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89)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89화(289/344)
제 289화
321화 황성을 수색하자(4)
“지금의 상황을 예견하고 만일을 위해 긴밀히 도움을 청할 자를 모색해 두셨죠.”
“……네에?”
뭐, 어떠리. 실제로 윤 한이 내게 왔고 정보를 전달한 건 그녀의 덕이기에 전부 거짓말은 아냐.
당연히 그 실상을 모르는 이들은 믿을 수밖에 없고, 정황상 레실리아 황녀 측이 나를 끌어들인 것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사실이다.
“역시 황녀 전하입니다!”
“설마 그 정도 혜안을 지니셨을 줄이야.”
“…….”
황녀는 차마 말도 잇지 못한 채 그녀를 우러러보는 이들과 나를 번갈아 보고 있다.
나는 적당히 어깨만 으쓱하고 있다.
지금은 이 구출의 공로자인 척만 해 주시죠.
내가 원하는 건 어디까지나 금전이다.
명예는 가장 중요할 때만 챙기는 게 핵심이고.
그것이 에일런의 출세 전략.
‘언제나 나설 때는 방패막이가 필요하지.’
나 대신 귀찮은 질문 세례를 막아 줄 인간 샌드백이 필요해.
어쨌든 귀찮은 것들의 대응은 앞으로도 황녀에게 떠넘기고 나는 할 일이나 신경 쓰자.
“그럼 우선은 빠져나가야 합니다.”
“……음? 이미 안전한 게 아닌가?”
그러고 보면 아직 저 황자를 비롯해 이들은 현재 상황을 모르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게도 상황은 현재 진행 중이고 지금도 잠깐의 여유를 번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침 내 말을 증명해 주듯 어디선가 콰앙! 심상치 않은 폭음이 울렸다.
이곳까지 떨릴 정도의 위력.
아마 대규모 광역 마법의 여파가 아닐까.
그럼 크루세겠군.
“보세요. 아직 위험하죠?”
내가 동의하냐는 듯 묻자 그제야 모두의 분위기가 단번에 가라앉더니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서 빠져나가세.”
“예. 예. 그럼 차례대로 줄 서 따라오시죠. 마침 탈출로는 수배해 두었으니까요.”
이미 적당한 비밀 통로를 알아 두었고 거기까지만 유도하면 그다음에는 알아서 맡겨도 되리라.
내 역할은 거기까지 유도하는 것.
‘서둘러 이들을 내보내고…… 바로 움직여야 하니까…….’
그사이 다시 한 번 더 폭음이 울렸다. 마치 내게 계속 경종을 울리는 것처럼.
* * *
일단 인질들도 확보하여 내보냈고, 이제 이곳에 정말로 남은 건 악당들밖에 없으리라.
‘그럼 그사이…… 다른 용건도 슬쩍 해 둘까.’
나는 바깥에는 신경을 끄고는 황성의 지하 통로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잊지 말아야 할 내 진짜 목적.
황녀를 돕는 것도 아니고 제국을 도와주는 것도 아니다.
‘그때 불의 정령왕의 말대로라면 여기 뭔가 쓸 만한 게 있는 모양이던데…….’
아실라에게 배운 마법이나 마법검 킬무리스 같은 원작에서 소개된 적이 없는 대항 수단.
그것을 추가로 손에 넣는 게 내 당면 목적이다. 가능한 어수선한 틈을 타서 확보해 두고 싶다.
사건이 끝난 뒤라면 제아무리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황성을 수색하게 해 주진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전에 할 일도 또 있나.”
한숨을 쉬며 내가 손짓하자 소환된 그림자의 정령 플루라이트가 그림자를 그물같이 뻗으며 사방에 침투시킨다.
기둥 뒤 천장의 장식 아래, 틈이란 틈은 죄다 밀어 넣고.
그리고 잡힌 순간.
“월척이구나! 흥! 누가 숨어 있는 것쯤 모를 거라 생각했냐!”
플루라이트의 그림자는 질기다.
내 정령력에 기반했기에 그것을 끊으려면 최소한 나와 맞먹거나 그를 뛰어넘는 힘이 있어야지.
“당장 튀어나와!”
그림자를 수축시켜 끌어당기니 콰지지직! 벽을 뚫고 한 사내가 끌려 나왔다.
날개와 꼬리가 달린 이질적인 인간형 생물체.
에필레오트다.
“크윽…… 불러내는 것 한번 거칠군. 참, 너무하군 그래. 못 본 척해 준다는 마음씨는 없나?”
“퍽이나 있겠다. 내 뒤통수를 노린 주제에?”
녀석이 근처에 있을 거라는 건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저 녀석만 위치를 알 수 없었으니까.
“그거 참…… 너무하군 그래!”
에필레오트가 말을 끝맺는 것과 동시에 팔을 뻗어 붉은색의 기운을 내뿜는다.
혈마력.
