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ck honey with extras RAW novel - Chapter (290)
엑스트라로 꿀 빠는 법-290화(290/344)
제 290화
322화 황성을 수색하자(5)
“그게 누구지?”
“어이쿠! 검 들이대지 말고. 어쩔 수 없어. 거기까지 말하면 내가 죽거든.”
털어놓을 것 같지 않아 일단은 검을 거두자 녀석은 떠들기 시작했다.
“듣기로는 에일런 네 활동으로 인해 죽거나 절망하지 않은 자들의 수가 왕국 하나 규모에 추산된다고 하더군.”
“그렇게까지 구한 적은 없어.”
“미래의 이야기다.”
미래…….
그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내 머리 위로 잠시 시선이 올라갔다.
설마…… 아니겠지?
“녀석들은 내게 요구하더군. 에일런 네게 방해받은 만큼의 희생을 일으켜 달라고. 뭐, 요컨대 네가 구한 만큼 없애서 제로로 만들어 달라는 소리지.”
“그래서 이 상황을 일으켰다?”
“장래 왕국 두 개 규모의 사상자를 일으키려면 이 방법뿐이니까.”
“……미친.”
마치 입은 피해를 다른 것으로 메꾸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허무맹랑한 개소리가 아닌가.
“어떤 놈이야…… 그딴 말을 지껄인 게.”
“말 못 해. 나도 살아남는 게 목적이거든. 그리고 안다 해도 어떻게 될 것도 아니고.”
“…….”
“놈들은 늘 지켜보고 있다. 만약 세상에 혼란이 멎게 되면 녀석들은 과감히 결단을 내리겠지. 바로…….”
짜악!
녀석은 손뼉을 세게 부딪쳤다.
“뭉개 버리는 거야. 전부 없던 걸로. 그리고 다시 원하는 판을 짜겠지.”
“……그거…… 설마.”
“2만 년 전. 그리고 그 전. 그 전의 전…… 계속 이어진 흐름이지. 그러니 절대로 못 거슬러.”
녀석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과거에 있었던 멸망은 어떤 녀석들의 소행이고, 그리고 그놈들은 지금도 관여하고 있다고.
“유감이지만 에일런. 놈들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뭐…… 전의 시대의 녀석들은 나름 머리를 굴려 본 모양이지만.”
녀석의 시선이 내가 쥐고 있는 검 킬무리스로 향했다.
“그래도 불가능해. 애초에 이기냐, 지냐가 성립될 녀석들이 아니거든. 착각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시키는 대로 놀아나고 있다?”
“그만큼 살 수 있는 시간이 연명되는 셈이니. 알아서 춤춰야 하지 않겠나?”
자조적으로 말하며 미친 듯이 낄낄거린다.
스스로도 우습다는 듯.
“……헛소릴.”
그러나 넘어가지 않는다.
녀석의 말만 들어 보면 그럴듯할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호오? 납득하지 못하는 거라도 있는 거냐?”
“그렇다면 나는 뭐지?”
놈의 말대로라면 정말로 이 사달을 낸 원인이 그렇게 터무니없는 존재라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녀석들이면 내가 이렇게 설치게 두는 이유가 뭐지?”
“뭐라고 생각하지?”
“뻔하지. 놈들은 그렇게까지 만능은 아니라는 거야.”
전부 거짓은 아니겠지만, 전부 진실도 아니리라.
그렇게 내가 하는 짓이 못마땅하다면 진즉 나는 눈 깜박이는 사이에 없어져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또 하나. 세상을 유지시킨다? 웃기시네. 넌 그렇게 기특한 놈이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거든.”
“……하긴, 틀린 소리도 아닌가.”
녀석이 묘한 웃음을 짓는 순간 내가 경고도 없이 검을 휘둘렀다.
내뻗은 검기가 녀석의 목을 가르기 위해 뻗어 나가나.
“유감이지만 소용없어, 이방인.”
검기는 허공을 뚫고 나온 나뭇가지 같은 물체에 막혔다.
“시간 벌기인가.”
