가.”
어질거리는 느낌을 더는 참지 못하고 나는 그대로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잠시 후 어느 정도 분간이 가능할 정도로 정신을 차리자마자 나는 이겼다는 것을 먼저 확신했다.
만약 싱겔이 살아 있다면 이렇게까지 인사불성이 된 나를 가만히 둘 리가 없다.
‘……살아 있어.’
살아남았다.
눈앞이 제대로 보이자 나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가장 먼저 싱겔 그 망할 놈부터 찾았다.
새까맣게 그슬린 채 쓰러져 있는 사내의 시신이 보였다.
분명히 그놈이다.
‘다행히 마지막 일격이 제대로 들어갔어…….’
그래도 만일이란 게 있다.
나는 간신히 무릎을 짚으며 일어섰다.
“끄응…… 윽! 다리가…… 힘이 안 들어가.”
다시 쓰러지고 싶지만 참자.
놈이 쓰던 검을 주워 들었다.
검날에는 내 손에서 흘러나온 피가 찐득하게 말라붙어 있다.
최하급 재생력 덕에 지혈 효과를 보지 않았다면 나도 출혈로 죽었겠군.
나는 그것을 지팡이 삼아 걸어 놈에게 다가가.
푸욱!
그대로 놈의 목에 꽂았다.
이걸로 만에 하나라도 놈이 소생할 일은 없겠지.
나는 바닥에 주저앉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강한 자와 싸울 일도 언젠가 있을 거라고 몇 번이나 궁리해 봤었다.
그런데도 실전이 되니 상황은 내 안일한 구상을 훨씬 뛰어넘는 게 아닌가.
‘훨씬 힘들고…… 겁나잖아.’
나는 괜히 서늘해진 목을 쓰다듬었다.
조금만 실수했으면 지금쯤 저 검은 내 목에 꽂혔겠지.
‘어쨌든 예상이 그대로 적중해서 다행이야.’
오러 유저가 초반부에 겪는 고질적인 약점.
그것은 치명적인 연비.
놈은 모든 공격을 오러로 막았다.
그것은 몸을 둘러치는 건 가능해도 적당한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진짜 고수였다면 굳이 모든 공격을 오러로 둘러치는 게 아니라 좀 더 효율화를 노렸겠지.
아니면 아예 무시했던가.
거기까지 생각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나와 놈의 마나를 한계까지 고갈시키는 것.
어차피 오러만 없으면 결국 놈은 조금 검을 잘 쓰는 인간에 불과하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마나가 남아 있는 쪽이 승리하기 마련이지.
‘하지만 아슬아슬했어…….’
나는 숨을 고르면서 포션을 하나 꺼내 원샷했다.
“크으…… 살겠네.”
포션이 이리도 달게 느껴질 줄이야.
최하급 재생력과 포션의 효과 덕에 몇 분 정도 얌전히 뻗어 있자 베어 찢어진 팔도 꽤 아물어서 약간의 흔적만 남았다.
이것도 푹 쉬면 말끔히 사라지겠지.
‘……베이는 거 겁나게 아프네. 다른 녀석들은 이런 걸 어떻게 버티지?’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려져도 웃을 수 있는 놈들의 정신세계를 이젠 이해를 못하겠다.
주인공들은 대단해…… 어떻게 이런 걸 온몸에 맞아 가면서 웃어 댈 수 있지? 난 못해.
내가 엄살이 심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통각 대책도 필요할까?
분명 그런 계통의 능력도 있긴 했는데…… 그걸 얻자고 포인트를 소모하긴 조금 아깝고.
아!
“포인트!”
그러고 보니 단역을 쓰러트렸으니 분명 아무 일도 없진 않을 것이다.
루들 때를 떠올리며 나는 허둥지둥 머리 위를 올려다보며 내 이름이 적힌 창을 끌어 내렸다.
“자! 오늘은 뭘 줄 거니?”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단다.
선물을 주세요!
<최소한의 영향력 가진 인물이 당신의 행동에 의해 사망하였습니다.>
응, 그건 나도 알아. 그래서?
루들 때는 배역이 단역으로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기까지 기대하지 않는다.
‘아마 배역상 비중은 그리 차이는 없을 테니까.’
단역과 단역이니까.
그걸 감안하면 달라질 건 없지 않을까?
혹시 없더라도 실망하진 말자.
<해당 인물은 당신보다 많은 영향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에일런’ 개인의 허용 기준치 이상의 영향력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포인트로 환산하지 않고 직접 반영하실 수 있습니다.>
<반영하시겠습니까?>
반영이라니…….
처음 보는 문구다.
아무래도 싱겔을 쓰러트린 영향력이 루들 때보다 많기에 생긴 현상인가?
요컨대 포인트를 얻을 거냐? 다른 식으로 이용할거냐? 라고 묻는 것이겠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YES’ 항목을 눌렀다.
반쯤은 호기심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상 예스다!
그러자 기이한 감각이 몸에 감돌았다.
근육이 꿈틀거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뭐라 형용하기가 참으로 애매하다.
“뭔가 일어난 거 같은데?”
겉보기로는 알 수 없다.
혹시나 싶어 나는 내 항목을 펼쳐서 상세 능력치를 확인했다.
<에일런 – 단역 A>
<고유 능력 : 정령술(최하급)>
<습득 능력 : 공간 제어(최하급). 최하급 재생력. 강철 같은 피부. 강인한 신체>
<체력 : 41>
<민첩 : 24>
<의지 : 20>
<마력 : 53>
<정령력 : 61>
“변한 거지?”
약간이지만 내 능력의 전반이 상승했다.
이것도 영향력의 힘인가?
“기준치 이상의 영향력을 얻으면 몸에도 반영이 되는 건가?”
생각지 못한 득이다.
<반영 후 잔여 영향력은 포인트로 환원됩니다.>
<획득 영향력 포인트 : 17pt>
<잔여 영향력 포인트 : 27pt>
“오?”
거기에 포인트가 추가로 모였으니 또 새로운 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사용하지 말고 일단 놔두자.
나는 슬슬 다음 보상을 챙기기 위해 일어났다.
그사이 회복이 조금이나마 되어서 움직이는 것 정도는 이제 아무런 불편함이 없어졌다.
‘해가 뜨면…… 분명 이곳의 이변을 누군가는 눈치챌 거야.’
그렇게 된다면 신고가 들어가고 병사가 들이닥친다.
그전에 전부 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