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88)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88화(288/344)
제 288화
320화 황성을 수색하자(3)
그렇게 벼르며 나는 일단은 언제든 반격할 준비를 하며 엘레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방금 그 일격으로 완전히 해치웠을 거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어쩌면 당한 척하고 기습을 노릴지도 모르지.
그럴 성격은 아니라고 여기고 있으나 지금 저들은 계획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사소한 자존심 정도는 얼마든지 굽힐 수 있으리라.
“이봐. 살아 있지? ……아, 언데드한테 이런 말하긴 뭣한가? 그럼 죽어 있지? 아, 그것도 아닌데…….”
“쓸데없는 소리 마시길. ……듣기만 해도 부아가 치미옵니다.”
제법 짜증 어린 목소리.
먼지가 가라앉고 그 너머에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채로 쓰러져 있는 언데드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와, 심하다. 하긴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이래선 일어날 수도 없사옵니다만.”
“……그걸 순순히 믿겠냐.”
한 번 정도는 검기를 내지를 힘이 있지 않을까?
그녀도 부정하진 않는다.
“당신 정체가 무엇이옵니까?”
“지나가던 일반인. 너희 같은 녀석들이 날뛰면 벌벌 떠는 소시민이랍니다. 너희가 사고 치는 게 시끄러워서 층간 소음 항의하러 왔어.”
“거짓말을…….”
사실인데? 뭐, 이딴 농담으로 입씨름할 마음은 없다.
나는 바로 등을 돌렸다.
“어쨌든 못 움직이는 건 사실인 것 같으니 상관없나. ……어디. 인질들은 저쪽인가.”
“무슨 생각이옵니까?”
내가 끝장을 내지 않자 의아한 듯 묻는다.
지금의 그녀라면 내가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
그편이 확실하겠지.
하지만 나는 그 방법을 쓰지 않는다.
“됐어. 지쳤거든. 가능한 힘도 아끼고 싶고. 솔직히 언데드라고 해도 멀쩡히 말하는 사람 박살 내는 취미도 없고.”
“변명은 그만두시길. 처음부터 이럴 셈이었사옵니까?”
“……반대로 묻지. 슬쩍 봐준 게 누군데?”
“…….”
그녀가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었다.
“눈치 못 챌 거라 생각했나?”
마지막 내 일격은 완전히 적중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아슬아슬한 때에서야 그 사실을 눈치챘고. 질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아도 그 뒤 더 고전을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마지막 일격은 너무나도 깔끔하게 들어갔다.
“……일부러 맞아 주지 않는 한은 말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사옵니다만.”
“뭐, 됐어. 어쨌든 저쪽에 인질이 있으려나…….”
입 아프게 구구절절 떠들 생각은 없다.
그렇게 한가하지도 않으니.
“혹시 소녀의 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옵니까?”
“글쎄…… 어떨지.”
부정도 하지 않고, 긍정도 하지 않는다.
알고는 있다.
그러나 그것을 떠들 이유도 없다.
다만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네가 말하는 그 죗값에 상관없는 자들을 내보낼 구실로 삼은 것만은 알겠더군.”
“…….”
“일단 지금 내가 할 일은 인질들만 데리고 나가려는 거니까. 다른 짓은 적어도 지금은 안 해.”
……물론 ‘지금은’이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는 뜻으로 적당히 손을 저으며 물러났다.
싸움을 지켜보던 윤 한도 이젠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했는지 바로 내 뒤를 따랐다.
그때.
“……그쪽 복도로 끝까지 나가면 우측 끝에 인질을 가둬 둔 감옥이 있사옵니다. 열쇠는 없으니 알아서 해결하시길.”
그 말이 들릴 뿐이다.
나는 대답 대신 살짝 고개만 숙이고는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 * *
참으로 기운이 빠진다.
제국의 황녀 레실리아는 자신이 갇혀 있는 감옥의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럴 때가 아닌데요…….”
악몽이라면 악몽이다.
갑자기 황실을 박살 낸 괴인들.
단번에 점령당한 황도.
지금까지도 일의 전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제국은 어찌 될 것인가.
아니, 그보다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거지?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야 이곳에 갇힌 채 첫날은 그 불안감에 자존심조차 흔들려 눈물지어야 했으니까.
그러나…….
적응이라고 해야 할까.
이곳에 갇히고 제법 시간이 흐르자 어느샌가 그것도 익숙해진다.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
체면 때문에 소리는 지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성토한다.
이곳에 갇히고 난 뒤.