정보를 미끼로 도주할 틈을 재고 있었나?
재차 공격을 퍼부으려 하지만 나는 재빨리 낌새를 눈치채고 뒤로 뛰어올랐다.
허공에서 뻗어 나온 무수한 잔가지들이 내가 뛰어오르는 것과 교차하듯 바닥을 꿰뚫는다.
“칫…… 방해를 하는 건가.”
이미 내가 놈을 다시 포착하려는 때는 녀석은 그대로 그 잔가지들에 붙잡힌 채로 어딘가로 끌려간다.
“어딜 튀려고!”
쫓으려 했지만 대신 날아든 물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에필레오트가 던진 것이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받아 내고 말았다.
“놔주는 대신 선물이다. 호기심에 손에 넣긴 했지만 내겐 쓸모가 없더군.”
“누가 놔준대?!”
받아 든 것은 손바닥만 한 금속 장식.
조금 사이즈가 크긴 하지만 마치 펜던트 같았다.
그런데 이걸 왜?
그 순간 눈을 의심해야 했다.
<축하합니다. 숨겨진 요소를 손에 넣으셨습니다.>
내가 찾던 것이다.
이 자식이?
바로 물의 창을 연거푸 날렸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녀석은 사라졌다.
“내가 한 말을 기억해 두라고, 에일런. 거짓만을 말한 건 아니니. 만약 이 땅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다면 당장이라도 셀베스터 그놈을 없애고 대량 살육이라도 벌이는 게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녀석들도 기뻐하며 자비를 베풀지 모르거든.”
멀리서 들려오는 놈의 말 따윈 들을 가치도 없다.
그게 진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타협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놈이 뭐라 지껄이든 인정하지 않는다.
‘할 일을 할 뿐이야.’
내 계획에는 변경은 없다.
그리고 싸우고 있는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겠지.
슬슬 결판이 날 시기니 이제 와서 망설일 이유는 없다.
* * *
용병들과 싸움이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의뢰를 받고도 싸운다.
몬스터하고도 싸운다.
어떨 때는 전쟁에도 동원된다.
싸우고 싸워서, 아무튼 질려도 싸운다.
싸우지 않을 때는 뒈졌을 때뿐.
그것이 용병이라는 녀석들이 밥 벌어먹고 사는 법.
적어도 용병 엘라우트 에셀네우스는 그렇게 주장한다.
“푸하하하하하핫! 뭐 하는 거냐! 젤하트! 나한테 되갚아 주고 싶었던 것 아니냐고!”
그녀는 경쾌할 정도로 폭소를 터트리며 검을 휘둘렀다.
파파파파파파파팟!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검흔이 젤하트를 뒤쫓듯 생겨난다.
당연히 멈추는 순간 조각난 고깃덩어리가 되겠지.
젤하트는 짜증 난다는 듯 입가를 일그러트리며 발을 미끄러트리는 유려한 움직임을 펼치며 쫓아오는 엘라우트의 검기를 피한다.
“좀 더 제대로 받아치라고!”
콰앙!
엘라우트가 검을 내리치는 것과 동시에 상가 건물 하나가 두 쪽이 나며 무너졌다.
“저 괴물 같은 싸움광 같으니…….”
도시 내에서의 싸움은 복잡하다.
건물에, 사람에, 그리고 좁은 길.
시야도 제한되고 슬럼가라면 악취나 훼방을 놓는 존재가 많다.
그러나 지금은 도시에서의 난점이 전혀 적용되고 있지 않다.
보이는 족족 가로막는 것들을 죄다 베고 걷어차고 박살 내며 쫓고 있다.
이래서야 건물을 방패 삼아 숨 돌릴 틈도 없겠군.
“사람 없는 도시도 나쁘지 않잖아. 박살 내도 뭐라 할 녀석도 없고! 나쁘지 않은데?”
“……일단 말해 둔다만 만약 너희가 여길 다시 탈환한다면 수리는 너희 몫이란 걸 기억해 두지 그러냐?”
“알 게 뭐야! 내가 고치는 것도 아닌데!”
경쾌할 정도로 무시했다.