녀석의 특유의 불쾌한 성질을 담은 마력을 무기로 삼아 공격하려는 거겠지.
“어딜…….”
나는 킬무리스를 뽑아 가볍게 휘둘러 그것을 소멸시켰다.
현시점에서 내 기운의 총량은 지금의 저 녀석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잔재주로 상대할 필요도 없다.
“싸우면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냐?”
“칫…… 더 힘을 늘린 건가……. 정말로 징그러운 녀석이군.”
치를 떨며 녀석은 자신의 마력을 몸을 얽매고 있는 그림자를 향해 뿌렸다.
플루라이트의 그림자가 끊어지며 동시에 녀석은 날개를 펼치며 천장까지 뛰어오른다.
“유감이지만 에일런. 너 따위랑 놀 시간은 없어!”
“그거 동감이군. 나도 그 말을 하고 싶은 참이야!”
에필레오트는 내게서 벗어나려는 듯 단번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려 했지만.
녀석의 도주로를 통해 재차 나타난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동술 영보를 사용한 것이다.
“이런…… 전이는 못 쓰는 게…….”
“비슷한 기술은 쓸 수 있거든.”
그가 낭패라는 듯 혀를 차며 두 팔을 가드하려는 듯 치켜들고, 나 역시 동시에 킬무리스에 두터운 오러를 씌워 내리쳤다.
콰앙!
황성 지하가 무너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충격이 울리며 그대로 녀석이 바닥에 내리꽂혔다.
‘역시 쉽게 죽지는 않나.’
까짓것, 죽어 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내리쳤거늘.
나는 혀를 차며 바닥에 그대로 처박힌 녀석을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아직도 도망치려는 건지 버둥거리는 녀석의 날개에 검을 꽂고.
가능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봉쇄 수단을 동원한다.
“으으윽! ……너무하는군. 언제 봤다고 이렇게까지 독기를 품었지?”
“날 귀찮게 한 시점에서 아웃이다, 얼간아.”
이번에는 놓칠 생각은 없다.
정보를 털어놓든, 아니면 다시는 개짓거리 못 하게 여기서 없애 버리든 주저하지 않는다.
“이번엔 확실히 털어놔야겠어. 뭘 노리지?”
“……뻔한 질문이군, 에일런. 정말로 의미 없는 질문이야.”
“아, 그래?”
아직 살 만하다는 거겠지.
나는 녀석을 향해 가볍게 벼락을 떨어트렸다. 녀석의 비명과 육체가 타들어 가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언제쯤 말할 마음이 들지 모르겠군.”
“……하핫. 지독하군. 그게 정의로운 녀석이 할 짓이냐?”
“그건 다른 녀석 이야기고, 나는 그냥 지나가는 일개 시민이거든.”
그러니 양심에 찔릴 일도 없다.
그렇게 몇 초간 노려보자 결국에는 놈은 항복하듯 두 손을 머리까지 올리는 시늉을 했다.
“그래, 가르쳐 주지. 그러니 풀어 주지 않겠어?”
“어림도 없는 소릴. 그대로 처박힌 채 지껄여.”
“인정도 없긴…….”
녀석은 성가시다는 듯 혀를 차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네놈도 알다시피 이런저런 녀석들을 불러들여 사고를 치게 하려는 게 목적이지.”
“그 정도는 알아. 하지만 그게 무슨 이득이 있지?”
“이득? 하하하하하하하핫!”
녀석은 갑자기 무슨 이유에서인지 폭소했다.
몸이 들썩이도록 실소한 탓에 상처가 찢어지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런 짓을 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는지 그게 궁금했나? 아니면 내가 무슨 힘이라도 얻는다고 생각했나?”
넘어가지 말자. 싸구려 도발이다.
저 녀석에 관해서는 익히 알고 있다.
원작 후반, 누구도 대적하지 못할 만큼의 힘을 키우기 전까지는 저런 태도로 많은 이들을 농락한 악마다.
“……하지만 이루는 건 있겠지.”
“……확실히. 부정할 수는 없군. 궁금한 건 그것이냐, 이방인?”
“쓸데없는 서론은 집어치우고 말하기나 해.”
“아야야야야앗…… 크윽…… 성질 급하긴. 좋다. 가르쳐 주지.”
에필레오트는 씨익 입가를 끌어 올리며.
“우리가 악행을 하면 이 세상이 유지될 것이다.”
“……허?”
다른 말은 전부 예상했다.
힘을 얻고 싶다는 등, 혹은 누군가의 뒤통수를 치고 싶다는 등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 봤지만.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이 나왔다.
“그게 무슨 개소리를…….”
“허튼소리라고 여기는 거냐? 하긴. 그렇겠지. 네게 있어서 우리들은 그저 세상을 어지럽히는 무리로만 여겨질 테니.”
오히려 녀석이 나를 조소했다.