아무런 일도 없었다.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이 옥에 자신 말고도 다른 인질들도 갇혀 있다는 것.
다만 감옥 자체에 무슨 마법을 걸었는지 서로 간에 대화는 불가능했다.
답답한 기분도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는 법이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 깃든 생각은 하나.
심심해요!
‘아니…… 그건 아니에요! 정말로 그건 아니에요!’
충분히 심각한 상황이다.
당장 이 감옥 바깥부터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지 않는가.
무엇보다 지금 지루하다고 늘어지는 것은 과연 황족으로서 어떨까?
설사 보는 눈이 없다 해도 그렇다. 걱정해야 하는 것은 제국과 국민의 안위지.
‘그래도…….’
뭐, 할 일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나름의 각오까지 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미 죽음도 각오했다.
그러나…….
‘가둬 놓고 아무것도 안 했죠.’
무언가를 심문하는 것 같지도 않다.
오는 사람도 없다.
물론 식사랑 물은 꼬박꼬박 넣는 모양이고 최저한의 안위도 보장하는 느낌이다.
그 외에 불편한 것이라면 이곳에 갇힌 부자유스러운 감각뿐.
‘솔직히 포로라도 이렇게 대하진 않을 텐데…….’
이유를 모르겠다.
이렇게 안심하게 해 놓고 어느 날 갑자기 끔찍한 지옥에 밀어 넣을지도 모르는 일이나, 그런 긴장감도 몇 달이나 계속되면 결국 버틸 수 없다.
“흐아아아아아암. 어떻게든 해야 할 텐데 말이죠오오오오오…….”
결국, 황녀는 늘어졌다.
그대로 기운이 빠져 바닥에 늘어졌다.
처음에 그녀라고 탈출을 모색하지 않은 건 아니다.
열심히 벽도 두드려 보고 머리도 굴려 보지만 영 방법이 없다.
아마 다른 인질도 마찬가지겠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는 게 없다.
잠이나 자라.
‘아니…… 이것도 꽤 문제는 있는데요…….’
만일에 바깥에 이런 한심한 꼴이 알려지면 황가의 역사상 두고두고 남을 수치겠지.
인질이 된 황녀 게을러지다!
이렇게 수기에라도 남나?
무엇보다 심각한 건.
‘우와…… 어째 몸도 둔해지는 느낌이…….’
아무래도 갇혀 있다 보니 자연스레 몸이 굳어 가는 느낌도 피할 수는 없는 법이리라.
무엇보다 황족은 바쁘다.
본래라면 평상시의 레실리아는 그간의 일정표를 전부 소화하기 위해 최소한의 휴식 외에는 느긋하게 있을 여유도 없다.
그게 본의 아니게 정체되어 버렸으니 무력감이 오죽할까.
‘아……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특히 여기저기 최근에 위험한 것 같다.
레실리아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꾹, 꾹, 몸을 푸는 시늉을 했다.
이리저리 움직이고 굴러다니고 최소한 좁은 공간 내에서 어떻게든 체력을 소모하고자 한다.
그리고…….
“나 참, 여기서까지 몸개그 정신을 잊지 않다니,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다 나옵니다.”
어느샌가 감옥의 벽을 뜯어낸 에일런이 그녀를 어이없다는 듯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꺄아아아아아아!”
그녀는 진심으로 창피함에 머리를 쥐어뜯어야 했다.
“……음, 일단 이제 말하지만 구하러 왔습니다?”
“그걸 먼저 말했어야죠!”
아무튼 탈출할 때가 왔음이라.
그러나 조금 눈치 좋게 와 주지, 하는 욕심은 차마 버릴 수 없었다.
* * *
“그래서 감옥 생활로 포동포동하게 살찌신 황녀님?”
“안 쪘어요! 그보다 언제까지 그거 물고 늘어질 건데요!”
적어도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 놀릴 겁니다.
사람이 모처럼 구하러 왔더니만 정작 인질이라는 양반이 자기 뱃살 걱정해서 웃기지도 않는 꼴로 스트레칭이나 하고 있다니…….
참, 팔자 부럽다!
“위기감이라는 게 없는 겁니까?”
“당신도 몇 달이나 아무 일도 없이 갇혀 있고 식사 꼬박꼬박 먹고 있다 보면 이렇게 될 거라고요. ……살은 안 찌지만요.”
아니, 쪘어.
뭐, 황녀의 체중이 이 사건의 요점은 아니니까 지금은 대충 넘어가기로 하고.
한편 윤 한은 마치 100년 묵은 숙원이라도 이루어진 듯 감격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레실리아 전하.”