“박살 나도 너희 탓! 베어도 너희 탓! 참 좋잖아?”
“좋긴, 개뿔이!”
젤하트는 질렸다는 듯 창을 휘둘렀다.
쫓기는 것처럼 보여도 어디까지나 쓸데없이 힘으로 붙는 것을 피할 뿐.
“흡.”
호흡을 가다듬고 창을 휘두르다 허공에 수십 개나 되는 불꽃과 소음이 튕긴다.
이미 인간의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솜씨로 휘두른 공격이 부딪히고 튕겨 나간 흔적.
그리고 그 불꽃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엘라우트와 젤하트의 몸에 각각 희미한 생채기가 생긴다.
아직까지는 서로 스칠 뿐.
“슬슬 전초전을 끝내 두지.”
젤하트의 분위기가 변했다.
조금 전의 다소 허술할 정도의 기운이 사그라들고 날카롭게 다듬어진 오러를 창끝에 두른다.
“처먹어라.”
그대로 직선.
오로지 앞을 향해 창을 내뻗자 그의 창끝에 달린 날이 사라졌다.
창대 안에 내장된 사슬이 전개되며 그대로 뻗어 나간 것이다.
파아아아앙!
공기가 파열하는 소리가 울리며 그 사출된 창을 검으로 막아 낸 엘라우트가 이를 악물었다.
정면으로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하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거기에 창끝에 실린 기운도 제법 묵직한 게 발끝이 몇 보나 밀려난 게 아닌가.
“……이제야 할 맘 들었냐, 이 뺀질이 자식.”
“네년이 지나치게 설친 거다.”
“흥.”
코웃음 치며 엘라우트가 창을 쳐냈다.
그러나 젤하트가 창대를 흔드는 것만으로도 사슬이 흔들리며 튕겨 나간 창날은 흡사 뱀처럼 움틀거리며 다시 달려든다.
“하여간 성가신 것만 좋아해서.”
쫓아오는 창날을 계속해서 쳐내며 엘라우트는 일부러 지면을 세게 도려내듯 걷어찼다.
바닥이 일부 깎이며 그 파편이 젤하트를 향해 날아든다.
그 정도 돌팔매질로는 통할 리 없다.
그가 창대를 빙글 휘둘러 가볍게 쳐낸다.
그러나 그 틈이면 충분하다.
움직여 방어를 한다면 당연히 창날의 조작성도 일시적으로 떨어진다.
단 1초라도 멈칫거리면 충분하다.
“너. 전에도 이러다가 나한테 당했지?”
순간 엘라우트의 모습이 사라진다.
다시 그녀의 모습을 확인했을 때는 젤하트의 코앞까지 도달한 상태.
“이런.”
“아직도 그 버릇은 못 고쳤냐?”
거리가 멀다면 젤하트의 마음대로지만 반대로 좁혀진다면 유리한 것은 그녀다.
엘라우트의 검이 그의 몸통을 꿰뚫기 위해 뻗어진다.
그것을 젤하트는 소매에 숨겨 둔 단검을 사출하듯 꺼내 쥐고는 받아 내었다.
“무슨 광대도 아니고……. 뭐, 됐어.”
노리는 것은 이것이다.
젤하트가 깨닫고 눈을 부릅떴을 때는 엘라우트의 반대쪽 팔이 움직인다.
검을 쥐지 않은 맨주먹.
그러나 철문마저도 단번에 찌그러트리는 괴력이다.
반면 젤하트는 한 손은 아직 사슬을 거두지 못한 창대를, 그리고 반대쪽 손은 그녀의 검을 막느라 여념이 없다.
“이런.”
탄식과 동시에 파앙! 화약이라도 터지는 듯한 소리가 그의 몸통에 울렸다.
통했다는 감각은 있다.
뭔가 부러지는 손맛은 느껴진다.
“큭…….”
“……오기로라도 버텨?”
“굳이 처맞고 밀려나 봐야 썰리기밖에 더하겠냐, 이 괴물녀.”
피를 토하면서도 잘도 지껄이는 젤하트.