“보아하니 생각해 본 적도 없다는 낯짝이군. 우리 같은 놈들을 죄다 쳐 죽이면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여겼나 보지? 마침 저기서 흡혈귀와 싸우는 머저리도 같은 얼굴을 하던 모양이던데.”
“……너. 정체가 뭐야?”
명백하게 이 말은 에필레오트라는 인물이 할 발언의 범주를 넘었다.
녀석은 분명 이 세계의 정체를 이해하고 있다.
그것도 어쩌면 나 이상으로.
“정체라…… 그저 악당이면 충분하지 않나? 네겐 상관이 없는 일일 텐데.”
“말하기나 해. 반드시 들어야겠어.”
“다른 거라면 대답해 주지……. 가령 네가 악당들을 전부 죽이고 난 뒤에 벌어질 일이라면 말이지.”
그렇게 말하기가 무섭게 녀석의 몸체가 흐릿하게 사라진다.
“뭐?”
놓칠 리 없다.
내가 잽싸게 돌아보자 그곳에는 여전히 만신창이가 된 녀석이 성가시다는 듯 그대로 주저앉는다.
“걱정 말라고. 어차피 네 녀석한테서 도망칠 능력은 없어. ……적어도 지금의 내겐 말이지만.”
“……역시 알고 있나.”
“물론이지. 그보다 그 반응은 역시 에르닐 알프렌스를 본 건가?”
대답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미 녀석은 확신하고 있는지 내 말을 듣지 않고 어깨를 들썩였다.
“과연. 거기까지 목격했다면 어느 정도 이해했겠군. 얼마나 뒤틀렸는지 말이야.”
“…….”
“기뻐해라. 네 덕이지. 네가 마구잡이로 예정을 뒤집어 준 덕에 차례차례 뒤틀리기 시작한 거다.”
“네놈도 그런 식으로 생겨난 건가?”
“아니, 좀 달라.”
에필레오트는 어쩐지 지긋지긋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알고 있겠지만 말해 두지. 나 역시 알고 있다. 이 빌어먹을 세상이 어떻게 끝나는지. 내가 어떻게 되는지도.”
“……에르닐과 같은 경우인가.”
“말했을 텐데? 다르다고. 내 경우는 녀석들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이지. 네놈이 설치기에 어떻게든 사고를 치고 다닐 녀석이 필요했거든.”
“녀석……들?”
에필레오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을 꺼냈다.
“잘 들어라, 에일런. 이 세상을 유지하는 건 빌어먹을 평화 따위가 아니다. 강을 메울 정도로 흐르는 피와 공포. 그리고 혼란. 그것이 가득 찼을 때 유지되지.”
“……무슨 개소릴.”
“허튼소리 같나? 알고 있을 텐데? 적어도 네가 아는 이 세상은 평화로웠던 적이 있나?”
“……그건.”
말하지 못했다.
“탐욕에 찌든 자들이 시민을 수탈하고. 거리에는 도적이 넘치지. 지긋지긋한 흡혈귀에, 나 같은 놈도 있지.”
자기 자신이 증거다.
에필레오트는 자신의 흉측한 몸을 가리켰다.
내가 알고 있는 원작의 언급대로라면 에필레오트는 평범하게 태어난 생물이 아니다.
어떤 자들이 사악한 목적을 위해 탄생시킨 생명체. 증오와 혼란을 위해서 창조된 단일 종족.
인간에게도 경멸받고 다른 종족에게도 경멸받는다.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녀석은 모든 것의 파멸을 바란다.
“나 같은 녀석이 넘쳐 나는 한 이 세상은 유지된다. 하지만…… 없어진다면.”
없어진다? 그 의미는 어째서인지 다른 뜻으로도 들린다.
원작의 끝.
모든 악당이 사라지고 세상은 평화로워지고 이야기가 끝이 날 때.
“녀석들은 이 세상에 아무런 가망이 없다고 단념하겠지. 다시 말해 평화야말로 종말이다.”
“……이해할 수 없어.”
“그럼 이렇게 말하지.”
에필레오트는 나를 가리켰다.
그저 단순한 삿대질이다.
“네놈은 아마 이곳에 머물면서 가장 먼저 어떤 악덕 행상인을 죽였겠지?”
기억한다. 아마 단역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놈이 어떻게 아는 거지?
“그 결과 그 상인 놈은 몇 가지 악행을 더 못 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로 그게 영향을 끼쳐서 결국 마을 하나 규모 정도의 인간이 연명하게 되었지. 어이쿠, 참 좋은 일을 했군.”
……영향?
“그 외에도 이종족들을 거두고 그들에게 일자리를 준 모양이더군. 참 마음씨도 좋기도 하지. 그 결과 녀석들의 활동으로 인해 이런저런 영향을 끼쳐 영지 두 개 정도의 인간의 생활이 변할 것이다.”
녀석이 박수를 친다.
하지만 칭찬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조롱하는 것으로 들린다.
“죽어야 할 자가 죽지 않고, 일어나야 할 혼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는 녀석들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