“윤 한…… 그때 무사히 빠져나갔었군요. 거기에 저자 역시 데려올 줄이야, 훌륭하였어요.”
“예. 정말로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역시 레실리아 전하. 이런 좁은 감옥에서도 의연하게 계실 줄이야.”
“저 놀리시는 건가요?”
“……아닙니다만.”
저 두 바보는 냅두자. 아직 할 일이 많다.
“아직 꺼내야 하는 인질이 많으니 두 분께서는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나 있길.”
“알고 있어요. 그런데 에일런? 바깥 상황이 궁금한데요?”
“그것은 미숙하나마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일단 저 둘은 놔두고 나는 다른 감옥들에도 눈길을 돌렸다.
“대충…… 투옥된 건 100여 명 남짓한가…….”
대부분이 황족이나 귀족들로 보인다.
“……아마 처음에 그대로 이곳에 격리한 뒤에는 마찬가지로 손은 대지 않았을 거예요.”
“그럼 다들 살쪘겠군요.”
“안 쪘다니까!”
하지만 100여 명밖에 없다니…… 생각 외로 적다.
역시 그 외의 인간은 진즉에 다 처리를 한 것이겠지.
‘……아마, 그 사건과 관련이 있는 인물에게만 원한을 푼 건가…….’
조금 전 엘레스의 태도를 보건대 따로 격리된 이들은 유일하게 그들의 원한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여제나 다른 인물도 있기에 풀어 줄 수도 없어 따로 처박아 둔 것이지.
어쩌면 내가 구하지 않아도 기회를 봐서 다른 곳에 방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역시…… 크멜스 그자의 목적은 변함이 없나.”
“에일런? 무슨 말이에요?”
“아뇨. 별거 아닙니다. 그것보다 남은 인질도 꺼내겠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부탁드려요.”
아마 면식이 있는 레실리아 외에는 나머지 인질은 나를 보면 혼란스러워하겠지만 그녀랑 윤 한에게 설명을 맡기면 되리라.
나는 그다음 감옥의 문에 손을 대었다.
“역시 전부 똑같은 결계인가…….”
꽤 정교한 마법 결계다.
충격에 버티는 강도도 상당하고, 방음 및 단열 효과도 상당하다.
내 집 창문에도 달고 싶을 정도군.
이것을 푸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톰 메타모르포제를 발동, 그대로 결계의 술식에 마나를 흘려 넣어 망가트린다.
파지지지직!
희미한 정전기 같은 소리가 연달아 울리며 문의 결계가 망가지고 그 너머가 보였다.
평범한 창살 너머에 레실리아와 비슷한 금발의 남성이 의연하게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누구누구랑 다르군요. 참 침착하시네.”
“아으…… 그보다 오라버니?!”
레실리아가 허둥거리다가 급히 그를 알아보고는 불렀다.
나는 초면이지만 아마 황족이겠지.
그는 천천히 나와 레실리아를 번갈아 보고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레실리아로군…… 그렇다면 그 괴한들의 동료가 아닌가?”
“의뢰받아 구하러 온 구조 담당입니다만. 여러분께는 안전할 테니 안심하시길.”
“……음?”
“이런 사람이니 지금은 묻지 말아 주세요.”
이런 사람이라는 건 무슨 뜻이냐.
나 참, 이래서 남은 도와줘도 별거 없어요.
“아무튼,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필히 그 보답을 하겠네.”
“……기억은 해 두겠습니다.”
그 보답이라는 것도 저들이 제대로 제 입장을 되찾았을 때나 가능한 거겠지.
지금은 빛 좋은 개살구만도 못한 소리다.
나는 차례대로 다른 인질들도 해방했다.
해방된 인질들은 다들 처음에는 나를 보며 어리둥절해했지만, 곧 황녀나 황자 혹은 윤 한이 입은 갑옷을 보고는 아군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환성을 질렀다.
“오오오오! 구하러 왔군!”
“아직 제국의 명운은 끝나지 않았던 것이네!”
“황제 폐하 만세!”
아니, 제국과는 상관도 없고, 황제보다는 나를 두고 만세라고 외치지?
같은 말은 속으로만 해 두었다.
어차피 나서 봐야 향후 찍히기만 할 뿐.
혹시 모르니 적당히 포장이나 해 둘까?
“이 모든 구출 작전은 레실리아 황녀 전하께서 슬쩍 명해 두었기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즉, 엄한 사람한테 뒤집어씌우자.
“……네?”
황녀가 ‘내가 언제요?’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