그제야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가까이 붙으면 유리하다고 생각했나?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떨어지지 않도록 해 주지.”
“……어?”
엘라우트가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발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시선을 아래로 깔아 보니 그녀의 그림자에 젤하트가 방어에 썼던 단검의 파편이 박혀 있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자가 마치 끈끈한 덫처럼 허리까지 달라붙어 있는 게 아닌가.
“……아티팩트?”
그림자를 매개로 신체를 속박하는 계열의 마법이겠지.
“뭐, 그놈의 저돌적인 성격 고치지 못한 건 네년 같은데?”
그녀의 움직임이 막힌 바로 그 순간을 노려 뒤에서 그가 거둔 사슬이 되감기며 사출된 창날이 엘라우트를 향해 날아든다.
“이쪽은 주먹 한 방. 네년은 저거면 충분히 거스름돈은 남지 않겠냐.”
“…….”
말은 없겠지.
그녀가 평소에 시끄럽게 떠드는 건 그만큼의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반대라면 궁지에 몰렸단 뜻이겠지.
젤하트는 그렇게 추측했다.
그러나 그게 오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도 바로 그 직후다.
“음?”
순간 눈이 마주쳤다.
당연히 낭패에 젖은 시선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고작 생각하는 거 따위 하고는.”
정작 그녀의 눈동자에 깃든 감정은 허무함.
“질렸어.”
시시하다는 듯, 질렸다는 듯 어느샌가 가라앉은 눈초리를 뜨고 있다.
“그따위, 뭐? 창날 하나?”
엘라우트는 코웃음 치며 몸을 틀었다.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오로지 힘만으로 억지로 튼다.
가능할 리 없다.
만약 그런 짓을 하면…….
투둑.
무언가가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핏방울이 튄다.
억지로 몸을 움직였기에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고통 따위는 느끼지 않는 것처럼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그대로 몸을 반 바퀴 빙글 튼 엘라우트가 팔을 들어 날아오는 창날을 팔로 받아 냈다.
피할 수도 있었음에도 일부러.
“오냐, 받아 주지. 그런데 이걸로 거스름돈이 남는다 생각해?”
“이 괴물 같은 년!”
젤하트가 공격하려 했다.
어쨌든 부상을 입혔다.
팔 하나는 못 쓰는 셈이고.
“그러니까 네가 삼류라는 거야. 싸우다가 조금 다친다고 지겠냐?”
코웃음 치는 그녀의 말과 동시에.
젤하트의 머릿속이 뒤흔들렸다.
“커흑컥?!”
그대로 뛰어들어 발끝으로 턱을 올려 찬 것이다.
“뭔가 착각하고 있군. 대등한 수준? 웃기지 마, 삼류. 그때는 네놈을 쫓아내 달라는 의뢰였기에 봐준 거다.”
강제로 젖혀진 고개를 다시 제자리로 당기기도 전에 바로 추가로 공격이 쏟아진다.
“그리고 왜 지금까지 너랑 싸우는 걸 피했냐면, 널 노리면 꼭 흡혈귀나 혹은 그 성가신 수정 인형들이 방해하더라고.”
그러나 지금은 방해 따윈 없다.
“이젠 어림도 없어.”
몸통에 주먹이 몇 번이나 꽂힌다.
휘둘러 친 팔꿈치가 갈비뼈를 완전히 박살 낸다.
피하려 했지만 그대로 발등을 짓밟아 으스러트려 뭉갠다.
반격을 하려 했지만 그대로 얻어맞고 튕겨 나가 팔뼈가 부러진다.
일방적인 구타가 이어진다.
“하다못해 용병의 수치는 용병이 처리해 주는 게 맞나? 그러니…….”
그 구타가 멎었을 때, 아직도 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그가 겨우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피투성이의 팔을 들어 올려 검을 치켜든 그녀의 모습일 뿐.
“다음은 없을 줄 알아라, 삼류.”
그대로 검이 위에서 아래로, 소리조차 일으키지 않고 내리긋는 것을 마지막으로 결판이 난다.